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88화 (88/119)

# 88

88화 살인자의 정체

크루즈 선에서 처음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하필이면 미국 최고의 연쇄 살인마라 불렸던 디에고 무어와 그 일당들이 들어온 지 채 며칠도 되지 않아서였다.

랜들 함장은 굳은 표정으로 사건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 뒤를 재훈과 디에고가 말없이 따르고 있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들이 지나가자 귓속말을 하며 웅성거렸다. 사람들은 직접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디에고와 일당들을 의심하는 눈치였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 기룡이 군인들과 함께 주변을 통제한 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재훈이 기룡에게 물었다.

“선배, 어떻게 된 거예요?”

기룡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모르겠어, 어떤 놈인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정확히 피해자의 가슴을 찔렀어.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말이야.”

랜들 함장이 기룡에게 물었다.

“주변 CCTV는 살펴봤습니까?”

“일단 이 쪽은 CCTV가 없는 곳이고, 주변 통로 쪽 CCTV를 살펴봤는데 누군가가 이쪽으로 들어온 흔적은 없었습니다.”

“완벽한 살인이군요.”

랜들 함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건 현장을 쳐다봤다.

몇 시간 후, 랜들 함장과 일행들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회의실로 모였다. 기룡이 디에고를 한번 슬쩍 쳐다본 후 말했다.

“디에고,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세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하필이면 당신들이 온 이후에 사건이 터졌다는 겁니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이런 강력 사건이 벌어진 적이 없었어요.”

디에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분 나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와 동료들을 의심하는 건,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살인자 출신이니까요.”

재훈이 말했다.

“이제 어쩌죠?”

디에고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시신을 좀 살펴봐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래도 전문가가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랜들 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해 보죠.”

시신 보관소로 간 일행들. 디에고는 수술용 장갑을 낀 채 시신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꽤나 자세히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때때로 그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뭔가를 확인해가고 있었다.

잠시 후, 디에고가 시신의 상처 부위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얼핏 보면 그냥 푹 찌른 것 같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재훈이 물었다.

“뭐가 이상한 거예요?”

“상처를 보면 오른손으로 흉기를 잡고 찌른 것 같은데, 상처 안쪽이 많이 흔들린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마치 왼손잡이인 사람이 오른손으로 흉기를 잡고 찌른 것 같다는 말이지요.”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요?”

“글쎄요, 별다른 저항의 흔적이 없어 보이는 걸로 봐서는 범인은 분명 한방에 정확히 피해자를 해치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흉기가 들어갔다 나온 방향이 이상해요. 힘은 꽤나 실려 있었지만 정밀하진 않았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범인이 흉기를 다루는데 서툰 사람일지도 모르고… 아무튼 실력자라면 보통은 이런 흔들리는 방향은 남기질 않습니다.”

재훈은 혼란에 빠졌다.

“흉기가 흔들렸다,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찔렀을 수도 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건 확실한 거군요.”

디에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이니, 제 말을 믿으셔도 좋을 겁니다.”

다들 무척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범인의 흔적도, 살인의 목적도,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밝힐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대놓고 디에고 일행을 조사해 달라는 의견이 랜들 함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재훈은 방에 누워 혼잣말을 하며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전문적인 것 같지만 서툰 것.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 같은 것.”

젤리가 서 순경과 함께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그때 재훈이 유심히 서 순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황한 서 순경이 재훈에게 말했다.

“선배님, 저 얼굴에 뭐 묻었어요?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서 순경 이리 와봐.”

“예?”

서 순경은 엉거주춤하며 재훈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재훈이 테이블 위에 있던 TV 리모컨을 서 순경의 오른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서 순경, 왼손잡이지?”

“예, 맞아요. 그런데 왜요?”

“그럼, 이 리모컨을 칼이다 생각하고 오른손으로 내 가슴 쪽을 찔러봐.”

서 순경은 그런 재훈의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곧 오른손으로 리모컨을 들고 재훈의 가슴 쪽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 자신의 가슴 쪽에 닿은 리모컨과 서 순경의 손을 유심히 살피던 재훈이 말했다.

“역시 어설퍼. 범인은 분명 자기가 선호하는 손으로 찔렀어야 하는데 말이야.”

옷장에서 옷을 꺼내던 젤리가 재훈에게 말했다.

“아직도 그 범인 생각이에요?”

“네, 하루 종일 그 생각밖에 안 나요.”

그러자 젤리가 웃으면서 재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거 안 되겠어요. 내가 재훈 씨 뇌를 해킹해서라도 이런 고민은 잠시 버려두고,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어요.”

그때였다, 재훈이 뭔가 좋은 생각을 한 듯 무릎을 쳤다.

“바로 그거예요!”

“예?”

“고마워요, 젤리 씨!”

“아니 뭐가 고맙다는…”

재훈은 바로 방을 뛰쳐나가 어디론가 향했다.

재훈은 랜들 함장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함장님! 어쩌면 진짜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예? 어떻게 말입니까?”

재훈은 심호흡을 한 뒤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범인은 슈퍼바이저일 가능성이 있어요!”

“뭐라고요?”

랜들 함장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훈이 설명했다.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 일수도 있다는 건, 오퍼레이터가 왼손잡이일 경우 오른손잡이인 슈퍼바이저에게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거든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재훈이 답했다.

“우선 머리에 펩스가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해요!”

파도의 그림자 기지에 있는 생존자들은 펩스 제거술을 받았거나 원래 펩스가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러비들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펩스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랜들 함장의 지시로 곳곳에 금속 탐지기를 두고 전 생존자에 대해 검열이 이루어졌다. 만약 재훈의 생각이 맞는다면 범인은 슈퍼바이저, 즉 반드시 펩스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어느 곳에서도 펩스는 감지되지 않았다. 재훈은 실망한 표정으로 젤리에게 말했다.

“제 생각이 틀렸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아직 실망하지는 말아요.”

그때였다. 검사를 받던 한 남자가 재훈을 보며 말했다.

“그쪽도 검사받으셔야죠.”

재훈은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예?”

“당신도 여기 있는 사람이니까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아, 그렇군요.”

재훈은 약간 망설이며 금속 탐지기를 든 대원 앞으로 가서 섰다. 젤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재훈을 바라보았다. 재훈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감지기가 재훈의 머리 쪽으로 가자, 감자기 삐익! 소리를 내며 디스플레이에 뭔가가 떴다. 탐지기를 든 대원은 당황하며 다시 재훈의 머리 쪽으로 탐지기를 가져다 댔다. 다시 삐익! 소리가 났다. 순간 재훈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탐지기를 든 대원에게 물었다.

“이 삐익 소리 뭐예요? 펩스죠? 이 사람에게 펩스가 있는 거죠?”

“저, 그게…”

대원은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외쳤다.

“다들 여기 좀 봐요! 여기 펩스가 있는 사람이 있어요!”

사람들이 웅성이며 몰려들기 시작하자, 젤리가 재훈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이 사람 펩스는 현재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일반 펩스와는 달라요!”

그러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무시하며 말했다.

“뭐야! 어떻게 펩스가 있는 사람이 여기 있을 수 있어?”

“저 사람 수상해! 혹시 러비나 슈퍼바이저 아니야?”

삽시간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재훈과 젤리는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다들 비키세요!”

사람들이 움찔하며 소리를 친 사람을 쳐다봤다. 핑크레드였다. 핑크레드가 재훈을 다른 대원들에게 넘기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저희가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생존자 명단에는 있는데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어요! 그를 찾게 도와주세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핑크레드가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틈을 타 대원들이 재훈과 젤리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핑크레드가 뒤를 돌아보며 재훈에게 살짝 윙크를 날렸다.

잠시 후, 구축함의 함장실. 랜들 함장과 재훈, 젤리, 핑크레드가 앉아 있었다.

젤리가 랜들 함장에게 말했다.

“재훈 씨 펩스는 사연이 있어요. 현재 고장 나서 작동 중이지도 않고요.”

랜들 함장은 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재훈 씨를 의심하진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

재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함장에게 말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면 안 좋을 테니 당분간 이 함장실에서 지내도록 하세요.”

“예.”

핑크레드가 함장에게 말했다.

“저나 랜들 함장님, 그리고 부대원들도 펩스 제거술을 받았으니 우리 중엔 없을 테고… 생존자 명단에는 있는데 검사를 안 받고,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누구죠?”

“21세의 데릭 던 이란 남자예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어디 있을까요.”

재훈이 뭔가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이상해요. 슈퍼바이저가 있고 그를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면 펩스가 있는 사람이 두 명이 있어야 해요. 오퍼레이터에게도 펩스가 꼭 필요하거든요. 지금 사라진 사람은 한 명. 만약 그가 펩스가 있다고 해도 또 다른 펩스를 가진 사람이 없다면…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애초에 슈퍼바이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틀렸거나요.”

다들 고민에 빠져 들었다.

늦은 밤, 구축함의 함장실에 숨어 있던 재훈이 몰래 젤리를 통해 성규를 불러들였다. 재훈이 성규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태블릿 PC로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성규야, 이 ‘데릭 던’이라는 남자를 꼭 찾아야 해.”

“흠, 금속 탐지기를 개조해서 탐지 범위를 확장시키면 꽤나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그래, 부탁 좀 할게.”

이후 성규가 개조한 탐지기를 든 젤리, 핑크레드, 강 박사, 원웅, 서 순경, 기룡, 대균, 민영 등등이 크루즈 선의 곳곳을 다니며 데릭 던이라는 남자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연히 노인으로부터 재훈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으며 데릭 던이라는 남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상우와 주연도 탐지기를 몸에 지닌 채, 크루즈 선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우가 주연에게 말했다.

“이상하지? 다들 이렇게 샅샅이 뒤지는 데도 안 나타나다니 말이야. 그 남자 펩스가 있기는 한 걸까?”

“일단 찾고 보자. 강 형사님이 지금 곤란하다잖아.”

“대체 그 남잔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때, 주연의 감지기가 잠깐 삑! 소리를 냈다가 멈췄다. 주연이 깜짝 놀라며 상우에게 말했다.

“뭐야? 너도 들었지?”

“어! 뭐지?”

주연이 탐지기를 꺼냈다. 분명 탐지가 한번 된 것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주연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 이 근처였어!”

삑!

또 탐지기가 울렸다. 주연이 주변을 살피다가 벽 쪽으로 향했다.

삐익!

주연이 벽 앞에 서서 말했다.

“이 벽 근처로 가니까 소리가 더 울려!”

상우는 벽을 살폈다. 아무래도 각종 케이블이 지나가는 통로가 벽 뒤에 있는 것 같았다. 근처를 살피던 상우가 벽 한쪽에 뚜껑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열었다. 그리고 좁은 틈이 보이자 갖고 있던 조명으로 안을 비추며 말했다.

“이 속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사람이 지나다닐만한 공간은 아닌 것 같아.”

그러자 주연이 조명을 가로채며 말했다.

“이리 줘봐! 내가 들어가 볼게.”

주연은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걱정된 상우가 말했다.

“주연아! 뭐 좀 보여?”

“아직!”

주연은 좁은 틈을 더 비집고 들어갔다.

삐익!

탐지기가 선명하게 소리를 냈다. 주연은 틈 사이로 조명을 비췄다. 그때 앞에서 뭔가 꿈틀대는 게 보였다.

“꺄악!”

주연은 비명을 질렀다.

한편, 다른 곳을 찾던 원웅이 기룡과 함께 복도를 가고 있을 때였다.

삐익!

깜작 놀란 기룡이 말했다.

“뭐지?”

원웅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던 원웅이 꺾인 부분을 돌아가는 순간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의 남자와 부딪혔다.

쿵!

자리에 넘어진 남자를 원웅이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으…”

남자는 말없이 무릎을 털고 일어나며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기룡이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잠깐 저 좀 보실까요.”

기룡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의 수염을 손으로 잡아 뜯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남자의 수염은 그대로 뜯겨 나갔다. 기룡이 말했다.

“어쩐지 중년치고는 피부가 연하더라니.”

순간 남자가 기룡을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벽으로 밀쳤다.

쿵!

벽에 밀쳐졌던 기룡이 티타늄 왼팔로 도망가려던 남자의 팔을 잡아챘다. 남자는 기룡의 팔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기룡의 티타늄 팔의 힘이 만만치 않아 벗어나질 못했다. 깜작 놀란 원웅에게 기룡이 남자를 잡은 채 말했다.

“어서 강 형사에게 슈퍼바이저를 잡았다고 알려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랜들 함장이 재훈과 함께 기룡에게 달려왔다. 곧 젤리와 핑크레드도 도착했다. 재훈이 기룡이 잡고 있는 남자의 머리를 확인한 후 말했다.

“맞아요! 슈퍼바이저예요.”

기룡이 말했다.

“그런데 이놈을 조종하는 놈은 어디 있는 거지?”

그때, 대균이 어떤 젊은 남자를 붙잡고 상우와 주연과 함께 나타났다. 대균이 남자를 앞으로 밀며 말했다.

“슈퍼바이저를 조종한 놈은 이 놈입니다.”

다들 놀라며 대균이 잡은 남자를 바라봤다.

회의실. 재훈 일행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랜들 함장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재훈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어때요?”

“취조해 보니, 그 남자가 슈퍼바이저를 조종한 게 맞더군요.”

재훈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대균이 상우와 주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놈을 못 잡을 뻔했어요. 놈이 벽 속에 숨어 있는 걸 이 아이들이 발견했거든요. 전 마침 그 근처를 지나다가 비명 소리를 듣고 간 거고요.”

상우가 말했다.

“주연이가 발견한 거예요.”

재훈이 주연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래? 주연아 고마워, 정말 큰일을 해줬어.”

주연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뭘요. 전 아저씨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핑크레드가 랜들 함장에게 말했다.

“그놈 정체가 뭐예요? 그리고 어떻게 슈퍼바이저가 있었던 거예요?”

랜들 함장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놈은 심천우의 연구소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는 놈이었어요. 슈퍼바이저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더군요.”

재훈이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오게 된 거죠? 그리고 살인은 왜 한 거구요?”

“놈은 심천우처럼 되는 게 꿈이었답니다. 그래서 슈퍼바이저 한 명을 데리고 이곳으로 숨어 들어왔고, 차차 사람들을 죽여서 자신의 업적을 심천우에게 자랑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기록을 보니 놈은 분명 펩스 검사에서 없다고 판정이 났었어요. 어떻게 펩스도 없이 슈퍼바이저를 조종한 걸까요?”

원웅이 말했다.

“놈은 벽 속에 숨어 그 속에 깔린 크루즈 선의 네트워크 선을 활용해 슈퍼바이저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재훈이 말했다.

“펩스 없이 슈퍼바이저에게 명령을 내렸다고요?”

그때 대균이 상자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 속에는 죽은 쥐가 들어 있었다. 대균이 재훈에게 말했다.

“주연이가 놈을 발견할 때 같이 발견한 쥐입니다. 마우스 러비죠. 놈은 이 쥐의 펩스를 매개체로 슈퍼바이저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이럴 수가. 크루즈 선의 네트워크 선에 마우스 러비를 중계기로 이용해서 슈퍼바이저를 조종한 거였군요.”

젤리가 말했다.

“만약 이 기지에 전파 방어막이 없었다면, 크루즈 선 자체가 놈의 오퍼레이팅 때문에 심천우에게 들켰을 수도 있었겠어요.”

다들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재훈이 말했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놈을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게 과연 다행일까요?”

모두들 그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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