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109화 러비 체이서의 반격
재훈은 러비 체이서가 되겠다는 오경수의 말을 쉽사리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러비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러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고, 그 지식들은 분명 러비들을 쓰러뜨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경수는 재훈과 아버지가 같은 즉, 생물학적으로는 그의 형이었다. 그걸 알고 있던 재훈은 자신도 모르게 형제의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경수 씨가 러비 체이서가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경수 씨처럼 러비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은 연구를 계속하는 편이 낮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자 오경수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저를 말리는 이유가 피가 섞인 형제라고 느껴서 그러시는 겁니까? 걱정을 해 주시니 고맙긴 하군요.”
재훈은 자신의 마음이 들킨 걸 애써 감추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억지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지금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 역할을 걱정하시는 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연구기록은 또 다른 저인 오경수6, 즉 정욱 씨에게 넘겨줄 테니까요.”
오경수가 디에고 옆으로 가며 말했다.
“이제 남은 4명만 뽑으시면 됩니다.”
재훈은 더 이상 오경수를 말릴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통 속의 끈들은 이제 4개의 검은 칠이 된 끈이 섞여 있을 터였다. 그때 사람들 틈에서 차민영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다들 멋지게 왜들 그래요?”
재훈이 놀라며 말했다.
“민영 씨는 왜 나오는 거예요?”
민영은 사람들을 쳐다본 후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립 앤 걸스 차민영입니다. 한때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였죠. 마음 한 구석에서 어렴풋이 언젠간 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
“하지만 민영 씨까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아니에요. 제가 아니라면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렇다면 펩스 콜렉터로 유명했던 제가 적격이죠.”
재훈은 그녀를 말리려고 하다가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으며 확고한 결심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대균이 나왔다.
“이로써 제가 8번째 지원자가 되는 건가요?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러비들과 대등하게 싸워보고 싶었습니다.”
재훈은 점점 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균 대장까지…”
한 흑인 대원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저는 지미 칼슨이라고 합니다. 군 입대 전에 전직 UFC 선수였어요. 아마 제 전투 기술이 꼭 필요할 겁니다.”
재훈의 눈은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칼슨…”
이제 남은 자리는 한 자리뿐이었다. 재훈은 마음을 가다듬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총 9명의 지원자가 나왔습니다. 남은 한 자리는 그럼 제비뽑기를 하도록 하겠…”
그때,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뛰쳐나오며 외쳤다.
“잠깐만요!”
소리를 외친 건 서 순경이었다. 놀란 재훈이 말했다.
“서 순경? 서 순경이 왜 지원을 해?”
“왜요, 전 약해 보여서요? 러비들을 상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 방대한 데이터예요. 편집증 환자인 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죠. 반대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서 순경은 절대 안 돼!”
그러자 서 순경은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재훈 앞에 보였다. 그것은 ‘마음대로 이용권 1회’라고 쓰인 종이였다.
“사령관님, 아니 강 선배님, 기억나시죠? 예전에 저한테 주신 거잖아요. 이 결정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데에 이 쿠폰을 쓰겠어요.”
“그건 안 돼!”
“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 거절하면 약속을 어기시는 거예요!”
“아니 그래도…”
서 순경은 앞으로 나온 9명의 사람들 옆에 가서 섰다. 어느새 총 1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오경수가 본인 옆에 선 9명의 사람들을 둘러본 후 말했다.
“굳이 잔인하게 제비뽑기를 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제가 봐도 여기 나온 분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적격인 것 같으니 사령관님을 포함해서 다들 더 이상 우리가 지원한 것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재훈은 앞에 나온 사람들 10명을 다 되돌려 보내고 싶었지만 그들의 확고한 생각과 이미 벌어진 상황 앞에서 더 이상 그들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재훈은 마음을 더 단단하게 진정시킨 후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 나오신 10명의 사람들을 최종 지원자로 결정하겠습니다. 다들 러비 체이서 프로젝트를 준비해 주세요.”
사람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훈은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진해서 나온 10명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쇳덩이를 박아놓은 듯 무겁게 아파왔다.
심천우의 기지. 오경수2가 연구실에 홀로 남아 컴퓨터로 뭔가를 접속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접근 불가’라는 글씨가 계속 뜨고 있었다. 그는 뭔가 크게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경수2가 이동한 곳은 메인 컴퓨터실이었다. 입구에 다다르자 경비원이 살벌한 눈빛으로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데 계속 오류가 나서요. 하드웨어 문제 같은데 직접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내용을 저희에게 전달해 주시면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경수2는 휴대용 SSD를 경비원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그걸 받아들여 입구에 설치된 컴퓨터로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런 오류는 거의 일어날 수가 없는 건데. 이건 저희도 알 수가 없는 문제군요. 그럼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예, 좀 확인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경비원은 메인 컴퓨터실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들어가서 확인해 보십시오. 단 혹시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시면 바로 퇴실 조치하겠습니다.”
오경수2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장비들의 냉각을 위해 틀어 놓은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옷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몸을 움츠리며 들어가던 오경수2는 천장에 설치된 CCTV들을 보며 생각했다.
‘전보다 경비가 더 삼엄해졌어. 빨리 알아내야겠어.’
그는 메인 컴퓨터 서버 앞에 서서 커넥터에 측정 장비를 꽂았다. 사실 그 측정 장비 속에는 해킹 프로그램이 들어있었다. 오경수2는 메인 컴퓨터를 해킹해 C-21 구역의 CCTV를 살펴볼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측정 장비가 메인 컴퓨터를 해킹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밖에 있던 경비가 시간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왔다. 경비가 다가오는 걸 느낀 오경수2는 다급한 표정으로 해킹 장비를 확인했다. 장비의 작은 모니터에는 ‘실행률 83%’라는 글씨가 띄워져 있었다. 오경수2는 떨리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좀 더 빨리빨리… “
91%, 92%… 경비가 다가올수록 오경수2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잠시 후, 경비가 다가와 측정 장비를 보며 말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오경수2는 연결된 장비를 뽑으며 말했다.
“다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정기 업데이트 때 이 장비만 업데이트가 안됐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정상 작동하네요.”
메인 컴퓨터의 LED들이 반짝 거리며 정상 작동이 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경비원이 그걸 보며 말했다.
“다행이군요. 그럼 이제 아무 문제없으신 거죠?”
“예.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오경수2는 장비를 챙긴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간 오경수2는 떨리는 손으로 아까 사용한 장비의 모니터를 켜 보았다. 거기에는 ‘실행 완료’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다행이다.’
오경수2는 메인 컴퓨터를 통해 C-21 구역의 CCTV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곧 오경수2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작게 혼잣말을 했다.
“도대체 이게 다 뭐야?”
오경수2는 키보드로 뭔가를 입력하며 C-21구역의 다른 CCTV를 확인했다.
“말도 안 돼!”
오경수2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 갔다. 그때, 연구실 문이 벌컥 열리며 천우가 들어왔다. 깜짝 놀란 오경수2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천우님!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천우는 그에게 다가가 그가 보고 있던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 화면에는 각종 연구 논물들이 띄워져 있었다. 천우는 오경수2를 바라보며 말했다.
“논문들을 보고 있었나?”
“예! 다음 업데이트 때문에 참고할 게 있어서요.”
“업데이트 때문이라…”
천우는 오경수2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요새 우리 기지 안에 쓸데없는 호기심에 가득 찬 쥐새끼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나서 말이지.”
“그렇습니까?”
“혹시 그런 놈을 발견하면 나에게 말해 주도록 해. 누군지 걸리기만 하면 확 불살라 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
천우가 밖으로 나가자 오경수2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좀 전에 천우 몰래 전환했던 화면을 돌려 다시 C-21 구역의 CCTV를 확인을 했다. 잠시 후,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천우가 다시 들어와 총을 겨눈 채 외쳤다.
“손들어!”
오경수2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올렸다. 모니터에는 C-21 구역의 CCTV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천우는 가까이 다가와 모니터를 확인했다.
“자네 너무 호기심이 많은 것 아닌가?”
“그게…”
“이건 자네가 봐서는 안 되는 화면인데 메인 컴퓨터를 해킹 한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될 일일까?”
오경수2는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천우에게 말을 했다.
“천우님, 제 말을 좀 들어 보십시오. 지금 무슨 계획을 갖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C-21구역은 왜 저런 겁니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천우는 오경수2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쓸데없는 호기심을 가지다니. 때로는 말이야 알고 싶어도 절대 알아서는 안 될 것들이 있어. 자네는 너무 선을 넘어서 버렸군.”
“하지만 제가 그동안 해온 연구들 중에 C-21구역에 관한 건 없었습니다. 이 연구소에 핵심 연구원인 제가 모르는 또 다른 연구가 있다니요?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친구로군. 지금껏 본인이 얼마나 큰 실수를 한 건지 말해주고 있었는데 말이야.”
“천우님!”
천우는 갑자기 총을 내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뒤를 돌아 오경수2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 내가 쥐새끼를 발견하면 어떻게 한다고 그랬지?”
오경수2는 벌벌 떨며 아까 천우가 한 말을 되뇌기 시작했다.
‘불살라 줄 테니까, 불살라 줄 테니까, 불살라 줄 테니까…’
천우가 문 밖으로 나가며 손짓을 하자 한 부하가 커다란 장비를 등에 매고 문 밖에 섰다. 그 장비는 화염 방사기였다. 오경수2가 놀란 눈으로 외쳤다.
“천우님! 살려주십시오!”
이윽고 화염방사기에서 오경수2를 향해 불이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르르!
“아아악!”
고통에 찬 오경수2의 비명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천우가 태연하게 걸어 나가며 말했다.
“그러게 누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래?”
다른 부하가 다가오자 천우가 말했다.
“메인 컴퓨터실엔 이제 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마!”
“예! 천우님!”
천우가 지나가자 비명소리에 놀란 부하들이 모여들었다. 오경수2의 연구실에서 나온 부하는 연구실 안쪽을 향해 화염방사기를 계속 발사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르!
그 모습을 다른 부하들과 함께 오경수11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공포심 가득 찬 얼굴로 오경수2가 죽었다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보고 있었다.
움타타 연구소.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10명의 지원자가 베드에 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들 이 순간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재훈은 10명의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었다. 디에고가 말했다.
“사령관, 기대해. 내가 더 강한 놈으로 변신해서 러비 놈들을 쓸어 줄 테니까 말이야.”
“고마워요, 미안해요.”
오경수 차례가 되자 그는 재훈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비록 피만 섞인 무늬만 형제이지만, 이렇게 훌륭한 동생을 두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군요. 뒷일을 부탁해요.”
“고마워요. 정말 미안해요.”
차민영이 재훈을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세상을 구할 슈퍼스타가 되려고 하는 거니까.”
“고마워요, 민영 씨.”
대균도 재훈을 뜨겁게 안으며 말했다.
“사령관님, 뒷일을 부탁해요. 강하게 변신해서 열심히 싸울 테니까.”
“꼭 세상을 구할게요, 대균 대장.”
다들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서 순경의 차례가 되자 재훈은 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서 순경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저 선배님 짝사랑했던 거 아시죠? 그동안 옆에 있어서 행복했어요.”
“미안해, 서 순경. 더 잘해주지 못해서.”
“그런 말씀 마세요. 충분히 저한테 잘해주셨어요. 마지막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서 순경 말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래, 고마워. 수연아.”
서 순경은 만족한 듯 재훈을 꼭 안았다가 놓아주었다. 모든 인원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이윽고 메인 컴퓨터 앞에 선 정욱이 말했다.
“이제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오경수가 정욱에게 말했다.
“내 형제 오경수6! 뒷일을 잘 부탁해!”
정욱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오경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반드시 세상을 구할 테니까!”
곧 10명의 사람들이 베드에 눕고, 그들을 러비 체이서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러비로 변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동료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인류를 위해 목숨을 건 10명의 사람들. 재훈은 주먹을 꽉 쥐며 다짐했다.
‘반드시 세상을 구하겠어!’
몇 주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규모가 큰 도시인만큼 남아있는 러비들도 많은 도시였다. 러비들은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때 상공 위에 중형 수송기가 나타났다. 그 수송기에서 아래쪽 상황을 레이더로 보던 핑크레드가 포트 모건 호에 무전을 보냈다.
“목표지점 양호. 러비들 다수 있음. 첫 번째 테스트 장소로는 딱 인 것 같은데?
그러자 포트 모건 호에 있던 재훈이 말했다.
“오케이! 전 대원 작전 개시!”
핑크레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져! 작전 개시. 러비 체이서 투하!”
이윽고 수송기에 뒤가 열리며 10명의 러비 체이서가 장비들과 낙하산을 맨 채 뛰어내렸다.
그들이 육상에 도착하자 핑크레드가 러비 체이서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좋아요! 러비 체이서 여러분, 도발 개시!”
이윽고 러비 체이서들이 맨 가방에서 러비들을 유인하는 전파가 송신되기 시작했다. 러비들은 그 전파를 감지하자마자 갑자기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멀리서 러비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디에고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한바탕 놀아볼까?”
러비 체이서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든 러비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 퍽!
러비 체이서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러비들을 해치워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러비들이 모여들었다. 수송기에서 그 모습을 보던 핑크레드가 레이더를 보며 말했다.
“그래, 좀 더 모여라, 더 많이!”
잠시 후, 수 백, 수천 명으로 보이는 러비들이 모여들자 핑크레드가 외쳤다.
“지금이야! Force Quit[1] 작동!”
『각주[1] Force Quit: 강제 종료. 극 중에서는 근거리 통신으로 러비를 해킹해 완전히 정지시키는 장치를 발한다.』
순간 러비 체이서들의 가방에서 주변에 몰려든 러비들을 향해 해킹 전파가 발사되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그 많던 러비들이 순차적으로 행동을 멈추더니 제자리에 쓰러졌다. 재훈이 무전을 통해 오경수에게 말했다.
“공격이 성공했는지 확인해주세요!”
오경수는 쓰러진 러비에게 다가가 체크 장비를 이용해 확인을 했다. 이윽고 오경수가 무전으로 말했다.
“작전 성공! 러비들, 기능 정지했습니다.”
“와아!”
상황을 확인하던 대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정보병이 재훈에게 말했다.
“상황 추산, 총 1796명의 러비가 기능 정지했습니다!”
“됐어!”
재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