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96화 비밀 병기
포트 모건 호. 지은은 초조한 표정으로 재훈 일행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해치 쪽에서 재훈이 돌아왔다는 호출이 왔다. 지은은 급한 걸음으로 해치 쪽을 향해 갔다. 재훈 일행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지은이 재훈에게 물었다.
“어디 다친 거니?”
재훈은 애써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니에요. 생각보다 러비들이 많이 있어서 대응하느라 이렇게 된 거예요.”
민영이 지은에게 사람 머리에서 막 꺼낸 듯한 펩스 두 개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것 좀 분석해 주세요. 하나는 ‘프리맨’이라는 놈의 것이고, 하나는 놈에게 ‘생존 티켓’이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였다가 러비가 된 남자의 펩스예요.”
지은은 그 펩스들을 받으며 말했다.
“이건 잘 분석해보도록 하죠. 그나저나 민영 씨, 등을 많이 다친 거예요?”
“괜찮아요, 러비에게 좀 긁힌 것뿐이에요.”
지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재훈 일행에게 말했다.
“다들 씻고 좀 쉬어요.”
일행들은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은 펩스를 들고 강은탁 박사에게 갔다.
“강 박사, 이것 좀 분석해줘. 하나는 일반 사람 거고, 하나는 러비로 변한 사람 거래.”
강 박사는 펩스를 건네받으면서 왠지 걱정으로 가득 찬 지은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지은은 애써 담담한 척하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아니긴, 뭔가 큰 걱정거리가 있구먼! 말해봐.”
지은이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재훈이가 작전을 나갔다가 러비들의 습격을 받았어.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큰일 날 뻔했나 봐. 매번 이렇게 작전이 위험하니까 이러다가 재훈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돼.”
강 박사는 지은에게 다가와 그녀의 팔에 주사를 놓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방금 걱정 완화 주사를 큰 걸로 한 방 놨으니까 그런 걱정은 좀 잊어. 우리 재훈이는 그렇게 쉽사리 당할 녀석이 아니잖아.”
순간 지은이 피식하고 웃었다. 강 박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뭐야? 뭐가 그렇게 갑자기 웃긴 건데?”
“미안,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에 우리 학교 다닐 때도 당신이 나 아프다고 하면 가끔 주사 놓는 시늉을 했잖아. 그러면 진짜로 거짓말 같이 아픈 게 싹 낫곤 했는데…”
“사실 우리가 학교를 같이 다닌 건 1년 정도밖에 안 돼. 당신이 그 후 아무 말 없이 편입을 해서 다른 학교로 갔으니까.”
“그랬지.”
지은이 갑자기 강 박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학교 다닐 때 나 좋아했었지?”
강 박사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애써 고개를 돌렸다.
“무… 무슨 소리야! 나는 그저 친구로서 당신을 좋아했을 뿐이라고.”
“아니긴, 사실 나도 당신이 날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뭐?”
“하지만 그땐 그 누구와도 연애할 생각이 없었어. 오로지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지. 그때까지도 우리나라에 뇌공학 분야는 외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었으니까.”
“그랬겠지. 내가 보기에도 당신은 공부 말곤 없는 사람 같았어.”
“한 가지 또 웃긴 게 있어.”
“뭔데?”
“아까 당신이 ‘우리 재훈이는 그렇게 쉽사리 당할 녀석이 아냐.’라고 말한 거 말이야.”
“그거야, 내가 재훈이를 키웠으니까 하는 말이지.”
“그렇지.”
지은은 강 박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깜짝 놀란 강 박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강 박사, 늦은 말이긴 하지만 고마워. 우리 재훈이를 잘 키워줘서. 그리고 미안해, 그때 갑작스럽게 재훈이를 맡겨서.”
“뭘… 새삼스럽게 그래?”
“미안했어. 하지만 그땐 그 방법밖에 없었어.”
“어쩔 수 없었단 거 알아. 그러니까 내가 재훈이를 맡은 거지.”
“아까 당신이 우리 재훈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정말 재훈이 아버지 같더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진짜 아빠인 건 아니지.”
“아니야, 당신 잘했어. 재훈이를 이렇게 훌륭하게 잘 키워줬잖아. 나와 정훈 씨는 재훈이를 위해 해준 게 아무것도 없어. 재훈이가 저렇게 훌륭하게 큰 건 다 당신 덕분이야.”
“또 새삼스럽게 그러네.”
“근데, 당신 왜 결혼은 안 했어?”
“결혼? 그게…”
그때, 재훈이 강 박사에게 뭔가를 부탁하기 위해 들어왔다.
“아버지, 저기…”
순간 재훈은 지은이 강 박사의 손을 잡고 있는 걸 보고 흠칫 놀라며 다시 나가면서 말했다.
“저, 있다가 다시 올게요.”
당황한 지은이 강 박사의 손을 뿌리치며 재훈에게 말했다.
“아니야, 재훈아 그냥 들어와도 돼!”
“아뇨. 있다가 다시 올게요.”
“쟤는… 괜찮대도!”
재훈은 그대로 복도로 나갔다. 지은은 뭔가 오해를 받은 것만 같은 마음에 재훈을 따라 나가며 말했다.
“재훈아! 같이 가자.”
강 박사는 자리에 앉아 지은이 뿌리친 자신의 손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까지 매몰차게 손을 뿌리칠 필요는 없잖아.”
강 박사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며칠 뒤, 재훈은 마이애미에서 가져온 펩스를 분석하고 있는 강 박사와 원웅, 정욱이 있는 연구실을 찾아갔다. 재훈이 강 박사에게 물었다.
“아버지 분석 결과는 어때요?”
“흥미롭구나. 이건, 러비의 고유번호를 생성해 주는 프로그램이야. 단지…”
“단지요?”
“고유 번호를 생성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러비로 변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문제지.”
“정말 소름 끼치네요.”
정욱이 말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프로토 타입의 프로그램 같아요. 어떻게 프리맨이라는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러비로 변하는 프로그램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재훈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그럼 프리맨이란 놈은 결국 실력 없는 아마추어 해커였다는 얘기예요?”
정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예상하기로는 어떤 해커가 러비로 변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러비의 고유 넘버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변환을 했고, 그걸 프리맨이 입수해서 썼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하필 그 프로그램이 완성된 형태가 아니었던 거죠.”
재훈이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펩스 분석만으로 프리맨이 다른 해커들의 프로그램을 입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거죠?”
원웅이 말했다.
“프리맨의 펩스를 분석해 보니 꽤 유명한 해커들의 프로그램을 건드렸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흔적이요?”
“프로그램의 특징 말입니다. 해커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프로그램을 재배열시키죠. 지금 분석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도 기존 해커들과 프리맨의 특징이 보입니다.”
“결국 누군가가 러비를 피하기 위해 만든 불안전한 프로그램을 프리맨이 보정해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는 말이군. 그런데 왜 사람들은 바로 러비로 변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프로그램을 재배열하면서 알고리즘이 바뀌어서 그랬을 겁니다. 결국 변하는 속도만 늦어진 셈이죠.”
재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생존자들은 이 ‘생존 티켓’을 정말 자유를 위한 티켓이라고 믿고 산거군요. 결국 러비로 변할 줄도 모르고.”
강 박사가 재훈에게 말했다.
“아마도 생존자들은 정말로 러비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에 생존 티켓을 샀을 거다.”
그때였다. 잠수함 안에 사이렌이 울리며 다급한 방송이 흘러나왔다.
“실전! 총원 전투배치! 실전!”
대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깜짝 놀란 재훈이 지휘 통제실로 향했다. 재훈이 통제실로 들어가며 잔뜩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버틀러 함장에게 물었다.
“함장님, 무슨 일입니까?”
“잠수함입니다!”
“예? 잠수함이요?”
“예. 약 20마일 밖에 잠수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버틀러 함장이 소나 관측병에게 물었다.
“상대방과의 거리는?”
“남쪽 6시 방향에서 우리 쪽으로 19마일! 깊이는 200피트! 속도는 약 25노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재훈이 함장에게 물었다.
“우리가 노출된 걸까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고민을 하던 함장이 명령했다.
“주동력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기를 가동 중단하라! 산소 발생기도 가동 중단시키고 비상 탱크로 전환! 최대한의 스텔스 모드로 돌입한다!”
잠수함 내에 전등이 다 꺼지고 비상조명이 들어왔다. 대원들은 숨소리도 들릴까 조심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버틀러 함장이 명령했다.
“어뢰 1번 장전!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발사하지 마라!”
잠시 후, 소나 관측병이 말했다.
“방향 동일! 속도 동일! 거리 10마일!”
재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함장에게 말했다.
“이대로 올까요?”
“잠깐만 기다려 보죠. 여기가 해안가 근처고, 만약 놈들이 우리가 목표가 아니라 이곳을 지나가는 거라면 반드시 방향을 바꿀 겁니다.”
다들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소나 관측병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9마일, 8마일, 7마일, 6마일…”
재훈과 버틀러 함장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때 소나 관측병이 외쳤다.
“적함, 3마일 앞에서 3시 방향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버틀러 함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적함이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될 때까지 대기하도록!”
시간이 흐르고 적함이 멀리 사라지자 잠수함 안에 비상벨이 울리며 전투 배치 해제 상황을 알렸다. 재훈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함장에게 말했다.
“아마 우리가 목표가 아니었던 모양이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앤드루스 기지를 공격한 잠수함인 것 같은데 이 근처까지 온 모양이군요.”
재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당으로 향했다. 재훈이 막 식당으로 들어가자 주연이 달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었어요? 깜짝 놀랐어요.”
재훈은 주연의 어깨를 토닥거려주며 말했다.
“걱정 많이 했구나. 이젠 괜찮아. 수상한 잠수함이 다가와서 비상 걸린 건데, 곧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꿨어.”
“다행이네요. 뭐 좀 드릴까요?”
“어, 그래. 식사 좀 준비해 줄래?”
“예.”
주연이는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시작했다. 그때 재훈은 뒤통수가 뜨거워짐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식당 입구 문 뒤에 상우가 숨어 있었다. 그는 다시 몰래 식당 안을 훔쳐봤다. 주연이가 너무나 즐거운 표정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나한테 요리해줄 때는 웃지도 않으면서.”
그때, 누군가 상우의 혼잣말을 옆에서 듣고 있었다.
“깜작이야!”
“미안, 놀랬니?”
거기에는 젤리가 서 있었다. 상우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재훈 씨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부터.”
“아… 그러면 다 보셨겠네요.”
“정답!”
상우는 빨개진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 상우에게 젤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우야, 여자는 결국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오게 돼있어.”
“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주연이의 저 표정을 보세요. 주연이는 분명 사령관님을 좋아하고 있는 거라고요.”
“나도 어릴 땐 그랬어. 동네 오빠를 몰래 짝사랑하곤 했지.”
“짝사랑은… 짝사랑일 뿐인걸요.”
“그렇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요한 건요?”
“저, 사령관 양반은 내 거라는 거지. 절대 다른 여자애에게 뺏기지 않을 테야!”
“예?”
상우가 놀라자 젤리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재훈 씨와 애인 사이라는 티를 팍팍! 내줄게. 그러면 주연이도 재훈 씨에게 관심이 멀어질 거야.”
상우가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못 하자 젤리가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상우야, 파이팅!”
상우는 부끄러워하며 식당을 지나쳐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 식당 맞은편 탕비실 문이 텅! 열리며 핑크레드와 민영과 서 순경이 튀어나왔다.
“깜작이야!”
젤리가 놀라자 핑크레드가 오버 액션을 취하며 말했다.
“아~ 이 지구가 위기인 이 상황에서도 연애 드라마가 시작되나요?”
“무슨 소리예요? 핑크레드!”
젤리가 짜증을 내자 이번엔 민영이 말했다.
“역시 연애물은 삼각, 사각, 복잡할수록 재미있죠!”
젤리는 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이 진짜! 다들 왜 그래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사령관을 짝사랑하는 주연이와 그런 주연이를 짝사랑하는 상우의 마음! 캬~ 이 전쟁 속에서 피어난 운명의 장난 같은 로맨스, 캬~”
그 뒤에 서 순경이 나오며 말했다.
“와, 정말 우리 강재훈 사령관님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니까. 저런 어린 여자애의 마음까지 훔치시다니.”
젤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맨스 관람하시느라 즐거우시겠어요. 다들!”
핑크레드가 그 말을 듣고 젤리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간수 좀 잘해야겠다, 젤리 씨. 안 그러면 누군가에게 뺏길지도 몰라!”
“안 그래도 제가 잘 관리할 거라고요!”
“어머 그래? 그런데 이걸 어쩌나? 실은 나도 사령관님을 짝사랑하는데 말이야?”
“예? 진짜예요?”
그러자 핑크레드는 젤리의 머리에 딱밤을 날리며 놀리듯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암튼 남자 관리 잘하라고 젤리 씨. 잘생긴 남자는 어디서나 여자들이 노리는 거니까.”
젤리는 황당해하며 서 있고 나머지는 신난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젤리가 혼잣말을 했다.
“아, 다들 너무해.”
심천우의 기지 안에 있는 한 연구실. 도예가 연구실로 다가오자 경비원들이 막아섰다. 도예가 화 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혹시 여기도 다 출입 금지야?”
경비원이 당황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천우님의 지시라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합니다.”
도예는 몸을 휙 돌리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잘들 지키라고!”
도예는 돌아가며 생각했다.
‘천우님, 도대체 무슨 비밀 병기라도 만들고 계신 겁니까?’
한편 연구실 안에는 커다란 수족관이 있었고, 그 안에는 흰 수염고래가 머리 부근에 커다란 장치가 장착된 채 둥둥 떠 있었다. 그 앞에서 오경수2와 오경수11이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었다. 천우가 수족관에 다가가 고래를 바라보았다. 고래는 지친 듯이 가끔씩 큰 눈을 껌벅일 뿐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천우가 오경수2에게 말했다.
“연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오경수2가 당황하며 말했다.
“시키신 데로 하고는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시스템을 오버 클릭하며 데이터를 최대한 뽑아서 연구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처리량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천우가 화 난 목소리로 외쳤다.
“어떻게든 해 내! 이러다가 강재훈 일당이 우리를 공격하기라도 하는 날엔 어쩔 건데?”
“그… 그렇지만.”
천우가 옆에 있던 모니터를 들어 오경수2를 향해 던졌다.
퍽!
오경수2가 자신 앞에 떨어져 박살난 모니터를 보며 아무 말도 못 하자, 오경수11이 조심스럽게 천우에게 말했다.
“천우님, 진정하시고 제 얘기를 들어 보십시오.”
천우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을?”
“천우님께서 말씀하시는 새로운 러비들을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자율 판단 알고리즘입니다. 분명히 가능할 테지만, 시간은 걸릴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가 꼭 해내겠습니다.”
“그럼 1주일만 더 주면 되겠나?”
오경수11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1주일은 너무 짧습니다.”
그러자 천우가 오경수11에게 다가가 멱살을 꽉 잡으며 말했다.
“볼링 알지? 나는 인간들을 쓸어버리는데 스트라이크가 되길 원했어. 그런데 인간들은 지독히도 살아남더군! 볼링에서 남은 핀을 처리하는 걸 ‘스페어 처리’라고 하지. 나는 그 스페어 처리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거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처리가 잘 되었나? 아직도 지구 곳곳에는 그 빌어먹을 생존자들이 살아 있고, 더군다나 강재훈이라는 머저리가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잖아!”
“알겠습니다, 천우님. 컥컥!”
천우가 멱살을 잡았던 손을 내리며 오경수2와 오경수11에게 말했다.
“좋아! 긴 말은 하지 않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러비들을 만들어 내도록 해!”
“예! 천우님.”
오경수2와 오경수11은 대답은 했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밖을 나가는 천우가 복도를 걸으며 외쳤다.
“인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어!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