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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포기한 대공자-264화 (264/265)

두 명의 딸(3)

* * *

“카르멘. 당신 같은 사람도 죽기 전에는 추억에 잠기는구나?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네.”

심장을 조물조물하며 말하는 에키드나의 모습에 카르멘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사실 상관없었다.

에키드나가 무슨 말을 했든, 이 세계에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든.

심지어, 나이아드 아르테미스를 넘어서겠다는 포부조차도 색이 바랬다.

어차피 카르멘의 삶은 이곳에서 끝이 날 운명이었으니까.

점차 가빠지는 숨과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도 카르멘은 최대한 허리를 꼿꼿이 폈다.

당당함.

오직 그것만이 그에게 남은 마지막 저항 수단이었으니까.

“어서 끝을 내라!”

목이 쉬다 못해 잘 들리지 않는 카르멘의 마지막 외침. 그러나 에키드나는 그걸 용납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싫어. 내가 왜 그래야만 하는데? 그 좋은 머리로 이유나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그래도 꽤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이이익. 너의 협력자였지 않은가!”

“협력자라니?”

에키드나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내 장난감이었는데 말이야. 아! 장난감보다는 애완동물에 가까웠을지도. 먹이를 주면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은 귀여웠어.”

“….”

에키드나는 카르멘의 자존심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이야기하는 중이라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탁! 탁!

심장을 던지며 놀던 에키드나는 지루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어떤 새로운 흥밋거리도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기에.

“이것도 이제 재미없네. 잘 가, 카르멘.”

에키드나는 손에 힘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현실이 바뀌었다.

카르멘의 심장이 피를 뿜어보지도 못하고 빠르게 소멸했다.

심장을 들고 있던 에키드나의 손은 깨끗했다.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근처의 땅바닥 역시 청소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마족을 믿은 게 실….”

수였나, 라는 말은 끝내 입에 담지 못하고 카르멘은 숨을 거두었다.

물병자리의 마도사. 아르테미스 가문의 가주. 달의 몰락의 주범. 인류의 배신자. 에키드나의 협력자.

한 시대를 풍미한 마법사의 최후라고 하기엔 너무 허무한 죽음이었다.

숨을 거둔 카르멘을 보며 유피테르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죽었다고? 아냐, 당신은 이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돼. 이런 편안함 죽음은… 용서할 수 없어.”

이 자는 이런 식으로 끝을 보면 안 되는 자였다.

달의 몰락 사건으로 손가락질을 받긴 했으나, 그건 새 발의 피였으니까. 그가 세웠던 모든 업적이 재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유피테르는 휘청이며 카르멘에게로 다가갔다.

처음에는 빨랐던 발걸음이 시체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느려졌다. 그러나 거리가 멀리 떨어진 게 아니었기에 금방 도착하고야 말았다.

‘당신이 그렇게 집착하던 나이아드가 바로 바실리였다. 이 사실도 모르고 죽었으니 원통하겠지?’

유피테르는 아직 따뜻한 카르멘의 시체를 빠르게 훑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었으나, 이걸 눈에 담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았기에.

에키드나는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카르멘의 죽음을 찬찬히 감상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시작은 화려한 은발이었다.

유피테르와 같으면서도 무언가 다른 은빛 머리카락은 죽어서도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 뿐.

천천히 내려가던 유피테르의 시선은 초점을 잃은 카르멘의 눈동자에서 멈추었다.

공포 그 자체였던 은색의 눈동자는 더는 빛나지 않았다.

차가움은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죽은 자의 쓸쓸함만이 남아 있었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카르멘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부릅뜬 눈동자는 유피테르가 아닌 타르타로스의 하늘만을 외로이 담고 있었다.

‘카르멘. 아니, 빌어먹을 아버지. 고작 이렇게 죽으려고 마족과 손을 잡은 거야?’

기분이 묘했다.

바실리와 만난 이후 언젠가 카르멘을 처단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달의 몰락으로 가족들 간의 벽이 없어지긴 했다. 훈훈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유피테르는 복수의 칼날을 놓지 않았다.

이미 카르멘의 실력을 넘은 지 오래였기에 목을 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의 시체를 보니 기분이 더러웠다.

직접 죽이지 못해서인 것 같지는 않았다. 카르멘을 구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에키드나가 권능 엇비슷한 걸 사용하더라도 잠깐이나마 무효화시키는 건 가능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기운이었음에도, 온전히 ‘신’이 된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푸욱!

유피테르는 이름 없는 성검을 잠시 바닥에 꽂고, 손으로 카르멘의 눈을 감겨주었다.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였지만, 어찌 되었든 하나뿐인 아버지였기에.

혈육의 정이란 쉬이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를 용서했냐고?

천만의 말씀.

이건 그저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에 불과했다. 레아교도는 아니었으나, 바실리의 반려자로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눈을 감겨준 유피테르는 검을 뽑고서 몸을 돌려 에키드나를 쏘아보았다.

“꼭 이랬어야만 했나.”

“뭐가 말야? 나는 당신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는데.”

에키드나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카르멘은 내 사랑에게 있어 불구 대천의 원수잖아. 그래서 신인 내가 그걸 약간 도와준 것뿐이야. 인간이라서 사사로운 감정을 가질 게 뻔하니까.”

“신이 되었다고?”

“맞아. 격이 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아? 누구보다 신에게 가까운 당신이라면 잘 알 텐데.”

“….”

유피테르는 딱히 반박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에키드나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걸 알기에.

지금 필요한 건 ‘입’이 아니라 싸울 수 있는 ‘손’이었다.

‘바실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에키드나를 쓰러트려야만 해.’

이건 카르멘을 위한 복수가 아니라 그림자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에키드나를 향한 복수였다.

마음을 정한 유피테르는 곧바로 마법을 준비했다.

정말 신이 되었다면 일반적인 마법은 의미가 없었다.

마나란 원래 신의 기운을 빌려오는 것이었으니까. 마법은 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이변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였다.

유피테르 식 특제 마법 – 별빛 화살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듯, 화살은 순수한 별빛 마나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유피테르는 늘 가지고 있는 두 마나를 섞어서 사용했었다. 바실리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

쉬이익!

화살들은 빛을 쏜살같이 에키드나를 향해 날아갔다. 지금껏 보여주었던 그 어떤 마법보다 날카롭고 빨랐다.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어느 곳 하나 가리지 않고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고작 이거야?”

에키드나는 방어할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다. 그저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뭐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화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까, 심장이 파괴되었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유피테르는 이를 악물었다.

“별빛 마나를 제어한다고?”

별빛 마나.

그건 유피테르에게만 주어진 신의 축복이자 동시에 시련이기도 했다.

카르멘의 욕망을 채찍질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으니까.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별빛 마나는 모든 마나에 우선했다.

어떤 성질의 마나를 사용해도 그걸 분석하고, 무효로 할 수 있었다. 성국의 신성 마나나 마족의 마나도 그의 앞에선 마법이 아닌 마술이었다.

“재미있군. 이것도 막을 수 있을지 볼까.”

공격이 막혔지만, 유피테르는 아직 여유로웠다.

마법을 지워버렸다면 출력을 높이고 더 많은 마나를 응축하면 되었으니까.

또, 마나 감지도 동시에 발동했다.

에키드나가 어떤 식으로 흐름을 제어하는지만 알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우우우우웅!

다시 한번 화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의 화살들이 반짝임을 머금고 있었다면, 이번엔 완연한 별이 되었다.

쿠웅! 쿠웅!

화살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게 에키드나의 사각을 노렸다. 화살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처럼.

“그러니까 소용없다니까. 내 사랑은 꽤 끈기가 있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드는 거지만.”

에키드나는 이번에도 유피테르의 공격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서.

내심 이길 거라 생각하던 유피테르의 표정이 굳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표정 관리도 되지 않았다.

‘마나를 움직이지 않았어.’

신의 딸의 기운을 특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늘 바실리와 대련했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에키드나는 달랐다.

마나는커녕 신의 딸이 사용하는 특유의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정령인 에나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의 마나 감지는 특별했다. 바실리조차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으니까.

에키드나는 고민에 빠진 유피테르에게 물었다.

“마나 감지를 사용하는 것 같던데.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알아냈어?”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모르나 보구나.”

꺄르륵 웃는 에키드나의 모습이 비수가 되어 유피테르의 가슴을 후벼팠다.

버림받았다고 해도 신의 딸이라면 인간과 비교할 수 없었다.

즉, 힘의 역학 관계가 역전된 게 아니라 원래 상태로 돌아온 거였다.

단지 유피테르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을 뿐.

우우웅!

유피테르가 말없이 마나를 모으자, 에키드나는 웃었다.

“아직도 포기 안 한 거야? 얼마든지 공격해봐.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보자구.”

빠직!

그 말에 유피테르의 이성이 끊겼다.

지금까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었던 마법들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아르테미스의 얼음 마법. 아폴론 가문의 지뢰. 성국의 공격 마법. 그걸로도 모자라 마족의 마법까지.

한 사람이 쏘아낸 거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심지어 이곳은 마나가 한 톨도 없는 세계의 기둥이었다. 위력적인 마법을 쓸수록 몸에 부담이 가는 상황이었다.

‘아직 부족해’

충분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인데도 유피테르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걸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고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의 직감은 꽤 정확한 편이었다.

유피테르는 망설임 없이 별빛 마나를 100% 끌어올렸다. 그 반동으로 평생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각오였다.

타아앙! 파스스스!

유피테르의 힘을 봉인하던 아티팩트들이 버티지 못하고 터지거나 깨져버렸다.

바실리 컬렉션의 한 축을 담당하던 것들이었으나 유피테르의 분노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그의 존재자체가 마나의 적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쿠우우우우웅!

유피테르가 만든 마법들은 공간을 부숴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 * *

쉴 틈도 주지 않고 닥쳐오는 마법들을 바라보며 에키드나는 웃었다. 저렇게 핏대를 세우며 공격해도 닿지 않을 게 훤히 보였으니까.

‘내가 신이 되었다는 게 그렇게 용납 못 할 일이야?’

아무리 부정해도 신이 된 건 진실이었다.

창조신 레아의 힘에는 못 미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격’은 올랐다.

‘유피테르. 당신의 도움이 아주 컸어. 그리고 깜찍한 내 여동생도 잊을 수 없지.’

신에게 버려진 그 날부터 에키드나는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신의 딸이’라는 시스템상 후계자는 분명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믿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기다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의 딸 ‘바실리’가 세상에 태어났다. 자신과 완전히 같은 기운을 지녔기에 찾는 건 쉬웠다.

창조신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걸 깨닫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혹시라도 눈치챈다면 복수는 영영 물 건너가게 되었다.

창조주와 정면 대결을 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길 방법은 없었다.

세아니아 대륙에 있는 모든 기운과 법칙의 주인이 바로 레아였으니까.

레아의 눈을 돌리기 위해 선택한 게 바로 두 번의 대륙전쟁이었다.

첫 번째 전쟁은 일으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당시의 마족들은 인간들과 함께 살았고, 서로 도우면 지냈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레주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에키드나는 천천히 균열을 일으켰다.

마족의 신세대 중에선 그 관계에 의문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달콤한 소리를 조금 해주니 마족들은 바로 인간과 갈라섰다.

젊은 마족들은 구세대와 인간의 야합이 싫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렇게 1차 대륙 전쟁이 시작되고, 소돔과 고모라에 신벌이 내렸다.

2차 대륙 전쟁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신벌을 보고도 마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걸 조금 부추기니 금세 넘어왔다.

당시의 마족들은 압도적인 강함을 가졌기에, 계략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키드나의 화술을 이겨낼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전쟁의 결과로 마족들은 타르타로스에 갇히게 되었다.

이때, 마왕으로 티폰이 임명되었고 그녀는 태초의 세 마족이 되어 마족들의 사회에 녹아들었다. 바실의 반려자의 운명을 읽은 것도 이 시기 즈음이었다.

‘신의 결계 속에 숨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어.’

두 번의 대륙전쟁으로 시름에 빠진 레아는 타르타로스 속은 관찰하지 않았다.

반면에 에키드나는 그 안에서 때를 기다리며 계획을 완성했다.

새롭게 신의 딸이 된 자의 힘을 흡수해 모자란 ‘격’을 채우자고.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할 각오를 했따. 예를 들어, 하등한 인간과도 서슴지 않고 손을 잡을 수 있었다.

* * *

에키드나를 공간 째로 찢어버리려던 유피테르의 공격은 에키드나에게 맞지 않았다.

에키드나의 옷깃을 스치지도 못했다.

바실리와 만난 이후로 겪는 최악의 패배감에 유피테르는 비틀거렸다.

한계 이상으로 마나를 사용해 몸이 정상이 아닌 것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선을 에키드나에게서 떼지 않고 물었다.

“…어째서지.”

“뭐가 또 그리 궁금할까. 내 사랑은? 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거야?”

평소처럼 돌아온 에키드나의 태도에 유피테르가 길길이 날뛰었다.

“왜 내 공격이 맞지 않는 거지?”

“마나의 근원에 공격하니까 그러지. 내가 신이라니까. 믿지 못하겠어?”

“네 기운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해도 신이 되었을 리 없어. 기둥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난 넘어가지 않는다.”

“…흐응.”

어떻게 말해도 유피테르가 인정할 생각을 하지 않자 에키드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신의 힘을 그 몸으로 느껴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뭐?”

에키드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피테르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뭘 하려는 거지?’

유피테르는 반사적으로 방어막을 치려다가 마나를 전부 써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 많던 아티팩트도 대부분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였다.

아공간을 열면 상황이 달라질지 몰라도 그럴 여유는 없었다.

그저 손에 쥔 이름 없는 성검을 믿는 게 다였다. 그나마 검술도 연습을 했기에 다행이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역시 신이 되었다는 말은 거짓이었나.”

“바로 공격하면 안 믿을 거 같아서 기다린 거야. 이제 보여줄게.”

그 순간.

유피테르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더럽게 아프군.”

“어때, 이제 좀 생각이 바뀌었어?”

“이따위 장난질로 신이라고 자칭하는 거냐. 너도 신의 딸이라면 그분은 규격 외라는 걸 알 텐데.”

“와! 이제 내가 신의 딸이라는 건 믿어주는 거구나.”

“….”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강해지는 고통에 유피테르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유피테르를 보며 에키드나는 쐐기를 박았다.

“잘 자, 내 사랑. 눈을 뜨고 나면 모든 게 끝나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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