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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6화 (6/379)
  • 6화

    그녀가 마나양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점수를 건 개인전에서 그녀를 상대할 때 시간을 끌며 그녀가 마나를 전부 소진하기를 기다렸다.

    전투가 오래가면 그녀는 버틸 수 없었기에 패배를 반복했다.

    “아, 맞다. 스타지에르 쪽은 어때? 올해는 문제아가 많다던데.”

    “음… 확실히….”

    실버 A반의 1위인 정석운이라는 학생은 문제가 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반인들까지도 괴롭힌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다.

    다른 사람으로는 양아치인 척하는 신태연과 선생들 앞에선 온갖 착한 척은 다 하면서 교묘하게 동급생들을 괴롭히는 골드 B반 2위 정윤성.

    소문으로는 모 대기업의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막내라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그건 소문일 뿐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확실히 문제아는 많은 것 같네.”

    “그래?”

    이렇게 말을 하며 밥을 먹던 중 윤아와 서혜연의 동생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서 주방으로 나왔다.

    윤아의 눈빛이 묘한 것을 보니 또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나중에 머리 한 대 쥐어박아 주자고 마음먹었다.

    “씻고 나와. 계란말이랑 고등어구이 해놓을 테니까. 참, 샤워실은 두 개야. 윤아야, 네가 안내해 줘라. 참, 네 옷 좀 빌려주고.”

    “늬예~.”

    “저게….”

    그렇게 태운의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윤아는 묘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한번 밥을 안 차려줘 봐야 정신을 차리지.’태운이 계란말이를 썰고 고등어 구워 접시에 담을 때쯤 윤아와 서혜연의 동생이 샤워실에서 나왔다.

    “와, 윤아야, 너랑은 차원이 다르다.”

    “수연아, 사실 우리 오빠가 나한테 요리 배운 거야.”

    “…안 먹어도 돼?”

    따악!

    “어디서 구라를….”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는 응징이 따라야 한다.

    태운의 손가락이 윤아의 이마를 강타했다.

    “흐윽… 내가 이러고 산다. 수연아….”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자.”

    윤아와 서수연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태운은 후식으로 먹을 사과를 깎았다.

    그것을 접시에 가지런히 놓은 후 서혜연에게 건넸다.

    마지막 한 조각은 가운데 심에서 잘라내지 않고 바로 입에 넣었다.

    “사과 달다. 먹어봐.”

    “음, 그러네. 맛있다.”

    “나도!”

    윤아가 손을 사과 쪽으로 가져가자 태운이 그녀의 손등을 치며 말했다.

    “밥 다 먹고 먹어.”

    “하여튼 잔소리는… 알겠어!”

    그러고는 다시 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에효… 저걸 누가 데려갈꼬….”

    뭔가 엄마와 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 서헤연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 * *

    서혜연과 서수연을 보낸 후 태운은 옷장 안에 고이 숨겨두었던 마정석을 꺼냈다.

    “총 102개….”

    태운은 어제 흡수하지 못했던 마정석들을 전부 하나씩 세어보았다.

    길에서 흡수한 것까지 감안하면 대충 120개 정도였을 것이다.

    그것을 전부 흡수하니 근력 1, 지력이 2만큼 올랐다.

    “하루에 스탯이 3개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악할 만한 속도다.

    하지만 오늘은 더욱 많은 마정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간은 9시 30분 지금 출발해서 마정석 창고에 도착한 후 작업을 시작하면 대충 10시 정도 될 것이다.

    그때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한다면?

    마정석을 적어도 500~600개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녀올게. 점심 먹고 저녁은 혼자 먹어야 할 것 같아.”

    “알았어~.”

    윤아는 한창 티브이를 보느라 태운을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서자 때마침 부른 콜택시가 오고 있었다.

    “마정석 창고로 가주세요.”

    * * *

    “8박스… 이거 어디 겁나서 흡수하겠나….”태운은 그 일이 있던 이후 일주일 동안 분류를 꾸준히 하면서 일에 속도가 붙었다.

    그동안 얻은 마정석을 흡수하면서 관찰력 스탯이 늘어난 덕도 있었다.

    예상보다 더욱 많은 마정석을 분류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최초로 하루에 8박스에 달하는 마정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80만 원, 하루 만에 80만 원을 번 것이다.

    태운의 분류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장의 표정도 환해졌다.

    이제는 납품 속도가 느리다고 까일 일도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루에 혼자 수만 개의 마정석을 분류하는 사람이 있으니 납품 걱정 없이 재고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납품의 수량은 한 달에 최하급 20,000박스, 하급 5,000 박스였다.

    대충 10명이 매일 같이 나와서 10,000개씩은 분류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마정석 창고에는 10명 이상이 나오는 경우는 적었고 하루에 10,000개나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었다.

    그 때문에 납품 기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몇 번이나 독촉을 받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에 대략 53,000개씩 분류하는 태운은 완전히 복덩이였다.

    그 증거로 소장은 하급 마정석을 몇 개 끼워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걸 어떻게….”

    하급 마정석이 가지고 있는 마나는 최하급의 5~10배 정도이다.

    그만큼 많은 스탯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또 얼마나 아프려나….”

    이제 슬슬 최하급 마정석을 흡수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그에게 새로운 과제라도 주어지듯이 하급 마정석이 나타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매도 먼저 맞으라고 했다.

    태운은 하급 마정석 5개를 손에 쥐었다.

    그러곤 마정석 흡수할 때의 필수품인 수건을 둘둘 말아 입에 끼워 넣었다.

    평소보다 더욱 비장하게, 더욱 강하게 이를 악물고 마정석 흡수를 외쳤다.

    “마정석 흡수…!”

    태운의 기억은 거기서 끊어져 버렸다.

    약 1시간 후에 깨어난 태운은 어디 다친 곳은 없나 몸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침대 위에서 기절해 다친 곳은 없었다.

    “휘유… 이러다가 진짜 죽는 거 아니냐….”이제 남은 건 최하급 마정석뿐이다.

    우선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스탯 ‘근력’이 ‘2’ 올랐습니다.]

    [스탯 ‘지력’이 ‘2’ 올랐습니다.]

    [스탯 ‘민첩’이 ’1’ 올랐습니다.]

    [스탯 ‘체력’이 ‘2’ 올랐습니다.]

    [스킬 ‘마정석 흡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마정석 저장’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마정석을 흡수하여 따로 힘을 모아둘 수 있습니다.]

    “히야… 확실히 최하급이랑은 다르네. 어디 보자… 근력에 지력에… 오, 마정석 흡수 레벨도 올랐네. 그리고… 음?”태운은 고작 5개에 오른 스탯을 보고 감탄하던 중 새로 생겨난 스킬을 보곤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저장이라고…?”

    자신의 10에 불과한 마나 총량을 보완해줄 수 있는 스킬이 아닐까.

    엄청난 기대를 하며 스킬 설명을 불러왔다.

    마정석 저장: 마정석을 흡수한 후 흡수한 마나를 따로 저장해둘 수 있다.

    저장 가능한 마나: 10,000

    저장 가능한 시간: 최대 20분

    “…….”

    예상이 맞았다.

    태운은 그것을 보자마자 뭔가에 이끌리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하급 마정석을 전부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

    그러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곳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10분이 넘게 돌아다닌 결과 그 장소를 찾았다.

    “여긴….”

    달동네의 옆에 있는 작은 산.

    으스스해서 인적이 드문 곳.

    어렸을 적 태운과 그의 친구인 창영우가 함께 만든 아지트가 있는 곳이었다.

    태운은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으며 산을 올랐다.

    “그동안 여기를 잊고 살았었네….”

    초등학생 때 어설프게 만들어놓은 천막은 이미 다 무너져 있었고 천막을 올려놓기 위해 땅에 박아놓은 각목 중 하나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남은 건 이것뿐인가….”

    유일하게 남아 땅에 박혀 있는 각목을 잡자,

    쿠구궁…!

    “어…?”

    태운이 밟고 있는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황급히 각목에서 손을 떼었다.

    그럼에도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황급히 딛고 있는 땅에서 멀어지려 해보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태운이 밟고 있던 땅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고 그는 그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떨어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폭-.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태운을 받아주는 것은 거대하고 엄청나게 폭신한 매트리스였다.

    “뭐, 뭐야?”

    태운이 떨어진 곳은 지하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 안이었다.

    “여긴 도대체….”

    땅이 꺼져 떨어진 곳에서 인공 건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10층 건물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곳이 있으면 금방 발견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떨어진 높이가 대충 40m에서 50m 정도 된다고 해도 천장의 높이를 보면 위에서 20m 정도만 파도 천장이 보일 것이다.

    도시의 땅 아래에 이런 거대한 구조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걸 보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내려오자 안에서 누군가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흐아압!”

    쿵!

    어디선가 날아온 샌드백이 태운의 바로 옆을 가르며 날아든다.

    순식간에 기절할 뻔했던 태운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또 부러졌… 어? 강태운?”

    “구찬영?”

    안에서 나온 사람은 땀범벅이 된 구찬영이었다.

    안쪽에 샌드백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걸 보면 부숴 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닌가 보다.

    “네가 여기 왜 있어?”

    태운도 그것을 묻고 싶었다.

    “나는 옛날 생각나서 친구랑 만들었던 아지트에 와봤는데 갑자기 여기로 떨어졌어.”찬영의 눈에 의아함이 서린다.

    “아지트? 설마 영우가 말했던 친구가 너였던 거야?”

    “영우를 알아?”

    “알고 말고, 6년 전에 걔 영국 갔잖아. 가기 전에 여기 알려주고 갔어. 정확히는 위에 있던 아지트, 나도 재작년에 아지트에 오랜만에 와서 여기 뚝 떨어졌거든. 영우가 아지트 같이 만든 친구 얘기 많이 했는데, 걔가 너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영우한테 소개해 달라고 하는 건데….”

    “영우가 여길 알아낸 건가?”

    찬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영우는 나한테 위에 있는 아지트만 소개해 줬거든. 그때는 위에 있는 각목을 만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찬영도 태운과 같은 방법으로 이곳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렇구나….”

    절그럭.

    찬영은 샌드백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헐, 그거 철 조각 들어 있는 거야?”

    “가벼운 샌드백은 치는 맛이 안 나더라.”

    “괴물이냐….”

    “그리고 여기 훈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 같아. 저기 창고 안에 훈련 용품들 엄청나게 많더라. 그리고 망가진 훈련 용품은 여기 안에 넣으면 마법으로 고쳐져서 창고 안에 다시 쌓이게 돼. 편리하지?”찬영은 샌드백을 구석에 있는 구멍에 집어넣었다.

    “어떤 원리로 되는 거지?”

    “나는 몰라. 마법 쪽은 영 젬병이라서 말이야. 하여튼 알아서 고쳐지니까, 2년 동안 훈련해도 훈련 용품이 부족할 일이 없더라고. 여기만큼 마음 놓고 훈련할 만한 곳이 없다니까. 너도 여기서 훈련해 볼래? 아.”‘태운은 마나 수용량이 적어서 훈련할 수 없다’라고 알려져 있다.

    찬영은 그의 상처를 건드린 줄 알았다.

    아차, 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찰나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적합한 장소를 찾고 있었거든. 여기면 괜찮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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