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91화 안티 휴먼
주변이 눈으로 쌓인 어느 추운 땅. 저 멀리 빙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북극이나 남극 같은 극지방이었다. 두터운 털옷을 껴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땅에 덫을 설치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수염까지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동료에게 말했다.
“이런 걸로 놈들을 잡을 수 있을까?”
“알 수 없지. 아직까지 놈들을 직접 본 사람들이 없으니까 말이야.”
“무섭군 그래. 어디서 갑자기 놈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일단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가자고. 추워 죽겠네.”
남자들은 땅 곳곳에 덫을 설치 한 뒤에 서둘러 자신들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곧 엄청난 눈보라가 일어났다. 뒤에 있는 남자가 앞서가던 남자에게 말했다.
“큰일이네, 눈보라라니. 집으로 가기 전 까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있나? 자연이 하는 일인데.”
앞서 가던 남자는 겨우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남자의 눈에 뭔가 희미한 물체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앞을 살폈다. 뒤따라오던 남자가 물었다.
“뭔데? 앞에 뭐라도 있는 거야?”
남자들은 잘 보이지 않는 앞을 애써 보려고 했지만, 눈보라가 워낙 거세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쉬익!
퍽!
“윽!”
앞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땅바닥으로 픽 쓰러졌다.
“뭐야? 뭐가 있는 거야?”
남자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좀 전에 분명 희미하지만 뭔가 움직이는 소리 같은 게 들렸었다. 잔뜩 겁을 먹은 남자들은 작업을 위해 가져왔던 망치나 삽을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한 남자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
“노… 놈들이 나타난 걸까?”
“나도 모르겠어.”
퍽! 퍽!
“악!”
눈보라를 뚫고 무언가가 또 남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자들은 한 명씩 쓰러져 갔고 이제 한 사람만이 남게 됐다. 삽을 꼭 잡은 남자의 손은 삽 끝이 달그락 소리를 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홀로 남겨진 남자는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윽고 남자의 눈앞에 검은 물체가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놈이었다. 얼핏 놈의 키는 족히 2m는 넘어 보였다. 남자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삽으로 위협하며 외쳤다.
“저리 꺼져! 꺼지라고!”
남자는 계속 괴물을 향해 삽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하지만 괴물은 마치 아무것도 아닌 거라는 듯 빠른 속도로 그 삽을 피하며 남자에게 다가왔다. 남자는 더 거칠게 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너무나 무서워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후 남자는 슬며시 눈을 떴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는 삽을 앞으로 향한 채 주변을 살폈다.
“뭐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때, 갑자기 옆에서 괴물이 나타나더니 남자를 가격했다.
퍽! 퍽!
“아악!”
남자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지만, 이내 그 소리는 눈보라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쓰러진 남자들 주변으로 거대한 덩치의 사람들이 수십 명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 틈으로 한 명의 작은 사람이 걸어 나왔다. 작은 사이즈의 털옷으로 보아 그는 여성이었다. 마스크를 쓴 그녀는 쓰러진 남자들의 코에 손을 대보았다.
“다 죽었군.”
그녀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덩치 큰 남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확실히 이 전 모델보다 좋네. 신형 슈퍼바이저는 역시 좋군.”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임무 끝났다. 빨리 차 가져와. 얼어 죽겠으니까 서둘러!”
무전기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도예님,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그녀는 도예였던 것이었다.
눈보라가 더 거세지자 도예는 마스크에 붙은 눈을 털어내고 다시 썼다. 슈퍼바이저들은 죽은 남자들의 시체를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 기지. 재훈 일행이 회의실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핑크레드가 말했다.
“강재훈 사령관님의 ‘아담과 이브 작전’은 성공적이었어요. 이제 펩스 신호 증폭기랑 미끼들을 더 준비하면 되는 거예요?”
지은이 답했다.
“그래요, 아주 많은 미끼들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신호 증폭기의 신호를 더 강하게 증폭하도록 만든다면 분명 효과는 더 클 거예요.”
재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놈들이 우리가 만든 ED를 방어할 백신을 만들어 내면 어떡하죠?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도 ED를 업그레이드해야 하잖아요?”
원웅이 말했다.
“저도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통신을 위해 띄어 놓은 열기구 통신 중계기를 이용하면, 미끼의 펩스에 심어 놓은 ED를 빠르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겁니다.”
성규가 말했다.
“일단 미끼의 펩스에 백신 감지 프로그램을 강화시켜서 입력해 놓을게요. 그러면 만약 놈들의 백신이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해도 바로 감지해 낼 수 있을 거예요. 감지한 즉시 그 정보가 우리에게 전달될 거고, 우리는 그것을 분석해 ED를 바로 업그레이드하면 돼요.”
지은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다들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균 소령은 다음 미끼 설치 지점을 분석해 주세요. 가능하면 가장 효율적인 위치로 잡아주고요.”
“예, 알겠습니다.”
“이제 제일 큰 문제는 심천우가 어디 있냐는 건데…”
기룡이 말했다.
“그 자식이 어디 있는지만 알면 미사일을 퍼부어서 쑥대밭을 만들어 버릴 텐데.”
젤리가 지은에게 물었다.
“전에 슈퍼바이저를 납치해서 분석하면 심천우의 위치 추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랬죠. 그런데 아직 놈이 있을 만한 곳을 추적하진 못했어요. 단지 추측만 할 뿐이죠.”
재훈이 말했다.
“슈퍼바이저랑 러비들을 몇 놈 더 잡아서 이동 경로를 역추적해봐야겠어요. 분명 어딘가 실마리가 있을 거예요.”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재훈이 젤리와 함께 기지 담에 올라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 젤리가 하늘에 수 없이 펼쳐진 별들을 보며 말했다.
“와, 저 별들 좀 봐요.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이 반짝 거려요.”
“그러게요.”
“재훈 씨,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요?”
“별들이 전보다 더 맑게 반짝이는 것 같아요.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재훈은 하늘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젤리 씨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별들이 더 많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네요.”
“왜일까요?”
“글쎄요.”
곰곰이 생각하던 젤리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사람들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예?”
“사람들이 많으면 아무래도 공장 같은 것도 많이 가동되고 있었을 거고, 그러면 공기가 더 오염되니까 이렇게 별이 많이 보이지 않았을 거란 말이죠. 물론 제 추측이긴 하지만.”
재훈이 별을 보며 말했다.
“일리가 있네요.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지금처럼 공장을 가동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죠? 아무래도 그 영향이 있겠죠?”
“네. 하지만 생각해보니 씁쓸하기도 해요. 정말 사람들이 그동안 자연을 너무 파괴해온 것은 아닌지.”
“하지만 환경오염을 극복하려는 연구들도 많이 진행돼 왔었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하려는 건 아닐 거예요. 분명 어딘 가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각종 오염물질을 몰래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죠.”
“결국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었던 걸까요?”
“아마도요.”
갑자기 재훈의 표정이 굳었다. 젤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요? 뭐 때문에 그렇게 안색이 안 좋아져요?”
“황당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심천우가 하는 일이 지구 전체를 보면 맞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에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거 알잖아요?”
“알아요. 심천우는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린 나쁜 놈이고, 반드시 없어져야 할 놈이라는 거. 하지만 자꾸 놈이 왜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을까 궁금해요. 놈이 실험하던 ‘그린 타운’을 생각해봐요. 놈은 분명 어떤 형태로든 다시 사람들을 지구 상에 정착시키려고 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린 타운을 생각해보면 놈이 인류를 멸종시키려고만 생각한 건 아니란 걸 알 수는 있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해킹하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놈의 목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 생각엔 자꾸 뭔가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재훈은 다시 하늘의 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젤리도 멍하니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도예는 기지 안에 마련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기지 밖에서 온천물을 들여와 각종 입욕제를 넣고 처리한 물이라, 물속이 우윳빛으로 불투명해서 안이 보이진 않았다. 넓은 온천에는 도예 혼자뿐이었다. 굉장히 추웠던 밖, 그것도 눈보라까지 불던 곳에서 오래 있다 보니, 이 따뜻한 온천은 그야말로 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도예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온천의 문이 열리며 심천우가 들어왔다. 깜짝 놀란 도예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천우는 안심하라는 듯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냥 앉아 있어. 굳이 일어날 필요 없어.”
천우는 성큼성큼 도예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옷을 입은 채로 온천물로 들어왔다. 도예에게 다가온 천우가 말했다.
“일은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들었네.”
“예.”
천우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도예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목을 잡고 키스를 했다. 도예는 자기도 모르게 팔을 뻗어 천우를 안을 뻔했지만, 곧 움직임을 멈추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키스가 끝나자 천우는 도예의 옆에 앉아 그녀의 팔을 만져 보며 말했다.
“매끄럽군. 이 온천물의 성분이 피부에 좋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밖은 많이 추웠겠지?”
“아닙니다, 견딜 만했습니다.”
“수고했네. 놈들을 잘 처리했어.”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예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천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굳이 새롭게 만든 ‘그린 타운’의 사람들을 폐기 처분하라고 하신 건 왜입니까? 이 그린 타운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잘 진행되고 있었다라… 뭐 다른 그린 타운 보단 결과가 좋았던 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들을 관찰해보니 웃기더군.”
“어떤 부분이 말씀입니까?”
천우는 손으로 온천물을 떠서 얼굴을 한번 씻은 후 말을 이었다.
“우리 ‘안티 휴먼’ 프로젝트의 핵심은 뭐지?”
“그건, 인간은 끊임없이 과학을 발달시키게 되고 그 부산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그리고 인간은 집단을 이루면 서로 싸우기 시작하며 그게 커져서 전쟁이 난다. 결국 필연적으로 지구 오염과 인류 멸종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걸 막고자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 아닙니까?”
“맞아. 아주 교과서처럼 잘 외우고 있군 그래. 그럼 내가 질문 한 가지를 하지.”
천우는 도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그 프로젝트를 위해 사람들을 러비로 변하게 하고 죽여 온 나는 악인인가?”
도예는 당황하며 말했다.
“악… 악인이라뇨. 그런 말씀 마십시오. 천우님이야 말로 이 세상의 구원자이십니다.”
천우는 그런 도예가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나를 아주 예쁘게 포장해 주고 있구만.”
“포장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악인이 맞아.”
도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단순히 생각해 보게. 아무리 결국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 라지만, 결국 나는 전 세계 인류의 대부분을 죽여 왔어. 그건 명백히 내가 악인이라는 증거지.”
“하지만…”
“그래, 나도 알아. 중요한 건 그 악인이라는 타이틀이 과연 끝까지 나에게 붙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아. 먼 미래의 사람들은 나를 진정한 구원자로 생각하게 될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 얘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흘렀네만, 이번 그린 타운에 실험체들은 참 웃기더군. 그들은 있지도, 보지도 않은 존재를 두려워하며 생존지 근처에 덫을 놓는 작업을 해왔어. 웃기지 않나? 뭔가가 자기들을 위협한 것도 아닌데 덫을 만들다니.”
“아무래도 여기 환경이 춥고 고립되다 보니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본능이 발휘된 건 아니었을까요?”
“방어 본능이라… 그런데 그 방어 본능이 덫을 놓게 만들었어. 그다음은 뭔지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덫 다음엔 강력한 무기다. 그들은 다음엔 강력한 무기를 만들려고 했어. 무기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그 힘을 갖기 위해 싸우게 되지. 결국 전쟁이 난다. 그런 짓을 못하게끔 프로그램되어 있는 펩스를 가진 그 실험체들이 그전의 인간들과 똑같이 변하게 된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들을 처리하라고 하신 거군요.”
“그래. 그 실험체들은 실패작이었어.”
천우가 일어나서 물 밖으로 나가며 도예에게 말했다.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진 푹 쉬어도 좋아.”
“예, 감사합니다! 천우님.”
천우는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몸을 말리고 연구실로 향한 천우는 오경수2와 오경수11을 불러 말했다.
“이번 실험체들이 오류가 난 이유를 알겠나?”
오경수2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계속 재검토해보고는 있지만 실험체들이 덫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경수11이 말했다.
“진작, 이런 일이 발생할까 봐 제어 프로그램에도 이중, 삼중의 보호 장치를 걸어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천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대체 다 되어 가던 실험이 왜 막혀 버린 거야? 계속 재검토해보고 보고 하도록 해!”
“예! 천우님.”
천우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털썩 의자에 앉으며 펩스로 비서 슈퍼바이저를 불렀다. 곧 굉장한 미모의 여성 슈퍼바이저가 다가와 천우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한참 안마를 받던 천우가 슈퍼바이저의 손을 낚아채 자기 앞으로 끌어내고는 혼잣말을 했다.
“이런 인형들만 데리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
슈퍼바이저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똑똑똑!
갑자기 방문에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우가 말했다.
“들어와.”
들어온 것은 수찬이었다. 수찬이 황급히 천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큰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러비들이 집단으로 서로를 공격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뭐라고? 자세히 말해봐!”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단을 급히 보냈습니다.”
천우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뭐야! 혹시 강재훈의 짓인가?”
“아직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이 놈이…”
잠시 분노에 치를 떨던 천우가 수찬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잘 파악해보고 강재훈 일당의 짓이라면 놈들을 꼭 처단하도록 해! 내가 아낌없이 지원해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며칠 후, 워싱턴 외곽. 재훈 일행이 장갑차에 펩스 신호 증폭기와 미끼로 쓸 러비 두 명을 싣고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었다. 핑크레드가 말했다.
“이걸 외곽에 설치하면 워싱턴 주변은 깔끔해지겠군.”
재훈이 답했다.
“아마 그럴 거예요.”
끼익!
갑자기 장갑차가 급정거를 했다. 깜짝 놀란 핑크레드가 외쳤다.
“뭐야? 왜 그래?”
운전을 하던 승호가 말했다.
“하늘을 좀 보세요.”
재훈 일행은 해치를 열고 하늘을 살폈다.
수백 마리에 버드 러비가 무언가를 찾는 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버드 러비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승호가 말했다.
“이상해요. 버드 러비가 저렇게 높이 날다니.”
재훈이 말했다.
“혹시 누군가 놈들을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닐 거예요. 인공위성이 파괴됐는데 어떻게 컨트롤을 하겠어요?”
그때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던 핑크레드가 말했다.
“사령관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놈들은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란 재훈이 망원경을 받아 앞을 살폈다. 커다란 안테나를 여러 개 단 차가 접근하고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저 차로 버드 러비들을 조종하는 것 같아요.”
순간 버드 러비 떼가 재훈 일행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