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 인사이드 아웃-148화 (148/211)

딥 인사이드 아웃 (155)

“그게 무슨 개소리야, 씨발 놈아!”

쾅!

홧김에 내던진 크리스털 재떨이가 아슬아슬하게 한 군 장교의 머리를 빗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산산이 부서진 유리 조각이 비산할 때에도 재떨이를 내던진 남자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씩씩거렸다.

“……대구에 심어 둔 저희 측 끄나풀들을 통해 들어온 소식이니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사료됩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KTX, 최소 2개 소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장갑보병 그리고 대구 내부의 극적인 상황 변화. 너무 급작스럽지만 상황 증거만 놓고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50보병 사단장 그 새끼 잘하고 있었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쪽에 물건 납품하겠다고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모가지가 따이냐고!”

“서울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온 수방사 예하 중장갑보병들의 기습 작전이 치명적이었다고 봅니다.”

“그 새끼들이 수방사 예하 중장갑보병이라는 근거는? 애초에 윗대가리들이 가장 먼저 서울을 포기하고 중장갑보병 대부분을 지저 도시로 끌고 들어갔는데, 고작 2개월 만에 서울을 수복하고 선발대를 파견시킬 정도라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씨발!”

직책이 훈련소장이자 계급도 소장에 해당하는 최민환은 그게 얼마나 참신한 개소리인지 안다.

일반 보병을 훈련시키고 충분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상당한 기간과 돈,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장갑보병은 특전병을 제외하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군인이다.

이미 사회의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지저 도시로 도망쳐 들어간 족속들이 감히 지상 수복을 꿈꿨을 리는 없고, 하물며 귀중한 자산인 중장갑보병을 밖으로 내보냈을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그 새끼들 수방사 예하 중장갑보병은 아닐 거다. 아마 흑야 사태 당일에 제때 수방사에 합류하지 못한 최전방 부대의 중장갑보병들이겠지.”

“외람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구호물자를 KTX에 싣고 대구까지 내려왔다는 건, 그걸 가능하게 해 줄 기반 시설과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철과 선로를 복구하고, 대량의 구호물자와 중장갑보병을 준비하는 것은…… 최전방의 그 어떤 부대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게 가능한 부대가 딱 하나 있긴 해. 아니, 둘인가?”

최민환 소장도 워낙 높은 계급을 가지고 있다 보니 동기나 선후배 장성들로부터 반쯤 믿기지 않는 헛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장성들끼리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받아 봐야 앞으로 정부가 행할 국방 관련 사업이나 정책, 혹은 진급 및 인사이동에 관한 정보가 주를 이룬다. 그래도 개중에 분명 꺼림칙한 정보들이 섞여 있긴 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군을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거나, 한국과 북한과의 기류가 안 좋은 쪽으로 위험해지고 있다거나, 특수부대 측에서 최근 기동경찰과 함께 국내의 ‘땅굴’을 수색하고 있다거나.

마치 미국의 51구역에 외계인과 UFO가 있다는 것처럼 늙은 양반들의 시시콜콜한 헛소문이었겠지만, 그런 쪽과 관련된 장성들이 미묘하게 확답을 피하기도 했으니 아주 뜬소문은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민감한 정보들이 오가는 만큼 유독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국방부나 육본에서도 쉽게 관여할 수 없는 비밀 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상용화 및 보급화를 끝마친 군용 엑소스켈레톤을 이용해 소수의 대상만을 은밀하게 모집해 어느 부대로 전입시킨다.

그 부대 소속이 된 군인들은 국정원처럼 대통령을 직속 상관으로 모시고 다른 군 지휘관들로부터 일체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나 어쨌다나.

‘분명 대북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최전방 비밀 부대라고 했었지.’

그들과 가끔씩 교류하는 몇몇 특수부대 때문에 알게 된 몇 가지 사실.

북파 간첩보다 최소 몇 단계는 수위가 높은 대북 군사 작전을 행하는 2개의 부대가 최전방 어느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든가, 매년 군에서 원인불명의 실종자나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건 그쪽 부대의 몫이 크다 등등.

“놈들이 중장갑보병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냐?”

“확인해 본바 틀림없다고 합니다. 또한 모든 부대원이 최신예 장비로 무장하고 고도의 훈련을 받은 최정예 집단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마치 1인 군단처럼?”

“예, 그렇습니다.”

“돌겠군. 일단 전 부대에 비상 경계 태세를 발령해. 그리고 포항의 이민세 소장에게도 연락을 넣어. 현재 대구가 외세에 의해 침략당했고 우리의 주수입원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추가로 전달하실 사항이 있으십니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울산과 포항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월성 원전의 안전이겠지. 그쪽에 우리 병력을 얼마나 배치해 두었지?”

“2개 중대입니다. 포항의 31보병사단 측에서도 똑같은 규모의 부대를 배치하여 해당 원전은 공동 경비 구역화 되었습니다.”

“2개 중대로는 부족해. 시급히 부대 재편해서 경비 병력을 1개 대대 규모로 확충한다.”

고작 원전 하나 지키는 데 1개 대대 병력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그건 평시의 이야기다.

지금은 세상이 망해 버린 탓에 사실상 24시간, 365일 전시체제나 다름없는 상황. 원전의 소유권을 잃는 순간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전력과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없다. 월성 원전 바로 근처에 바닷물을 담수화시켜 주거지역에 공급하는 정수 처리 시설이 있으니까.

“우리 측에서 말도 없이 경비 병력을 확충하면 자칫 31보병사단의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그 부분은 확실하게 해. 그리고 병력을 충원하는 김에 31보병사단에게도 대구가 함락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대구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자고 제안해. 전력 공급이 끊기면 그놈들도 별수 없겠지.”

“예. 뒤탈 없도록 빈틈없이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나가 봐.”

보고를 끝마친 장교가 잔뜩 굳은 얼굴로 집무실을 나가자 최민환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육군 훈련소장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높은 직책이 아니다. 당장 그와 같은 계급의 소장들은 ‘사령관’이라는 보직을 수두룩하게 꿰고 있으며, 육군 훈련소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미는 부대 천지였다.

훈련소장은 그저 육군의 ‘훈련병’이라는 짬을 책임지는 짬통 여포일 뿐, 굉장히 미묘하면서 은근히 끗발이 달리는 보직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같군.’

재떨이를 찾던 그는 뒤늦게 자신이 재떨이를 던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당히 창틀에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처음 흑야 사태가 발발했을 때만 해도 논산에 있던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가, 정부가 국민들을 통수치고 튀었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논산에서 챙길 것을 챙겨 울산까지 내려왔다.

운 좋게도 최후방의 군부대 중 일부가 정체불명의 괴물들에게 습격당한 탓에 자신이 소장 계급을 들이밀며 손쉽게 그들의 새로운 상급자가 될 수 있었던 것까지는 좋았다.

전라도에서 넘어온 31보병사단장과 짝짜꿍해서 월성 원전을 공동으로 관리하며 사실상 포항-울산 동맹을 맺은 것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고.

나름대로 수완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지만, 이런 상황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히 권력층에게 반기를 드는 군인들이 나올 거라고, 심지어 그 군인들이 대구와 50보병사단을 통째로 잡아먹고 몸집을 키울 것이라고 어떻게 예측한단 말인가.

‘당하기 전에 먼저 칠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훈련소장인 그는 사실상 진급 길이 막혀 있던 마지막 짬처리 담당이었다.

육본이나 특전사령부의 엘리트에 비하면 군사적인 방면에서 지휘관으로서의 재능은 ‘그럭저럭’이었다. 그냥 진급할 때마다 적당히 사건·사고 안 일으키고 윗분들에게 펌핑 오지게 넣은 인맥충이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명색이 육군의 병사 기초군사훈련을 담당하는 책임자라고는 하나, 자신이 대뜸 군신에 빙의하여 대규모 병력을 총지휘해서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펼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충남에서 내려오는 길에 교육 중이었던 부사관들을 최대한 규합해서 내려오긴 했지만 그마저도 미숙한 자들이고, 무엇보다 장교 인원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애초에 어찌어찌 군사 작전을 펼친다고 해도 리스크가 너무 컸다.

울산 아래에는 지금도 세력 확장을 꿈꾸는 김해-부산의 지배자인 참모차장이 조금씩 야욕을 드러내고 있으며, 수틀리면 포항의 31보병사단장도 자신과 손절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자신의 생명줄만 철저하게 지키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비록 최종 보직이 훈련소장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최민환이라고 해도 그 정도는 가능했다.

‘최전방에서 저들끼리 의기투합해서 내려온 일반적인 중장갑보병들이라면 승산이 있다. 여차하면 31보병사단과 연계해서 물량과 화력으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31보병사단과 대구를 분할통치하는 것으로 참모차장의 상승세를 억누를 수도 있을 터.’

버티고 버텨서 승리하면 무조건 이득인데 굳이 박차고 나가서 손해만 잔뜩 떠안을 필요가 있을까? 그럴 리가!

젊은 사람들의 말로 소위 ‘존버’만 하면 필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무조건 존버할 것이다.

두 번째 담배를 꺼내 피려던 최민환은 갑자기 울려 퍼지는 주둔지 내 사이렌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담배를 떨어뜨렸다.

“이건 또 무슨……!”

“소장님! 비상사태입니다!”

조금 전에 나갔던 장교가 다시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외쳤다. 어찌나 사색이 되었던지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이 크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일다 진정하고 상황 보고부터……!”

“월성 원전에 주둔 중이던 저희 부대가 31보병사단 소속 부대로부터 기습을 당해 전멸되었습니다!”

최민환은 그가 진짜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구를 집어삼킨 반동분자들이 아니라 31보병사단이 왜 자신들을?

“31보병사단 측에선 저희가 선제공격을 했다며 선전포고를 한 상황입니다!”

최민환은 목이 터지도록 외치고 싶었다. 진짜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    *    *

“그르르륵…….”

한 군인의 목에 박힌 대검을 살짝 비틀어서 빠르게 절명시키고, 시신이 쉽게 발견되도록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었다.

대구를 장악한 내가 가장 먼저 노린 것은 포항을 장악한 31보병사단 소속 부대였다. 대구를 장악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건지 의문을 품을 텐데, 답은 간단하다.

나 혼자 단독 작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역에서 한바탕 쇼를 벌인 뒤, 나는 중장갑보병 2개 소대를 이용해 대구의 내부 문제부터 처리하게 했다.

가장 먼저 우리에게 합류하기로 한 군인들과 연계해서 불법 조직 및 범죄자 소탕, 민간인들의 생활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구호물자 배급 및 거주지 제공 등등.

내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파 놈들이라면 능히 할 수 있는 잡무를 한가득 떠맡겨 놓고서 나 혼자 전술 지휘 차량을 타고 경산을 넘어 경주까지 건너왔다.

대구는 오랫동안 곪아 쌓인 고름이 터졌을 뿐이지, 막상 그 고름을 제거해 주니 원상복구 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때문에 나 같은 유능한 인재는 그런 잡무에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놀랍게도 박한성을 잡무에 낭비하는 것은 박한성 1인분의 전력 손실을 의미한다고!

‘포항은 제철소와 각종 공장을 돌리기 위해 대구에서 노예를 제법 사들였다지.’

장거리 연락망을 확보하지 않은 대구와 포항은 놀랍게도 꽤나 원시적인 방법으로 소통했는데, 대구에서 포항으로 노예를 공급할 때 연락책을 끼워 넣고, 포항이 대구에서 노예를 공급받으러 갈 때 연락책을 끼워 넣는 형태였다.

전서구를 날리는 것보다 못한 원시적인 연락망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그건 통신 시설과 GPS 시스템이 먹통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서울은 라디오타워를 확보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장거리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살자는 게으른 놈들이라 개선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군대답다.

덕분에 나는 허술한 감시망을 뚫고 여유롭게 경주까지 침투할 수 있었는데, 예상대로 포항과 울산에 자리 잡은 두 명의 소장은 월성 원전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나는 경주국립공원을 통해 은밀하게 침투해서 경주시에 파견 나온 양측의 군부대를 정찰했다. 경주를 일종의 DMZ, 혹은 공동 경비 구역처럼 설정한 듯 서로를 소, 닭 보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31보병사단은 제대로 체계가 잡힌 군부대인 반면, 최민환이 이끄는 짬통 부대는 어리바리한 훈련병과 부사관을 대거 끌어모은 형국이라 궁합이 좋지 않았다.

수는 최민환 측이 많아도 군 체계나 화력적인 면에선 31보병사단이 우월한 상황. 당연히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런 법이니까.

‘나는 그곳에 스며든 독 한 방울이다.’

경주는 굉장히 발전한 울산과 포항이라는 두 지역에 짓눌린 형태의 어중간한 지방 도시인데, 하필 경주국립공원이 주요 거주 지역을 감싸는 형태로 존재해서 관리도 힘든 곳이다.

막말로 경주국립공원에 대규모 군대를 풀어놓으면 경주시 중심부에 모여 있는 군부대는 눈뜨고 코 베이는 형태로 포위당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쓸려 나간다.

대규모 군부대를 동원해도 그런 결과가 나올진대, 내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은밀하게 침투하면 어떻게 될까?

내게 소리 소문 없이 암살당한 31보병사단 소속 군인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이 기만전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민환 측 군인처럼 보이게끔 위장까지 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아군이 줄어든 것을 눈치챈 31보병사단 소속 군인들이 움직이면, 그들을 대놓고 공격했다.

트타타타타타!

K2 소총이 불을 뿜자 긴급하게 인원을 편성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던 군인 몇 명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너무 대놓고 총을 쏜 탓에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내게 집중되자 금세 정체가 탄로 났다. 욕설과 함께 총탄이 날아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타탕! 타타타!

“저 새끼 뭐야, 씨발!”

‘저 새끼 저거 짬찌 부대 소속 아냐?! 군용 아군 인식 씰 달고 있잖아!”

“야! 거기 너! 지금 당장 본대에 무전 넣어! 저 짬찌 부대 새끼들이 우리 배신 때렸다고! 그 새끼들이 월성 원전 처먹고 포항 공장 올스톱시킬 작정이야!”

“즈,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홀로 망상에 젖어 있는 쏘가리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나는 빠르게 국립공원과 시가지를 오가며 몇 번 더 31보병사단 소속 군인들을 상대로 분탕질을 쳤다. 내가 혼자인 것처럼 보이지 않게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계속 기습을 가하니, 마침내 저쪽에서 대대적으로 장갑차와 전차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적들이 제대로 빡친 것을 확인한 나는 미련 없이 경주에서 몸을 뺐다.

이 이상 나대면 내가 전혀 다른 부대 소속 군인이라는 의심의 여지를 줄 수도 있거니와, 이미 빡칠 대로 빡친 31보병사단 측은 내가 더 자극하지 않아도 알아서 최민환의 짬찌 부대를 쓸어버릴 게 뻔했다.

기만전술이 잘 먹힌 것 같으니 이제 후방교란을 할 차례다.

31보병사단 병력이 월성 원전을 차지하기 위해 남하하는 틈을 타, 나는 다시 전술 지휘 차량을 타고서 크게 우회해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에 존재하는 제철소와 각종 장비 및 설비 공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에는 노예로 잡혀 들어온 수많은 국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터.

나는 그들을 폭정과 억압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기꺼이 낫과 망치가 되어 줄 것이다.

‘21세기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보여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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