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89화 인류 최후의 생존지
슈퍼바이저와 오퍼레이터를 찾은 재훈 일행은 일단 안심을 하였다. 그런데 이 일이 다행히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디에고였다. 디에고가 재훈 일행에게 다가왔다.
“여기 기지에 아주 재미있는 규칙이 있더군요. 펩스를 가진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 물론 러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방법이겠지요.”
디에고는 재훈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 뒷부분을 만지며 말했다.
“이유가 어떻게 됐든 재훈 씨의 머리에는 펩스가 있습니다. 그 사실을 숨겨 왔고요. 동료들은 이해한다고 합시다. 과연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생존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젤리가 말했다.
“재훈 씨의 펩스는 현재 고장 나서 작동 불능이에요. 일반 펩스와는 달라서 대기모드가 없어요. 완전히 작동이 정지된 상태란 말이죠. 이걸로는 러비에게 들킬 가능성은 없어요.”
디에고가 젤리에게 물었다.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하실 겁니까?”
“…”
디에고는 이번엔 핑크레드에게 말했다.
“핑크레드 씨는 공개된 자리에서 재훈 씨의 펩스를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뭐라고 설명하실 겁니까?”
“그건…”
“어떤 식으로 설명한다고 해도, 가령 그 펩스를 지금 제거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재훈 씨를 포함한 여러분을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고요? 여기서는 사소한 실수가 곧 생존과 깊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죠.”
랜들 함장이 말했다.
“재훈 씨 펩스에 관한 일은 잘 정리해서 생존자들에게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요?”
디에고가 함장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여러분은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어요. 그건 바로 유명한 살인마인 저와 제 동료들이 여기,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기룡이 말했다.
“그건 디에고 말이 맞습니다. 디에고 일행이 온 뒤로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디에고가 일행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결국 저의 존재와 재훈 씨의 펩스 때문에 생존자들은 함장님과 부하들에게 큰 거부감을 표현할지도 모릅니다.”
다들 디에고의 말을 듣고 큰 고민에 빠졌다.
며칠 뒤, 디에고의 말은 사실이 되었다. 크루즈 선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뽑아놓은 생존자 대표로부터 사람들의 의견을 모은 서신이 랜들 함장에게 전달되었다. 그 서신에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첫째는 디에고와 일행들을 추방시켜 달라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재훈의 펩스를 제거하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함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재훈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펩스를 제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훈은 펩스를 제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리턴 오메가’의 원본과 지금껏 재훈이 심천우와 싸워오며 기록한 내용들이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훈에게 있어 펩스는 심천우와 싸우는 큰 무기였던 셈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이 펩스는 아버지인 이정훈 박사가 재훈에게 남겨준 특별한 펩스였기 때문에 재훈에게 있어서는 아버지의 유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젤리도 재훈의 옆에서 같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재훈 씨 어쩌죠? 사람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을까요?”
“힘들 거예요. 펩스 때문에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는데, 생존자들에겐 어떤 말로도 내가 펩스를 갖고 있을 정당한 이유를 주장할 순 없어요.”
심각하게 고민을 반복하던 재훈은 어느 날, 강 박사를 찾았다. 재훈의 표정에서는 굳은 결심이 보였다.
강박사가 물었다.
“이 결정에 후회 안 할 거니?”
재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 순경이 두리번거리며 젤리를 찾고 있었다. 마침 식물재배 구역에서 돌아오던 젤리를 발견한 그녀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강 선배, 펩스 제거하기로 한 거예요?”
“예? 무슨 소리예요?”
“좀 전에 심각한 표정으로 강은탁 박사님께 가던데요? 생존자들 펩스 제거는 강 박사님이 전담하고 계시잖아요.”
“재훈 씨가 설마…”
젤리는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몇 시간 후, 재훈이 방으로 돌아왔다. 초조하게 재훈을 기다리던 젤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펩스를 제거한 거예요?”
재훈은 잠시 망설이더니 젤리에게 손목을 보여줬다. 그의 손목에는 아날로그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고장 났던 펩스 컨트롤용 시계였다. 시계는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이며 잘 작동하고 있었다.
“재훈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재훈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펩스랑 컨트롤러 시계를 고쳤어요.”
“예?”
어리둥절해하는 젤리에게 재훈이 말했다.
“이 기지에서 공동생활을 위해 규칙을 지켜야 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에요. 제 펩스가 바로 그 힘이고요. 단지 규칙을 위해 펩스를 제거한다는 건 마치 무기 없이 적과 싸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지금은 제 펩스를 꺼둔 상태구요.”
“하지만 만약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진 않을 거예요. 어쩌죠?”
젤리의 머릿속에서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랜들 함장과 재훈 일행들은 회의실로 모였다. 재훈이 펩스를 제거하지 않았다고 하자 디에고가 말했다.
“재훈 씨, 생각보단 고집이 있군요. 당신의 그 선택을 다른 생존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핑크레드가 말했다.
“어쨌든 앞으로 시끄러워지겠네.”
가만히 고민을 하던 랜들 함장이 입을 열었다.
“별 수 없군요. 난 재훈 씨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존자들은 재훈 씨와 디에고 씨를 적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있어요.”
다들 침묵에 빠졌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 뒤 랜들 함장이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기지 안에 혼란이 올게 뻔합니다. 이곳의 총책임자인 저로서는 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핑크레드가 함장에게 물었다.
“함장님,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제 생각에 재훈 씨와 디에고 씨 일행이 이 기지를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핑크레드가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난 가운데, 다들 깜짝 놀란 표정들이었다. 흥분을 했는지 얼굴까지 빨개진 젤리가 함장에게 말했다.
“함장님! 이건 말도 안 돼요! 지금 재훈 씨와 디에고 씨를 내쫓겠다는 말씀이세요?”
대균도 말했다.
“함장님, 이건 너무 생존자들만을 위한 선택 아니십니까?”
랜들 함장은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내쫓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젤리가 말했다.
“그럼 좀 전에 말씀은 무슨 말씀이신 거예요?”
랜들 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선 저를 따라오세요. 설명드리겠습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함장을 따라 기지의 내부로 이동했다. 원래 파도의 그림자 기지는 9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이 있는 잠수함 기지였다.
한쪽에 2대씩 두 줄, 총 4척의 잠수함을 실내에 정박할 수 있었던 이 기지는 현재 구축함 존 웨버 호와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었다. 특히 크루즈 선은 그 크기가 워낙 거대해 잠수함 2대를 댈 수 있었던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민간인과 군인들은 대부분 크루즈 선에서 생활하도록 되어 있었고, 웬일인지 기지 안의 시설은 일체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랜들 함장이 기지 안의 시설로 이동하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상하지 않나요? 9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핑크레드가 물었다.
“그동안 좀 궁금하긴 했는데, 이유가 뭡니까?”
“사실은 이 안에도 150명가량의 군인들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동안 우리들과 격리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렇습니다.”
“왜죠?”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이 안에 있는 군인들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죠.”
재훈이 말했다.
“이 안에 있는 군인들이 그만큼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거겠군요.”
랜들 함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함장은 한 문 앞의 잠금장치에 지문과 홍채를 인식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보안등급이 높은 꽤 중요한 시설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군인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랜들 함장과 재훈 일행을 맞이했다. 다들 안으로 들어서자 랜들 함장은 재훈 일행을 안내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랜들 함장이 일행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만약 지구에 큰 핵전쟁이 난다면 인류가 생존할 마지막 장소는 어디가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들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딱히 생각나는 장소는 없어 보였다. 핑크레드가 답했다.
“혹시, 이 기지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기보다 더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곳이 있습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어디 핵 대피소 같은 비밀 기지라도 있는 겁니까?”
랜들 함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마지막 장소는 여기 이 아래에 있습니다.”
함장이 가리킨 곳은 바닥의 어느 곳으로 이어져 있는 해치였다. 재훈은 그 해치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뭔가를 눈치를 챈 듯 랜들 함장에게 말했다.
“잠수함 맞죠? 이 밑으로 잠수함이 연결되어 있는 거죠?”
랜들 함장이 웃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원래 이 해치는 비상시에 잠수함의 해치와 연결해 탑승하기 위한 통로입니다. 지금은 이 밑에 ‘SSBN-838 포트 모건 호’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젤리가 함장에게 물었다.
“그 말씀은 아까 말씀하신 인류 최후의 생존지가 이 밑에 있는 잠수함이란 말씀이세요?”
“그렇습니다. 탑재된 핵미사일을 발사한 후 최후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이 바로 이 잠수함인 것이죠.”
랜들 함장은 재훈 일행을 기지 작전실로 안내한 후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잠수함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입니다. 원래는 16기의 탄도미사일이 탑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개조되어 8기의 탄도미사일과 56기의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재훈이 물었다.
“이 잠수함의 존재를 굳이 위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비밀로 하실 이유가 있었나요?”
“혹시라도 이 잠수함이 여기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심천우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진작 이 기지를 공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잠수함으로 심천우를 치실 생각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심천우와 핵심시설의 위치가 정확히 파악되면 바로 공격할 생각입니다. 조만간 말씀을 드릴 생각이긴 했는데…”
랜들 함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재훈을 보며 다시 말했다.
“재훈 씨, 심천우를 칠 이 잠수함 부대를 이끌 사령관이 되어 주세요!”
“예?”
재훈은 갑작스러운 함장의 말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일행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랜들 함장이 놀란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절대 가볍게 결정한 생각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겁니다.”
재훈이 놀란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
“아니 왜 저를 사령관으로 생각하신 거죠?”
“재훈 씨의 펩스 때문입니다.”
“제 펩스요?”
“예, 재훈 씨는 펩스에 심천우를 칠 수 있는 ‘리턴 오메가’와 그동안 놈들과 싸우며 쌓아온 지식들을 저장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놈들과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문적인 군사적 지식도 없고 더군다나 잠수함은 더더욱 몰라요.”
“그건 걱정 마십시오. 잠수함은 마크 버틀러 소령이 함장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재훈 씨는 전반적인 임무를 지휘하는 역할을 해 주면 됩니다.”
재훈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렵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랜들 함장님이 지휘를 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보조 역할은 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심천우를 치기 위해선 기습 공격을 할 작전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저 혼자 결정한 사항이 아니고 전략 분석 팀과 함께 오랜 시간 검토한 일이니 부디 맡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게 참…”
재훈은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쳐다보기 시작했다. 다들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재훈에게 사령관을 맡으라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재훈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아니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지금까지 심천우와 싸워오며 놈을 직접 대해 보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신이 본인이 생각해도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고심 끝에 재훈이 말했다.
“좋아요. 제가 사령관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군요. 그런데 이제 제가 뭘 하면 되죠?”
랜들 함장이 말했다.
“바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겁니다. 우선 같이 잠수함에 탈 인원들과 함께 잠수함과 각종 전략에 관해 공부하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로부터 수개월간을 재훈과 팀원들은 기지에 있던 군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한 공업지역. 지은이 팀원들과 함께 정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막 몸을 숨긴 건물 바로 앞으로 러비들이 무언가를 찾는 듯 길을 뒤지고 있었다. 곧 다른 곳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러비 무리가 그 지역을 수색하던 러비 무리와 만났다. 그중 한 남성 러비가 여성 러비에게 다가와 격렬히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보이는 그들이 입을 떼자, 두 러비 그룹은 각자 흩어져 다른 곳으로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은이 승호에게 말했다.
“인공위성이 떨어진 후 확실히 놈들은 예전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군.”
“그런 것 같네요.”
“괜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심천우가 다시 인공위성을 올려서 러비들을 다시 편하게 조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그러기엔 지난 칼리닌그라드 미사일 격추 사건 때 입은 피해가 클 겁니다. 남아 있는 인공위성도 없었을 거고요. 그리고 웬만한 인공위성 기지는 저희가 공격했으니 놈들 입장에서도 다시 인공위성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렇겠지?”
지은은 멀리 사라져 가는 러비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저 놈들을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군. 빨리 심천우를 쳐서 예전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파도의 그림자 기지. 재훈은 출항 전, 잠수함에 실릴 각종 물자와 인원을 체크하고 있었다. 버틀러 함장이 다가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령관님, 물자 체크는 저한테 맡겨 주세요. 이 잠수함의 함장은 저라는 점을 잊지 마시고요.”
재훈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함장님의 권한까지 침해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저는 단지 도와 드리고 싶었어요.”
버틀러 함장은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사령관님 혼자서 너무 많은 걸 체크하시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에요.”
재훈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고마워요.”
잠수함에 탈 인원들이 속속 크루즈 선을 떠나 기지로 모여들고 있었다. 인원 체크를 하던 재훈이 명단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한상우’와 ‘손주연’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자신의 앞을 지나가던 상우와 주연을 발견한 재훈이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희들, 누가 잠수함에 타라고 한 거야? 앞으로 위험한 임무를 하게 될 텐데, 너희 같은 어린애들이 잠수함을 왜 타? 가서 할아버지나 잘 모시고 있지!”
주연이 말했다.
“전 주방 담당으로 지원한 거예요. 잠수함에 주방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죠? 제 뛰어난 요리 솜씨가 꼭 필요할 거라고요.”
“뭐라고?”
이번엔 상우가 말했다.
“저는 기관실 기술 지원 팀으로 지원했어요. 손재주가 좋거든요. 그리고 나이가 어려서 못 탈거라면 쟤는 어떻게 가는 건데요?”
상우가 가리킨 곳에서는 성규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오고 있었다.
“아니 그게…”
어이없어하는 재훈에게 젤리가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너무 저 아이들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앞으로 작전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니까요. 그리고 또 중요한 인재가 같이 갑니다.”
“중요한 인재요? 누구요?”
“그건 바로… 저예요!”
“뭐라고요?”
재훈은 더욱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