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 인사이드 아웃-80화 (80/211)
  • 지저에서 독식(2)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물을진대, 하물며 극한까지 내몰린 인간이라면 대체 어떤 짓을 저지르게 될까.

    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얻기 세계 각지의 저명한 과학자들과 고문 전문가들이 불철주야 고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한국인들은 타 국가에 비해 매우 이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린 한국인은 급기야 어떤 단어를 내뱉게 되는데, 그들의 깊은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욕망이 얼마나 비대하고 추잡한지 잘 알게 해주는 단어라고 한다.

    "상태창!!!!!! 스킬창!!!!!! 상점창!!!!!!!!"

    잠깐 못본 사이에 차도식은 미쳐가고 있었다.

    "상태창을 얻고 싶으면 먼저 트럭에 치이거나 동료에게 배신 당하거나 세계 멸망을 목도해야 한다던데요."

    "......!"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내가 그리 말하자, 차도식은 미쳐 날뛰던 것을 그만두고 씩씩대는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최소 마흔은 먹었을 것 같은 아재가 저러고 있으니 참 짠하다.

    "좆같은 정치인 새끼들!"

    그가 책상을 쾅 내려치는 것으로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한다. '정치인은 좆같다 = 왜냐하면 정치인이 나를 좆같게 했으니까 = 정치인은 좆같다'. 어디에 내놔도 반박이 들어오지 않는 절대불변의 진리다.

    아무래도 우리가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지저 도시에 남겨진 그는 정치인들에게 꽤 시달린 모양이었다.

    "나도 상태창만 있으면! 부모가 홀수인 그 새끼들 모가지도 시원하게 따고 다닐 텐데!"

    "차라리 회귀를 하는 게 더 빠를 걸요."

    커피 포트에서 내 몫의 커피를 끓이면서 차도식이 대충 어떤 상황을 겪었을지 추측해본다.

    차도식은 내가 제안한대로 정치인에게 줄을 대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였을 것이다.

    실제로 노골적인 뇌물을 원하는 정치인이 몇 명인가 있었고,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사실은 우리가 먼저 찾아와서 꼬리를 흔들어주길 바라는 정치인도 있었을 테니까.

    차도식은 조직의 보스가 개인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물자)을 최대한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정치인에게 줄을 댔을 것이다. 우선은 뇌물을 노골적으로 원했던 놈들부터.

    그런 놈들을 먼저 챙기는 이유는 성질이 급하기 때문이다. 성질 급한 놈들을 제쳐두고 다른 놈들부터 줄을 대기 시작하면 괜한 잡음이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복잡한 연공서열이나 권력의 순위를 따지기 전에, 그냥 입이 싸고 엉덩이가 가벼운 놈부터 달래는 게 맞다.

    거기까진 잘 먹혔을 거다. 몸이 잔뜩 달아오른 놈들은 당장 백화점 바닥에 엎드려서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어린아이나 다름없으니까. 적당히 달래주기만 하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말도 잘 듣는 타입이라 취급이 귀찮을지언정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우리가 먼저 찾아와서 꼬리를 흔들고, 비위를 맞춰주고, 말하지도 않아도 네 마음 정도는 다 안다는 양 필요한 물건을 따박따박 바쳐주길 바라는 놈들이다.

    소위 말하는 엉덩이 무거운 놈들.

    정치인들 사이에선 원로급에 해당하며, 여소야대, 여대야소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목소리가 큰 터줏대감 같은 부류다.

    차도식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을 찾아갔다가, 그들에게서 쿠사리를 먹었든가 혹은 쿠사리를 넘어선 협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시도때도없이 정치인들의 지갑 역할을 맡아야 하는 대기업 총수들과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설탕 듬뿍, 프림 듬뿍, 이렇게 먹다가 당뇨병 걸리기 딱 좋은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지상에서 시달린 근육이 소파의 환상적인 편안함과 맞닿자마자 행복에 겨운 비명을 내질렀다.

    "생각보다 잘 안 됐던 모양이죠?"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동생."

    더이상 상태창 같은 현대 사회의 신기루를 찾지 않기로 결심한 듯, 차도식은 매가리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우선 동생이 말한대로 줄을 대는 것 자체는 성공했어. 정치인들이 아무리 가진 게 많은 권력의 정점이라고 해도 없는 물건까지 손에 넣을 수는 없으니까. 예상했던대로 사치품을 많이들 찾더라고."

    "사치품은 북부 지구에서 잘 소비되지 않으니까 재고가 제법 쌓여있잖아요? 그 세금도둑들 뒤 닦아주기엔 충분했을 텐데요?"

    내가 편한 어조로 말하자 차도식도 그에 대해선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차도식파는 주로 의약품과 생필품, 식료품을 최대한 많이 구해와서 내다팔거나 소모한다.

    사치품은 찾으면 가져오지만 딱히 소비해주는 고객층도 없고, 남부 지구는 북부 지구와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거래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사치품이라는 것들이 대부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술과 담배, 비싼 화장품 같은 것들이라 그냥 조직 공용 창고에 쌓아두기만 하는 실정이었다. 그걸 이번 기회에 풀었다고 해도 살림이 거덜날 정도는 아니었겠지.

    "아니면 우리도 가지지 못한 걸 가져오라고 땡깡을 부리던가요?"

    "그것도 아니었어. 이런 시국에 외부에서 물자를 몰래 들여온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그쪽도 알고 있더라고. 밀수를 공개적으로 장려하지 않는 이유도 지저 도시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고, 지상의 잠재적인 위험성이 높아서 그렇다던데."

    "그럼 문제가 있나요?"

    "있지. 그 놈들이 우리 밀수조직을 어떻게 생각하는 줄 알아? 말 안 듣는 북부 지구 서민층을 자기들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종의 제어 장치로 보더라고."

    "아아."

    나는 어째서 차도식이 스트레스로 미쳐버릴 것 같은 모습을 보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요컨대 지금 정치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눈앞의 약소한 성의(뇌물) 따위가 아니라, 높으신 분들 뜻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는 대다수의 서민층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한 도구였다.

    하기야 북부 지구를 대표한다고 해도 딱히 과언이 아닌 밀수조직들이라면 그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당장 밀수조직들이 북부 지구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주민들과 으쌰으쌰하고 있는 관계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밀수조직들이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인 거다.

    기본적으로 우린 갑이다. 물자 확보, 운송, 공급까지 모두 손에 쥐고 있는 집단인데 갑이 아닐리가 있나. 우리가 갑질을 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민심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물자 공급 통제라는 초강수를 둬서 주민들을 상대로 원하는 만큼 갑질할 수 있다. 주민들 역시 물자 공급이 영영 막히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 우리를 신고하는 대신 어느정도는 우리 행패를 눈 감아주겠지.

    정치인들은 바로 그걸 원하는 거다.

    북부 지구가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지금, 그들이 서로 갈라지길 원한다. 또한 밀수조직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이용해서 주민들을 좀 더 제대로 부려먹고 싶어하는 건 덤이고.

    '지저 도시 부흥 계획의 일환인 2030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흥하지 않았던 모양이군.'

    젊은 노동력이 개인 사정따위는 잠시 내버려두고 정부가 주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데, 다들 알아서 먹고 살 궁리만 하는 탓에 노동력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는 디그러쉬가 내준 하청에 나가고, 누군가는 서부 지구에 가서 농사를 돕거나 가축을 돌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남부 지구에 허드렛일을 하러 파견을 나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도 북부 지구에 머무르며 장사를 하거나 온갖 잡다한 노동을 하면서 포인트를 버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빨리 지저 도시를 완성시켜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리라.

    "욕받이는 우리가 다 하고, 윗분들 원하는대로 북부 지구의 젊은 노동력을 균일하게 분배해서 각 지구에 투입시켜라, 뭐 그런 거네요?"

    "그렇지. 그에 대한 보상도 구체적인 게 없어. 그냥 뒤좀 봐주겠다느니, 정부가 북부 지구를 걸고 넘어지려고 하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막아보겠다느니 같은 허울뿐인 구두 약속이 전부였어."

    "미친 놈들인가?"

    물론 우리도 딱 그정도의 구두 약속을 바라고 뇌물을 바친 건 맞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은 확실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실로 혐오스러웠다. 역시 국민의 고혈은 아무나 빨아먹는 게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 동생도 알고 있겠지만 이게 또 대놓고 거절하기는 난감해."

    "당연히 그렇겠죠. 정치인들도 북부 지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을 테니까요. 우리가 한발 앞서서 자칫 걸릴 수 있는 흔적들을 지웠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쯤 다 털렸겠죠."

    "바로 그래서 문제라는 거야! 거절할 수도 없으니 받아들이긴 해야 하는데, 그러면 기껏 북부 지구에서 쌓아온 우리의 신뢰가 싸그리 무너지잖아. 지금 북부 지구 민심은 우릴 지지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그 민심을 져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이용은 이용대로 당하고, 얻는 건 아무것도 없는 암울한 미래밖에 안 떠오른다고!"

    "......"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불법이다. 때문에 겉으로는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저 위선적인 종자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정치인은 법이라는 도구를 세상에서 가장 잘 써먹는 족속들이니까.

    그럼 밀수조직들이 어떻게 해야 손해보지 않고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1. 쿠데타를 일으켜서 북부 지구를 독립시키기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 서, 남, 중앙 지구에서 치고 들어올 병력을 모두 막아내는 것도 힘들거니와, 저쪽에서 인프라까지 끊어버리면 버틸 재간이 없다.

    2. 고위 정치인 암살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그래도 일단 성공만 하면 저쪽에 혼란을 일으켜서 당분간 북부 지구에 신경쓸 틈도 없게 만들 수 있다.

    3.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최대한 시간 끌기

    단기적으로는 최선책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최악수다. 결국 핑계가 통하지 않게 될 때 더 심한 조건으로 압박을 받게될 테니까. 잠깐 시간을 번다고 해서 더 좋은 대책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면 차라리......

    "받아들이죠."

    "뭐? 제정신이야 동생?"

    "받아들이되, 우리도 확실하게 하나 얻어와야죠.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북부 지구 경계 너머를 자력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씨알도 안 먹힐 텐데? 우린 밀수조직이라 약점을 잡힌 상태라고."

    "북부 지구 경계 너머에서 자력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짜를 놓죠. 그렇게까지 압박한다면 모두 다 같이 좆되게 밀수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하면 돼요."

    "그럼 우린......!"

    "예. 북부 지구에선 더이상 밀수를 못 하게 되죠. 그럼 비난의 화살이 모두 정치인들에게 돌아갈 텐데, 정치인들이 그정도는 감수하고서라도 우릴 기어이 발 아래에 두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상관없다니. 우린 밀수를 못 하면 먹고 사는 게 불가능한데? 결국 놈들이 바라는대로 지저 도시를 위해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노동자로 전락할 거 아냐."

    "아니죠. 우리에겐 다른 밀수 루트가 있잖아요."

    그제야 차도식은 무언가 떠올린 듯 아! 하고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남부 지구 엘리베이터!"

    "예. 제가 루트를 미리 뚫어놨죠. 우리가 북부 지구에서 깔끔하게 밀수 포기하고, 남부 지구 루트를 사용하면 그만이에요. 그리고 고객층도 북부 지구 주민에서 남부 지구 주민으로 바꿔버리면...정치인들도 우릴 못 건드릴 걸요?"

    북부 지구 주민들은 정치인들 때문에 밀수조직들이 밀수를 포기해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해 뿔이 날테고, 남부 지구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왕창 쏟아져 들어오는 물자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잃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북부 지구의 뿔난 민심, 남부 지구의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 앞뒤가 막힌 정치인들은 결국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초강경 대응으로 모든 밀수조직을 때려잡은 다음 다같이 사이좋게 병신같은 지저 생활을 누리든가, 북부 지구 거주민들에게 자력 개발권을 보장해주고 그에 상응하는 노동력을 제공받든가.

    밀수로 들여오는 물자는 어디까지나 덤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결국 민심이다. 사람이 없으면 이 도시는 굴러가지 않으니까.

    "...좋은데? 당장 출혈은 심하겠지만 그 돼지새끼들에게 한 방 먹여줄 수는 있겠어."

    "지저 도시에선 얼마나 많은 '같은 편'을 확보하느냐가 핵심이에요. 지상에 있을 때는 적당히 가십거리 만들어서 터뜨리고, 가짜뉴스로 선동하면 표 뽑아먹으면서 자리 지키는 게 쉬웠겠지만 지저 도시에선 그게 안 먹힌다는 걸 보여줘야겠죠."

    "서민층과 부유층이 모두 밀수조직을 지지한다면 권력이 집중된 정치계라고 해도 쉽사리 우릴 건드릴 수 없다는 뜻이지?"

    "맞아요. 최악의 경우엔 저쪽에서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에요. 밀수를 원천봉쇄하고, 민간인을 탄압해봤자 오히려 민심을 잃는 건 저쪽일테니까요."

    비록 우리가 밀수나 하는 범죄자 집단이라고 할지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지받기만 한다면 역으로 사법정의를 찍어누를 수 있다. 법과 질서로 유지되는 지저 도시에서 필요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밀수조직을 대체하기 위해 군대를 바깥에 내보낸다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또한 제살 깎아먹기지.'

    베테랑인 우리와 달리 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나간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나?

    나이트워커에 대해 얼마나 알겠으며, 나이트워치의 공격은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을까? 또 군대가 지저 도시에서 우르르 빠져나가면 우리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으리란 법은 있나?

    따라서 어느쪽이든 군대는 절대로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오직 우리만 밀수를 할 수 있고, 우리를 지지하지 않으면 민심또한 얻을 수 없으리라.

    "제가 북부 지구 자력 개발권을 원하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죠?"

    "언젠가는 지저 도시로부터 자립해야 하니까."

    "자립을 넘어서 신성불가침영역으로 거듭나야 해요. 그래야 누구도 우릴 깔보지 못 하죠."

    근본도 없는 양아치 새끼들, 밀수로 벌어먹고 사는 사회의 바퀴벌레들, 통제받는 군대도 아니면서 군대처럼 스스로 무장하는 반동분자들.

    우리를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는 놈들과 동등해지거나 그 이상을 목표로 한다면 자력 개발은 필수불가결하다.

    나는 지저 도시 못지않게 위상이 드높아진 북부 지구의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등에 칼을 꽂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기 방패로 내세우고, 또 얼마나 많은 원망을 듣게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가장 높은 곳에 굳건히 서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고 종속되지도 않는 진정한 자유를 원하니까.

    이번 계획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좋아. 대충 틀이 잡혔으니 조직의 장들을 모아서 회의를 거친 다음에 확실한 방침을 정해보자고. 이번엔 동생도 참여해."

    "방금 설명해준 걸로 제 역할을 끝났는데요."

    "계획입안자가 회의에서 빠지면 안 되지. 이번에는 반드시 참여해. 이참에 동생이 북부 지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다들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아니 전 이제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원래 고생은 젊어서 하는 거야. 날 봐 동생. 젊어서 고생한 덕분에 여기까지 왔잖아? 그러니까 동생도 미래를 위해서 지금 고생해야지!"

    마치 나만 고생할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차도식이 일어서려는 나를 서둘러 붙잡았다.

    진정한 자유를 얻은 박한성(여친없음/무직/잘생김)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집에 돌아가서 푹 쉴 생각이었던 나는 졸지에 북부 지구 조합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 마치고 돌아온 도비는 사실 자유의 몸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태창."

    안 뜨네 시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