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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인사이드 아웃-25화 (25/211)
  • 상도덕(4)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진지하게 부녀회야말로 이 주상복합 아파트의 진정한 권력자들이라고 생각하니까. 거기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대라고 하면 당연히 댈 수 있다.

    우선 부녀회는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을 막론하고 거주지가 '아파트'이기만 하면 반드시 존재하는 사조직이다.

    사조직이라고 하면 좀 무섭지 않느냐고? 그게 정상이다. 부녀회는 더럽게 무섭다.

    목소리가 크고 기가 드센 주부는 행동대장을 맡고, 입담 좋은 주부는 바람잡이 역할을 맡는다. 그 능력을 모두 가지고 교활한 간계까지 펼칠 지혜가 있다면 그 주부야말로 곧 부녀회장이다.

    나는 홍해의 기적처럼 알아서 물러서는 사람들 사이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부녀회 큰언니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파트의 규모가 클수록, 집안에 재산이 많을수록, 남편이 큰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부녀회의 위상은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수직상승한다.

    이곳은 VIP와 그 가족들이 머무르는 특별 거주 1동의 주상복합 아파트.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부녀회를 결성한 위대한 여자는 이미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자랑했다.

    "제가 묻잖아요? 여기서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거죠?"

    성큼성큼 다가온 그녀들 중 가장 선두에 선 부녀회장이 눈을 치켜뜨고서 되물었다.

    힘있는 남편은 외간 사람들을 꽉 쥐고 살지만, 그런 남편도 집안에선 아내에게 꽉 잡혀 산다. 그렇다면 대담한 기백과 지혜를 두루 갖춘 그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자선 행사중입니다."

    "...제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요? 대체 언제부터 자선 행사가 돈주고 물건을 파는 상행위로 전락했죠?"

    "지금 이 상황에서, 제 관점으로 보면 자선 행사가 맞습니다. 저는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는 이웃들의 고충을 보고 순수한 선의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해보세요. 그 이상한 궤변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궁금하군요."

    흠흠!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여동생을 어깨를 살며시 누르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게서 적정가를 지불하고 물건을 사간 사람들, 아직 물건을 사지 못한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누군가의 말이 힘을 가지기 위해선 먼저 그 말을 들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마침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친애하는 부녀회장님, 주변을 한 번 둘러봐주십시오. 우리 모두 이 갑갑하고 뭐든 부족한 지저 도시에서 제 2의 삶을 살 준비가 안 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흑야 현상이 발발한 그 날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혼란에 일국의 대통령조차 부랴부랴 피난해야 했습니다. 하물며 국가를 주도하고, 국민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나가며 계몽시켜야 할 저희(상류층)들이라고 별 수 있었겠습니까? 다들 최우선목표인 안전을 위해 제대로 된 준비없이 지하 12km를 내려왔을 겁니다."

    "그것과 지금 이 상황이 큰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물론이고말고요. 저와 제 이웃사촌들이 이곳에 발을 들인지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정부에선 우리에게 당연히 배급해줘야 할 물자의 수량과 품목을 점점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같은 고액세납자들의 돈으로 만든 이 거대한 도시에, 정작 우리들을 위한 물자가 준비되지 않은 겁니다. 대부분의 보급 물자는 서민들의 기준으로 맞춰졌으며, 지금도 정부는 서민들이 이 도시의 미래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2030 계획에 대해선 이미 다들 아실테니 넘어가고, 중요한 건 입지입니다."

    입지라는 단어가 나오자 권력과 이권에 매우 민감한 부녀회장이 가장 먼저 눈을 반짝였다.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돈만 많이 가지고 있는 저희들의 입지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 물론 이 의견에 대해 반박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겠죠.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제 말이 맞다는 걸 눈치채실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돈이 있어도 원하는 물건을 가질 수 없고, 권력이 있음에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 지저 도시를 이끌어나가야 할 의무마저 서민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나는 분하다는 듯이 주먹을 높이 쳐들며 외쳤다. 저 멀리서 이 광경을 어이없다는 듯이 지켜보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있었으나, 부녀회장이 강림한 이곳에 그들이 낄 자리는 없었다.

    게다가 이곳에는 오직 자신들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엘리트의식과 돈이면 전부 된다고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자들 천지다. 세간은 그들을 뭉뚱그려서 '상류층' 이라고 말한다.

    상류층은 자신보다 아래인 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아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백날 천날 거리에 나와 시위하고, 뉴스 기사를 통해 눈물로 호소해도 상류층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다.

    상류층을 자극시키고, 상류층을 움직이게 만들고, 상류층을 이끌 수 있는 건 오직 같은 상류층 뿐이다. 하늘 중에서도 아득히 높은 하늘, 천외천 말이다.

    지금 나는 박한화의 망나니 아들이자 HR 직급 코드를 부여받은 병신 박한성이 아니다.

    돈도 있고 권력도 있지만 정작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친히 '자선 행사'로 생필품을 지급해주고 있는 신사다.

    멋들어진 실크햇과 흑단 지팡이, 팔자 콧수염이 없어도 모두가 나를 신사라고 생각할 거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헐값에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으니까!

    그런 내가 이것은 순전히 우리 모두를 위한 행위라고 선언해버리면 같은 상류층들도 뭐라고 할 수 없게 된다. 비록 상황에 따라 타협은 할지언정 절대로 꺾이지 않는 게 상류층이란 족속들이니까.

    그들은 스스로의 알량한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 나를 옹호하고 지지해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감히 상류층을 상대로 바가지나 씌우려 하는 잡것들을 대신해서 같은 상류층인 내가 필요한 물건을 나눠주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제 손이 닿는 데까지 힘을 써서 이웃사촌들이 꼭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구해왔습니다. 제가 설마 푼돈이나 벌자고 천박하게 노점을 펼쳐서 장사나 하고 있었겠습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는 정치인들보다, 우리의 지위를 노리는 서민들보다, 우리가 속한 이 커뮤니티를 훨씬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서라면 제 한 몸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결속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권위와 의무를 지킬 수 있게 한다면, 저는 백 번이든 천 번이든 오늘처럼 이 자리에 나와 자선 행사를 할 것입니다!!"

    입을 쩍 벌린 부녀회 큰언니들. 그 사이에서 요사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부녀회장. 이미 결판은 났다.

    짝짝짝짝짝!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절도 있고 너무 과하지 않은 갈채. 이따금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는 누가봐도 내게 대의명분이라는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이다. 좋은 결판을 낸 것과 나쁜 결판을 낸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나는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기 위해 결정타를 꺼내들었다.

    "부녀회장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이번 자선 행사의 진정한 목적을 선보여도 괜찮겠습니까?"

    "예, 당신에겐 그럴 자격이 있어보이는군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 고귀한 자선 행사의 참뜻을 아는 게 좋겠죠. 기대하고 있어요."

    부녀회장은 이미 내 옆에 준비되어 있는 커다란 보급 상자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사고 팔면서도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던 커다란 보급 상자.

    생필품이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라면, 당연히 '상류층'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물건들도 있어야 한다.

    나는 중앙 광장에 모인 수많은 상류층 인간들이 보는 앞에서 거대한 보물 상자의 봉인을 해제했다.

    "오오......!"

    "세상에! 저 귀한 것들을 어떻게......!"

    "하늘이 우릴 돕는군."

    "암, 저것을 누릴 자격은 오직 우리에게만 있지."

    내가 봉인을 해제한 보물 상자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문자 그대로 보물 그 자체였다.

    "저는 이 귀한 것들의 가치를 몰라보는 자들이 헛되이 낭비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자격없는 자가 감히 자격을 논해선 안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 말이 맞아요. 이 귀한 것들의 가치를 눈곱만큼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자들은 북부 지구에 단 한 명도 없겠죠."

    "예, 그렇기에 저는 의무에 따라 이것들을 남부 지구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입니다."

    미니 냉장고처럼 상시 냉기를 유지하고 있는 식자재 보관용 상자에는 고급 술과 치즈, 수제 햄, 과일, 그리고 별도의 케이스에 보관되어 있는 대량의 시가 담배까지.

    생필품이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면, 이것들은 상류층이 상류층답게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상징이다. 없어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지만,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것들.

    상류층에게 있어서 이것들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훨씬 더 값진 보물이다.

    "저는 부녀회장님께서 이 자선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빛내주셨으면 합니다. 부녀회장님이야말로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이웃사촌들을 위해 가장 먼저 행동하신 분 아닙니까?"

    "어머, 제가 정말 이런 자리에 함께 해도 될까요?"

    상류층 인간들의 의례적인 사양이다.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그 놈은 천하의 병신 취급 받고 두 번 다시 상류층 사회에 낄 수 없게 된다.

    "물론이죠. 부녀회장님이 아니면 달리 누가 이 자리를 빛내주실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지금까지 이 상자를 열지 않았던 것도 부녀회장님 같은 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황 근거도 맞아떨어지고, 달콤한 아부도 고막에 착착 들러붙을 거다. 당장 손에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명분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부녀회장은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바랬을 거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의 모든 주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정당하게 쟁취할 수 있는 명분 말이다.

    나? 나는 부녀회장이라는 권력 덩어리를 등에 업었으며, 상류층 인간들의 존경과 감사를 한 몸에 받았다. 이제 누구도 나를 미워할 수 없고, 나를 배척할 수도 없다.

    '그리고 내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게 되지.'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선 부녀회장은 자신이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착각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은 것을 거머쥔 이는 다름아닌 나다. 이곳에 거주하는 그 어떤 VIP들보다 강력한 권력과 거대한 이권을 손에 넣은 거다.

    "받아주십시오 부녀회장님. 부녀회장님만을 위해서 준비한 것입니다."

    나는 특별히 리본으로 장식된 커다란 고급 와인 병을 보검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갖다바쳤다.

    내가 이 사치품들을 손에 넣기 위해 홀로 차를 몰고나가서 도봉구 일대를 열심히 뒤졌다. 백화점부터 유명한 바(BAR) 까지.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에는 내가 건드리지 못한 물자들이 차고 넘친다. 필요하다면 이들을 위해 언제든지 생필품과 사치품을 구해다줄 수 있다.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소속된 소수의 고객들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으니까.

    충성스러운 신하처럼 자세를 낮추고 미소짓고 있는 내게 고급 와인을 건네받은 그녀는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다만 그걸 겉으로 표출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부녀회장이 될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론 참 대단한 사람이다.

    "고마워요. 박한화 씨의 장남은 유능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과연 그 말이 사실이었군요. 당신이 오늘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고 공헌한 사실을 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오늘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새긴 사람들이 내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상류층의 권위와 의무를 입에 담겠지만, 속으로는 내가 이 귀한 것들을 계속 공급해주길 바랄 것이다.

    '물론 구해다 드려야지.'

    저들은 내게 힘과 자유를, 나는 저들의 권위의식과 욕망을 채워주면 된다. 이 고귀한 행사가 사실은 추악한 거래인 셈이다.

    그렇게 부녀회장은 나와 함께 물량이 동날 때까지 자리를 빛내주었다. 내가 이들중에서도 파워가 있는 사람들부터 우선적으로 귀한 사치품들을 적정가에 파는 것을 도와준 거다.

    비록 당장 사치품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워하겠지만, 그들은 한순간의 아쉬움조차 인내의 미덕으로 여겼다. 모두의 앞에서 내가 당당하게 '다음 자선 행사도 열겠다'고 선언했으니까.

    상류층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손바닥을 제멋대로 뒤집기 일쑤지만, 그런 이들조차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장소에서 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건 본인의 위신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귀족이 자신의 명예를 거는 것과 같다.

    따라서 저들은 내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 거고, 나는 이 멍청한 돼지들을 위해 기꺼이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거래가 마지막까지 유지될 테니까.

    "동생아, 오늘 얻은 교훈을 한 줄 요약해봐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멍한 표정으로 굳어있던 여동생에게 물었다. 머리좀 굴러가는 동생이라면 내 의도를 파악했을 것 같아서 던진 말이었다.

    물론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오빠, 북부 지구에서 알바 하는 거 아니지?"

    "아니, 알바하는 건 맞아."

    "범죄에 가담하는 것도 알바가 맞다면 알바겠지. 하지만 내가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잖아."

    "범죄이기도 하고, 범죄가 아니기도 해. 왜냐하면 지상에선 법적으로 분명히 명시된 행동도 지저 도시에선 아직 법적으로 명시된 불법이 아니거든."

    "...도둑질이라도 하는 거야?"

    "미쳤냐? 물자 관리에 민감한 정부와 군 상대로 어떤 병신이 도둑질을 해?"

    "그럼 저것들은 다 어디서 구해온 건데? 도둑질이 아니면 구할 방법이 없잖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 지저 도시에선 절대 못 구하는 것들이야."

    나는 주변에 듣는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 조용히 검지 손가락으로 하늘 위를 가리켰다.

    "공짜 물건들이 저 위에 널려있는데 안 가져오는 건 너무 아깝잖아?"

    "......!"

    내 말을 이해한 여동생은 입을 쩍 벌렸지만 내가 강제로 턱을 잡아서 닫게 했다. 여자애가 상스럽게 입을 열면 쓰나.

    "그거 밀수잖아. 범죄 맞잖아......!"

    "범죄 아니야. 적어도 지금은. 왜냐하면 다들 하고 있거든."

    "그래도......!"

    불안한 듯 연신 주변을 살피는 여동생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었다.

    "동생아.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게 뭐지?"

    "갑자기 그건 왜?"

    "말해 봐."

    "그거야...자유지."

    "그래. 우리 가족들이 원하는 건 자유야. 단 한 사람에게서 벗어나 원하는대로 편안한 삶을 구가하기 위한 필수 재료, 자유."

    어머니도, 여동생도, 나도. 그리고 이 갑갑하고 어두컴컴한 지저 도시에 갇힌 모든 인간들도.

    각자의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우린 이미 너무 깊은 곳까지 떨어졌어. 다시 나가고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되지."

    늦은 저녁이 되자 남부 지구 거리에는 전력 절약 정책에 따라 건물 불빛을 제외한 모든 빛이 사라졌다.

    이곳은 깊고 어두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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