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인사이드 아웃 (149)
생계형 프래깅
나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도 내던질 줄 아는 극한의 ‘효율충’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정확히는 조직의 이익이 내게 이어진다는 전제하에 그렇게 한다. 내가 일한 만큼 보답받는다는 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군대는 나와 완전히 극상인 조직이었다. 노력해도 그만큼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며, 최소한의 대우나 체면치레를 기대할 수 없으며, 심하면 모든 잘못을 본인이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조리가 외부에 알려지는 건 극히 일부분. 대부분은 병사들의 바로 윗대가리인 위관급 장교 선에서 묻히고, 조금 큼지막한 사건도 영관급이 헌병과 짝짜쿵해서 묻어 버린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9할 정도는 민간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알려질 일은 없다. 나같이 유능한 청년이 그런 고독(蠱毒) 항아리 속에서 청춘을 보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부족한 경험과 힘을 쌓자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끝없이 부조리와 싸워 나갔다. 그 끝에는 듬성듬성 구멍 난 기억과 오갈 곳 없이 흩어져 버린 감정만 남았지만.
그래서 나는 군대라는 조직, 특히 그 조직을 제 좋을 대로 휘두르는 윗대가리들을 굉장히 싫어하고 깔봤다. 내가 발로 지휘하고 군 시스템을 개편해도 그것보단 잘하겠다 싶을 만큼.
“민간인들의 삶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 역시 똥별 아니랄까 봐 작정하고 등쳐 먹은 모양이지. 이것도 생계형 비리로 봐줘야 하나?”
그리고 지금, 나는 첫 번째 똥별이자 대구 일대를 장악한 50보병사단의 류혜성 소장을 처리하기 위해 1개 소대를 이끌고 대구 시가지에 침입했다.
중장갑보병은 엑소스켈레톤 때문에 고작 1개 소대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은·엄폐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그 부분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군대의 장악이 끝난 시가지는 중장갑보병이 오와 열을 맞추고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기겁하며 알아서 몸을 사렸다.
애초에 그들 대다수가 풍족한 물자와 안전 거점이 넘쳐 나는 대구 중심부로부터 밀려난 부랑자나 현대판 노예들이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걸어가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부류.
그런 사람들이 군대에 보고하기 위한 군용 무전기를 가지고 있을 리도 없거니와, 애초에 대구를 장악한 군대에 중장갑보병을 대뜸 신고한다는 발상이 가능할 리가 없다.
실제로 내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민간인들은 우리를 봐선 안 될 무언가라고 여기며 물러났다. 그만큼 이곳을 장악한 군대의 폭정이 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말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도 별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군요. 신기합니다.”
“군대와 붙어먹는 놈들일수록 안전한 곳에 처박혀 있을 텐데, 당연히 외곽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배척당한 것도 모자라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겠지. 자의든 타의든 우릴 신고할 수가 없어.”
부가 한 곳에 집중되면 그 외 지역은 금세 자금의 유동성과 상권이 함께 죽어 버린다. 거기에 치안까지 나빠지면 다들 자기 먹고 사느라 바빠 다른 것에 신경 쓰기 힘들어진다.
지금도 저렇게 죽은 눈으로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물자로 바꿀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찾아 나서는 민간인들처럼.
“옛날 옛적 도둑들이 전선 피복 벗겨서 구리 뽑아 가는 모습을 2030년에도 보게 될 줄이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극단적인 성향으로 변해 가.”
“그 말씀은…….”
“암시장 형성, 불법 약품이나 무기 거래, 심하면 인신매매까지. 힘 있는 놈들이 득세하고, 그놈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쥐어짜 내는 형국이 됐는데 뻔할 뻔 자 아니겠어?”
내 뒤에 바짝 따라붙던 중장갑보병 두 명이 인상을 찡그리며 작게 헛구역질을 했다.
어떻게 2030년에 다다른 지금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낼 수 있냐고? 놀랍게도 우리나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웃 괴뢰 국가에서 그대로 자행되고 있는 이야기다.
먹고살 방도를 찾기 위해 북한 주민들은 정말 필사적이었다. 땅굴에 진입하기 직전 우회하게 된 어느 마을에서 고작 한 줌의 옥수숫가루를 얻기 위해서 서슴없이 사람을 판매하는 광경을 똑똑히 봤다.
지금 대구도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진 않을 터.
“외곽에서 어찌어찌 시가지로 진입하는 건 성공했는데, 슬슬 구역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저 멀리서 인공적인 빛도 보입니다.”
“나도 알아. 일단은 계속 움직여.”
민간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우리는 철저하게 경상도를 장악한 군벌 소속 군인들로 보여야 한다.
무시무시한 군용 엑소스켈레톤을 착용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각종 화기로 무장한 채 척척 걸어 나가는 폭군의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초장부터 민간인들과 적극적으로 접선하며, 현재 서울이 수복되었고 우리는 서울에서 파견 나온 수방사 예하 중장갑보병 부대라고 밝히면 어떻게 될까?
민간인들이 드디어 나타난 구세주에 열광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날 테고, 그러면 군벌이 민간인들 사이에 심어 두었을지도 모르는 프락치들이 재빨리 보고를 넣을 것이다.
다음은? 고작 1개 소대와 1개 사단이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서 게임 아웃 되는 거다. 나는 그런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지하철 노선을 이용해 움직이면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머리로 띵킹을 하라고 했지, 머리를 띵하게 만들라고 했냐? 살인적인 추위와 나이트워커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하철역을 어떤 놈들이 점거했을 것 같아?”
“아…….”
“그래도 지상에 놈들의 주요 거점이 제법 있을 거야. 그중 경계가 가장 삼엄한 곳으로 접근한다.”
“여느 독재자들처럼 군벌의 우두머리 역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을 테니 말입니까?”
“그래.”
제 목숨이 1순위로 중요한 놈이 어디서 한가하게 발 뻗고 낮잠을 자고 있진 않겠지. 이미 놈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는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해 두었다.
복잡한 시가지에서 그런 곳을 어떻게 쉽게 찾느냐고 묻고 싶을 텐데,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시가지에 자리 잡은 군부대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을 상정해 두고 주요 거점을 만든다.
1. 여차하면 빠르게 후퇴할 수 있는 안전한 탈출로.
2. 군수물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창고(혹은 그런 형태의 건축물).
3. 모든 인원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으면서도 기습적인 포격 및 저격에 취약하지 않은 생활 구역.
나는 그 조건들을 중장갑보병들에게 설명해 주며 질문을 던졌다.
“대구 중구에서 앞의 조건들이 모두 해당될 만한 유력 후보군은?”
“……대구 반월당역입니다.”
“이유는?”
“주변에 안전한 물자 수급처이면서 동시에 보관용 창고가 될 수 있는 백화점과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고, 또 확실한 퇴로와 진입로가 정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 병원도 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니 중장갑보병이 되레 한 수 배웠다는 듯 고개를 낮췄다.
“설명을 보충하자면 반월당역이 완벽한 중심역이기 때문에 4방위에 위치한 역들만 잘 관리한다면 이론상 천혜의 요새가 될 수 있어. 기습적인 포격에도 안전하고, 적들이 침입 방향을 예측하고 움직이기도 쉬우며,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기에도 용이하지.”
내가 류혜성 소장이었다고 해도 당연히 반월당역을 점거했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 두류역을 거쳐 내당역 방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는 슬슬 반월당역을 중심으로 철통같이 지키고 있을 홍위병들과 마주칠 확률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의 어둠 속에 숨어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을 바라보니, 대로 한복판에 임시 바리케이드를 세워 둔 군인들이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 두고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장갑차 후방에 세워 둔 장갑차와 두 돈 반 트럭에 적재된 물자를 꺼내서 일렬로 줄을 선 민간인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는데, 민간인들로부터 다양한 물건들을 대가로 받고 있었다.
민간인들을 상대로 배급제가 아니라 물물거래제를 채택한 것이다.
나는 가장 먼저 저격수를 주변 건물 옥상에 배치시켰고, 강력한 화력으로 전선을 책임지는 타격대를 이끌었다.
중장갑수색대 출신인 내가 중장갑타격대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같은 족보에서 나온 부대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오버로드 1 배치 완료.
―오버로드 2 배치 완료.
―오버로드 3 배치 완료.
저격수 셋의 배치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가장 먼저 타격대를 크게 우회시켜 놈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이유 없는 살상 행위는 금지한다. 그 외의 모든 전술 행위는 허가한다.”
이는 민간인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만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절대 저지르면 안 될 행동이었다. 우리마저 민간인을 사살한다면 저 역겨운 놈들과 뭐가 다르겠나.
“내가 신호를 주면 오버로드 1, 2는 장갑차 수송 칸 앞에 서 있는 병사 두 명을, 오버로드 3은 트럭 뒤에서 서류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장교를 처리해라.”
―확인.
―확인.
―확인.
건물 사이에 위치한 어두컴컴한 골목 속에서 내가 이끄는 1번 타격대와 다른 중장갑보병이 임시로 현장 지휘를 맡은 2번 타격대의 진입 루트에 대해 설명했다.
“전원 소음기 착용하고 빠르게 군인들만 처리한다. 민간인들이 가능한 소란을 크게 피우지 않도록 속도가 핵심이란 걸 기억해라. 또한 교전 상황에서 장교의 항복은 받지 않는다.”
병사는 항복하면 받아 주되 저항하면 처리해도 좋다는 암묵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하자 다들 마른침을 삼켰다.
“좋아, 2번 타격대부터 진입.”
내가 손을 빠르게 휘두르자 2번 타격대가 엑소스켈레톤의 순간 출력을 높인 채 ‘퉁퉁퉁퉁!’ 하고 매섭게 달려 나갔다.
엑소스켈레톤은 이론상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작전 가능 시간이 ‘수개월’ 단위로 늘어난다. 그런데 효율로는 최강을 자랑하는 군용 엑소스켈레톤이 등 뒤에서 스팀을 내뿜으며 돌진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어, 어어어?!”
트럭 운전석에서 내린 채 담배를 태우고 있던 하사 계급의 남성이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십수 명의 중장갑보병을 발견하자마자 당황했다.
군기가 풀려도 너무 풀렸는지 총을 운전석에 놔둔 상태였는데, 하필 아군에 목청껏 적습을 알릴 만큼 배짱이 있는 놈도 아니었다.
콰직!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중장갑보병이 내지른 주먹에 그대로 머리가 수박처럼 터진 하사가 맥없이 쓰러지고, 트럭을 기준으로 2번 타격대가 다시 한 번 반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주변에서 저들끼리 모닥불의 열기를 쬐면서 간식을 먹거나, 농을 주고받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놈들이 뒤늦게 적습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들이 총을 들기도 전에 대당 수백 kg의 순수한 금속 질량이 쓰나미처럼 들이닥쳤으니까.
“지금.”
퍽! 퍽! 퍽!
내가 신호를 주기가 무섭게 세 발의 탄환이 차가운 공기를 가로지르고 무전기를 들고 있던 군인 두 명과 장교 한 명을 처리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자빠지는 것을 본 민간인들이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만, 이미 1번 타격대인 내가 민간인들을 감싸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조용히 하는 사람부터 물자를 나눠 드리겠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원아들을 상대로 ‘합죽이가 됩시다, 합!’을 외친 것처럼 귀신같이 비명이 잦아들었다.
코앞까지 닥쳐온 혈 향과 죽음의 공포마저 추위와 굶주림이라는 고통을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빠르게 진정한 사람들이 혹시 이상 행동을 벌이지 않도록 1번 타격대를 이끌고 민간인들의 대열을 하나하나 수색했다. 대열에 있는 사람들은 대략 200명 정도.
이 넓은 도시에 고작 200명만이 식량이나 생필품을 교환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보다, 혹시라도 그들 사이에 숨어 있을 프락치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순수하게 자신의 권리만을 되찾고 싶어 하는 시위자들 사이에도 ‘꾼’이 항상 존재하는데, 하물며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이들 사이에 정말 프락치가 없을까?
“동작 그만.”
“히익!”
나는 반쯤 겁에 질리고 당황한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유독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는 남자 서넛을 찾아냈다. 눈치 빠른 타격대원들이 우악스러운 손길로 놈들을 잡아채거나 총구를 겨눴다.
“이 새끼들 센터 까 봐.”
“……무전기와 소형 캠코더가 있습니다.”
“여기 이놈은 품속에 권총도 숨기고 있습니다.”
“이 새끼는 쇼핑 카트 잡동사니 속에 중계기를 숨겨 두고 있습니다.”
“죄다 끌어내!”
내가 윽박지르자 무고한 민간인들은 눈치껏 자리를 비워 주었다, 순식간에 마련된 공터에는 색출된 프락치들이 끌려 나왔다.
“2번 타격대는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물자 나눠 줘. 차량 내부 송신기는 부수고.”
이 와중에도 물자를 나눠 주라는 내 명령에 민간인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다시 한쪽으로 몰려갔다. 민간인들의 시선을 잠시 돌려 둔 나는 순서대로 프락치들의 허벅지에 권총을 쏴 갈겼다.
“으아아아아아아!”
“내, 내 다리! 다리가아아아!”
“어흐으으윽! 끄윽! 끅!”
“아악! 제발 살려 주십쇼! 뭐든 다 할 테니 제발……!”
“추위 외 출혈은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하지. 너희가 저체온증으로 죽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자, 살고 싶으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총 4명의 프락치들은 서로 잠시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곧 한 놈이 가장 먼저 바닥을 기면서 튀어나왔다.
“워, 원하시는 게 있으면 뭐든 말만 하십쇼!”
“너희 뒤에 누가 있는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거점을 두고 있는지, 그 거점을 지키는 놈들의 무장 수준은 어떤지 전부.”
“그, 그건……!”
탕!
나는 쓸데없이 머뭇거리는 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에 뜨끈한 피와 뇌수가 흩뿌려지면서 잠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축 늘어진 시체를 발로 차서 치워 낸 뒤 남은 3명을 바라보았다.
“선착순이야.”
“제가 말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다 비켜, 개새끼들아!”
놈들은 서로 추하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어떻게든 내 앞으로 기어 와 온갖 정보를 마구 털어놓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군벌의 ‘하청’을 받아 일하고 있는 조폭이나 용역업체 직원들이며, 일부러 부랑자들처럼 남루한 행색으로 민간인 집단에 숨어들어서 그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보고한다는 모양이다.
당연히 반란에 민감한 군벌은 그 정보들을 대가로 양아치들의 뒤를 봐주거나 물자 지원을 해 주었을 것이고, 이놈들은 그럴수록 악착같이 같은 민간인을 팔아넘기고 있었던 셈이다.
대략적인 정보를 취합한 나는 뒤에 선 타격대원들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중장갑보병들이 기계 팔이나 다리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놈들의 사지가 박살 나고 비틀렸다.
“아아아아악! 아악! 그, 그만!”
“악! 분명 살려…… 준다고…… 했……!”
“켁! 케엑! 끄르르륵!”
그야말로 살아 있는 살덩어리가 될 때까지 매타작을 당한 놈들은 간신히 숨만 붙은 채 길바닥에 내던져졌다.
놈들은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호흡을 어찌어찌 유지하면서 지독한 고통과 추위 속에서 서서히 죽을 것이다.
나는 놈들을 향해 침을 탁 뱉었다.
“✕같은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