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도 포기한 대공자-110화 (110/265)
  • 델포이 대표 선발전(5)

    * * *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용이,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얼음으로 빚어진 용이 늠름한 날개를 펼쳐 날아오릅니다! 마치, 전설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중계를 지원하는 남자 아카데미 생이 환호했다.

    그도 그럴 게 드래곤이었다.

    남자라면 한 번쯤 상상해보는 최강의 생물이었다. 마족과 손을 잡은 인류를 단죄한 신의 자식을 싫어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어린 마법사들이 가장 열광하는 동화책 중 하나가 레어를 지키는 드래곤의 이야기였다.

    지금까지의 카테리나가 보여주었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마법인 것도 한몫했다. 그녀는 늘 아르테미스의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왔다.

    전투에 있어서 철저하게 효율을 중시했고, 분석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압도했다.

    ‘마왕의 마나가 내게 속삭이고 있어.’

    그러나 이는 마왕의 심장을 만들기 전의 이야기였다. 파괴적인 검은색의 마나가 섞인 후, 그녀는 달라졌다.

    오라버니와 오흐트가 말한 그대로였다. 언제나 시작은 푸른 마나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검은 마나로 변했다. 두 마나가 불안정하게 섞여 마법을 방해했던 티아나의 상황과는 달랐다.

    완벽히 융합해버린 마왕의 마나는 점점 영향력을 넓혀갔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용이라… 멋진걸?]

    [맞아! 유피테르 교수님도 드래곤 좋아해? 나는 좋아하는데. 멋지잖아. 특히 저 이빨 같은 것.]

    [과거부터 힘의 상징이었으니까. 동경하기는 한다.]

    유피테르와 오흐트의 잡담은 마이크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말씀드리는 순간 용이 브래스를 내뱉었습니다! 이건 강력합니다.]

    [사실, 브래스는 기술이라고 보기도 힘들어. 역사서에 의하면 브래스란 호흡의 일종으로….]

    [정말?]

    두 사람이 해설을 제대로 하지 않자 남은 한 아카데미생만 고생이었다. 양 측의 마법을 전문적으로 분석해야 할 유피테르는 드래곤의 역사에 대해서 읊고 있었다. 오흐트 역시 그 옆에서 맞장구치고 있을 뿐이었다.

    카테리나 식 특제 마법 ― 얼음의 용 : 브레스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떠오른 용이 거대한 입을 벌렸다. 얼마나 큰지 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걸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태양 빛을 받아 빛났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님에도 완벽한 구강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흐으읍ㅡ.

    푸른 용은 아리아를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것만으로도 콜로세움에 예정 없는 돌풍이 불어닥쳤다. 마치, 먼지를 빨아들이는 청소 마법처럼 연약한 것들부터 용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이었다.

    “역시. 선배는 존경할만한 사람이에요.”

    브래스를 준비하는 드래곤은 카테리나가 지닌 재능의 결정체였다. 마나로 만든 생명체는 마법사의 상상력에 기반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도중에 제어가 불안정해져 폭발했다. 실제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마법사들은 생명체를 본뜬 마법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저 드래곤은 정말 역사 속의 생명체 그대로였다.

    드래곤이 보여주는 위용에 순간적으로 아리아의 기세가 꺾였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무서웠다. 그럼에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에 무너질 단련을 해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저도 입장이라는 게 있다고요!”

    아리아는 다 카포를 양손으로 쥐었다. 명백한 찌르기의 자세였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마, 이게 마지막 공격이겠지.’

    이건 최후의 발악이었다.

    애초에 이기려고 이 자리에 선 게 아니었다. 카테리나에 비해 자신의 마나는 보잘것없었다. 검사와 마법사의 선을 넘나드는 건 그 만큼 리스크가 컸다. 아카데미 4위의 자리는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도 했지만, 운도 따랐기에 얻은 결과였다.

    그래도 단지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원래라면 자신도 오러를 사용해야 했지만, 그녀는 굳이 마나를 택했다. 마나로 사용하는 검술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으니까. 자신을 부정한 그자들과 같은 힘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리아 제 2 식 1 형 ― 좌충(左衝)

    시에라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검술을 직접 개량한 아리아 식. 그 두 번째 검식(劍式)이 다 카포의 몸을 빌려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라앗!”

    아리아는 남아있는 모든 마나를 쥐어짜냈다. 어차피 뒤는 없었다. 카테리나를 상대로 장기전을 벌일 수 있는 아카데미생은 없었으니까. 그건 계란을 던져서 늪을 채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말이었다.

    샤아아아악ㅡ.

    다 카포가 아리아의 마음에 응답했다.

    마나가 덧씌워진 검은 아리아의 기합과 함께 하늘을 갈랐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드래곤의 왼쪽을 두 동강 내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두말할 필요 없는 멋진 찌르기였다.

    화려한 겉만큼 속도 알찬 마법이 한 번의 칼질에 틈을 보였다.

    “마,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다고!”

    카테리나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했던 마법인 것 맞았다. 에키드나의 기술을 따라 한 마법이 이런 식으로 박살 날 줄은 몰랐다. 이론대로라면 아리아의 검술 정도는 가뿐히 막아내야만 했다.

    이 마법은 오라버니의 옆에 당당히 서기 위해서 개발한 것이니까.

    그래도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것은 아니었다. 반만 남은 드래곤은 여전히 브래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카테리나는 집중해서 마법을 복구했다. 부서진 부분에 필요한 마나는 충분했다.

    아직,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도 웃어주지 않는 게 분명했다.

    “아직, 한 발 남았어!”

    공격이 성공하자, 아리아는 자신감이 생겼다.

    방금 펼쳐낸 검마법으로 이미 마나는 바닥을 친 상태였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카테리나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아리아는 다 카포를 강하게 쥐었다. 좌측면의 점을 찔러 박살 냈으니, 이제는 우측면의 차례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었다. 계속해서 밀어붙인다면 안개로만 가려져 있던 승산이 보일 것만 같았다.

    “하아아아압!”

    아리아는 자세를 유지하며 온몸에 마나를 퍼트렸다. 마나는 혈관을 타고 곳곳에 있던 피로를 없애며, 근육을 강화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적은 마나만 남아있었지만, 우돌을 쓸 수 있었다. 평소부터 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훈련했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검사란 늘 극한 상황에서의 판단력을 시험받는 생물이었다.

    뒤는 없었다.

    이제 앞만 보고 부딪칠 때였다.

    아리아 제 2 식 2 형 ― 우돌(右突)

    좌충이 검에 마나를 실어서 찌르는 거라면, 우돌은 검사가 직접 날아가는 것이었다. 퍼트렸던 마나를 폭발적으로 터트리며 빠르게 수복되고 있는 드래곤의 목을 노렸다.

    역린(逆鱗)

    카테리나가 만든 저 푸른 용이 실존했던 드래곤과 유사하다면, 유일한 약점을 노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긴장을 푼 카테리나에게 맞설 적은 없었다.

    “두 번은 없어. 아리아.”

    어린 시절 유피테르가 부러워했던 카테리나의 재능은 진짜였다. 아리아의 기술이 완성되기 바로 전에 푸른 용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더블 캐스팅의 요령을 깨달은 이상 식은 스프 떠먹기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카테리나 식 특제 마법 ― 얼음의 용 : 브레스

    복구하면서 마나를 가득 채워놓았던 푸른 용은 덩치에 맞지 않게 재빨랐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아리아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얼음 속성의 브래스를 쏘아냈다.

    쿠오오ㅡ.

    빙룡의 브래스와 아리아의 검마법 우돌이 힘을 겨뤘다.

    “용가리는 이제 그만 잘 시간이라고!”

    아리아는 물러서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

    이미 마나는 떨어졌고, 전신은 얼어붙었다. 팽팽했던 감각은 아득히 멀어졌다. 드래곤이 왜 잊혀진 시대에 위대한 존재라고 칭송받았는지 그 편린을 본 것만 같았다.

    [아리아 선수. 대단합니다. 브래스를 뚫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 선수의 검마법은 확실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고착화된 오러와 다르게 마나는 자유 분방하다는 점을 잘 이용하니까. 하지만, 그녀에게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게 있다.]

    아리아가 푸른 용과 사투를 버리고 있는 와중에도 중계는 진행되고 있었다. 아리아를 추켜세우는 진행 보조의 말에 유피테르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아리아 선수는 델포이 랭킹 4위입니다. 만약 그녀가 약하다면 그 이유가 뭐죠. 유피테르 교수님?]

    [약한 게 아니다. 없는 거지. 시에라 제국 출신이기 때문에 애초에 마나의 양이 적은 것이다. 게다가….]

    진행 보조를 맡은 아카데미생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그 역시 유피테르의 팬이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델포이의 랭킹 4위는 어디 가서도 무시당하지 않는 기록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마법사보다 경험이 부족할지언정, 저런 식으로 폄훼 당할 이유는 없었다.

    [아리아 선배 원래 오러를 썼던 것 같은데. 오러가 마나를 막고 있어. 오러가 왜 만들어졌는지는 알지?]

    의외로 그 답은 오흐트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한눈에 아리아의 상태를 눈치챘다. 콜로세움에 모인 마법사들 중 가장 뛰어난 치유사였기에 가능했다. 애초에 이곳의 마법사들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리아 캐롤의 몸 속에서는 오러와 마나가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마치, 티아나처럼 말이다. 서로 다른 성질의 힘이 지금 이상으로 충돌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런 전투법을 그만두게 하고 싶었으나, 유피테르에게는 그럴 권한도 명분도 없었다.

    [그 정도는 당연히 알죠. 마법사의 세상을 거부한 검사들이 새롭게 만든 게 오러 이론이잖아?]

    [맞아. 어떤 방식으로 마나를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선배의 기반은 오러야. 그 두 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지.]

    [그럼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라는 말입니까?]

    중계석에서 대치 구도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이. 두 사람의 대결은 어느새 결판이 나 있었다.

    캬오오오오ㅡ.

    카테리나가 만든 푸른 용이 승리의 함성을 부르짖었다.

    용은 전투에 만족했는지 아름다운 얼음 결정으로 돌아갔다. 그 앞에는 아리아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과 발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그녀는 후련한 표정이었다.

    “여기까지인가 보네요. 선배.”

    “대체 뭐가 있었기에 그렇게 급한 거야?”

    “그건…. 나중 가면 알게 되실 거예요.”

    카테리나는 무언가 속사정이 있는 듯한 그녀에게 더는 묻지 않았다. 심판을 보던 사이가 교수는 양쪽의 상태를 확인한 후 결정을 내렸다.

    “승자. 카테리나 아르테미스.”

    심판의 선언이 끝나자 의무팀이 달려와서 아리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카테리나 역시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감사하다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짝짝짝.

    두 사람의 멋진 혈투에 관중석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1위와 4위의 대결답게 화려한 볼거리가 많았다. 적절히 설명해주는 해설 덕에 배울 것도 많았다.

    카테리나와 아리아는 그들의 자랑스러운 선배이자, 언젠가 꼭 넘어서고 싶은 마법사였다.

    며칠 후, 아카데미 곳곳의 게시판에 선발전 명단 공고지가 붙었다.

    아카데미 교류전 선발 명단

    교수

    키어런 로즈. 에메리아 포세이돈. 사이가. 유피테르 아르테미스. 프리지아 라프라스.

    아카데미생

    카테리나 아르테미스. 클리오나 브레닐스. 페이트 레기온. 세이드 아폴론. 라우라 소시에테. 델피아 미네르바. 오흐트. 키아나 유콘. 제레미. 리프 데메테르.

    *10명의 아카데미 생은 필요한 물품을 챙겨 파에톤 앞으로 와주길 바람.

    *두 명의 아카데미생이 한 명의 교수를 모시고 강화 합숙이 진행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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