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도 포기한 대공자-1화 (1/265)
  • Prologue

    * * *

    아르테미스 공작 가(家). 천재 마법사를 수없이 많이 배출한 휘황찬란한 달의 가문.

    단신으로 마족을 사냥했다고 알려진 카르멘 아르테미스를 필두로 달의 가문은 리투아 제국을 넘어 세아니아 대륙 최강의 마법사 가문으로 칭송받았다.

    현(現) 가주 카르멘 아르테미스는 세컨드 서클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잊혀진 시대 이후 최초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평가받는 마도사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숨을 쉬게 만드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아르테미스 가문의 대공자 유피테르 아르테미스였다.

    유피테르 아르테미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의 기적인 마나를 느끼지 못했다. 그 어떠한 신관들이 다녀가도 병은 해결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사용할 수 있는‘마나’는 끝내 대공자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최고(最高)의 마법사 가문에서 나온 최약(最弱)의 대공자.

    이로 인해 대륙에서는 여러 풍문이 돌았다. 카르멘은 막강한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입단속을 시켰지만, 이미 퍼져버린 소문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던 대공자 유피테르는 그럼에도 미소를 지으면서 살아갔다.

    유피테르 뒤에 태어난 카테리나 아르테미스는 그 오빠와 다른 엄청난 마법 재능을 보여주었고, 카르멘은 유피테르가 동생의 성장에 방해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카르멘은 귀족은 대부분 입학을 허가하는 파르테논 아카데미로 유피테르를 보내버렸다. 유피테르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서 말이다. 가주에게 첫째 아들의 생각은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은발 은안을 보유한 유피테르 아르테미스는 아카데미로 가던 중 소리소문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마치, 원래부터 없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는 지금….

    그 누구도 다가올 수 없는 공간에서, 울음을 참으며 한 명의 여성과 헤어지고 있었다. 그 여성이야말로 유피테르가 새로 태어날 수 있게 도와준 자였다.

    ‘그녀’는 유피테르의 연인이자 스승이며 가족이었다.

    “이제 정말로 떠나야 할 시간이 와버렸네? 그래도 이 정도로 성장해줘서 안심이야 테르.”

    “정말로, 가야만 하는 거야?”

    “이건 거스를 수 없는 당연한 인과의 흐름이야. 잠깐이라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어.”

    “결국에는 내 곁을 떠나는 거잖아. 가지 않으면 안 돼?”

    여성은 유피테르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주었다. 유피테르 역시 마지막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몸을 천천히 맡겼다. 그래도 한두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눈동자에서 떨어진 한 줌의 이슬은 뺨을 타고 흘러 슬며시 어깨를 적셨다.

    “너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네가 한 일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니까. 자랑스러워 하렴. 테르.”

    “그건 절대로 나 혼자서 한 일이 아니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있었으니까. 가능했던 것일 뿐이야.”

    여성은 손을 들어 유피테르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서 입을 맞췄다. 달콤하면서도 눈물의 짭조름한 맛이 그대로 나는 키스. 늘 설레기만 했던 이 키스도 지금의 유피테르에게는 슬픈 일일 뿐이었다.

    연인들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산다고 책에서 읽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와의 연애는 행복했지만, 영원하지는 않았다.

    “말했던 4개의 아티팩트를 전부 모아줘. 첫 번째는 알고 있지? 네가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있단다.”

    “응. 알고 있어. 꼭, 찾으러 갈게. 너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테니까. 잊지 말고 기다려줘.”

    그녀는 유피테르의 말에 생긋 웃어주고서는 뒤로 몇 발자국을 걷더니, 천천히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렇다. 이제 정말로 그녀는 떠나버린 것이다. 유피테르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다시 혼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때처럼 모든 걸 웃어넘기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지는 않았다. 그녀가 알려준 것들은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었다. ‘그녀’의 가르침은 신의 가르침과도 비슷했으니까.

    혼자 남겨진 그는 ‘그녀’와 약속했던 것을 꼭 지키자고 마음먹었다. 평소부터 그녀는 4개의 열쇠가 되는 아티팩트를 모은다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왔었다.

    그리고서는 이곳을 단단한 결계로 봉인하기로 했다. 둘만의 추억이 가득한 장소에 누군가가 들어온다는 건 상상만 해도 싫었으니까. 이곳은 유피테르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소중한 장소였다.

    봉인의 마법이 펼쳐지기 전에 그는 한 번 더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곳곳을 눈에 새겼다.

    같이 밥을 먹었던 식탁, 연구했던 책장과 마법을 배웠던 공터까지…. 어느 곳에서도 유피테르의 옆에는 항상 그녀가 함께했었다. 그 사실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었다.

    그녀와 함께했던 다양한 기억들을 찬찬히 떠올리며 피식 웃은 뒤에, 그는 봉인 마법의 시동어를 외웠다.

    유피테르 식(式) 특제 마법 ㅡ 달빛 꿈

    “널 찾기 전에,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않을게.”

    아무도 듣지 않는 공허한 외침이었지만, 유피테르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게 그 말을 기억했다. 흔하디흔한 말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숨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였기에.

    봉인의 마법이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고서,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뒤를 돌아본다면 아쉬움이 발목을 잡을 게 분명했다.

    이제는 자신을 버렸던 가문과 비웃었던 세상에 ‘그녀’의 후계자가 돌아왔음을 알려줘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달이 잠든 세계에서.

    달의 대공자의 귀환(1)

    * * *

    “이곳은 오랜만에 와도 추운 게 변하지를 않네 진짜. 대체 왜 이런 곳에 성을 지었는지 어이가 없어, 어이가. 하필 좋은 땅 놔두고 이런 오지에 성을 지었냐구요. 그래도 황족 피를 이은 가문 중 하나인데. 리투아 제국 황실도 참 미스테리하네.”

    달과 태양이 서로 만나 작별 인사를 하는 새벽녘. 희미한 달빛이 세상을 따듯하게 보듬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속 푸른 달빛은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유피테르 아르테미스. 사라졌던 달의 대공자는 그 빛을 길동무 삼아 발걸음을 옮기며 투덜거렸다. 리투아 제국 북부에 위치한 얼음성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추웠으니까.

    오랜만에 돌아와서 그런지 냉기가 몸을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과거에 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추위가 그를 가로막았다.

    몇 번이고 계획을 수정할까 고민했지만, 소중한 그녀를 되찾기 위해서 이것보다 빠른 방법은 없었다. 현재로서는 이것이야말로 최선(最善)의 선택지였다.

    잊혀진 시대부터 존재했던 4개의 아티팩트를 모아야 그녀가 갇힌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만들더라도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칙칙한 검은 로브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화이트 사파이어 빛의 투명한 은색 머리카락은 유피테르의 미모를 짐작하게 했다.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유피테르의 모습은 단연 눈에 띄었다.

    그 머리카락 색과 같은 은색의 눈동자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딘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듯, 한 줌의 망설임 하나 깃들어있지 않았다.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과 다르게 유피테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그의 발걸음은 신나게 리듬을 타고 있었다.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지옥에 돌아가는 것은 전혀 기쁘지 않지만,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대로에 쌓인 눈은 홀로 길을 걸어가는 유피테르를 응원해주었다. 마치, 저 하늘 위에서 그를 기다려 주며 빛을 내주는 달처럼.

    그렇게 달을 의지하며 한참을 걸었을까. 푸른 얼음으로 조각된 거대한 성이 눈에 들어왔다. 먼 거리에서부터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저곳이 그가 향하는 목적지인 아르테미스의 얼음성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아오른 푸른 성은 강렬한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성이 가져다주는 광경에 가슴이 웅장해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유피테르에게는 아니었다. 마치 몇십 년 만에 돌아온 것처럼,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이곳에서 그는 여동생의 길을 가로막는 저주받은 대공자였을 뿐이었으니까.

    몇 년이 지나도 오롯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성에 정말로 돌아와도 되는 것일까. 가족들에게 잊히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여동생은 돌아온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할까.

    다양한 생각이 뒤엉키며 유피테르의 입가에서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내 의지로 이곳에 돌아오게 될 줄이야.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더니. 결국, 네 말이 맞았네. 가족에게로 돌아왔어.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말이지.”

    유피테르는 얼음성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가슴 한편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성이 눈에 들어온 이후, 그의 발걸음에는 이전과 같은 경쾌함이 어느새인가 사라져 있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그녀를 위해서 가야만 한다.

    문득 튀어나온 생각은 유피테르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축 처진 기분에도 그는 가야만 했다. 저 얼음성에 성공적으로 돌아가야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첫 번째 계단에 오르는 거니까.

    얼음성의 이름의 기원이 된 영원함을 간직한 얼음. 그건 리투아 제국의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리투아 제국을 지탱하는 네 개의 공작 가문 중 아르테미스 특유의 얼음 속성 마나를 상징하는 것이었기에.

    아르테미스 가문은 뛰어난 인재를 많이 배출해 리투아 제국 밖에서도 유명했다. 현 가주 카르멘 아르테미스가 이룩한 업적이 너무나도 대단하기에 알고 싶지 않아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다는 마족과 싸워 이긴 후 무기를 빼앗았다, 또, 최연소의 나이로 ‘마도사’의 자격을 얻었으며 그 이후 세계 최강의 집단인 ‘조디악’의 일원이 되었다. 이외에도 그의 업적은 너무 많아 이야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였다.

    “이 성도 어릴 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말이지…. 진짜 멍청했었구나. 여전히 마나 방어책도 완벽하고. 지금 보니 잊혀진 시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네.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는 것도 그녀의 덕인가.”

    그렇다. 과거의 유피테르는 너무나 멍청했다.

    그래도 그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 과거 역시 그의 일부였으며, 아무리 저주하고 거절하더라도 신이 아닌 인간인 이상 과거를 바꿀 수는 없었으니까. 누구나 회귀를 꿈꾸지만, 그건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결국, 인간은 인생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헤엄치는 겁쟁이들일 뿐이었다.

    리투아 제국 굴지의 마법사 집안에서 나타난 최악의 둔재. 혈족 특유의 얼음 속성 마나와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저주받은 첫째.

    10살의 나이에 퍼스트 서클을 달성한 천재(天才) 여동생 카테리나와 비교되는 최악의 천재(天災). 그의 재능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나를 느끼지도, 모으지도 심지어 가지고 있지도 못했기 때문에.

    마나는 창조신 레아가 세계를 창조한 후, 생명체들에게 선물한 특별한 힘이었다. 레아처럼 세계의 법칙을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비슷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는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는 마나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아니,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유명한 신관들이 돌아가면서 진찰해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수치는 0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유피테르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나를 상승시키는 데 좋다는 모든 것들을 구해와서 먹였지만, 슬픈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가문의 수치가 되어버린 그는 저주받은 아르테미스라며 놀림과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단 한 명, 그의 여동생 카테리나를 제외하고서.

    얼음성 바로 앞에 도착하자 얼음성의 날카로운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얼음성 본성에 가기 전, 가문의 위대함을 한껏 보여주는 거대한 입구가 그를 가로막았다. 아르테미스 공작 가문을 상징하는 달 문장이 거대한 깃발이 되어 휘날리고 있었다.

    얼음성의 입구에는 새벽에도 두 명의 문지기가 눈을 부릅뜨고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추위에 잠시 졸 법도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자긍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낯선이여 가문에 들어가고 싶다면 나를 쓰러트리고 가라.

    이런 의지가 문지기들에게서 느껴졌다. 문지기들의 눈에 로브를 쓴 유피테르가 들어왔다. 문지기가 아무리 생각해보더라도 새벽 시간에 방문할 자는 없었다.

    문답 무용이라고 하며 마법으로 격퇴하고 싶었지만, 자신들은 가문의 사람이었다. 필요 없는 행동으로 아르테미스의 명예를 떨어트릴 필요는 없었다. 때문에 얼음성의 문지기들은 절도있게 물었다.

    “이곳은 아르테미스 공작 가문 소유의 얼음성 입구입니다. 자리에서 완전히 멈춘 후 정체를 밝혀주십시오. 혹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만한 물건을 건네주셔도 좋습니다.”

    가문 내에서 높지 않은 위치의 문지기였지만, 정중한 태도가 일품이었다. 충분한 경계를 유지하면서도 귀족 가문의 모습을 보여주는 깔끔한 태도였다.

    “내가 좀 급해서 그런데 바로 가주를 만날 방법은 없나? 아니라면 가문의 다른 높은 사람도 괜찮은데 말이지.”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고 했던가. 낯선 이에게도 예의를 보여주는 모습에 감동한 유피테르 역시 점잖은 말투를 유지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어떠한 후폭풍을 가져올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주님과 약속이 되어있지 않으시다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신분을 밝혀주십시오.”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가문의 최중요 인물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에 문지기들은 화가 났다. 그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나를 뿜어내며 유피테르를 위협했다. 문지기들의 기세는 일반인들이 기절할 정도였다.

    그들의 마나는 창에 담겨 꽤 정갈하고 날카로운 형태로 변했다.

    “꽤 대단한 기세네. 그러다가 사람이 기절하면 어쩌려고 그래. 흠. 제로 서클인 데도 이 정도일 줄이야.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굳게 닫힌 이 문을 열어주려나?”

    가문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피테르가 기억하기로 아르테미스 공작가(家)와 창술 같은 마나 무기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저런 단순한 마나를 담은 창은 진짜 마법이라고 불리기엔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헤라클레스 후작가(家)가 마나 무기술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라고 건너건너 들었다. 그들은 초대 가주의 유언에 따라 퍼스트 서클 이후에도 무기와 마나를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 특이한 가문이었다.

    소년의 기억 속의 아르테미스 공작가는 마법만으로도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가문이었다. 저런 날붙이에 의존하는 곳이 아니었다. 저런 거로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면….

    아니, 애초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저주를 받은 그가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물론, 정규 마법사단이 아닌 문지기라서 저런 방법을 택한 걸지도 모른다고 유피테르는 생각했다. 정도가 아닌 사도는 성장 속도 하나는 보장했으니까. 한계가 명확하더라도 일정 지점까지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나갈 수 있었다.

    피어나는 의문에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소년은 문지기들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동시에, 공격에 언제든지 대비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유피테르의 은은한 마나 오라는 얼핏 봐도 문지기들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게 느껴졌다.

    자신들의 마나 오라와 눈에 보이게 차이나는 유피테르의 마나 오라를 보고 문지기들은 숨을 삼켰다. 잘못하다가는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에 가득했다. 마나 오라로 알 수 있는 서클의 차이는 노력으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상대가 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도 자신들은 아르테미스 가문의 자랑스러운 병사였다. 이 낯선 방문객에게 결코, 비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문지기는 언제라도 목숨을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어야만 했다.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값싼 전투력 측정기라고 놀림 받아도 말이다.

    공포감을 없애고자 입술을 깨문 문지기들은 긍지를 한껏 담아 소년에게 창을 겨누고서 빠르게 찔러왔다.

    “마창술? 어디 보자, 헤라클레스 가문의 자세와는 다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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