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 인사이드 아웃-144화 (144/211)

딥 인사이드 아웃 (151)

채영준 소령은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 류혜성 소장의 허가하에 이루어진 장교 회식을 대구 내에서도 알아주는 유흥 호텔에서 하게 된 점, 아무리 잘 쳐줘도 자신의 딸 정도 되는 젊고 예쁜 여성이 술 시중을 들어 주는 점, 앞으로도 쭉 이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 모든 것이 플러스 요소였다.

“자자, 다들 한 잔씩 더 하자고! 찐하게, 짠!”

이번 회식을 주최한 전성후 대령이 양주병을 치켜들며 외치자 동기와 후배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술병이나 잔을 들어 올렸다.

여자들의 부드러운 살결과 간드러지는 웃음소리, 숨이 막힐 듯한 향수와 담배 냄새 속에서도 40~50대 사내들은 때늦은 청춘을 만끽했다. 마치 파릇파릇한 대학생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래, 이거지. 자신은 딱딱하고 답답한 군 생활이나 하려고 죽어라 남들의 비위를 맞춰 주면서 장기 복무를 했던 게 아니다. 자신도 고생한 만큼 즐길 권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채영준은 입을 쩍 벌렸고, 자신의 옆에 있던 여성이 새콤달콤한 복숭아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주었다.

씁쓸한 술과 달콤한 과일, 온갖 일에 치여 살면서 죽어 버린 듯한 남자로서의 열망이 다시금 깨어나는 듯했다.

“어떻게, 오늘 회식은 마음에 드십니까?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코스는 아직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어휴! 김실장! 우리도 이제 나이가 나이라 이런 융숭한 대접을 못 버텨! 아주 그냥 좋아 죽겠어―!”

한 중령이 외치자 김실장이라 불린 얍삽한 인상의 사내가 싱긋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에는 저희가 변변찮은 대접을 해 드린 것 같아 형님들께 크나큰 실례를 범한 것이 아닌지 자꾸만 신경 쓰이지 뭡니까. 그래서 오늘은 확실하게 형님들을 모시고자 제가 직접 준비했습니다.”

“흐흐, 조카뻘에게 형님 소리 듣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은 정성이지, 정성! 이런 정성이 없으면 어떻게 진심을 느낄 수 있겠어? 그런 점에서 김실장은 최고야!”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슬슬 다음 코스인 ‘단두대매치’를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어라? 오늘이 단두대매치 하는 날이었나?”

“본래는 한 달에 딱 한 번씩 열립니다만, 오늘은 특별히 제 권한으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크! 서비스 확실하구만!”

노년층에 진입하기 직전, 자글자글한 주름과 시커멓게 탄 피부, 늘어진 뱃살을 자랑하는 그들이 어린아이처럼 환호성을 내질렀다.

김실장은 더 들어 볼 것도 없겠다는 양 손뼉을 쳤다. 그러자 2층 VIP홀의 불투명한 유리 바닥이 특별한 전기 신호를 받아 투명하게 바뀌었다. 아래에는 거대한 정사각형 철창과 함께 핏자국이 말라붙은 바닥이 펼쳐져 있었다.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보는 쇼를 사람들은 ‘단두대매치’라고 불렀다. 문자 그대로 싸움에 특화된 강자 노예들을 맞붙이거나, 반대로 강자와 약자의 철저한 상하관계 쇼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무대였다.

승자는 손님들이 던져 주는 각종 포상(술, 식량)을 받게 되고, 패자는 가축처럼 단두대에 의해 목이 썰려 나가는 심플하면서도 잔혹한 경기.

당연히 룰 따윈 없기에 그만큼 수위가 높았고, 이곳을 방문하는 정부 관료나 군 장교, 기업인 같은 VIP 고객들은 좋아라 했다.

이 농밀한 죽음의 냄새가 감도는 지상 최대의 오락거리는 오직 자신들만 맛볼 수 있었기에, 오죽하면 타 군벌에 소속된 자들도 외교(?) 목적으로 방문할 때 한 번씩은 꼭 들르곤 했다.

“김실장! 오늘은 어떤 놈들이 맞붙는 거야?!”

“12번과 40번입니다.”

“노병과 루키인가! 자, 다들 걸어, 걸어!”

회식을 주최한 대령이 테이블 위에 ‘배급권’ 10장을 탁 올려놓았다. 그러자 다른 장교들도 웃으며 같은 종이쪼가리를 몇 장씩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저 배급권은 한 장당 1kg에 해당하는 물자를 교환할 수 있는 대구의 대체 화폐였다. 일반적인 민간인들이 저 배급권을 손에 넣기란 상당히 힘들었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조폭이나 용역업체들이 싹쓸이하고 있었다.

민간인에게 1차적으로 배급권이 풀리면, 이전에 민간인들을 상대로 물자를 대출해 주었던 조직들이 배급권을 죄다 뜯어 가고, 그것을 다시 물자로 바꿔 먹으며 성장하는 구조였다.

힘없는 민간인들은 그 사이에 껴서 결국 빚을 갚지 못해 조폭들의 노예로 전락하거나, 군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팔려 나가곤 했다. 인신매매는 이미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 시작되는군.”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각 철창의 문이 열리고, 12번과 40번이라는 끔찍한 화상 자국이 등에 새겨진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

적은 숫자일수록 노예 경력이 오래되었다는 뜻이고, 높은 숫자일수록 최근에 노예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60대 전직 격투기 관장을 ‘노병’이라 부르고, 최근에 연전연승을 이어 나가고 있던 젊은 실력가 40번을 ‘루키’라고 불렀다.

사실 한 달에 한 번만 단두대매치가 열린다는 건 김실장의 적당한 거짓말이었다. 실은 1~2주에 한 번 꼴로 단두대매치가 열리고 있었다. 매번 방문하는 손님에 따라 노예들의 스케줄을 적당히 조정했을 뿐.

“난 너한테 걸었다, 노병! 건방진 애새끼를 아주 박살 내 버리라고!”

“어이, 애송이! 죽기 싫으면 이 악물고 버텨! 나 때는 말이야, 근성 하나로 사회생활 버티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너흰 양주가 쓰냐? 나는 하도 고생을 해서 그런지 달달하기만 하다!”

곧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둘의 단두대매치가 시작되었다.

룰이 없어서 그런지 주변에 대충 널브러진 돌이나 막대기를 써도 상관없고, 상대를 깨물거나 급소를 가격하고, 심지어 눈까지 찌르는 비매너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곳에선 승리가 전부이고 패배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또한 노예들이 서로 죽을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싸우지 않을 것을 우려해 미리 흥분제와 적당히 섞은 마약을 소량 투여해 두었다.

반쯤 이성을 잃은 노예들은 짐승처럼 서로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리고 발을 휘둘렀다. 선혈이 낭자하고 부러진 이빨 조각이 바닥을 나뒹굴어도 멈추지 않는다.

관객들은 광소하고, 박수를 치면서 그들 근처에 술병이나 안줏거리를 집어던져 댄다. 노예에게 직접 무언가를 맞추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주변을 적당히 어지럽히는 것 정도는 용납되었다.

왜냐하면 그 또한 이 쇼의 묘미 중 하나였으니까.

쨍그랑!

힘에서 밀린 노병이 바닥에 넘어지자마자 때마침 옆을 구르고 있던 술병을 집어 들어 루키의 머리를 가격했다. 술병이 와장창 박살 나면서 루키는 머리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섰다.

노병이 휘두른 술병이 소주병처럼 너무 단단하지 않은 탓에 머리통을 깨부수지는 못했으나, 이미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킨 노병에겐 더없이 충분한 틈이었다.

“크아아아아악!”

노병이 휘두른 주먹이 정확히 루키의 목젖과 명치를 차례대로 두들기고, 고통에 울부짖으며 털썩 주저앉은 루키의 관자놀이를 향해 돌려차기를 먹였다.

회전력이 실린 발뒤꿈치가 루키의 관자놀이를 함몰시킨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뇌출혈에 의해 루키가 울컥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루키가 물고기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며 KO당하는 것으로 본 게임이 끝났다.

하지만 이 쇼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승자가 영광스러운 포상을 받으면서 패자의 목이 썰려 나가는 짜릿한 마무리였다.

곧 철창문을 열고 들어온 조직원들이 직접 만든 단두대에 루키의 목을 올려 두었다. 노병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관객들이 던져 주는 포상을 허겁지겁 주워 모으고 있었다.

저 포상들은 온전히 노예의 것이다. 노예가 다음 경기 전까지 버티게 해 줄 수 있는 삶의 목적, 희망의 끈, 혹은 저주의 족쇄.

손님들이 가끔씩 걸어 대는 배급권은 모두 조직이 가져가지만, 내기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그만큼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뭣하면 예약을 걸어 두는 것도 가능했기에 모두가 윈윈하는 관계였다.

“아이고, 저 병신!”

“역시 젊은 놈들은 근성이 없어, 근성이. 우리 때 저랬으면 다리 몽둥이를 사정없이 분질렀는데…… 쯧쯧.”

“젊은 놈들이 다 그렇지, 뭐. 어쨌든 오늘도 노병이 이겼구만. 허허허!”

연전연승 중인 루키라면 노병을 꺾을 수 있을까 싶었던 이들은 혀를 차면서 연신 술을 들이켰다. 사실 내기에서 지든 이기든 그들은 별 상관 없었다.

류혜성 소장이 이끄는 50보병사단이 지배하는 대구라면 그의 직속 부하인 자신들의 영향력도 작지 않으니까.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딸뻘인 여자들을 끼고 놀 수 있었다.

어차피 망한 세상, 늙어 죽을 때까지 주지육림을 즐기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탕! ……타타타! ……탕!

“음?”

채영준 소령은 술을 마시다 말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소음에 인상을 찡그렸다.

홀 내부가 워낙 시끄러운 데다 다들 취기가 거나하게 오른 터라 듣지 못한 것 같았지만, 채영준 소령은 선배들의 눈치를 봐 가며 적당히 마셨기 때문에 그 소음을 놓치지 않았다.

‘이거 총성…….’

콰앙!

1층 홀의 문짝이 통째로 날아가면서 만신창이가 된 조직원 한 명이 바닥에 처박혔다.

“꺄아아아아악!”

“뭐, 뭐야, 씨발!”

“야, 저거 너희 막내 아니냐? 저 새끼가 왜 저렇게……?”

여기저기서 비명과 당혹감이 서린 욕설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몇몇 군 장교들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지금이 대낮인지 한밤중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어떤 미친놈들이 겁 없이 이 호텔을 습격했냐는 것이었다.

무려 50보병사단의 비호를 받고 있으며, 대구의 꼴통 조폭 양아치들을 싹 긁어모아서 만든 희대의 유흥 호텔인 이곳을 대체 누가?

“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나다, 이 씹새끼들아.”

채영준의 중얼거림에 답하듯 날아든 젊은 목소리가 홀 내부를 단번에 휩쓸었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철컹!

뒤이어 호텔 내부에선 절대로 들릴 리가 없는 금속 덩어리들의 묵직한 기동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의 강철 군단이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는 것 같은 행군 소리였다.

“아, 아아아아아아……!”

자욱한 흙먼지가 자연스럽게 잦아들자, 곧 뻥 뚫린 홀 입구에 선 존재들을 누군가가 알아보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웃기는 비명 소리가 새어 나올 리가 없을 테니.

“주, 중장갑보병?! 서울과 최전방에만 있는 중장갑보병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저, 저거 수방사 소속 중장갑보병들이 아닙니다! 수방사 소속 중장갑보병들은 시가전 군용 엑소스켈레톤인데 저건 다목적 군용 엑소스켈레톤입니다!”

몇몇 장교들이 채영준의 설명에 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채영준은 순간적으로 답답함을 느꼈지만 차마 선배들을 구박할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수방사 소속 중장갑보병들은 철저하게 수도 방위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시가전에 특화된 날렵하고 슬림한 장갑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저 다목적 군용 엑소스켈레톤은 어떤 전장에서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끔 설계된 거라…….”

“수방사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지. 그리고 그런 엑소스켈레톤을 사용하는 부대는 대한민국에서 딱 둘 뿐이고.”

채영준의 설명을 대신 끝마친 한 청년이 중장갑보병들 사이에서 술병 하나를 찰랑찰랑 흔들고 있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채영준이 권총을 들어 쏘지는 못할망정,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주저앉아 버렸다.

“알파, 브라보……!”

“뭔데, 채영준 이 새끼야!”

“너만 알고 있지 말고 설명을 해, 씨발!”

“정말 모르십니까, 선배님들……?”

“당연히 모르니까 그러지!”

“알파와 브라보는 중장갑타격대와 중장갑수색대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비공식 북한 침투 및 파괴 작전을 십수 번도 넘게 한 미친놈들 말입니다.”

북한에 침투하고 파괴 공작을 가하되, 절대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이들로 유명하다. 때문에 북한 괴뢰정부가 한국 정부를 연신 비난해도 실질적 증거가 없어 끝내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오죽하면 사실 한국이 아니라 미국 특수부대의 소행이 아니냐는 소문이 북한 공산당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을 정도라는 보고가 흘러 들어왔다.

본래 육본에 근무하고 있었으나, 흑야 사태 때문에 경상도로 흘러 들어오면서 대구에 자리 잡은 채영준은 옛 기억이 떠올랐다.

참모총장이 기를 쓰고 알파와 브라보에 대해 캐내려 하던 것을 아랫것들도 모르고 있진 않았다. 때문에 정보 수집 과정에서 영관급 정도의 장교씩이나 되면 좋든 싫든 알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밑이었던 채영준은 ‘뜬소문’ 정도로만 알파와 브라보를 접했으나, 그 위용을 두 눈으로 확인한 지금은 뜬소문조차 축소된 진실이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누가 감히 저들을 세금 도둑에 실체 없는 유령 부대라고 얕잡아 볼 수 있을까?

“악취 때문에 코가 비틀어질 것 같군. 내가 사람 타는 냄새, 시체 썩는 냄새까지 맡아 봤다지만 그것들은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네.”

척 봐도 중장갑보병들의 리더로 추정되는 청년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다 죽여.”

그가 던진 짤막한 명령에 1개 소대에 달하는 중장갑보병들이 홀 내부로 진입한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치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트럭처럼 조직원을 덮친 중장갑보병은 문자 그대로 사람을 수박처럼 터뜨려 버렸다.

수백 kg에 달하는 금속 덩어리의 순수한 질량 어택에 어버버 하고 있던 조직원들은 전신의 뼈와 살이 뭉개지며 포탄처럼 날아갔다.

다시금 손님과 접대부, 조직원들의 비명과 욕설이 뒤섞이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주, 죽어!”

한 용감한 조직원이 소방 도끼를 들고 맞섰지만 중장갑보병은 비웃으며 팔뚝으로 도끼를 쳐 냈다. 그리고 조직원의 머리통을 한 손에 움켜쥐고 과일즙을 짜내듯 으스러뜨렸다.

탕! 탕! 타앙!

뒤늦게 회식 자리에 있던 군 장교들이 권총을 뽑아 응전했지만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시가전용도 아닌 다목적용 엑소스켈레톤의 두터운 장갑은 대물 저격총으로도 뚫기 힘들다.

콰직!

누군가가 가볍게 집어던진 테이블이 채영준의 바로 옆에 있던 중령의 상반신을 날려 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채영준은 자신의 얼굴에 뜨끈한 피가 흩뿌려진 것도 몰랐다.

“분리수거는 제대로 해라.”

이 난장판 속에서도 청년은 태연하게 술을 마시며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었다.

그 말에 중장갑보병들은 접대부나 노예들은 못 본 척 살려 주고, 조직원들이나 군인들만 집요하게 노렸다. 머지않아 채영준의 차례도 올 것 같았다.

‘이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했건만, 설마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할 줄이야.’

채영준은 김 실장을 붙들고 어떻게 좀 해 보라며 우는 소리를 하고 있는 대령을 한심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중장갑보병들이 그들 앞에 당도했을 때, 그들은 남들과 달리 훨씬 더 고통스럽고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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