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87화 (87/119)

# 87

87화 러비 학살자

강재훈의 어머니 박지은.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몇 분 전, 정찰을 위해 부하들과 도시 번화가에 나와 있었다. 그곳엔 한 무리의 러비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지은과 부하들은 러비들의 눈을 피해 건물 한쪽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러비들이 마치 화면의 멈춤 버튼을 누른 듯 그대로 자리에 멈춰버렸다. 지은은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러비들을 살폈다. 그들은 눈조차 깜박이지 않고 있었다. 순간 지은은 옆에 있던 대원의 통신기를 통해 본부에 연락을 했다.

“본부, 나 예언자다. USS 존 웨버 호가 작전에 성공했는지 확인해보도록!”

“알겠습니다,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부하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 성공입니다. 랜들 함장이 작전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지은은 웃음을 애써 참으며 기뻐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대원들에게 말했다.

“인공위성 격추 작전이 성공했어. 지금은 러비들이 멈췄지만, 곧 스스로 움직이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본능적으로만 행동하게 되어 굉장히 위험한 상태가 된다. 오늘은 일단 신속히 철수하자!”

“예!”

부하들은 지은을 따라 재빨리 철수하기 시작했다.

파도의 그림자 기지로 돌아온 재훈 일행은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크루즈 선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젤리가 재훈을 안아주며 말했다.

“재훈 씨, 작전 성공한 거 축하해요.”

“고마워요, 젤리 씨. 저기, 조금만 있다가 얘기해요.”

재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작전실로 향했다. 재훈의 뒤를 따라오던 핑크레드가 젤리에게 말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젤리 씨. 같이 작전 나갔던 안드레이가 죽어서 저래.”

“아, 그랬군요.”

젤리는 당장이라도 재훈에게 달려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재훈에게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었다.

재훈과 일행들은 모두 작전실에 모였다. 랜들 함장이 대원들을 쭉 둘러본 후, 다들 수고했다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 대원들은 작전의 성공에 대해서는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드레이를 포함한 동료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재훈이 방으로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젤리가 다가와 재훈을 안아주었다.

“재훈 씨, 정말 고생했어요. 그리고 동료들의 죽음, 저도 슬퍼요.”

“고마워요, 위로해줘서. 하지만 동료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마음을 정리하기가 정말 쉽진 않아요.”

“알아요, 그 마음. 저도 그런 걸요. 오늘은 푹 쉬어요.”

“그래요, 오늘은 쉬어야겠어요.”

침대 위에서 잠시 젤리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던 재훈은 금세 깊은 잠 속으로 곯아떨어졌다. 젤리는 그런 재훈이 안쓰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며칠 후, 지은이 재훈 일행을 앤드루스 공군 기지로 와 줄 것을 요청했다. 마침 서로 교환할 물품들도 있었기에 구축함 존 웨버 호는 미국을 향해 떠났다. 이번 이동에 젤리도 재훈을 따라갔다. 재훈은 이번 기회에 어머니에게 젤리를 직접 소개하여 주고 싶었다.

존 웨버 호가 워싱턴 근처의 바다로 접근하자 대형 수송헬기 두 대가 다가왔다. 그들은 재훈 일행과 짐을 싣고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향했다.

기지에 다다르자 지은과 승호와 다영이 랜들 함장과 재훈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은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

“어서들 와요, 고생 많이 했어요.”

다들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재훈이 젤리를 데리고 가서 조심스럽게 지은에게 말했다.

“어머니,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지은이 미소를 지으며 젤리에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난 재훈의 엄마, 박지은이라고 해요.”

젤리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지은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젤리입니다.”

“반가워요. 젤리 씨. 사실 직접 만나기 전까진 어떤 아가씨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까 우리 재훈이랑 잘 어울려 보이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어서들 앉아요. 식사하면서 나눌 얘기들이 많으니까.”

지은과 재훈 일행은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옥수수, 감자 같은 음식들뿐이었지만, 인공위성 격추 작전의 성공으로 모두들 여유로운 표정들이었다.

식사를 다 마친 후 다음 작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지은은 사람들에게 휴대용 번역기를 나눠주며 말했다.

“용케 돌아다니던 중에 이 번역기를 발견했어요.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 몇 상자 가져왔으니, 파도의 그림자 기지로 돌아가서도 유용하게 쓰길 바래요.”

다국적 사람들이 모인 생존자들에게는 꽤 유용하게 쓰일 번역기였다. 랜들 함장이 지은에게 물었다.

“다음 주요 작전은 생각해 두셨습니까?”

“심천우 일당들은 지금쯤 많이 당황하고 있을 거예요. 더 이상 확보할 정상적인 인공위성도 남아 있지 않을 거고요. 이제 러비들이 어떻게 행동할지가 관건인데…”

젤리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지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말해 봐요, 젤리 씨.”

젤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원들을 둘러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셀트사에서 펩스를 개발하던 연구원이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러비들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었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러비들은 변종이라 불리던 때 이후로 급속도로 업그레이드되어 왔습니다.”

젤리가 준비해온 휴대용 SSD를 홀로그램 장치에 연결하여 도형을 띄운 후 말을 이었다.

“최근까지 심천우는 인공위성을 통해 러비들을 조종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인공위성이 격추된 지금, 이전의 방식대로 조종 방법이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은이 물었다.

“이전의 방식이라면 디지털 키스를 이용한 그 방법 말인가요?”

“예. 아마도 러비들을 조종하려면 이제 어쩔 수 없이 러비 간의 직접 명령 전달 방식을 취할 겁니다. 그리고 일반 러비들을 중간에서 통제할 매개체로 예전처럼 슈퍼바이저를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은이 말했다.

“결국 놈들은 재빠른 명령 전달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분명한 건, 인공위성으로 직접 컨트롤할 때보다는 둔하게 반응할 거라는 말이죠.”

“자, 러비는 그렇다 치고, 또 중요한 건 심천우가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느냐는 건데…”

“그걸 알아내는 건 오히려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쉬워져요?”

“예. 이제 심천우는 슈퍼바이저를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슈퍼바이저를 생포해서 그 펩스를 분석하면 최초로 명령을 한 장소를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공위성 때와는 달라요. 그땐 로그 기록을 다 삭제해도 다시 위성에 연결해서 컨트롤하면 됐지만, 이젠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필연적으로 로그 정보를 남겨둘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마도 그렇겠군요.”

회의가 끝난 후, 지은은 재훈을 따로 만났다. 지은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젤리 씨 아주 당차고 괜찮은 아가씨인 것 같아.”

“그래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지은은 재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번 인공위성 격추 작전, 정말 잘 해줬다. 고생했어.”

“다 여러 대원들 덕분이에요.”

“그래, 얘기 들었다. 안드레이에 대해서도.”

재훈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약간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 희생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괴로울 때가 많아요. 욕심 같으면 희생되는 사람들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겠지.”

지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너를 불렀어.”

“예?”

지은이 승호를 호출했다.

잠시 후, 승호가 오자 지은이 말했다.

“재훈이에게 그걸 설명해줘.”

승호가 재훈에게 말했다

“미국 전역에 생존해 있을 생존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얼마 전에 통신용 열기구를 띄웠어요. 다행히 몇 군데 생존지와 연락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연락을 주고받던 중에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놀라운 이야기요?”

“예, 텍사스 주에 러비들을 해치우고 다니는 집단이 있다고 해요. 워낙 엄청난 숫자의 러비들을 해치워서 그 지방에서는 ‘러비 학살자’라고 불린다고 하더라고요.”

“러비 학살자라.”

지은이 말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 일지 몰라. 솔직히 어지간한 민간인 출신 대원들을 훈련시켜봤자, 실전에서 러비들에게 당하기 일쑤지. 만약 그들이 러비 학살자란 별명이 붙을 만큼의 진짜 실력자들이라면 대원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도 있을 거야.”

재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은이 말했다.

“그럼, 러비 학살자들을 만나러 가 볼까?”

재훈과 지은, 승호는 대원들과 장갑차를 타고 텍사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장갑차 안은 엔진 소리와 각종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시끄럽긴 하지만 왠지 엔진 소리가 믿음직하네요.”

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너로서는 전기모터 소리보단 이런 엔진 소리가 좋은 거지?”

“예, 전기모터보다 오히려 더 신뢰가 가기도 하고요.”

“사실은 전기모터의 고장률이 더 적은데 말이야.”

“뭐, 미신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저만의 믿음이죠.”

승호가 말했다.

“일반 자동차라면 모를까 이 장갑차의 파워팩이 신뢰도가 높은 건 사실이죠. 항공유나, 휘발유, 경유 아무거나 넣어도 돌아가는 엔진이니까요. 전 재훈 씨의 생각에 공감이 갑니다.”

지은은 재훈과 승호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하하.”

끼익!

그때 장갑차가 급정거를 했다. 놀란 지은이 운전을 하던 대원에게 말했다.

“뭐야?”

“앞을 보세요.”

장갑차 앞에는 개조된 커다란 트럭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중무장을 한 남자들이 장갑차를 에워싸고 있었다. 리더로 보이는 체구가 건장한 남자가 장갑차를 향해 외쳤다.

“Come outside!(밖으로 나와!)”

승호가 말했다.

“어떻게 하죠?”

재훈이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뭔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나가보죠.”

재훈 일행은 조심스럽게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장갑차 밖으로 나갔다.

리더로 보이는 남자는 재훈 일행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Are you Korean?(너희 한국인이야?)”

지은이 대답했다.

“Yes.(그래요.)”

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유창한 한국어로 이야기를 꺼냈다.

“어쩐지 외모가 한국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어.”

지은이 놀라며 말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군요?”

남자는 씩 웃으며 말했다.

“징역 3500년을 받고 감옥에서 썩어가는 사람에게 시간은 지루함의 연속이지. 수많은 언어를 공부했지만 시간은 남아돌더군.”

재훈 일행과 남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남자가 말했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저런 장갑차를 타고, 그런 무기들을 갖고 있다니… 당신들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군. 여긴 왜 온 거지?”

지은이 말했다.

“이 텍사스에 ‘러비 학살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그들을 만나러 왔어요.”

“그들을 왜 만나러 온 거지?”

“러비들과 그걸 만들어 낸 놈들을 같이 연합해서 소탕하고 싶어서예요.”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잘 찾아왔군. 우리가 당신들이 찾던 놈들이니까. 난 ‘디에고 무어’ 야. 그냥 디에고라고 불러도 좋아.”

“반갑습니다, 박지은이라고 합니다.”

디에고와 지은은 같이 악수를 나눴다. 뒤에 있던 승호는 디에고 무어라는 이름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훈이 승호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요? 저 디에고라는 남자 아는 사람이에요?”

“잘 알죠.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연쇄 살인마이니까.”

재훈은 놀란 눈으로 디에고를 쳐다봤다.

재훈 일행은 디에고의 트럭에 달린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디에고가 지은에게 물었다.

“당신들, 실력은 좋은가?”

“얼마 전에 러비들이 잠깐 멈춘 적이 있죠?”

“있었지.”

“우리가 러비를 조종하는 인공위성을 날려 버렸어요.”

디에고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그랬군.”

“당신들은 어떤 실력을 지녔죠?”

“우린 악명 높은 살인마들이었지. 수감됐던 감옥의 간수들이 변종으로 변해 수감자들을 잡아먹을 무렵, 그들을 처치하고 살아남은 정예 요원들이야.”

재훈이 말했다.

“당신들이 많은 러비들을 제거했다고 들었어요. 덕분에 생존자들이 피해를 덜 보게 됐다고 하더군요.”

디에고는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우리 덕분에 생존자들이 피해를 덜 봤다. 우리는 딱히 그들을 위해 러비들을 해치운 건 아니야.”

“어쨌든 생존자들은 감사해하고 있어요.”

“감사라… 감사는 러비들에게 해야지. 우리는 그저 러비들을 죽이면서 살인의 재미를 이어가고 있는 것뿐이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러비 학살자들은 재훈이 예상한 그런 사람들이 아닌 듯했다. 정적을 깨고 지은이 말했다.

“뭐, 어쨌든 좋아요. 당신들이 러비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디에고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우리와 연합을 하시려면 그만큼 구미가 당기는 뭔가를 우리에게 제공해야 할 텐데, 뭘 갖고 있지?”

지은이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무기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에게 협조하면 지금 당신들이 쓰는 구닥다리 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기들을 제공해 주겠어요.”

무기 목록을 보던 디에고가 말했다.

“우리 같은 살인자들에게 이런 강력한 무기들을 제공해주겠다? 당신들도 제정신은 아니군.”

“러비들이 판치는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는 멀쩡한 군인들보다, 당신들처럼 재미로 러비를 죽이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죠.”

디에고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당신들 아주 마음에 들어. 좋아, 함께 하도록 하지.”

승호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훈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거 괜찮을까요?”

“제 느낌엔 괜찮을 거 같아요.”

“뭐예요?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인 겁니까? 저런 위험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다니.”

재훈은 씩 웃어 보였다.

디에고 일당과 앤드루스 공군 기지로 돌아온 재훈 일행. 지은은 약속대로 디에고에게 최신의 무기들을 건네주었다. 디에고가 지은에게 물었다.

“자, 그럼 우리가 이제 뭘 하면 되지?”

지은이 재훈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이 남자는 강재훈. 인공위성을 격추한 작전을 성공시킨 남자예요. 내 아들이기도 하고. 당신들이 내 아들을 따라가서 각종 작전들을 펼쳐 줬으면 좋겠어요.”

디에고가 재훈을 쓱 쳐다보더니 말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제부터 잘 협력하도록 하지.”

디에고는 재훈과 악수를 나눴다.

재훈은 디에고 일당과 파도의 그림자 기지로 돌아왔다. 원래 있던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자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살폈다. 그중 한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저 사람은?”

옆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왜? 아는 사람이야?”

“예전에 세계 뉴스에 나왔던 놈이잖아! 미국의 연쇄 살인마!”

디에고는 그 말을 한 사람을 힐끔 쳐다봤다. 남자는 디에고의 눈빛에 한순간에 압도당해 시선을 피했다.

크루즈 선으로 들어가 주요 대원들과 인사를 나눈 디에고와 일당들은 각종 작전 회의에 참석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디에고가 생존자들과 잘 지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디에고의 정체를 알아버린 사람들이 잔뜩 경계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디에고 일당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점점 더 강하게 표출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몇 사람이 랜들 함장을 찾아와 디에고 일당과 같이 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랜들 함장이 계속 설득을 했지만, 사람들의 의지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작전을 위한 거라고 하지만 저런 살인마들과는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랜들 함장이 사람들을 설득했다.

“제발 이해해 주십시오. 그렇다고 저들이 민간인을 해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한참을 얘기하고 있을 무렵 한 대원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랜들 함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저… 그게, 민간이 구역에서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뭐라고?”

다들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