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110화 (110/119)

# 110

110화 C-21 구역의 비밀

러비 체이서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다. 재훈과 일행들은 세계 곳곳의 주요 거점을 돌며 러비들을 제압해 갔고 러비들은 점점 엄청난 숫자로 멈추기 시작했다.

심천우의 기지. 분노에 찬 심천우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도대체 다들 뭐 하는 거야! 놈들이 저렇게 날뛰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공격하라고! 헌터 러비들을 더 보내! 어서!”

부하 한 명이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저, 천우님. 놈들이 어디에서 출몰할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마, 스텔스 기능이 있는 항공기를 쓰는 것 같은데, 지금의 저희 레이더 장비로는 그걸 탐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분명 놈들이 항공기를 띄운다면, 어딘가 기지가 있을 거 아냐? 그걸 찾아내서 박살 내란 말이야!”

“천우님…”

천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으로 간 천우는 부하 한 명을 불렀다. 부하가 방으로 들어오자 천우가 말했다.

“C-21 구역의 상태는 어때?”

“아직 순조롭습니다.”

천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최대한 빨리 C-21구역의 자료들을 백업해 놓도록 해. 그리고 중앙 연구실의 자료들도 백업하고 장비들을 수송선으로 옮겨. 최대한 빨리.”

부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자료들을 다 백업 하란 말씀입니까? 그럼 C-21구역 B동의 실험체들은요? 그리고 A동의 사람들은요?”

“B동 실험체들 중 10명 정도만 샘플로 따로 챙겨 다른 배에 싣도록 해, 그리고 A동 사람들은 그냥 다 방치해둬.”

“하지만,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남겨놔도 쓸모없는 사람들이야. 서둘러서 배들을 준비하도록 해. 조만간에 분명히 강재훈 일당들이 들이닥칠 거야.”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하가 나가자 천우는 분에 못 이긴 듯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다 완성돼가는 마당에 강재훈 이놈이…”

오경수11은 심천우의 지시로 중요한 자료들을 백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또 하나의 백업 하드를 복사하고 있었다. 오경수11의 머릿속엔 얼마 전 불에 타 죽은 오경수2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가 이 연구를 한 건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어.’

백업 작업이 끝나자 오경수11은 하드 하나를 외투 안 주머니에 숨겼다. 잠시 후, 그는 기지 밖으로 나왔다. 기지 밖은 눈보라가 불고 있었다. 그는 기지 밖에 있는 대형 공기 정화기 쪽으로 향했다. 이미 기지 밖 CCTV 중 몇 개를 해킹해 작동 불능으로 만들어 놓은 터라 들킬 위험은 거의 없었다. 드라이버로 공기정화기의 안쪽 패널을 분리한 그는 완충재로 똘똘 싼 하드를 안쪽에 잘 숨겨 넣었다. 그리고 다시 패널을 닫았다. 패널이 잘 잠긴 걸 확인한 그는 눈보라를 뚫고 대형 안테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테나 컨트롤실로 들어간 그는 메인 컨트롤러를 열어 자신이 가지고 온 태블릿 PC를 연결했다. 그리고는 해킹을 시도해 별도의 암호로 구성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작업이 다 끝난 오경수11이 안테나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총을 든 경비원 두 명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재빨리 뒤로 달려 작은 구조물 뒤로 몸을 숨겼다. 경비원 한 명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니, 이놈의 CCTV는 왜 또 고장이 나서 우리가 힘들게 출동하게 만드는 거야? 이렇게 눈보라도 많이 부는데. 혹시 누가 일부러 고장 내는 거 아냐? 우릴 엿 먹이려고?”

“그럴 리가 있어? 이 날씨 좀 보라고, 그냥 고장 난 걸 거야. 자 빨리 확인하고 들어가자.”

“알았어.”

오경수11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다 한가운데 수송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핑크레드가 창문으로 아래쪽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기룡에게 무전을 날렸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물 위로 나오시죠.”

이윽고 바다 한가운데서 커다란 대형 잠수함이 떠올랐다. 얼핏 보기에도 웬만한 운동장 6개 이상을 합친 어마어마한 크기의 잠수함이었다. 그런데 여느 잠수함과는 다르게 커다란 박스 형태의 잠수함이었다. 곧 수면 위로 나온 잠수함의 한쪽 면이 크게 열렸다. 수송기는 수상 착륙이 가능한 기체였기에 마치 배가 된 것처럼 바다 위에 무사히 안착했다. 곧 수송기는 문이 열린 대형 잠수함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잠수함은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수송기에서 내리는 핑크레드에게 기룡이 다가와 물었다.

“이번 건은 어땠어?”

“3126명 정지예요.”

“오, 그 정도도 가능한 건가?”

“그럼요.”

이윽고 대원들이 수송기의 뒷 해치로 들어가 10개의 큰 이동식 베드를 끌고 나왔다. 큰 박스 형태의 베드 안에는 러비 체이서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기룡이 그들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작전이 끝나고 바로 휴뇌 상태[1]로 돌입한 건가?”

『각주[1] 휴뇌 상태: 뇌를 쉬게 하는 상태로 수면 상태와는 좀 다르다. 러비 체이서는 작전 시 광범위한 해킹을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는데, 이는 평상시 뇌 활동의 수십 배의 역할을 해내는 일이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그래서 작전이 끝나면 약물로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다. 여담으로 휴뇌 상태에서는 꿈조차 꾸지 않는다고 한다.』

핑크레드도 이동식 베드를 보며 답했다.

“예. 작전 시, 예상보다 약 15% 정도 더 뇌를 쓰고 있어요. 이렇게 억지로 휴뇌 상태를 만들지 않으면 아마도 견딜 수 없을 거예요.”

핑크레드는 거대한 잠수함의 내부를 살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 ‘씨 엘리펀트 호’의 상태는 어때요?”

“어, 대단해. 원래 해저터널 공사 자재 운반용으로 만들어진 잠수함이라 그런지 꽤 튼튼해. 항공기 연료도 많이 실어 놨으니까 당분간은 걱정 말라고.”

“아무튼 이 잠수함을 발견한 건 신의 한 수였어요.”

“그렇지. 그런데 다음 작전 지역은 어디래?”

핑크레드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마, 심천우의 기지 일거 같아요.”

“그래? 드디어 단판을 지으러 가는 건가?”

며칠 뒤, 재훈이 씨 엘리펀트 호로 넘어왔다. 재훈 일행은 휴뇌 상태에서 깬 러비 체이서들과 다음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재훈이 오경수에게 말했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예상치 보단 오버 히트 상태지만 버틸 만합니다. 다음 작전지는 어딥니까?”

“다음 작전지로 심천우의 기지를 치려고 합니다.”

“심천우의 기지는 현재 남극의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 있습니다. 아마 우리가 올 것을 미리 대비하고 있을 겁니다.”

재훈이 홀로그램 지도를 띄우며 말했다.

“그 기지의 방어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그다지 강하진 않을 겁니다. 전에 확인한 결과 원래 남극 관측 기지로 쓰이던 연구소를 개조한 곳이라 특별히 강한 방어책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일단 러비들이나 헌터 러비들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야 해요.”

지은이 말했다.

“이번엔 꼭 심천우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재훈이 말했다.

“최대한 그렇게 해 봐야죠.”

재훈 일행은 구체적인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가 끝난 후 정욱과 원웅이 재훈을 따로 불렀다.

“정욱 씨, 원웅 씨, 무슨 일이에요?”

정욱이 휴대용 홀로그램 장치로 도표를 띄운 후 말했다.

“러비 체이서 분들의 상태가 예상보다 좋지 않습니다.”

“예?”

“아무래도 실시간 해킹에서 오는 과부하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신체 밸런스도 몸이 러비화 되면서 오는 피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 말씀은?”

원웅이 말했다.

“간단히 말해 예상 수명이 더 빨리 줄고 있다는 말입니다.”

재훈은 놀라며 정욱에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별 수 없습니다. 휴뇌 시간을 늘리고 신체 강화제와 세포 촉진제를 더 써서 어떻게든 버티게 해 봐야죠.”

원웅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속도로 가다간 길어야 2년도 채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재훈은 걱정에 휩싸였다.

몇 주 후, 심천우의 기지. 재훈 일행이 올 것을 이미 예상한 듯 기지 주변에는 수많은 러비들과 헌터 러비들이 서 있었다. 일반 부하들도 각종 무기를 든 채 대기하고 있었다. 여전히 날씨는 눈보라가 세게 불고 추웠다.

멀리서 10명의 러비 체이서가 보였다. 이윽고 그 뒤로는 재훈 일행이 각종 화기를 든 채 따라오고 있었다. 러비 체이서들은 순식간에 달려와 눈보라와 함께 심천우의 기지를 지키는 무리들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

콰직!

격렬한 육탄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두!

타타타타탕!

두두두두!

두두두두!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두 진영은 서로를 끝장내겠다는 일념으로 싸우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갑자기 러비 체이서들이 한쪽으로 모이더니 해킹 전파를 작동시켰다.

스르륵!

털썩! 털썩!

여기저기서 러비들과 헌터 러비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분명 수적으로는 심천우의 부하들이 우세해 보였다. 하지만 러비 체이서의 공격 앞에서 그들은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쓰러져 갔다. 남은 부하들에게 러비 체이서들이 달려들어 공격을 했다.

“으윽!”

“아악!”

뒤에서 사격을 가하며 쫓아오던 재훈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지는 심천우의 방어 세력을 보고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심천우가 이미 도망간 건 아닐까?’

한바탕의 전투가 벌어진 후 재훈 일행은 심천우의 기지로 들어갔다. 몇몇 저항 세력이 남아 있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중앙 작전실로 들어가자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재훈이 기지 내의 CCTV를 작동시켜 보다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오경수에게 말했다.

“심천우는 이미 달아난 것 같아요.”

그러자 오경수가 메인 시스템을 작동해 보다가 말했다.

“그런 것 같군요. 중요한 자료들은 이미 다 삭제 해 버렸네요.”

그때, 뒤에서 젤리가 들어오며 말했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일러요.”

재훈이 깜작 놀라며 말했다.

“젤리 씨? 여기 왜 왔어요? 위험하게.”

그러자 젤리가 기지 메인 컴퓨터에 휴대용 SSD를 하나 꽂으며 말했다.

“세상을 구하는 일에 임산부라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이걸 보세요.”

재훈이 모니터에 뜨는 정보를 보며 말했다.

“이게 뭐예요?”

“얼마 전에 이 부근에서 짧게 발생했던 신호를 담아 온 거예요. 처음엔 숫자로 이루어져 있어 뭘까 생각했는데, 정욱 씨가 코드를 보더니 오경수 형제 중 한 명이 보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이 기지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 같아서 가져와 봤어요.”

모니터를 확인하던 젤리가 말했다.

“역시 맞네요. 이 신호는 이 기지의 어떤 곳을 가리키는 위치 좌표예요.”

재훈과 일행들은 모니터에 나온 위치로 이동했다. 기지 밖 공기 정화기 쪽으로 간 재훈은 드라이버로 패널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을 확인해보자 안전하게 포장된 하드가 있었다. 그걸 본 오경수가 말했다.

“여기 있던 오경수 중 한 명이 이걸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군요.”

다시 기지 작전실로 들어온 재훈은 그 하드를 메인 시스템에 연결했다. 그 하드 속에 있던 건 각종 연구 자료들이었고 특히 C-21 구역에 관한 내용이 방대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아마 여기 C-21이란 구역에 중요한 게 있나 봐요. 거기로 가보죠.”

재훈 일행은 기지 밖으로 나와 눈보라를 뚫고 C-21 구역으로 향했다. C-21 구역에 다다른 재훈 일행은 하드에 나온 암호를 통해 입구를 열 수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자 공기가 훈훈해졌다. 핑크레드가 두꺼운 털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뭐야, 이 안은 따뜻하고 공기도 좋아. 이 냄새 좀 맡아보라고.”

정말 그녀의 말대로 그 안쪽에서는 마치 숲 속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 같이 산뜻하고 푸르른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재훈은 그 공기를 맡으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인공 숲… 아마 이 안에 인공 숲이 있나 봐요.”

이윽고 일행들은 A동이라고 쓰인 거대한 문 앞에 다다랐다. 재훈은 아까 기지에서 발견한 하드에 나온 암호로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끼익!

곧 문이 열리고 따뜻하고 산뜻한 공기가 가득 재훈 일행을 덮쳐왔다. 눈이 부셨다.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숲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앉아 과일을 먹으며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그중에는 풀밭에 누워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재훈은 이게 꿈인가 싶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재훈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핑크레드가 안쪽의 평화로운 광경을 보며 놀라면서 말했다.

“뭐야? 심천우의 기지 안에 어울리지 않게 이런 천국 같은 곳이 다 있어?”

한 노인이 무기로 무장한 재훈 일행을 보며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오?”

재훈이 말했다.

“저희는…”

그때, 재훈의 뒤에 있던 젤리가 황급히 앞으로 뛰어나오며 외쳤다.

“할아버지?”

노인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놀라며 말했다.

“넌 젤리 아니냐?”

“할아버지!”

젤리는 노인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할아버지.”

“니가 무사히 살아있다니 이건 기적이구나!”

둘의 해후를 보며 재훈 일행은 잠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재훈 일행은 노인의 환대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행들은 그 안에서 각종 음식과 과일들을 대접받았다. 젤리가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

“그게 말이다.”

노인은 지난 얘기를 들려주었다.

먼 옛날, 전 세계는 계획 없는 자원의 무자비한 사용과 끊임없는 전쟁으로 점점 오염되고, 수많은 난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많은 과학자와 각 나라의 대표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연구했지만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심천우가 나타났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인간의 잘못된 행동과 생각이 원인이라며, 세상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인간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심천우를 미친놈이라며 거들떠도 안 봤지만, 몇몇 과학자들과 기업 총수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거대 기업들의 막강한 지원과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힘을 얻은 심천우는 자신의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고 그를 돕던 사람들은 모든 계획이 끝날 때까지 안전한 이곳에 숨겨 주었던 것이었다.

얘기를 다 들은 젤리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건 범죄예요. 어떻게 할아버지는 이런 큰 범죄에 돈을 투자하고, 도울 수가 있어요?”

“젤리야,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을 생각해봐.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던 아마존 밀림이 무분별한 벌목으로 황폐해지자 인류에게 닥쳤던 대 위기가 생각나지 않니?”

“하지만 나중에 과학자들이 인공 숲들을 만들면서 해결됐잖아요!”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것으로 공기의 질은 회복됐을지 몰라도 생태계가 또 엉망이 됐잖니, 인간은 그렇게 자신들이 벌인 일에 대한 폐해를 생각하지 못한 채 많은 일을 벌인 단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을 만들던 할아버지가 사람을 죽이는 일에 투자를 하실 수가 있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젤리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젤리는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뛰어 나갔다. 재훈이 노인에게 말했다.

“사실 어르신 말씀이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심천우는 사람들을 러비로 만들고, 다 죽이고, 그 후엔 대체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겁니까?”

“그 후에 일이라… 그건 이 밑에 B동에 해답이 있겠구려.”

“예? B동이요?”

노인은 재훈 일행을 데리고 B동으로 내려갔다. 큰 문에 다다르자 노인이 말했다.

“사실 나도 이 안에 심천우의 최후의 계획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소.”

그러자 오경수가 다가와 말했다.

“아까 찾아낸 하드에 이곳 비밀 번호도 해킹되어 적혀 있었던 것 같았어.”

재훈은 오경수가 일러준 비밀번호를 눌렀다.

끼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왠지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재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B동 안에 아름답게 꾸며진 지하 도시 속에는 예쁘고 귀여운 어린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