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인사이드 아웃 (152)
“너희가 구제 불능 쓰레기인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 주겠다, 이 구더기 새끼들아.”
나는 ‘청소’가 끝난 홀 중앙에 한데 긁어모은 군 장교들을 무릎 꿇려 놓고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조폭들은 이미 진즉에 비명횡사한 지 오래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장교들을 보호하거나 옹호해 줄 이는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증거로 뒷처리를 맡긴 타격대원 몇 명이 잔당의 목을 직접 따 온 참이다.
데굴데굴 굴러 들어온 조폭 두목 아무개 씨와 그 부하들의 머리가 아무렇게나 바닥을 뒹굴었다.
“히, 히이이익!”
“크흐으으……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구더기가 왜 말을 하지?”
빠악!
시원하게 후려갈긴 사커킥 한 방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대령이 옆으로 날아갔다. 돼지 새끼라 그런지 타격감 하나는 기가 막혔는데, 나도 집에 저런 샌드백이 있으면 UFC 챔피언 벨트는 가볍게 땄을 것 같다.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래. 너희가 왜 구더기 새끼들인지 친히 설명해 주려고 했지.”
텅 빈 술병을 가볍게 내던지고, 흠씬 두들겨 맞아서 전신에 시퍼런 멍이 든 놈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세월의 풍파를 곧이곧대로 맞아 자글자글한 주름과 햇빛을 많이 쬔 탓에 시커멓게 탄 피부, 그런 와중에도 올챙이처럼 툭 튀어나온 아저씨 특유의 술배는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모두 국가와 국민들의 고혈을 거머리처럼 빨아 댄 결과가 아닌가? 한때 군인이었던 우리들 입장에선 코가 비틀어지는 것 같은 악취가 느껴졌다.
“너희 군 장교라는 새끼들은 하나같이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지킬 줄 몰라. 배운 거라곤 징병제로 ✕같은 군대에 끌려와서 개고생하고, 심지어 불행한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군인들을 상대로 갑질하는 것밖에 없지. 그런 새끼들이 툭하면 군 내부 부조리를 눈감아 주거나, 사건·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기 바쁘지. 아, 병사와 장교는 하는 일이 아예 다르니까 대우도 다른 게 당연하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책상 앞에서 지도 봐 가며 작전 짜는 놈이랑 현장에서 그 작전대로 움직이는 놈이 어떻게 같겠어?”
당연히 다르지.
“책상머리 앞에서 작전이나 짜는 새끼들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더 미안함을 가져야지. 안 그래?”
최저임금이라도 챙겨 주면 몰라, 쥐꼬리만 한 월급 주면서 후진국 군대보다 못한 개밥이나 주고 부려 먹는 건 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난 너희 중에 진심으로 병사를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놈들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한다. 내 목숨도 걸 수 있어.”
덜덜 떠는 한 소령 앞에 다가가 자세를 낮추고 말을 이어 나갔다.
“왜 너희 염병할 장교 새끼들은 실질적으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아랫것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거냐? 너희 같은 새끼들이 진급이 안 되는 건 너희가 무능하고, 정치질로 계급장 딱지치기나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내 말이 틀려?”
소대장은 어리바리하기나 하고, 중대장이란 새끼는 허구한 날 실망하기 바쁘고, 대대장이란 새끼는 진급에 눈이 멀어서 마치 북한처럼 군인들을 쥐어짜 내고 있다.
그보다 더 높은 윗대가리들은 자신들만의 소중한 계급장을 다른 놈이 가지지 못하도록 정치질과 중상모략으로 사다리 걷어차느라 바쁘고, 우직하게 참군인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다못해 유능하기라도 하면 말을 안 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새끼들이 꼴에 군사 전문 용어니 전술·전략이니 같은 것 좀 배웠답시고, 그 같잖은 장교 계급장 달고 꺼드럭대는 거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빡친다니까?”
나는 제대로 단련하지 않아 툭 튀어나온 한 장교의 뱃살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자기들은 행군은커녕 구보도 제대로 못 할 만큼 담배와 술에 절어 있는 몸뚱이를 자랑하면서, 병사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특급 전사가 되길 강요하지. 듣자 하니 어떤 사단장은 특급 전사 못 따는 병사들 휴가까지 싹 다 잘랐다지? 그 새낀 내 손에 걸렸으면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어 줬을 텐데.”
그놈의 특급 전사는 염병할 특급 전사!
당장 중장갑수색대 출신인 내 앞에 갖다 놓으면 체력부터 격투술, 은·엄폐술, 잠입술, 사격술, 심지어 실전 경험까지 탈탈 털릴 ‘물단장’ 새끼가 깝죽대는 꼬라지가 참 가관이다.
“밥은 맛대가리도 없는 거 주면서 뭐라고 하더라? 국민들의 혈세니까 쌀 한 톨도 남기지 말라고 했나? 근데 국민의 혈세를 중간에서 몰래 빼먹는 새끼들이 있네. 누굴까?”
누구긴 누구야, 너희 장교지.
“병사들 먹여야 하는 부식 빼돌리는 건 다반사고, 병사 생일 축하용 케이크 구입비까지 빼돌리는 게 너희 같은 새끼들이잖아. 그런 주제에 초과근무는 또 칼같이 찍어요. 그것도 늦게까지 근무하는 병사 시켜서!”
빠악!
움찔거리고 있던 소령의 얼굴에 다이렉트로 주먹을 박아 넣자 놈의 강냉이가 후두둑 떨어져 나갔다. 꺽꺽대며 피와 울음을 토하고 있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린 다음 통통한 배에 연신 니킥을 갈겼다.
퍽! 퍽! 퍽!
차지게 감겨 들어가는 무릎이 놈의 쥐똥만 한 복근과 내장을 차례대로 파열시키자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나는 그렇게 쓰러진 놈의 목을 단번에 짓밟아 경추를 산산조각 내 버렸다. 바로 옆에 있던 동료가 순식간에 절명하자 놈들은 한층 더 격하게 몸을 떨어 댔다.
“왜, 억울해? 난 병사들한테 잘해 준 것 같은데, 난 그래도 비리는 안 저질렀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새끼 있으면 지금 나와 봐. 그런 장교는 대한민국에 없어, 병신 새끼들아.”
전쟁 터지면 병사들이 가장 먼저 윗대가리부터 쏴 죽이고 시작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렸나 본데, 최소한 반 이상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진지하게 2개월 전에 터진 사건이 흑야 현상이 아니라 북한과의 전면전이었다면 머리통에 바람구멍 뚫린 장교들로 산을 쌓았을 테니까.
“면제를 시켜 줘도 모자랄 환자들을 억지로 군에 끌고 와서 부조리로 실컷 괴롭히다가 툭하면 죽게 만들고, 아니면 후유증 진하게 남는 장애인으로 만들어서 멀쩡한 사람 인생을 조지질 않나, 데려갈 때는 국가의 자식이라더니 내보낼 때는 남의 자식 취급하면서 국가 차원 지원도 거부하던 게 바로 너희 같은 종자들이잖아.”
“그, 그건 법적으로 명시된 것들이라…….”
“그래서 너희가 군의 인식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명시된 법이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 벗고 움직인 적이 있냐? 불쌍한 징병제 군인들을 위해 진심으로 뭐 하나 해 준 거 있어? 하다못해 자비 털어서 사고당한 환자의 치료비를 대 준 적은?”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로 누군가가 되지도 않는 변명을 했지만 즉시 팩트로 진압했다.
“너흰 사실 구더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새끼들이야. 아랫것들에게 희생과 고통, 무한한 인내만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편하게 꿀만 빨려는 버스충들이지. 이보세요, 장교님들, 우리 병사들은요! 너희가 따뜻한 곳에서 자고 맛있는 밥 처먹고 어디 모여서 회식으로 술이나 빨고 있을 때, 한겨울 산에서 ✕같은 텐트 치고 짜요짜요밥이나 처먹으면서 잠을 잤어요! 식사 추진도 제대로 안 해 주는 이 호로 새끼들아!”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도 밥은 먹여 가면서 키우는 법인데, 이 새끼들은 군인들에게 정말 최소한의 칼로리만 보급해 주면 된다는 부모 출타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선진병영, 선진병영, 말로만 떠들어 대지 말고, 중간에서 생계형 비리로 예산 떼먹지도 말고, 그냥 좀 고생하는 병사들 위해서 순수하게 지원해 주면 안 되는 거였냐? 병사들을 지원해 주면 온몸에서 막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심장마비로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 아니잖아. 근데 왜 그렇게 안 하냐고!”
탕!
내가 쏜 권총탄이 바지를 축축하게 적셔서 냄새를 풍기는 또 다른 장교의 머리를 꿰뚫었다. 놈이 흩뿌린 뇌수와 핏물 속에는 지금껏 군 장병들에게서 빨아들인 고혈이 진하게 섞여 있겠지.
“그 염병할 6.25 전쟁 에디션 수통! 방수 안 되는 판초 우의! 종잇장처럼 다 뚫리는 방탄복! 내가 발로 만들어도 더 잘 만들 것 같은 식사! 너희가 중간에 떼먹지 않고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지금쯤 대한민국 군대는 선진펑크 2077 찍고도 남았어!”
어떻게 군 장교라는 족속들은 파도 파도 미담이 아니라 괴담만 이렇게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사실 SSS급 괴담 제조기가 아닐까? 괴담 동아리에 제보를 보내야 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같은 건…… 너희 ✕대로 병사 휴가, 외출·외박 그리고 PX 금지를 때리는 거야. 이미 한계까지 자유를 억압한 병사들의 기강 좀 잡아 보겠답시고 온갖 되지도 않는 트집을 잡아 가며 알량한 징계 권한을 남발하는 너흰……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생물들이라고.”
영관급이든 위관급이든. 혹은 그들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장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너흰 씨발, 우리 병사들한테 존나 고마워 해야 돼. 왜인 줄 알아? 우리가 진짜 너무 착해 빠져서 임오군란 시즌2를 안 일으켰거든!”
바닥을 굴러다니는 깨진 술병을 집어 들어 어느 중령의 가슴과 배를 인정사정없이 난도질했다.
푹푹푹, 하고 유리 조각이 살점에 박힐 때마다 놈이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질렀지만 조금도 불쌍하지 않았다. 차라리 10년 넘게 기부 방송에 똑같은 얼굴로 나오는 아프리카 영양 결핍 어린이가 더 불쌍할 것이다.
“너희 군 장교 새끼들만큼은 쓰레기라고 싸잡아 비난해도, 그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지적을 안 받을 자신이 있어. 내기해도 좋아.”
0.999999999가 1이듯, 이 새끼들도 그냥 쓰레기인 거다. 극소수의 병사를 생각해 주고 선진 병영 문화에 힘쓰는 참군인은 이미 이 세계 트럭에 치였거나, 정치질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 새끼들의 패악질 때문에 군을 떠난 지 오래다.
“내가 래퍼처럼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도 너희들의 추악한 면모와 죄악을 낱낱이 밝히기가 너무 힘드네. 진짜 병사들 괴롭히고 얼마 안 되는 푼돈까지 뜯어 가면서 양심 안 찔렸냐? 나였으면 평생 죄책감 때문에 정신병원 다녔을 것 같은데.”
하긴, 그런 일로 양심이 찔리고 죄책감을 느낄 놈이었다면 애초에 이 상황에, 이 장소에서 우리와 맞닥뜨리지도 않았겠지.
힘없는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제대로 된 군인, 최선을 다해 미래를 대비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그런 참군인을…… 나는 딱 한 명만 알고 있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여단장님.’
자신의 잘못을 총알 한 발로 명예롭게 갚으셨던 분. 이곳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딸뻘인 여자들의 허벅지나 주무르던 놈들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그런 분이셨다.
언젠가 대한민국이 정상화되는 그 날, 내 친히 그분을 위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위령비를 세우리라.
우선은 이 새끼들부터 족치고.
“슬슬 화풀이 타임은 이쯤 하면 된 것 같고, 이제 스무고개 레크리에이션 타임이야. 중요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빨리 말하는 놈은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 딱 한 놈만.”
내가 한 발 물러서자 이번에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장갑보병들이 목 근육을 뚜두둑 꺾으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은 마치 고대의 어느 옛 부족 전사들이 죄인을 고문하듯 팔다리를 하나씩 붙잡았다.
먼저 죽은 놈들은 차라리 양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놈들이 뒤늦게 자기들이 알고 있던 정보들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걸러내야 할 정보와 귀중한 정보의 차이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기에, 의미 없는 헛소리만 지껄인 놈을 붙잡고 있는 타격대원들에게 턱짓을 했다.
뿌드드드득!
“으아아아아아아!”
엑소스켈레톤의 구동부가 살짝 움직인 것만으로도 인간의 사지가 꽈배기처럼 뒤틀렸다.
그 광경을 본 장교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구에 주둔 중인 50보병사단에 대한 정보 그리고 타 군벌 및 지역 상황에 대한 정보를 털어놓았다.
금세 소재가 고갈 나는 놈들도 미련 없이 컷.
나름대로 아는 게 많은 놈일수록 지그시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수첩에 기록했다. 그러다 정보 제공의 흐름이 끊어지면 그놈도 깔끔하게 컷 해 버렸다.
최후에 남은 것은 예상대로 가장 알고 있는 게 많으면서 가장 계급이 높고, 또한 가장 비굴한 대령이었다.
“류, 류혜성 소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물자 은닉처와 각종 비상 탈출 루트 그리고 패닉룸의 위치까지 전부 제공하겠습니다! 또한 군수물자를 적재해 둔 위치와 군 내부 통신 암호,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여러분들을 부대 주둔지까지 들여보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놈은 다른 장교들처럼 ‘사지꽈배기형’을 피하기 위해 정말 많은 정보들을 불었다. 그래도 대령이랍시고 아는 게 많기는 했는데, 놈의 신분이 류혜성 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이라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놈들이 삼삼오오 시끄럽게 떠들 때는 적당히 수첩으로 필기하다가, 정말 중요한 정보는 녹음기를 켜서 기록을 따로 보관해 두었다. 지상의 중요한 정보 하나가 또 다른 거래 상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아, 이제 그 새끼 놔줘.”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사지를 꽉 쥐고 있던 타격대원들이 의외로 시원스레 놔주었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저기 창가에 가서 서 있어. 우리가 호텔을 나가기 전까지 너희가 망친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매 순간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대령이라는 계급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넓은 창가에 바짝 붙어 서서 자신들이 망친 도시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호텔 입구 쪽에서 희미한 레이저 불빛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퍽!
아래에서 날아든 대구경 저격탄에 그의 머리통이 유리창과 함께 산산이 조각났다.
천천히 무너져 내린 대령의 시신이 휑한 바람이 불어닥치는 호텔 아래로 떨어지자 나는 따봉을 날려 주었다.
이쪽은 손가락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약속은 지켰다.
“자, 이제 병사들의 영원한 적으로부터 대구를 탈환할 시간이다.”
중장갑보병들이 어둠을 헤치고 빛과 따스함으로 가득한 50보병사단 주둔지를 습격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