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 인사이드 아웃-81화 (81/211)
  • 지저에서 독식(3)

    종종 주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같아서 미리 못 박아두는데, 우선 나는 사업가나 전문 경영인 같은 게 아니다.

    지독한 인생 경험으로 배운 게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짜낼 수 있는 소스가 많은 것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그냥 대학 졸업도 못한 20대 청년이다.

    인생 유일 업적이라고는 젊은 나이에 엑소스켈레톤 면허증을 취득했다는 것 정도밖에 없을 만큼 초라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아마 취직하기 위해 자소서를 쓰면 세 줄도 못 채우지 않을까?

    그런 내가 집단 전체의 대소사를 논하는 '어른들'의 자리에 불려나간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느냐마는......

    "아이 씻팔! 우리가 그 새끼들 노예입니까? 이참에 그냥 독립합시다!!"

    "독립은 얼어죽을 독립! 지금이야 우리가 밀수로 유지시키고 있으니 북부 지구에서 굶는 사람이 없는 거지, 저쪽에서 인프라 싹 끊어버리면 어쩔 건데?!"

    "여긴 광화문도 없으니 시위 같은 것도 못 합니다! 애초에 정치인이란 작자들이 시위에 반응이나 하겠습니까? 그냥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가서 싹 조져버리고 프롤레타리아 혁명 일으킵시다!"

    "프롤레타리아 혁명? 너 이 새끼 빨갱이야?!"

    "일단 진정들 합시다 좀! 우리가 회의하려고 모였지 전국 개소리 자랑하려고 모인 거 아니잖습니까!"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보였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개판인데요. 알면서 일부로 끌고온 거죠?"

    "난 동생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자기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면서 차도식은 뻔뻔하게도 시치미를 뗐다.

    여긴 외부의 도청이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철진 중령이 군 부대 내에 특별히 마련해준 비밀 회담 장소였다.

    군 부대 내부라면 외부의 감시자들이나 감시 드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군민화합 이라는 명목 삼아 정기적으로 조직의 장들이 이곳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문제는 서로 얘기가 잘 풀려서 주요 안건들을 빠르게 처리하면 상관없는데, 예나 지금이나, 지상이나 지저나 사람들끼리 의견통합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인간은 타인과 평생 입씨름을 하기 위해 고등생물로 진화한 생명체가 아닐까? 먼 옛날부터 허구한 날 내가 맞았니, 네가 틀렸니 떠들면서 살기만 해도 먹고 사는 데 딱히 지장은 없었던 게 그 증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꼬꼬마 학급 회의도 아니고, 다들 목소리만 크면 회의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물론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공식은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가 담긴 전통이나 다름없었기에 어느정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이건 선을 씨게 넘었다.

    안 그래도 바깥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탓에 근육은 뻐근하고 머리는 지끈거리는데, 이 코찔찔이 애새끼 같은 유사 어른들 때문에 내 귀중한 휴식 시간이 실시간으로 허비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총 10명이다.

    각 조직의 장들만 모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차도식의 부하나 다름없는 내가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눈여겨봐야할 사람은 이철진 중령과 상인 조합의 장인 박지호, 그리고 도구봉파의 장인 도구봉과 공구리파의 장인 허남석이다.'

    거기에 차도식파의 장인 차도식까지 포함시키면 유력 인물만 다섯 명이다. 나머지 다섯 명은 적당히 회의의 구색만 갖추려고 모인 군소 조직의 장들이었다.

    문제는 그 군소 조직의 장들이 유독 제 앞마당이라도 되는 양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쯤 하시죠."

    참다못한 내가 한 마디 하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박터지게 입씨름하고 있던 사람들이 내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당연하지만 예의범절을 중요시 여기는 유교 탈레반 국가 대한민국에선 절대 어린 놈이 웃어른들에게 말을 띠껍게 하면 안 된다. 먼저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는 놈부터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이상한 국가니까.

    "어린 놈의 새끼가 어느 안전이라고 말을......!"

    "어른들 얘기하는데 어디서 건방지게!"

    "애초에 저거 누가 데려온 거야? 여긴 조직의 장들만 모이는 자리 아니었어?!"

    "거 요즘 차도식파에서 잘 나간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이래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차 사장님! 아랫것들 교육좀 잘 합시다!"

    아니나다를까 귀신같이 반발하는 들러리 다섯 명. 이쯤되면 되레 저쪽에서 뭘 믿고 깝치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나 역시 꼰대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과 십수 년간 부대끼면서 살아온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정도의 꼰대력으로는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오늘 회의가 열린 이유가 뭔지, 그 이유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는 다들 알고 모이신 건가요?"

    "그걸 누가 몰라 이 새끼야! 거 정치인 놈들이 우릴 말처럼 써서 북부 지구 장악하려고 한다며?"

    "왜 우릴 말처럼 써서 북부 지구를 장악하려고 하는데요?"

    "그야...정치인이란 족속들이 원래 그런 법이니까?"

    "생각없이 던진 말인데도 그 말이 반 정도는 맞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뭐 이 새끼야?"

    한숨을 쉰 나는 발끈하는 들러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정치인들이 우릴 개새끼로 부려먹으려는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가 이런 시국에도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바쳐서 줄을 댈 수 있을 만큼 자금(물자)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또 우리가 북부 지구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즉 밀수를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느정도는 예견되어 있었던 일이라는 거예요."

    "다 아는 사실이잖아! 누가 그걸 몰라?!"

    "본인이 모르셔서 그렇게 대답을 안 하셔잖아요."

    "......"

    "차치하고, 지금 정치인들은 우릴 벗겨먹기 좋은 호구들 쯤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이유는? 우리가 범죄자 집단이니까. 그럼 명분은? 마찬가지로 우리가 범죄자 집단이니까. 밀수가 범죄이고, 우리가 밀수를 계속하는 이상 그 꼬리표는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테니 정치인들도 마음 놓고 우릴 벗겨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협박을 하는 중이에요."

    암묵적으로 밀수를 허용해줄 테니 곱게 자신들의 말을 따르는 개새끼가 될지, 아니면 밀수를 원천봉쇄 당하고 북부 지구 거주민 전체가 사이좋게 노예로 전락당하고 싶은지.

    지금 정치인들은 밀수조직들을 포함해서 북부 지구 전체를 상대로 좆같은 선택지를 내밀면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정치인들을 상대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논하는 게 오늘 조직의 장들이 모인 이유다.

    그런데 일단은 조직의 장이라는 양반들이 그런 사실도 모르면서 무작정 맞서싸워야 한다느니, 어차피 우린 못 이기니까 일단은 놈들이 시키는대로 하자느니. 아주 지랄들을 하고 계신다.

    정말로 마음 같아서는 차도식파의 무력과 자금을 이용해 화끈하게 통폐합 시켜버리고 싶은 놈들 뿐이다.

    "덧붙여서 제가 이 자리에 오게된 이유도 입씨름이나 하면서 아까운 시간만 축내고 있는 여러분들과는 달리 명확한 대책과 계획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차도식파에서 최근 잘 나가고 있기 때문에 참석한 게 아니라고요."

    "어린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싹퉁바가지 없게......!"

    "자꾸 듣는 사람 빡치게 새끼새끼 거리지 말죠. 막말로 제가 밀수조직을 새로 창설해서 운영해도 당신네들보다 수익 잘 뽑을 자신 있으니까. 능력도 안 되고, 문제를 해결한 머리도 없으면 최소한 주둥이라도 닥치고 계셔야지."

    "......!"

    겁대가리 없이 날뛰는 들러리 놈들에게 일갈해준 나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력한 인물들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다.

    "차도식파에서 준비한 계획은 별 것 아니에요. 저쪽에서 강짜를 둔다면 우리도 강짜를 두자는 거죠. 기본적으로 우린 음지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고, 또 저쪽에서 명확한 증거를 찾기도 힘들 테니 공권력으로 우릴 조지는 건 힘들 거예요. 그러니 밀수를 막겠다고 하면 우리도 밀수 안 하겠다고 하면 그만이죠."

    "그럼 우리 손해가 너무 막심한데? 밀수를 못하면 조직 운영도 불가능한데다, 기껏 모은 북부 지구의 민심도 잃어버릴 게 뻔해."

    잠자코 있던 도구봉 사장이 차도식과 똑같은 말을 했다. 물론 그에 대한 내 대답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죠. 정치인들이 밀수를 막으려면 결국 밀수 사건을 공론화시켜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외부에서 조사가 나온다고 해도 이미 종적을 감추고 흔적을 지운 우리는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하지만 북부 지구를 포함해서 다른 지구의 거주민들은 정치인들이 밀수를 공론화시켜서 더는 지상의 물자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될 것 아니겠어요? 그럼 사태의 원인 제공부터 문제의 책임 소재까지 전부 정치인들이 떠맡게 돼요."

    "불길처럼 들고 일어나게될 민심이 밀수를 포기한 우리가 아니라, 밀수를 포기하게 만든 정치인들을 공격할 거다?"

    "그렇죠. 하지만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짬밥이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결국 범죄를 합법적으로 막은 것 뿐인데 무슨 잘못이냐는 식으로 나오면 민간인들도 어쩔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남몰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 돼요."

    내가 지저 도시의 각 구역이 표시된 스마트 글래스 지도를 펼쳐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지저 도시의 각 구역이 표시된 지도는 기밀 정보에 해당하지만 특별히 이철진 중령이 제공해주었다.

    "서민층이 정치인들에게 분노하여 그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 동안, 우리는 남부 지구에 허드렛일을 하러 가는 노동자 집단으로 변장해서 남부 지구 엘리베이터를 사용한다면 밀수는 계속할 수 있겠죠?"

    "남부 지구에서 밀수가 가능하다는 보장은?"

    "제가 이미 루트를 뚫어놨으니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여기저기서 짧게 탄성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남부 지구 밀수 루트를 뚫어놓은 것은 나와 김명호, 차도식만 알고 있는 특급 기밀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단하군...대체 어느 틈에 남부 지구 밀수 루트를 뚫어놓은 건가?"

    공구리파의 장인 허남석이 순수하게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그리 물었지만,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영업비밀까지 알려줄 수는 없지.

    "하지만 북부 지구가 아니라 남부 지구에서 몰래 밀수를 한다고 해도 정부의 높으신 분들의 귀에 소식이 들어가는 걸 영원히 막을 수는 없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은 있나?"

    이번에는 말없이 관망하고 있던 이철진 중령이 입을 열었다. 그는 북부 지구 엘리베이터를 지키는 대대의 장인 만큼 밀수조직들이 터를 옮기는 것에 꽤 예민할 것이다.

    "당연하죠. 일시적이긴 해도 북부 지구의 시장을 포기하고 남부 시장에 물자를 대량으로 풀어버릴 예정이거든요."

    "하지만 그랬다간 금세 밀수조직들의 행동이 탄로날......"

    "왜 우리가 언제까지고 비밀스럽게 행동해야 하죠?"

    "......"

    내 반문에 이철진 중령이 계속해보라는 듯 턱짓했다.

    "이미 우린 북부 지구라는 절대다수의 고객층을 확보한 상태이고, 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어요. 그런 그들에게 순간적으로 물자 공급을 끊어버리면서 이게 다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바람을 넣어준다음, 정치인과 서민층이 박터지게 싸우는 사이에 남부 지구의 부유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면 그만이에요. 안 그래도 남부 지구는 북부 지구에서 물자를 사들일 수 없어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필요최저한의 배급품으로만 살아가고 있는 실정인데, 그들이 지상에서 누렸던 화려하고 풍족한 삶에 비하면 지금의 삶은 터무니없이 형편없어요. 바로 그 점을 노리면 되는 거라고요."

    "옳거니!"

    그제야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 도구봉 사장이 손뼉을 쳤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물자 공급에 목말라 있던 남부 지구의 졸부들에게 물자를 확 풀어버리면서 우리없이는 못 살게 만들고, 그들의 재력과 권력을 등에 업어서 정치인들이 우리를 압박하지 못 하게 만들자는 거지?"

    그래. 3주가 넘도록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 못한 남부 지구의 주민 대다수가 암암리에 소식으로만 전해져오던 밀수 물자를 공급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뭄이 온 대지처럼 쩍쩔 말라있던 그들의 소비 생활에 시원한 폭우를 들이붓는 꼴이다. 돈은 더럽게 많은데 쓸 곳이 없는 상류층에게 삶의 '낙'를 주는 거다. 우리 편이 되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차 사장이 운 하나는 참 좋다니까. 대체 어디서 저런 인재를 얻었지?"

    "운이 좋기는. 내 안목이 좋은 거지."

    차도식이 뻔뻔하게 가슴을 펴면서 자랑했지만 도구봉 사장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내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러지말고 지금이라도 우리 도구봉파에 오는 건 어때? 차 사장보다 무조건 잘 쳐줄게!"

    "거 듣자듣자하니까! 차도식파 에이스한테 대놓고 작업 치지말라고! 손모가지 날아가고 싶어?!"

    "잠깐잠깐! 다들 멋대로 얘기 진행시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대책이 안 나왔잖습니까!"

    차 사장과 도 사장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사이, 지금까지 쉽사리 입을 열고 있지 못 했던 박지호 상인 조합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군대야 원래 국가에서 배급해주는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우선 지급받으니 그렇다치고, 밀수조직들이 남부 지구로 다 떠나버리면 우리 상인 조합은 어쩌라는 겁니까?! 내다 팔거나 물물교환할 물건이 없는데!"

    "당연히......"

    "당연히?"

    "참으셔야죠."

    "?!"

    "말했잖아요. 정치인의 행태에 서민층이 분노하는 게 포인트라고요. 상인 조합 여러분도 엄연히 서민층인데 버티면서 함께 분노 하셔야죠. 대충 길거리에 주저앉으면서 정부가 우릴 다 굶겨죽이려고 한다! 지상에서나 지저에서나 돈 한푼 못 만져보게 한다! 이런식으로 프레임 짜면서 울고불고 하시면 돼요."

    "...아니, 보통은 우리한테도 물건을 떼줘서 북부 지구에 최소한의 상거래는 유지시키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을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상거래가 유지되면 오히려 저쪽에게 빌미를 주는 꼴이 되잖아요. 잠깐이지만 물자 공급을 싹 끊어버리고 북부 지구 거주민 전체가 한 번에 들고 일어나게 해야죠. 그래야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것 아니겠어요? 그와중에 우리가 남부 지구 상류층에게도 작업을 쳐두면 결국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밀수를 허용할수밖에 없을테니, 조금만 참으시면 돼요."

    내가 예상하고 있는 밀수에 대한 미래는 크게 두 가지다.

    1. 공식적인 정부의 밀수 허용.

    이 경우 밀수업자들은 대충 물자확보업자라는 듣도보도못한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정부에게 일정량의 세금을 내면서 합법적으로 지상을 들락날락하며 밀수를 하게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밀수조직들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지저 도시가 완성되면 정부에게 코가 꿰인다는 암울한 미래도 확정되어 있다.

    애초에 지상의 심각성을 알고있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밀수를 합법화하고 민간인을 바깥으로 내보내줄리가 없겠지만.

    2. 비공식적인 밀수 허용.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밀수를 공론화하지는 않되, 지금처럼 뇌물을 받으면서 들키지만 않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밀수조직들을 풀어주는 이상적인 미래다.

    결국 지저 도시가 완성되면 그때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싹 밀어버릴 자신이 있으니 지금은 눈감아주겠다, 이렇게 방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밀수조직과 북부 지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벌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남부와 북부 지구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밀수조직이 생기고, 더 많은 물자를 지상에서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덤으로 신생 밀수조직은 베테랑 밀수조직이 지상 작전을 도와주면서 경험을 쌓게 하면 사고 비율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나는 화룡정점을 찍기로 했다.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남부 지구와 북부 지구라는 2개의 밀수 루트를 확보하고, 아울러 정치인들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북부 지구의 자력 개발권을 가져오는 거예요."

    설령 대통령이 이 모든 사실을 눈치채고 계엄을 선포해도 되레 지저 도시 시민들의 압박에 못 이긴 국회의원들이 표결로 계엄을 취소시켜버리는 미친 상황을 만들어버리면, 결국 밀수라는 범죄가 사법정의를 찍어누르고 지저 도시에 완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식물 정부의 완성, 높으신 분들의 간섭이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지저 도시, 그와중에 남몰래 독립을 꿈꾸는 북부 지구. 쓰리 스트라이크를 갈겨버리는 순간 게임 아웃이다.

    지저에서 우리가 전부 독식하는 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