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90화 (90/119)

# 90

90화 아담과 이브 작전

길이 171m의 거대한 잠수함. 어쩌면 인류가 사용하는 마지막 잠수함이 될 수도 있는 이 잠수함이 파도의 그림자 기지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기대와 배웅을 받으며 떠났으면 좋았겠지만, 연쇄 살인자 디에고와 그의 일행들, 그리고 재훈의 펩스 문제로 인해 생존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떠나게 되었다.

모든 출항 준비가 끝난 후 제이슨 랜들 함장이 배웅을 나왔다. 그의 뒤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함께 왔을 뿐이었다. 랜들 함장이 재훈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강재훈 사령관, 부디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예! 총사령관님도 몸조심하시고, 생존자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랜들 함장은 이번엔 마크 버틀러 소령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버틀러 소령, 모트 모건 호의 함장으로서 강재훈 사령관을 잘 도와주길 바랍니다.”

“걱정 마십시오, 총사령관님!”

상우와 주연을 보살피던 노인도 마중을 나와 있었다. 주연이 노인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할아버지, 몸 건강히 잘 계셔야 해요.”

“녀석, 울긴 왜 울어. 내 걱정은 말아라. 이렇게 안전한 기지 속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니? 너희들이나 몸조심하거라.”

“네, 할아버지.”

노인은 상우를 보며 말했다.

“항상 주연이 잘 챙기고 몸조심해라, 상우야.”

“예,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윽고 해치가 닫히고 모든 출항 준비가 끝났다. 펌프제트엔진이 돌아가고, 투박하게 출발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대한 선체는 부드럽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버틀러 함장은 각종 계기에 집중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출항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포트 모건 호가 출항한 후 노인이 랜들 함장에게 물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괜찮겠소?”

“예, 말씀하십시오.”

“보아하니, 잠수함에 재훈 군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탑승했던데, 잠수함 운영에 더 능숙한 부하들을 태우지 않고 대신에 그들을 태운 이유가 있는 거요?”

랜들 함장은 벽 쪽의 작은 창문을 통해 잠수함이 사라져 간 방향을 주시하며 말했다.

“강재훈 사령관과 일행들은 대부분 펩스 해킹 사건이 시작된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동료들입니다. 스포츠 경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한 팀에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다면, 그 팀은 결코 우승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들의 팀워크를 생각했다는 얘기겠군요?”

“그렇습니다. 잠수함에 탄 최소한의 제 부하들만 있어도 저 잠수함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인원은 러비들과 싸우는 일에 전문가들이어야 하죠.”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잠수함에 어린 상우와 주연이를 태운 이유는 이 기지보다 저 잠수함의 사람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겠구려?”

랜들 함장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예리하시군요. 맞습니다. 만약 저들이 지구 상에서 살아남을 마지막 인류라면, 후손을 이을 사람들도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젤리 양과 핑크레드, 수연 양, 민영 양도 태운 거로군?”

“그렇습니다. 저들이 어쩌면 새로운 인류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특히 상우와 주연이는 저들 중에서 가장 생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강재훈 사령관에게 특별히 지시한 사항도 그것이고요.”

출항 몇 시간 후, 포트 모건 호 안의 사람들은 각종 점검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주연이 주방 모자를 쓰고 재훈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령관님, 아무리 바쁘셔도 식사는 하셔야죠. 주방 담당으로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재훈이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마침 배가 고프던 참인데 잘됐네. 그럼 주방 담당의 음식 솜씨 좀 볼까?”

옆에 있던 원웅이 주연에게 말했다.

“주방 담당님, 메뉴는 뭡니까? 혹시 고구마, 감자, 옥수수 이런 걸 통째로 씹어 먹으라고 하지는 않겠죠?”

주연이는 삐진 표정으로 말했다.

“저를 뭘로 보시고 그러시는 거예요? 무려 한 달치 식단도 짜 놓았다고요.”

“오, 그래요? 그럼 식당으로 가 봅시다.”

일행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핑크레드가 코를 벌렁거리며 말했다.

“이 냄새는 카레 아냐?”

주연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카레랑 야채 볶음, 과일 칩이에요.”

대원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인 병사 한 명이 식사를 하다가 주연이에게 맛있다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재훈이 주연에게 말했다.

“와, 정말 맛있는 걸? 다른 병사들도 맛있나 봐, 엄지를 다 들어주고 말이야.”

취사병이 주연의 곁으로 다가와 번역기로 재훈에게 말했다.

“주연이의 요리는 수준급입니다. 이 카레도 이 아이의 레시피로 만든 거예요. 저희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예요.”

젤리가 주연에게 말했다.

“주연아, 대단해. 너의 요리로 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잖아.”

주연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가 끝난 후 재훈 일행이 작전실로 모였다. 재훈 옆에 대균이 섰다 그는 랜들 총사령관에 의해 작전 참모로 임명을 받은 상태였다. 대균이 재훈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재훈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자꾸 사령관님, 사령관님 하니까 어색해요. 이제 대균 대장을 작전 참모라고 불러야 하나요? 저는 그냥 대균 대장이라고 부르는 게 편한데.”

“그건, 편한 데로 하십시오.”

대균이 작전 테이블에 홀로그램 지도를 띄우며 말했다.

“현재 앤드루스 기지에서 슈퍼바이저들을 생포해 그 펩스의 로그를 분석, 그들의 활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심천우 조직이 인공위성을 잃은 지금 그들이 슈퍼바이저의 조작을 위해 로그를 삭제하지 못하리라는 추측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균이 지도의 몇몇 군데를 집으면서 말했다.

“이건 심천우의 핵심 시설들의 위치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곳을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슈퍼바이저 및 러비 생산 연구 시설, 러비들에게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목장, 정보 집합 처리 시설, 무기 창고, 생존 연구 시설,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대균은 지도에 표시됐던 부분 중에 몇 군데를 빨간 X 표시를 하며 말을 이었다.

“X표를 한 지역은 앤드루스 기지와, 존 웨버 호가 소탕한 지역입니다. 그 나머지 시설 중에 중요한 시설에 대해 집중 타격을 할 예정입니다. 주요 작전의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재훈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놈들의 시설 타격도 중요하지만, 현재 세계 곳곳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러비들이 큰 문제예요. 그들을 제압할 획기적인 아이디어 없을까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죽일 수도 없고, 러비들을 어디 한 군데 모아놓고 폭탄을 펑! 터뜨릴 방법은 없을까?”

기룡이 말했다.

“전 세계에 퍼진 러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들을 어떻게 한 곳으로 몰지?”

재훈이 말했다.

“한 곳으로 모으는 것도 문제지만, 모은 후에 폭탄을 터뜨리는 것도 문제예요. 지금 우리가 가진 미사일의 양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서 순경이 말했다.

“우선 놈들이 막 덤빌 정도의 뭔가가 없을까요? 예를 들면 사자가 코끼리 똥을 보면 좋아서 덤벼드는 것처럼요.”

재훈이 물었다.

“코끼리 똥?”

“예. 코끼리 똥에는 사자의 성호르몬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성분이 있어서 사자가 환장하고 좋아한다잖아요.”

“그래, 코끼리 똥이라… 나도 들어본 것 같아.”

재훈이 갑자기 원웅과 핑크레드를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핑크레드는 그런 재훈의 표정이 이상했는지 당황하며 말했다.

“뭐야? 코끼리 똥 얘길 하다가 갑자기 왜 우릴 쳐다보는 거야?”

재훈은 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무슨 생각?”

“놈들은 분명,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처럼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을 거예요.”

젤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킹 프로그램을 주입한다면, 그 대응이 느릴 거란 말이죠?”

“맞아요. 우리가 해킹을 하면 그걸 분석하고 대응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단기간에 놈들을 대규모로 해킹할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에고가 말했다.

“놈들은 사람들을 공격하잖아? 그걸 서로 공격하게 바꿀 수는 없는 건가?”

재훈이 말했다.

“가능할지도 몰라요. 예전에 놈들을 해킹해 본 적이 있어요. 놈들은 서로 입력된 자기들만의 코드를 인식해서 서로 간에는 공격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그걸 잘만 이용하면 놈들을 해킹하고 서로 공격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원웅이 말했다.

“하지만 예전 변종일 때보다 지금 러비는 많이 업그레이드되어 있습니다. 해킹하기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만약 해킹에 성공하더라도 생각보다는 빨리 방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겁니다. 만약 많은 러비들을 해킹하려면 삽시간에 놈들을 꼬셔 내야 한다는 거죠.”

재훈이 원웅과 핑크레드를 다시 번갈아 보며 말했다.

“코끼리 똥처럼 두 분이 잘 만들 수 있는 게 있잖아요.”

핑크레드가 재훈에게 물었다.

“그게 뭔 소리야?”

“두 분이 잘 만들던 전자 마약 ‘ED’ 말이에요.”

“ED?”

“예. 지금은 그게 필요해요. 러비들을 유혹할 코끼리 똥, 치명적인 ED말이에요.”

잠시 후, 재훈은 버틀러 함장에게 달려가 말했다.

“함장님 앤드루스 기지로 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포트 모건 호는 미국 앤드루스 기지로 향했다.

앤드루스 기지에 도착한 재훈 일행은 지은을 만나 러비들을 꼬셔낼 새로운 ED를 만들기 시작했다. ED, 한때는 실제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이유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재훈 일행은 그 중독성과 빠른 전파성을 이용해 러비들을 해킹할 새로운 해킹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선 러비들이 펩스의 전파를 감지해 추적한다는 점에 착안해, 강력하게 증폭된 펩스 신호를 발생하는 장치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다음, 리턴 오메가와 디지털 키스 앱을 기초로 강력한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것을 통해 러비들이 서로의 인식 코드를 인식할 수 없게 할 예정이었다. 재훈의 계획대로라면, 정말 빠른 시간 안에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된 러비들이 서로를 공격해 자멸할 것이 분명했다.

며칠 밤낮을 세워가며 재훈 일행은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다들 피곤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계속 초조하고, 조금이라도 지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소수의 생존자들이 러비들에게 당하고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젤리가 재훈에게 물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좀 쉬었다 해요.”

“고마워요.”

재훈이 하던 작업을 본 젤리가 물었다.

“그런데, 이건 뭐예요? 우리가 지금 만드는 거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아, 이건 동물형 러비를 해킹할 장치와 프로그램이에요.”

“도그 러비나 버드 러비 같은 거 말이에요?”

“예. 동물들이 펩스는 사람들의 펩스보다는 해킹하기가 쉬워서, 이 장치와 프로그램이라면 가능할 거예요. 동물형 러비도 이 참에 손쓰지 않으면 골치 아플 테니까요.”

“정말 이 작전이 잘 먹힐까요? 솔직히 잘 안 될까 봐 두렵기도 해요.”

재훈이 젤리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젤리 씨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내가 꼭 해내고 말 테니까요.”

멀리서 지나가다가 재훈과 젤리가 안고 있는 모습을 본 지은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며칠 후, 모든 준비가 끝나자 재훈이 일행들을 모아놓고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전의 요점은 이랬다.

[우선 남녀 각각 한 명씩의 러비를 생포해 해킹 프로그램을 심는다. 그 후, 그들의 펩스에 신호 증폭기를 연결해 묶어 둔다. 그러면 강력한 펩스 신호에 끌려온 러비들이 미끼 러비들과 키스를 나눈다. 그때 러비들은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되어 미끼 러비들을 제외한 다른 러비들의 인식 코드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러비들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게 된다.]

설명이 다 끝나자 핑크레드가 재훈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작전의 작전명은 지은 거야? 사령관님?”

재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아담과 이브 작전’이요.”

“아담과 이브 작전? 왜?”

“우선 미끼로 있는 남녀 한 쌍의 러비를 보면 아담과 이브 같기도 하고, 아담과 이브 이야기의 내용에 그들이 선악과를 따먹고 인간의 순수함을 잃고 이 세상에 악이 만연하게 되었다고 알려졌잖아요. 그 이야기가 왠지 이번 작전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일 것 같아서요.”

“뭐, 그럴싸하네. 역시 사령관다운 발상이야.”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큰 상자 안에 미끼 러비 두 명을 넣는 대원들은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들을 돕던 디에고가 말했다.

“최악의 연쇄 살인마라고 불리던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웃기겠지만, 이 러비들은 언제 봐도 역겨워. 어떻게 사람이 이런 살인 괴물로 변할 수 있는 거지?”

곧 대원들을 실은 장갑차들이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도시. 재훈 일행은 길 한복판에 큰 가방만 한 신호 증폭기를 놓고 그 양쪽으로 남녀 러비를 묶어 두었다. 그리고는 신호 증폭기를 가동하고 근처 건물 위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핑크레드가 말했다.

“제발 이 작전이 성공해야 할 텐데. 이봐, 임 박사. 어떻게 생각해?”

원웅이 묶인 러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명히 성공할 거야. 이번에 만들어 넣은 ED는 그 어떤 ED보다도 치명적인 유혹을 응집시켜놓은 결정체니까.”

대균이 말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얘기겠군요?”

그때, 몇 명의 러비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재훈이 일행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들 들키지 않게 숙여요!”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러비들은 미끼 러비들 주변을 서성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코를 벌렁거리며 미끼의 냄새를 맡기도 했고, 신호 증폭기를 이리저리 살피기도 했다. 그러나 쉽사리 미끼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민영이 말했다.

“왜 미끼에게 더 접근하지 않는 거죠? 혹시 저 놈들 뭔가 눈치챈 게 아닐까요?”

기룡이 그 말을 듣고 민영을 한번 슬쩍 쳐다보고, 미끼 여성 러비를 슬쩍 쳐다본 후 말했다.

“저 여성 러비가 너무 못 생겨서 실망한 거 아닐까?”

민영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뭔 소리예요? 저 놈들이 그런 걸 따질 리가 없잖아요?”

그때 재훈이 말했다.

“쉿! 조용히 하고 봐요!”

미끼 러비를 살피던 남성 러비가 점점 미끼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숨어서 그 장면을 보던 재훈 일행은 초조해 미칠 지경이었다. 재훈이 원웅에게 말했다.

“신호 증폭기를 더 강하게 틀어봐요.”

원웅은 원격조종장치를 통해 신호 증폭기의 신호를 더 올렸다. 순간 남성 러비가 미끼 여성 러비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했다. 게걸스럽게 키스를 하던 러비는 곧 몇 번의 짧은 경련을 일으키더니 잠시 후 입을 떼고 행동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보던 핑크레드가 작게 말했다.

“뭐야? 성공한 거야?”

미끼와 키스를 나눈 러비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를 빠르게 반복하고 몸이 곧 뒤틀릴 듯 경련을 하던 그는 곧 움직임을 멈췄다. 그때 재훈 일행의 귀에 어디선가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핑크레드가 놀라며 말했다.

“뭐야? 이 소리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백 명의 러비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미끼 러비와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 서로를 밀쳐가며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치열한 운동 경기를 보는 듯했다.

한바탕의 소동이 끝나고 키스를 끝낸 러비들은 처음 러비가 그랬듯이 경련을 일으키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재훈 일행은 그저 그 장면을 놀란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러비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워워… 으르렁…”

그 소리는 굉장히 흥분한 맹수의 소리 같았다.

퍽! 퍽!

곧 러비들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러비들이 마치 개인을 뺀 나머지는 다 적으로 생각하는 듯 무참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잔혹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공격이었다. 곧 그 근방은 수백 명의 러비들이 서로 싸우며 흘리는 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재훈이 그 장면을 보며 외쳤다.

“됐어! 성공이에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