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104화 (104/119)

# 104

104화 각자 다른 운명

임신. 축복받고 기뻐야 할 이 순간이 젤리는 기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안이 가득 밀려 들어왔다. 인류가 멸망의 위험에 빠져있는 어지러운 세상. 이런 환경에서의 임신이라니… 더군다나 재훈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 것인지를 젤리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재훈이 서 있는 것이었다. 젤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을 하며 재훈에게 말했다.

“뭐예요, 스토커예요? 이런 데를 다 따라오고.”

재훈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아니, 대체 무슨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다 들은 거 아네요?”

“뭘 들어요? 지금 막 들어온 건데. 두 분이서 무슨 얘길 한 거예요? 나도 좀 압시다!”

“정말 못 들었다고요?”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인가 보죠?”

젤리는 마음속으로 안심을 하며 말했다.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었어요.”

재훈은 젤리와 핑크레드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우리끼리요? 설마? 두 사람 서로 좋아하고 이런 거 아니죠? 나 이런 삼각관계는 싫단 말이에요!”

그러자 핑크레드가 일어나 재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봐,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남자가 좋아!”

젤리도 일어나며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재훈이 젤리의 뒤를 쫓아가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 알려줘요. 궁금하단 말이에요.”

“됐어요! 알려고 하지 마세요. 알면 다쳐요!”

그렇게 젤리는 바깥으로 나갔다. 재훈은 멍하니 그녀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젤리는 침대에 누워 고민했다.

‘임신 사실을 재훈 씨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행여나 이 임신 때문에 재훈 씨 일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제 알려주는 지였다. 머리가 복잡해진 젤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해, 이런 시기에 생겨나게 해서.”

재훈은 이런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다음 작전을 위한 정보를 수집해 정리하고 있었다.

한편, 연구실에 있던 오경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 위에 있는 홀로그램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두 개의 펩스가 여러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긴장한 듯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홀로그램 옆에 띄워진 엔터를 눌렀다. 홀로그램 상의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띄워진 두 개의 펩스가 서로 뭔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빨간색이었던 펩스가 옆의 펩스와 같이 파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완전히 파란색으로 변했다.

“예스! 이거야!”

오경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곧 근심으로 뒤덮였다.

‘성공은 했지만. 도대체 누가 이 얄궂은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포트 모건 호에는 무거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드디어 오경수가 심천우를 칠 계획에 대해서 설명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하나 둘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주요 인사들이 모이자 재훈이 오경수에게 말했다.

“오경수 씨, 심천우 일당을 칠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예.”

오경수는 홀로그램 재생 장치를 식탁에 올린 후 펩스 모형 두 개를 띄웠다.

“한쪽은 제가 만든 펩스, 즉 감염체. 다른 한쪽은 모든 종류의 러비들의 대표적인 표본, 즉 피 감염체입니다. 오경수는 감염체 펩스를 확대시킨 후 말을 이었다.

“이 작전의 핵심은 이 감염체입니다.”

오경수는 홀로그램 속 감염체의 펩스에 어떤 프로그램 덩어리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제가 지금 감염체 펩스에 넣은 프로그램은 피 감염체의 펩스 및 뇌를 정지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예기를 들어보니 여러분도 비슷한 장치를 만드신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상대 펩스의 업데이트된 부분도 실시간으로 확인해서 해킹할 수 있습니다.”

오경수는 이번엔 감염체의 전신 홀로그램을 띄운 후 어깨 부분에 한 장치를 붙였다.

“이건 별도의 근거리 통신 장치입니다. 심천우가 만든 러비의 펩스에는 펩스의 통신장치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강화된 통신장치가 필요합니다. 이걸 감염체의 어깨에 부착하는 거죠. 단, 원거리 통신은 효과가 없고 근거리 통신만이 가능합니다.”

오경수가 홀로그램으로 여러 러비 사이에 한 러비를 띄운 후 말했다.

“이 가운데 감염체 러비가 제가 만든 장치와 프로그램을 달고 심천우의 러비 사이로 뛰어들면 근처에 있는 러비들이 해킹당해 행동을 멈출 것입니다.”

재훈이 물었다.

“그럼 종합해보면, 러비를 생포해서 오경수 씨가 만든 프로그램과 장치를 장착한 후, 심천우의 러비들 가운데 투입하면 놈들을 해킹해서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건가요?”

재훈의 말을 들은 오경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러비를 생포해서 감염체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재훈이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예? 생포하는 게 아니면요?”

“우리들 중 누군가가 감염체 러비가 되어야 합니다.”

“뭐라고요?”

다들 갑작스러운 오경수의 말에 웅성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미친 거 아냐?”

“말도 안 돼.”

강 박사가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다들 조용히 해봐요, 말을 더 들어 봅시다. 오경수 씨, 아니 대체 누가 자진해서 러비가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우리들 중 감염체 러비가 나와야 하는 이유는 뭐고요?”

오경수가 다시 홀로그램에 감염체 러비의 머리 부분을 띄우며 말했다.

“심천우는 자신의 러비들이 해킹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해킹을 하기 위해 그걸 연구한 다음 다시 업데이트를 해야 하죠. 하지만 그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율성 면에서도 좋지 않게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실시간으로 상대 러비의 펩스를 분석해 그에 알맞게 해킹을 하는 것입니다.”

오경수는 이번엔 일반 사람의 뇌와 자신이 만들려는 감염체 러비의 뇌를 홀로그램으로 띄운 후 말했다.

“원래 사람의 뇌는 펩스를 장착한다고 해도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러비의 경우는 다릅니다. 사람이 러비로 변하며 증폭된 신체 각 부분을 컨트롤하기 위해 뇌도 같이 활성화됩니다. 그 뇌의 기능을 만약 펩스와 합칠 수만 있다면 작지만 성능은 엄청난 뉴로컴퓨터가 만들어지는 셈이죠. 그렇게 되면 실시간 해킹에 관한 연산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지은이 오경수에게 말했다.

“오경수 씨가 말한 대로라면 감염체는 반의식 상태에 머물게 되겠군요.”

“예, 의식은 있되 뉴로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가지게 되는 거죠.”

“그런 능력도 있어야 하고, 작전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우리들 중에서 그 감염체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오경수 씨, 하지만 반의식 상태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옛날에도 펩스에 관한 실험을 할 때 우연히 실험자가 반의식 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곧 뇌가 폭주해 버려 사망한 적이 있었죠. 절대 사람의 의식과 뇌의 용량으로는 그 감염체로 변한 상태를 견딜 수가 없을 겁니다.”

“이번 헌터 러비를 보고도 그러십니까? 그들은 분명 의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걸 만들 기술과 장비가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요?”

재훈이 물었다.

“방법이 있는 겁니까?”

오경수가 홀로그램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도를 띄우며 말했다.

“여기 남아프리카 움타타라는 곳에 심천우의 연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여기가 헌터 러비를 실험하던 핵심 연구소 중 하나입니다.”

재훈이 말했다.

“그럼 그 시설이 아직 사용 가능하단 말씀입니까?”

“예, 제가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몇몇 핵심 장비가 필요하고, 발전 시설에 정비가 필요하지만 분명히 사용 가능할 겁니다.”

기룡이 홀로그램 지도를 보며 말했다.

“참, 아이러니하군.”

옆에 있던 서 순경이 물었다.

“예? 뭐가요?”

“움타타는 흑인 인권 운동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박물관이 있는 곳이잖아.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운명의 장난 같은 곳이로군.”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깨고 오경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 왜 우리들 중 감염체가 나와야 하는지 아시겠습니까? 반의식 상태에서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희생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균이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일반 사람이 감염체가 됐다간 아마 견디지 못할 테니까요.”

버틀러 함장이 물었다.

“혹시 감염체가 됐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수는 있는 겁니까?”

오경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불행히도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원웅이 물었다.

“아까 감염체 어깨에 장치를 단다고 하셨는데 그러려면 보조 배터리를 달아야 하겠죠? 하지만 그 보조 배터리는 보통 수명이 5년 정도입니다. 그럼 만약 작전 중 배터리를 갈아야 할 때는 어떻게 하죠?”

“배터리를 교체할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 다들 모르셨나 보군요. 러비로 변하면 수명이 길어야 5년입니다.”

“뭐라고요?”

사람들이 놀라자 오경수가 말했다.

“러비로 변할 때 그 증폭된 신진대사를 견디고 살 수 있을 거란 생각들을 하신 겁니까? 러비로 변하면 신체가 5년 정도밖에 견디질 못합니다.”

재훈이 말했다.

“그렇다면 심천우는 5년 안에 세상을 박살 내려고 했던 거겠군요.”

“그렇습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다 좋아요. 작전도 그만하면 성공 확률도 높아 보이고. 하지만 가장 큰 핵심은 그것이겠군요. 누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이냐? 5년 안에 괴물의 모습으로 죽어 갈 텐데 말이죠.”

다들 서로 눈치를 볼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천우의 기지. 천우가 자신의 잠수함과 통신을 하고 있었다.

“곽성연 함장. 놈들의 생존 기지 상황은 어떤가?”

“현재 전체 4곳에서 5군데 정도로 예상됩니다. 각각 해군기지를 기초로 재정비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하기가 수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현재 방어 미사일 체계를 갖춘 곳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헌터 러비들을 풀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군. 참! 놈들의 구축함은 추적해 봤나?”

“그건, 아직 파악 못했습니다. 놈들이 아직 활동 중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를 근거지로 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꼭 알아내야 한다. 분명 놈들의 근거지에 주요 시설들이 있을 거야. 그것도 반드시 없애야 해.”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해서 보고 하겠습니다.”

“알았어, 수고하게.”

천우는 일어나 의무실로 향했다. 의무실에는 도예가 누워 있었다. 그녀의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의사가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있었다. 천우가 들어오자 도예가 몸을 일으켰다. 천우가 그런 도예에게 다시 누우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냥 누워있어.”

“아닙니다.”

도예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죄송합니다. 평소엔 몸살도 안 걸리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되다니.”

천우가 도예의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열이 있군. 죄송할 필요까지 있나? 아플 수도 있는 거지.”

평소 잔인하기로 유명한 천우에게서 이런 의외의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도예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의사가 다가오자 천우가 말했다.

“도예의 상태는 어떤가?”

의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그게...”

“말해보게.”

“도예님은 지금 임신 중이십니다.”

“임신? 확실한가?”

“예, 확실합니다. 임신 초기이십니다.”

천우가 도예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제 내 아이를 가졌으니, 몸 관리 잘하게.”

“예.”

도예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지만 꾹 참았다. 천우가 의무실을 나가면서 의사에게 말했다.

“특별히 더 신경 써 주도록 하게.”

“예! 천우님.”

도예는 기뻤다. 자신이 천우의 아이를 가지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약간은 불안하기도 했다. 그토록 잔인하던 천우가 왜 갑자기 자신과 아이를 가질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그걸 직접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예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제 곧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의 아이가 되겠구나.”

파도의 그림자 기지에 있는 제이슨 랜들 함장에게 재훈이 통신을 했다. 그는 포트 모건 호에서 오고 갔던 얘기들을 전달했다. 재훈의 얘기가 끝나자 랜들 함장이 놀라며 말했다.

“사령관님 결국 그 방법밖엔 없는 겁니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희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또 연락하기로 하죠.”

통신이 끝난 후 랜들 함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크루즈 선으로 이동해 생존자들을 쳐다보며 걸어 다녔다. 야채와 채소를 나르는 사람들, 헌 옷을 리폼 해 옷을 만드는 사람들, 여기저기 정비를 하는 부하들. 랜들 함장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과연 이 중에서 인류를 위해 희생하라면 희생할 사람들이 있을 것인가?’

한편 포트 모건 호의 재훈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젤리가 그런 재훈이 안쓰러워 막 다가가려 하는데 지은이 옆으로 다가와 젤리의 손을 잡으며 들어가는 것을 말렸다.

“젤리 씨, 지금은 재훈이를 혼자 두는 게 좋겠어.”

“왜요 어머니? 저는 단지 위로를 해주고 싶어서요.”

“아니야, 혼자 고민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지은은 젤리를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지은이 커피를 타서 젤리에게 건네주었다.

“다행히 커피가 많이 있네.”

“고맙습니다.”

젤리는 막 마시려다가 문득 임신했다는 생각에 컵을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재훈 씨,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야. 단지 사령관으로서 큰 고민에 빠져 있는 거지.”

“정말 오경수 씨의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글쎄,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오경수 씨의 방법이 우리가 놈들을 이길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여.”

“하지만 누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선뜻 나설 수 있겠어요? 결국 죽는 일인데.”

“그래, 힘들겠지.”

지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가 아직 마시지 않은 젤리의 커피를 보며 말했다.

“젤리 씨, 재훈이는 알아?”

젤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 뭘요?”

“젤리 씨, 임신한 거 말이야.”

젤리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이를 낳아 본 사람의 육감이랄까?”

이내 젤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 젤리를 지은이 옆으로 다가가 꼭 안아주며 말했다.

“무섭지? 이런 상황에서 임신했다는 게.”

“예, 무서워요. 아이를 어떻게 낳고 키울까도 무섭지만, 이것으로 인해 재훈 씨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알아, 그 심정 알아.”

“어머니, 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은이 젤리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어차피 이것 또한 젤리 씨와 아이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노력하면 언젠가 좋은 세상이 올 거야.”

젤리는 말없이 지은에게 안겨 있었다.

파도의 그림자 기지에서 랜들 함장의 주도 아래 회의가 열렸다. 군인들과 민간인 대표들이 함께 모였다. 랜들 함장이 재훈에게서 들은 얘기를 해주자 다들 놀라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랜들 함장이 물었다.

“혹시 인류를 위해 이 작전에 지원할 사람 있습니까?”

그러자 민간인 대표가 같이 온 다른 민간인들과 얘기를 나눈 후 말했다.

“민간인 중에서 지원자는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뭐라고요?”

“함장님 말씀대로 라면 그 감염체 역할은 군인들 중에서 나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군인들은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애당초 군인과 민간인은 각자 다른 운명이라고요!”

잠시 인상을 쓰고 있던 랜들 함장이 민간인 대표를 향해 화난 듯이 말했다.

“당신들 대체 세상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겁니까?”

민간인 대표는 랜들 함장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재훈이 항해 조정실에 있던 버틀러 함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함장님 항로를 남아프리카에 있는 움타타로 잡아주세요.”

“예? 하지만 어떻게 하시려고요?”

“일단 오경수 씨가 말한 시설을 확인이라도 해 봐야겠어요.”

“알겠습니다.”

포트 모건 호는 움타타로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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