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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화 (프롤로그) (1/379)
  • 프롤로그

    헌터 아카데미의 보건실.

    하얀색 가운을 걸친 보건 선생과 보건 교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옆 침대에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자고 있는 한 사람.

    “선생님, 이 친구 자주 보이네요. 제가 온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10번은 본 거 같아요.”“이 친구? 강태운이라고 하는데 아주 유명해.”

    “뭐로 유명한데요?”

    “체육 시간에 매일 쓰러져서 보건실 오는 거로.”

    “체육 시간마다 쓰러져요?”

    “응. 치료할 때마다 돈을 받았으면 꽤 수입이 짭짤했을걸.”“체력이 그렇게 안 좋아요? 어디가 안 좋은 건 아니고요?”“몸에는 별문제 없어. 수용 가능 마나양이 적어서 그런 거지. 격한 운동을 하는 동안 공기 중 마나를 흡수해서 픽픽 쓰러지는 거거든.”

    “그렇게 마나양이 적어요?”

    “마나양이 10이야.”

    “10만이면 평균보단 낮긴 해도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닌데….”

    “아니, 10만이 아니라 10.”

    “10?”

    “응, 그냥 10.”

    보건 교생은 적잖이 놀랐는지 입을 벌린 채 침묵했다.

    10이면 마나가 아예 없는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치.

    오히려 마나에 감응이 없는 일반인보다 움직이는 데 더 제약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진짜로 10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못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거든. 툭하면 마력이랑 반응해서 버티질 못하고 기절해 버리니까, 아마 중급 이상의 마정석을 만지면 그냥 죽을지도 몰라.”

    “에이, 설마 그러겠어요.”

    “설마가 아닐걸? 한 달에 한 번씩 마나양 계측하잖아.”

    “…그렇죠.”

    “측정기에 아무리 마나 주입을 해도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친구가 얘를 도와줬어.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 사람 마나에 반응을 해서 그만 기절하고 말았지 뭐야. 그때 일 말고도 또 충격적인 건….”

    ‘못 들어주겠네. 정말.’

    침대에 누워 있던 강태운은 사실 자고 있던 게 아니었다.

    방금 두 여자가 하는 얘기를 전부 다 듣고 있었다.

    그때 마침.

    땡땡땡~.

    멜로디 종이 울렸다.

    “어머, 점심시간이네. 우리도 점심이나 먹으러 가.”

    “이 학생은요?”

    “깨어나면 가겠지.”

    곧이어 드르륵, 탁! 하고 문이 열리고 닫혔다.

    퍽!

    태운은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걷어찼다.

    “하아….”

    보건실에 홀로 남겨진 태운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헌터의 재능은 두 가지로 나뉜다.

    마나의 총량과 타고난 고유 스킬 혹은 특성.

    태운은 그 두 가지 중 단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

    이곳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올라와 실시하는 첫 번째 마나 측정 이후 태운의 인생은 끔찍하고 참담해졌다.

    동급생들의 괴롭힘은 당연.

    심지어 선생들의 경멸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괴로운 생활이 2년째.

    현재 태운은 아카데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1년만 정상적으로 다니면 승급되는 challenger(도전자)로 올라가지 못하고 2년째 Stagiaire(연습생)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은 3년째 시작.

    태운은 최고 등급인 Master(마스터) 등급은 아예 바라보지도 못했고, 졸업이 가능한 Expert(숙련자) 등급도 꿈에 가까웠다.

    하지만 태운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돌아가신 부모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휴….”

    정말로 힘들었다.

    태운은 부모님도 친척도 없다.

    남은 혈육이라고는 2살 차이 나는 여동생뿐.

    “하…. 이것도 깨졌잖아….”

    태운은 항상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주신 펜던트를 목에 걸고 있었다.

    태운이 쓰러지면서 바로 뒤에서 달리던 학생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밟은 것이다.

    “…포기할까.”

    짜악!

    태운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자신이 부모님과 닮은 것은 끈기 하나뿐이라고 생각해왔던 태운이다.

    태운이 포기하면 자신의 부모님들은 그냥 비겁자로 남을 뿐이다.

    “정신 차리자.”

    태운은 마음을 다잡고 펜던트를 들여다보았다.

    “음…? 이게 뭐지?”

    펜던트의 깨진 틈 사이로 아주 작은 보석 하나가 끼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10년이 넘도록 매일 걸고 있던 펜던트였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건이었다.

    “…….”

    태운은 그것을 본 순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이끌리듯이 그 보석을 펜던트 사이에서 꺼냈다.

    보라색과 적색을 섞은 것 같은 빛깔.

    하지만 뒤가 보일 만큼 투명한 보석.

    그 보석을 손에 쥐자 태운의 머릿속에서 뜬금없이 무언인가 떠올랐다.

    <마정석은 누군가의 생명력 혹은 영혼의 잔재… 사람이 많이 죽었던 곳에서 많은 양의 마정석이 나타난다….>

    학술지 같은 것에서 읽었던 기억 같다.

    물론 그 글을 쓴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면서 질타를 받았었다.

    ‘설마 이거 마정석인 건...?’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마정석이라고 충분히 의심해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 순도라면 상급 이상의 마정석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태운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순간,

    “끄… 끄아아아아아아!!!!!”

    태운의 심장이 엄청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심장이 쥐어짜이고.

    척추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

    태운은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 그것이 떠올랐다.

    [‘변이된 마정석’으로부터 특성 ‘변이된 마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스킬 ‘마정석 흡수’를 획득합니다.]

    [스탯 ‘관찰력’을 획득합니다.]

    [스탯 ‘변이된 마나’를 획득합니다.]

    1화

    “으아악!”

    태운은 기절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깨어났다.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난 후임에도 불구하고 고통만큼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허억… 허억… 죽을 뻔했네.”

    태운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엄청난 양의 마나를 빨아들였다는 것을.

    그래서 기절했다는 것을.

    “그럼… 마. 정. 석!”

    정말 엄청난 양의 마나였다.

    평소대로였다면 엄청난 마나양에 태운의 몸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몸이 폭발하듯 터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일이 있었다면 태운은 그대로 사망했을 터였다.

    “그런데….”

    그는 멀쩡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죽기는커녕 멀쩡하게 살아 있었고,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또 한 가지.

    기절하기 직전 눈앞에 떠오른 문자를 봤었다.

    “무슨 변이된 마력이니 뭐니 했던 거 같은데… 앗, 따가워!”문자를 떠올리려 집중하던 태운은 갑자기 오른 손등에 통증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무심코 오른 손등을 다른 손으로 문질렀다.

    “어, 이건 뭐야?”

    그의 오른 손등에는 기묘한 문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 뭔가가 눈앞에 떠올랐다.

    “이거, 상태창이잖아. 검사기 모니터로 보던 것하고 디자인이 똑같네.”태운은 상태창을 보고 놀라지는 않았다.

    상태창을 보여주는 소형 장비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었다.

    태운은 눈앞에 펼쳐진 자신의 능력치에 오히려 관심이 갔다.

    [강태운]

    LV:1

    마나 총량:10

    체력(3) 근력(3) 민첩(2) 유연성(2) 지력(10) 변이된 마나(1) 관찰력(10)

    특성

    변이된 마력(LV.M)

    스킬

    마정석 흡수(LV.1)[S]

    “하아… 역시나….”

    전체적으로 스타지에르(연습생)의 평균보다 절반 이상 떨어지는 능력치들.

    게다가 레벨은 하나도 오르지 않은 상태.

    그나마 지력 스탯만 평균을 조금 상회하고 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의 그는 스타지에르의 다른 학생들보다 2년은 더 수련한 셈인데 이 상태라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태운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근데 이건 뭐지?”

    태운이 원래 보유하고 있지 않던 스탯이 2개.

    그중에 하나는 짐작도 가지 않는 스탯도 끼어 있었다.

    아래로 시선을 내려 특성, 스킬란을 보니 비어 있던 그곳에도 무언가가 있었다.

    “관찰력은 대충 알겠는데… 변이된 마나는 뭐지?”그리고,

    “변이된 마력? 마정석 흡수?”

    도통 모를 내용이었다.

    태운은 별생각 없이 손가락을 ‘변이된 마나’라는 글자에 가져갔다.

    그러자 별개의 창이 또다시 떠올랐다.

    “뭐야? 이게 뭔 게임도 아니고….”

    별개로 떠오른 창에는 변이된 마나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그래 봤자 설명이 너무나 간략해서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변이된 마나: 특성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마나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치를 올릴 수 없다.

    태운은 관찰력의 정보도 확인했다.

    관찰력: 대상을 파악하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 (+대상을 관찰하겠다고 생각하며 상태창을 불러오면 대상의 상태창을 볼 수 있다.)

    “오호! 이건 나름 설명이 잘돼 있네.”

    태운은 연달아 나머지 특성과 스킬도 확인했다.

    변이된 마력: 일반 마나과 다른 마나인 변이된 마나를 받아들임으로써 일반 마나를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하지만 변이된 마나는 일반 마나와 격이 다른 활용도를 지니고 있다.

    마정석 흡수(Signature): 마정석을 흡수하여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을 가져올 수 있다.

    “흠… 설명이 좀 애매하네.”

    그럴 만도 한 게 일반 마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마나 물약을 마시거나 지원가들의 마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뭐… 그래도 활용도가 좋다니까.”

    그래도 마정석 흡수는 마정석에 담긴 힘을 가져올 수 있다니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시그니처 스킬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건가? 안 믿어도 뭐… 어쩔 수 없지만.”태운은 “상태창 해제!”라고 말로 지시했다.

    하지만 상태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 왜 안 사라지지? 설마….”

    이번에는 오른 손등을 쓰윽 다시 문질렀다.

    “어? 정말 되네.”

    예상했지만 상태창이 사라졌다.

    “음….”

    상태창을 닫으니 상황이 정리되어 평소처럼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있다 보니 태운의 심장 고동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시당했던 일들과 괴롭힘 받았던 것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한 일이 수십 번도 더 좌절되었을 때의 감정들.

    그것들이 엮어져 그의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꽈악!

    태운은 왼쪽 가슴을 옷 위로 부여잡았다.

    그러자 그의 심장 고동 소리가 점점 진정되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어.’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했고 동급생은 물론 선생들에게까지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이 학교에 남아 있는 게 쓸데없는 고집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전심전력으로 부정했었다.

    하지만 그게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태운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자신의 손등에 있는 문신을 감싸며 말했다.

    “이제는 다를 거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 * *

    “강태운이다.”

    “저거 언제 자퇴할까? 정말 지긋지긋하지 않냐?”“올해 안에 자퇴한다에 5,000원 건다. 내기 하실?”“음… 올해는 버틸 거 같은데… 내년 자퇴에 5,000원 건다.”태운이 교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휴… 뭘 수군거리나 했더니 이런 거였구만? 관찰력 스탯이 생겨서 그런가 들리는 것도 잘 들리네.’태운은 그들의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저것들도 불쌍한 녀석들이니까….’

    여기는 브론즈 C반이다.

    태운이 다니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교육 시설이라기보단 양성시설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본 목표도 교육 수준의 향상보단 헌터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었고, 학년 대신 등급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 위계질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력에 따라 스타지에르(연습생), 챌린저(도전자), 익스퍼트(숙련자), 마스터로 학년이자 등급이 나누어진다.

    그 안에서도 골드, 실버, 브론즈로 반이 나뉘는데, 지금 태운이 소속되어 있는 반은 브론즈에서도 가장 낮은 C반이다.

    브론즈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재능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조용히 해라. 이 열등생들아.”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 담임 교사인 이현이 교실로 들어왔다.

    C반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경멸 이외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4교시까지 자습, 그 이후는 밥 먹고 체육 2시간 그리고… 그냥 집 가라. 이상”그는 조금의 의욕도 없어서 수업도 대충이었다.

    아예 수업을 빼먹는 경우도 있었다.

    봉급이나 타 먹는 월급 루팡에 불과한 선생인 것이다.

    어차피 C반은 학교 자체에서도 쓰레기라고 인정한 학생들을 모아둔 곳이라 교육 감사원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 시스템이 이러니 C반 학생이 성장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이게 태운이 C반 학생들을 동정하는 이유였다.

    이현은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야, 랜덤 게임 고?”

    “콜!”

    “동훈이가~ 좋아하는~.”

    “…….”

    조금은 동정심이 사라질 뻔한 태운이었다.

    태운은 시끄러운 와중에 책을 펼쳐 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현재 펼쳐놓은 책은 ‘심화 마법’과 ‘중급 검술’.

    유급된 2년 동안 그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마스터 등급의 마법 능력자들이나 배우는 ‘상급 마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심화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심화 마법은 교수들이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A급 마법 능력자들의 영역.

    “흐음….”

    아니나 다를까 심화 과정으로 넘어오면서 진도가 1,000배는 느려진 것 같았다.

    수준이 다른 난이도였다.

    그때,

    “야, 강태운 같이 안 노냐?”

    심화 마법의 난이도 때문에 기분이 가뜩이나 안 좋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그를 건드렸다.

    ‘신태연….’

    평소에 태운을 엄청나게 괴롭히고 그것을 주도하는 학생이 신태연이었다.

    마법 능력은 별로 좋지는 않지만, 근력 스탯이 상당해서 다음 승급시험에서 브론즈 A반으로 올라갈 예정인 학생 중 하나였다.

    그러니 브론즈 C반에서는 상대할 사람이 없을 수밖에.

    “미안,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상대하는 게 귀찮아진 태운은 그에게 짧게 말하고는 다시 책에 시선을 가져갔다.

    ‘하… 집중 다 흐트러졌잖아.’

    한탄하는 태운, 그는 갑자기 위화감을 느꼈다.

    쿠당탕!

    태운은 한순간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바로 옆으로 넘어지듯이 무언가를 피했다.

    쿵!

    역시 그의 예상이 맞았다.

    신태연이 마나로 근력을 강화하고 태운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주먹과 책상이 부딪치면서 상당히 큰 소리가 났다.

    “얼씨구? 피해?”

    평소에는 피하지 못해 그대로 맞고 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생성된 관찰력 스탯 덕분인지 피할 수 있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세게 때리… 우앗!”쿵!

    이번에는 신태연이 발로 태운을 밟으려고 했다.

    다행히 빠르게 옆으로 구른 까닭에 이번에도 맞지 않았다.

    “이게….”

    하지만 그것이 신태연을 자극한 꼴이 되었다.

    이번에 제대로 덮치려고 준비 중인 신태연을 보고 태운은 일어서서 도망쳤다.

    “야! 일로 안 와?”

    하지만 도망이라 해봤자 교실 안이었기 때문에 오래 도망칠 수는 없다.

    금방 잡혀 버린 태운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감히 도망을 쳐?”

    신태연은 태운을 힘으로 제압해 마운트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태운의 얼굴을 주먹으로 난타하려는 순간,

    “너희! 뭐 하는 거야!”

    이현이 교실에 들어와 신태연을 말렸다.

    “교무실에 있는데 쿵쿵거려서 와봤더니… 신태연, 또 너냐? 너는 교무실로 따라와!”아무리 학생에게 관심이 없고 의욕이 없는 이현이라지만 교실 내에서, 그것도 원래 이현이 수업하는 시간에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곤란해지는 건 그였다.

    그 때문에 이현은 이런 상황을 두고 보지 않았다.

    굳이 꼽으라면 그의 선생으로서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였다.

    “휴우….”

    태운은 신태연이 끌려나가자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공부에 집중했다.

    방금까지 얻어맞다가 바로 아무렇지 않게 자리로 돌아가 공부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해 보일지 모르나 이건 태운의 일상 중 하나였다.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평소와는 느껴지는 게 달랐다.

    평소에는 오로지 무력감만 느껴졌는데 오늘은 확실히 뭔가가 달랐다.

    태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단을 내렸다.

    빨리 강해지기 위한 결단이었다.

    ‘돈이 좀 필요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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