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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인사이드 아웃-171화 (171/211)
  • 딥 인사이드 아웃 (178)

    “상황 보고.”

    “전 부대원 완전군장을 끝마쳤으며 최종적인 개인 정비 후 이동 수단으로 픽업만 하면 곧장 출정 가능합니다.”

    내 옆에 따라붙은 알파 대원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온 부대 최신 정보를 읊어 주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막강한 군용 엑소스켈레톤으로 무장한 알파 대원들과 중장갑보병대다. 이미 인천을 점거한 사이비 놈들이 얼마나 인간을 벗어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정면으로 놈들과 대적할 수 있는 이들은 당연히 한정적이었다.

    “알파와 중장갑보병대를 1티어 작전 인원으로 분류하고, 기갑차량과 중화기를 운용하는 기갑, 기계화 부대를 2티어 작전 인원으로 분류한다. 밀수 조직과 생존자 집단에서 징집한 예비군, 경찰은 2.5티어 작전 인원으로 분류하고 정규군을 지원하는 형태로 작전을 전개한다.”

    “최진석 병장님께서 대략적인 틀을 만들어 두셨습니다. 작전 인원 분류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좋아, 보급 현황과 작전 지역 정찰 상황은?”

    “보급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입니다. 지저 도시에서 올라온 식량과 군수물자, 장구류를 모든 작전 인원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보급관의 계산이 나왔습니다. 작전 지역에 정찰을 나간 정예 정찰조는 5분 단위로 보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최신 보고 내용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자료 보내 줘.”

    블루투스로 데이터를 받아 온 나는 정찰조가 꽤나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인간의 평범한 신체 능력을 초월한 놈들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야 하는지라, 거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정찰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알파 소속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때가 되면 정찰조의 임무를 위력 정찰로 전환하고, 본대와 합류하라고 해.”

    극도로 존재를 숨겨야 하는 잠입 정찰과 달리 위력 정찰은 정찰 과정에서 일부 무력 사용을 허가한다는 의미다. 즉 본대보다 앞서 나가며 적들의 움직임을 상시 파악하되, 필요하다면 교전 행위를 해도 무방하다.

    다만 위력 정찰로 임무를 전환하게 될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전장에서 금세 적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적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본대의 공세 방향과 규모를 그때그때 결정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수색대의 일원이었던 나이기에 잠입 정찰과 위력 정찰의 난이도가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다.

    위력 정찰은 설령 본인의 정체가 발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어떻게든 정보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사상 비율도 높아진다.

    나중에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필요한 일이었다고 구차한 변명이라도 해야 하나? 인간쓰레기가 따로 없다.

    “……화력 체계는?”

    “우선 기본적으로 엑소스켈레톤을 착용한 모든 인원은 중화기와 강화 스턴건을 탑재할 예정입니다. 테이저건 같은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감전사 당하는 맛을 느끼게 해 줄 스턴건이라더군요. 전고체 배터리팩을 추가하면 몇 발이고 사용해도 문제없다고 하니, 근접전에서도 적들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거나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또한 모든 정규군에게는 세라믹 방탄판을 끼워 넣은 방탄복과 각장 보호 장구를 완전 지급했으며, 1개 분대당 최소 1개 이상의 유탄발사기와 경기관총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모든 인원에게 넉넉한 탄약과 수류탄이 배급될 것이고, 현재까지 지급된 총기 대부분은 K-2로 규격을 통일했습니다.”

    “야간투시경 및 신호탄과 개인 조명 지급 상황은?”

    “안타깝게도 야간투시경은 수가 충분치 않아 모든 전투 인원에게 지급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조명을 최대 3개로 늘리고, 재고가 남아도는 신호탄, 조명탄을 대량 지급했습니다. 또한 탄약도 예광탄 비율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야간 교전이 아주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팀에서 판단을 내렸습니다.”

    야간투시경은 꽤 고급 장비다. 순수하게 물량만 갖춰져 있다면 웃돈을 얹어 주고서라도 모든 전투 인원에게 지급하려고 노력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야간투시경 물량이 너무 적었다.

    산악전과 시가전을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국가가 왜 군용 야간투시경 재고가 부족하냐고 따져 본들,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군축 따윈 엿이나 먹으라며 매년 국방비를 올려 댄 것과는 대조적으로, 군 내부 비리는 가히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아먹은 국방 사업이 몇 개인지, 병영과 군인의 처우 개선은 들인 돈에 비해 얼마나 잘됐는지 밤새도록 떠들어도 깔 거리가 넘칠 지경이다.

    그래서 야간투시경은 현재 우리 군 완전 지급은커녕 10분의 1 지급도 솔직히 기대 안 했다. 100분의 1 지급이라도 성공했으면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박수쳐 줄 생각이었거든.

    “대략적인 작전 개요에 대해서 최진석 병장님이 전언을 부탁하신 게 있습니다. 우선 핵심 작전 인원들이 김포 공항을 선제 타격하고, 뒤이어 기갑차량을 필두로 한 지역 점령군이 서울 서부권 일부를 탈환할 겁니다. 나머지는 대규모 예비군이 적들의 주요 침입로를 점거, 폐쇄하면서 조금씩 인천으로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는 형태라고 합니다.”

    “나쁘지 않네. 다만 고려하지 않은 루트가 하나 있잖아.”

    나는 스마트 글라스 지도를 펼쳐서 서울과 인천을 이어 주는 한강을 콕 집었다.

    “놈들에겐 대한민국 기동함대와 대형 쇄빙선 그리고 악착같이 긁어모은 대형 선단이 있어. 놈들이 서울 서부권을 탈환하면서 이미 한강 일부로 침투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육로를 점거해도 놈들에게 수로가 뚫리면 죄다 물거품이야.”

    “하지만 놈들이 가진 군함의 화력이 워낙 막강한 데다, 무엇보다 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한강을 얼리고 있던 빙판 두께도 얇아지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난 한 달간 서울에 집중적으로 검은 비가 계속 내린 결과, 하늘을 검게 물들이고 있던 암흑 물질 비율이 조금 더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햇빛 투과율이 높아지면서 평균 기온이 더 올라가고, 밤눈이 조금 더 밝아졌다.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야간투시경을 전원 지급하지 않고도 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밝아졌기 때문에.

    “쇄빙선이 만들 수 있는 길은 한정적이고, 그 길로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군함의 규모도 제한적이야. 이미 남해에서 출발한 신 기동함대가 서해에 도달했다고 하니, 우리가 놈들을 최대한 한강과 서해 사이에 묶어 둬야 해.”

    “그래야 서해와 한강 경계에서 오도 가도 못 하게 된 적 기동함대를 손쉽게 소탕할 수 있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놈들이 도망갈 기회를 주면 안 돼. 막말로 배만 있으면 저 넓은 중국 대륙으로 도망쳐 버릴 수도 있잖아. 놈들이 가진 배는 모조리 수장시켜 버리고, 강제로 배수진을 치게 하는 거지. 그래야 한 놈도 남김없이 잡아 죽일 수 있으니까.”

    “역시 브라보 원이십니다.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이만한 스케일의 작전을 구상하신 건지…….”

    “일부러 추켜세워 줄 필요 없어. 어차피 결과가 안 좋으면 대역죄인이 되는 것도, 모가지가 썰리는 것도 내가 될 테니까.”

    “…….”

    알파 대원의 안내를 받아 작전지휘부에 들어서자 최진석을 비롯한 경찰, 정규군, 예비군 그리고 밀수 조직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내게 시선을 모았다.

    작전 개시까지 몇 시간을 채 남겨 두지 않은 상황이라 다들 바짝 긴장한 티가 났다.

    가장 상석으로 가서 앉은 나는 바로 옆의 최진석에게 세부 사항을 전달받았다.

    얼마나 많은 군부대가 준비되어 있으며, 그 군부대를 또 얼마나 잘게 쪼개서 각 지역에 투입할지, 적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등.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사람처럼 조금 조급해 보였다.

    나는 손을 들어 최진석을 진정시킨 뒤, 서울 서부권부터 인천까지 크게 확대된 지도에 말들을 하나씩 배치시켰다.

    “정찰조를 통해 놈들의 주요 침입로가 부천이라는 건 이미 확인했다. 강서구에 위치한 김포공항에 전초기지를 이미 확보했고, 구로구로 기어 들어온 놈들이 금천과 관악구를 통해서 이쪽을 염탐하고 있는 실정이지. 소수의 염탐꾼들을 제거할 별도의 추적조는 이미 편성해 뒀으니 그쪽에게 맡기고, 본대는 영등포구로 진입해서 강을 넘는다. 아마 이 강을 넘기 전에 양천구에 매복한 놈들과 충돌하게 될 텐데, 이때 1티어 작전 인원들은 예정대로 올림픽대로를 따라 강서구로 우회 진입한다.”

    “놈들이 양천구와 영등포구 사이에 낀 강을 건너오려는 우리 본대를 가장 크게 경계할 때, 1티어 작전 인원이 김포 공항을 제압, 점거한다는 건가?”

    “꼭 제압과 점거일 필요는 없어. 여차하면 파괴만으로도 충분해. 강서구는 한강과 바짝 붙어 있기 때문에 놈들이 보유한 군함의 포격 범위 내에 들어와. 저쪽도 가능하면 손실 없이 김포공항을 지키려 하겠지만, 여차하면 다 박살 낼 기세로 무작위 포격을 감행하겠지. 빠르게 치고 들어가서 적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면 돼.”

    적들의 기동함대가 안 그래도 얇아진 한강 빙판을 깨부수며 김포시를 지나쳤다고 하니, 강서구 인근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터. 그전에 먼저 공항을 제압하거나 파괴한 다음 부천으로 밀고 내려가야 한다.

    “놈들의 무작위 포격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빠르게 작전 목표를 달성하고 부천으로 치고 내려가서 양천구에 남아 있을 적들의 뒤를 친다. 만약 본대가 우리보다 먼저 양천구의 적들을 쓸어버린다면 본대가 부천으로 우선 진입하고 우리와 합류한다.”

    이 사이비 놈들은 인천을 완전히 장악했으니 막말로 인천 어디에서 튀어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뚝심 있게 부천으로 밀고 들어간 다음 부평과 남동구를 밀어 버리고 인천항으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나가면 된다.

    놈들이 굳이 부천이라는 편한 루트를 두고 계양구에 병력을 집중시켜 뒀을 것 같지는 않으니, 계양구는 최소한의 측면 경계 병력으로 대응한다.

    “잠깐, 이건 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작전 내용에서 김포공항은 최중요 제거 목표인데 인천공항은 아예 언급도 안 되는 거지?”

    “인천공항은 바다 한복판에 둥둥 떠 있는 섬이니까. 그것도 완전히 노출된.”

    “그게 무슨 상관…… 아.”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야 사태 초기에 서울 내부는 그나마 군대와 경찰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가 되었기 때문에 김포공항도 처음에는 군의 통제로 여객기의 이착륙이 제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선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수도권으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군의 온전한 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하늘이 캄캄하고 자시고 일단 비행기부터 띄웠을 것이다.

    그 비행기들이 GPS의 도움 없이 제대로 된 목적지에 도착했을지, 아니면 어디 바다나 지상에 꼬라박혔을지는 나도 모른다. 흑야 사태가 막 발발했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패닉에 빠져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던 파일럿들조차 비행기를 띄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기보다, 일단 띄워서 어디 안전한 곳으로 가자는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아니면 성난 군중들에게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띄웠다든가.

    결과적으로 인천공항은 텅텅 비었을 것이고, 설령 비행기가 남아 있다고 해도 반년 가깝게 거친 해풍과 눈보라, 추위에 노출되어 완전히 깡통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기껏 인천을 점거한 사이비 놈들도 차마 인천공항에 남아 있는 금속 관짝을 타고 날아다닐 생각은 못 했겠지.

    그에 비해 김포 공항은 사태 초기에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졌으니 일부 비행기들이 격납고에 들어갔을 것이고, 서울이든 인천이든 잘 찾아보면 고급 인력인 엔지니어쯤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되었듯이, 놈들 역시 오랜 기간 공들여서 준비했을 것이다.

    “놈들의 카미카제용 비행기가 뜨기 전에 막는다. 설령 비행기가 떠도 완전히 고고도로 상승하기 전에 잡는다. 그게 이번 작전에서 사이비 말살 만큼이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해.”

    “이해했어. 네 명령대로 이미 서울 남부 곳곳에 방공 포대를 설치해 뒀고, 혹시 모를 지상 타격에 대비해서 민간인들을 지하철역으로 대피시켰어. 설령 놈들이 비행기 테러에 성공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희망은 남길 수 있게끔.”

    “그거면 충분해. 어차피 우리가 100% 이기고 들어가는 싸움이 아니야. 처음부터 말했잖아 50 대 50이라고.”

    전쟁에서 ‘일방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강대하다는 미국조차 전쟁을 벌였다 하면 심심찮게 사상자가 나오고 전비를 왕창 까먹는다. 결과가 압도적일 수는 있을지언정, 과정은 모두가 고통스러운 것이 바로 전쟁이다.

    “그래도 나쁜 소식이 있는 것만은 아니야. 서해에 진입한 신 기동함대가 경상도에서 긁어모은 기갑부대와 보병을 강습함으로 개조시킨 대형 화물선과 크루즈선으로 인천에 상륙시킬 예정이니까. 놈들에게 배수진을 강요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배수진조차 할 수 없을 거야. 앞에는 지상으로 밀고 들어오는 우리가, 뒤에선 바다에서 기습 상륙한 대규모 군대가 들이닥칠 테니까. 바꿔 말하자면 우리가 그 타이밍을 잘 잡아야 놈들을 확실히 말살할 수 있어.”

    역대급 규모인 제2의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되기 전에 우리도 부천으로 밀고 들어가서 놈들을 앞뒤로 포위해야 한다.

    서로 타이밍이 어긋나면 제대로 된 포위망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놈들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게 된다.

    “다들 전쟁 경험이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지상에서 질리도록 괴물 놈들과 싸워 왔잖아. 그냥 평소처럼 괴물을 상대한다고 생각해. 그냥 좀 더 똑똑하고, 좀 더 강하고, 좀 더 숫자가 많은 괴물일 뿐이야. 같은 인간을 상대한다는 생각은 버려.”

    “그게 말처럼 쉬우면 좋겠지만, 이미 불씨가 당겨졌으니 어쩔 수 없지.”

    최진석은 오랜만에 착용한 자신의 군용 엑소스켈레톤으로 몸을 풀면서 말했다.

    나는 주요 부대마다 임무형 지휘 체계를 허가한다고 미리 공지해 두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현장에서 누구든지 지휘관이 될 수 있고, 자신만의 노하우로 괴물들을 상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최대한 현장에서 대응하기 쉽도록 판을 짜 놨다고 해도 사상자 비율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분명 많은 피가 흐르겠지.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만 해.’

    인류가 다 같이 사이좋게 종말의 카운트다운을 외치든가, 아니면 아주 작은 가능성을 위해 목숨 바쳐서 새로운 시대를 열든가.

    그래, 결국에는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

    오래전에 바닥난 국민연금을 아득바득 채워 넣는 것이 20~30대의 의무이듯, 이번에는 지상의 해충을 박멸하는 의무가 우리 세대에게 주어졌을 뿐이다.

    나는 마지막 몇 시간에 걸쳐 각 부대의 대표자들과 작전의 세부 내용을 논한 뒤, 출정 준비에 나섰다.

    마지막까지 불안에 떨며 개인 점검을 하고 있는 군인들을 지나쳐, 각자가 믿는 종교의 신에게 무사 복귀를 기원하는 사람들을 지나쳐, 굳은 표정으로 수송 차량에 탑승한 1티어 작전 인원들과 합류했다.

    “난 너희에게 어려운 걸 바라지도 않고,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보이는 족족 찢고 죽여라(Rip and Tear).”

    모든 수송 차량의 시동이 걸리고 전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서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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