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도 포기한 대공자-107화 (107/265)
  • 델포이 대표 선발전(3)

    * * *

    사방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슐레이만 아폴론이 직접 개량한 마나 지뢰의 위력은 대단했다. 자그마한 단점이 있었지만, 위력 하나는 일품이었다. 무시무시한 폭발력에 콜로세움의 경기장은 쑥대밭이 되어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게 아폴론 공작가의 불꽃 마법? 진짜 뜨겁잖아.”

    “야야. 너 지금 그딴 소리 할 때가 아니라고. 너 머리 위에…!”

    “뭐, 뭔데? 빨리 말해!”

    “조각상이 떨어진다고. 오른쪽으로 피해!”

    피해는 그대로 관중석에까지 이어졌다.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구경하던 아카데미생들은 갑작스레 날아오는 파편과 조각상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게 다행이었다. 델포이의 마법사들 중에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구경하는 자들도 보호 결계를 100% 믿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법.

    처음에는 당황했던 아카데미생들은 곧바로 옆의 사람들과 협력했다. 일부는 방어막을 펼쳤고 다른 자들은 떨어지는 물체를 흔적도 남지 않도록 격추했다.

    결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공명 현상이 문제였다. 마나 지뢰가 만들어낸 커다란 진동에 공명해서 콜로세움의 장식들이 떨어진 것이었다.

    “해치웠나?”

    관중석에서 어떤 난리가 벌어졌든 간에 세이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의 정신은 오로지 ‘적’인 마이야르에게로 쏠려있었다. 뇌가 한발 먼저 쓸모없는 다른 정보를 걸러냈다. 근위대의 마법사들에게 배운 정신이었다.

    지금까지는 모두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마나 지뢰도, 방어막도 불꽃의 장미 모두 완벽했다. 이제 후배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지켜보기만 하면 끝이었다.

    처음에는 신입생이 대표 선발전에 나왔다는 걸 듣고서 웃었다. 마치, 작년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 미소가 멈추지를 않았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바보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러나.

    신성 기관 출신이라는 걸 듣고 타오르던 불꽃이 꺼져버렸다. 성국은 둘째치고 신성 기관 출신의 마법사는 차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신성 기관은 그야말로 광신도들의 집단이었다.

    주신 레아를 믿기는 했지만, 저건 도를 넘었다.

    그들은 창조신 레아의 뜻과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암살도 서슴지 않았다. 황실을 수호하는 가문으로서 같은 하늘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선배. 약해보인다구.”

    “뭐…?”

    연기 속에서 인영의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설마 하는 생각은 곧 현실로 되돌아왔다. 폭발의 잔해를 부수며 마이야르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은 어느새인가 사라져 있었다.

    “저거 생각보다 위력이 약하더라?”

    제복은 여기저기 뜯어지고 불탔지만, 정작 그는 큰 상처가 없었다. 마이야르는 세이드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네 생각 따위는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뭔가 한 수가 있다는 거군 빌어먹을 후배.”

    “후배는 사랑으로 아껴줘야지. 내리 사랑이라는 말 몰라?”

    세이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불꽃의 장미는 언제든지 그의 적을 섬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불꽃의 장미는 마나 지뢰로 끝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마법이었다. 처음에는 마나 지뢰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지만, 도중에 생각을 바꿨다.

    신성 기관 출신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설령, 이 자리에서 자폭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면, 마이야르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는 세이드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제복의 재들을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이곳저곳 불타 없어진 걸 빼면, 꽤 단정한 옷차림이 되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레아 님 제가 가는 길을 지켜봐 주십시오!”

    마이야르는 양손을 하늘에 뻗은 후 가슴팍으로 내렸다. 그 후, 눈을 감고서 허공에 표식을 만들었다. 그건, 레아교가 자랑하는 특별한 방식의 기도였다.

    ‘뭘 하려는 거지?’

    세이드는 마이야르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실전을 고려한 일대일 대결이었다. 저런 식으로 낭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못한다면, 얻지 못하는 게 너무 컸다.

    하지만, 저렇게 가만히 있어 주는 건 좋았다.

    아카데미 교류전 대표 선수라는 명예를 또다시 손에 쥘 수 있을 테니.

    세이드 식 특제 마법 ― 불꽃의 장미

    세이드는 기회를 던져버리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주위를 만개한 꽃에 한층 더 마나를 넣었다. 공작 가문의 이름에 맞는 막강한 마나가 주입되자, 붉은 기운이 한층 더 진해졌다.

    바로 그 순간.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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