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83화 (83/119)

# 83

83화 얼굴 없는 추격자

재훈은 잠시 퍼시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다, 다친 아이가 생각나 아이들에게 물었다.

“다친 아이가 누구니?”

한 아이가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예요.”

재훈이 다친 아이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니?”

“다리가 많이 아파요.”

아이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들이 있었고, 아마도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접질린 것 같았다. 재훈이 위쪽에 있는 민영의 부하에게 밧줄을 내리게 했다. 곧이어 일행들이 내려와 아이들과 퍼시를 저수탱크 위쪽으로 옮겼다. 민영이 아이들을 끌어올리다가 퍼시를 보고 깜짝 놀라며 재훈에게 말했다.

“어? 이 개는 강 형사님 개 아니에요?”

재훈이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용케 살아 있었더라고요. 구조 신호를 보낸 것도 바로 이 녀석이었어요. 예전에 K-9 훈련을 받을 때, 모스 부호를 보내는 훈련을 받았었나 봐요.”

민영이 퍼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똑똑한 녀석이네. 다시 만나 반갑다.”

아이들을 모두 끌어올린 재훈은 민영에게 물었다.

“민영 씨, 여기 생존자들이 좀 많긴 한데, 기지로 함께 가도 괜찮겠어요?”

“모두 몇 명이죠?”

“어른 31명에 아이들 6명이에요.”

“좀 많긴 하네요. 수용인원 오버이긴 한데, 어쩔 수 없죠. 다 같이 가요.”

“알았어요. 그럼 바로 출발해요.”

재훈은 다친 아이를 안은 채 생존자들에게 말했다.

“저희를 따라오세요.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밖에는 러비들이 따라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셔야 해요.”

곧 재훈 일행과 생존자들은 밖으로 나갔다. 민영의 대원들은 다친 아이와 몇몇 노약자들을 자전거에 태운 채 끌고 가고 있었다. 별빛이 유독 아름다운 밤이었다. 고요하고 어두운 들판을 생존자들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작은 벌레 소리와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뿐이었다. 간혹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부스럭거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만큼 사람들은 누군가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었다.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퍼시가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재훈이 깜짝 놀라 퍼시가 쳐다보는 곳을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민영이 다가와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뭔가 있나 봐요.”

민영이 주변을 살피다가 말했다.

“캣 러비 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미행하는 걸지도 몰라요.”

“그럼, 혹시 모르니까 더 조심하죠.”

재훈 일행은 잔뜩 긴장한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둡던 하늘에 어느덧 해가 뜨기 시작했다. 민영이 밝아지는 하늘을 보며 재훈에게 말했다.

“강 형사님, 더 이상은 위험해요. 저녁까지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겠어요.”

재훈이 주변을 둘러본 후, 근처의 건물 2층을 가리키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저기서 다들 눈 좀 붙였다가 가요.”

건물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누워 쪽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재훈은 창가에 숨어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잠시 후, 민영이 다가와 말했다.

“망은 제가 볼 테니 강 형사님도 눈 좀 붙이세요.”

“아니에요. 민영 씨 먼저 쉬어요.”

“알았어요. 그럼 교대할 때 깨워주세요.”

민영은 한쪽 구석으로 가서 가방을 베개 삼아 잠시 잠을 청했다. 창가에 앉아 보초를 서고 있는 재훈에게 한 생존자가 조용히 다가왔다.

“지금 가는 곳은 안전합니까?”

“예. 꽤 안전한 시설이에요.”

재훈은 생존자의 머리를 슬쩍 보며 말했다.

“모자를 안 쓰셨군요.”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쓱 훑으며 말했다.

“예, 저희들은 다 펩스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러비들은 펩스를 가진 사람을 찾아내니까,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나마 살아남을 수가 있었던 거죠.”

“그렇군요. 좀 쉬세요. 밤에 또 걸으시려면 지금 쉬어 두지 않으면 힘드실 거예요.”

“예, 그럼 좀 쉴게요.”

재훈은 총을 든 채 몇 명의 부하들과 창밖을 살폈다.

퓩!

민영은 잠결에 총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깼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분명 총소리였다. 주변을 살피니 재훈이 창밖을 향해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민영이 재훈에게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고양이예요. 이곳을 살피고 있었어요. 잠깐 나가서 확인해 볼게요.”

재훈은 밖으로 나가 총에 맞은 고양이를 살폈다. 민영이 창가에 서서 재훈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잠시 후, 재훈이 돌아왔다. 민영이 물었다.

“캣 러비예요?”

“아뇨. 다행히 캣 러비는 아니었어요. 펩스가 없더라고요.”

“다행이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본 민영이 재훈에게 말했다.

“좀 깨우시지. 교대해 드리려고 했는데, 벌써 밤이 됐잖아요?”

“괜찮아요. 그런데…”

“네?”

“민영 씨 많이 피곤했었나 봐요. 코를 골던데요?”

민영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코를 골아요? 제가요?”

“여자 아이돌 출신이 맞나 할 정도로, 우렁차게 골던데요?”

민영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아, 그럴 리가 없는데… 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재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민영 씨 코 곤 건 제가 기억에서 완전 삭제시킬게요.”

“몰라요, 이미 다 들어 놓고선.”

민영이 약간 삐진 표정으로 다른 쪽에서 망을 보던 부하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출발하죠. 자, 다들 깨워요.”

“알겠습니다.”

일행들은 다시 준비를 하고 기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제 기지가 얼마 남지 않은 곳까지 왔다. 한 아이가 걷다가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잡으며 말했다.

“아, 배고프다.”

재훈이 꼬마에게 다가가 말했다.

“배고프지? 좀만 참아. 기지로 가면 먹을 게 있어.”

“정말요? 그럼 초콜릿이랑 음료수도 있어요?”

재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고구마나 감자, 당근 같은 게 있어.”

“에이, 저는 감자랑 당근 같은 거 싫어하는데.”

옆에 있던 한 여자가 꼬마에게 말했다.

“그런 말 하면 못써. 요즘 같은 세상에 초콜릿이 어딨니? 감자나 고구마라도 있는 게 감사한 거지.”

재훈이 여자에게 말했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아이가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요? 초콜릿도 생각나고 음료수도 생각나는 건 당연하죠.”

재훈은 꼬마의 머리를 툭툭 두르려 주며 말했다.

“좀만 더 가면 되니까 힘내.”

꼬마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기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앞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보였다. 민영이 앞으로 총을 겨누며 일행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들 바짝 긴장한 채, 앞을 주시했다.

달그락. 달그락.

분명 총으로 무장한 사람의 소리였다. 민영과 재훈이 총을 장전하며 앞을 겨누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두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그중 한 명이 재훈을 향해 말했다.

“아저씨, 쏘지 마세요. 저예요.”

재훈이 보니 그건 상우였다.

“상우야? 왜 나온 거야?”

“하도 안 오셔서 걱정돼서 나와 봤어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신 거예요?”

재훈은 안심하며 상우에게 말했다.

“어쨌든 너여서 다행이다. 얘기는 들어가서 하도록 하고 이 사람들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알았어요.”

다들 기지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재훈은 자전거에 있던 다리를 다친 아이를 안았다. 아이가 재훈에게 물었다.

“저, 치료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럼, 기지 안에는 의사 선생님이 계셔. 잘 봐주실 거야.”

“다행이에요.”

그런데 아이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니?”

“전… 다쳤을 때 이대로 죽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어요.”

재훈은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들어가자.”

그때였다.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던 생존자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쿵! 퍽! 퍽! 쿵! 퍽!

여기저기서 생존자들이 힘없이 다 쓰러져 버렸다. 재훈과 일행들은 깜짝 놀라 사람들을 쳐다봤다. 재훈에게 안겨 있던 아이도 몇 번 몸을 요동치더니 재훈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재훈은 깜작 놀라 아이를 살폈다. 그러나 이미 숨이 끊겨 있었다. 민영이 깜짝 놀라 재훈에게 달려오며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다들 심장이 멈췄어요!”

재훈도 당황하며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재훈과 일행들은 쓰러진 생존자들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퍼시가 짖기 시작했다. 재훈은 퍼시가 보는 곳을 총을 겨눈 채 쳐다봤다. 거기엔 어떤 사람이 서 있었다. 분명 느낌상 그는 러비였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위로 불룩 솟아 있었다. 마치 안에 뭔가가 들어 있는 듯 한 모양새였다.

강하게 재훈을 응시하는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 핏줄이 바짝 선 팔뚝, 왠지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든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모습. 재훈은 지금까지 봐온 러비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전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것!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러비가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기지의 입구도 놈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뚫고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며 재훈에게 말했다.

“믿을 수 없군.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그것도 너희 두 명 다 말이야. 강재훈 형사와, 차민영!”

재훈이 증오가 가득 서린 눈으로 답했다.

“도예, 어떻게 여길 온 거지?”

도예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이들아, 우린 이 생존자들이 여길 올 때부터 쫓아오고 있었다.”

도예는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인공위성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그리고 이 생존자들 머리에 있는 펩스에 추적 장치도 달려 있었고. 결국 이들 스스로가 추적자가 된 셈이지.”

“뭐라고? 분명 이들은 펩스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겠지. 이들은 자신의 머리에 펩스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살고 있었지. 우리가 그렇게 프로그램 해 놨거든. 이들은 다 우리의 실험체다.”

“뭐야? 실험체?”

“폐기 처리되어 진작 다 죽을 운명이었는데, 이렇게 미끼로 써서 너희를 잡게 되는군. 강 형사.”

도예는 러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 죽여버려!”

이윽고 러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재훈 일행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재훈 일행의 총에서 일제히 불이 뿜어져 나왔다.

두두두두두!

타타타탕!

두두두두!

달려드는 러비들 틈으로 재훈이 기지 쪽으로 뛰어가며 일행들에게 외쳤다.

“다 안으로 들어가요! 빨리!”

일행들은 서로 엄호를 해가며 기지 입구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에서 나온 부하들도 총을 쏘며 일행들이 들어오는 걸 도왔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탕탕탕!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러비들에게 당해 쓰러졌다.

퍽!

“악!”

퍼퍽!

“윽!”

그 혼란한 틈을 타 겨우 안으로 들어간 민영이 입구를 닫으며 외쳤다.

“다들 이쪽으로 뛰어요! 어서!”

다들 들어오고 문이 닫혔다. 굳게 닫힌 문 밖에서 러비들이 문을 공격했다.

쿵! 쿵!

꽤 두꺼운 철문이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도예가 로켓포를 겨누었다.

“다 비켜!”

러비들이 옆으로 물러나자, 도예가 문을 향해 로켓포를 쏘았다.

슈우웅!

쾅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문이 떨어져 버렸다. 안에서 버티던 민영이 그 충격으로 바닥에 넘어졌다가 벌떡 일어나며 안쪽을 향해 뛰었다. 러비들이 그 뒤를 미친 듯이 쫓아 들어갔다. 다른 통로로 들어간 민영이 문을 잠그며 외쳤다.

“여기도 얼마 못 버틸 거예요!”

재훈이 물었다.

“이젠 어쩌죠?”

“뒤쪽 비상구로 계속 갈 수밖에 없어요!”

그때 윤수가 나타나 민영에게 말했다.

“다들 비상구로 뛰어요! 제가 시간을 좀 지체해 볼게요!”

“어쩌려고요?”

“일단 가요! 어서!”

민영은 사람들과 뒤쪽으로 뛰어가고 윤수는 곧장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로 들어간 윤수는 거대한 펩스 컴퓨터를 바라보며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는 재빨리 뭔가를 작동시키며 혼잣말을 했다.

“제발, 제발 이리로 와라! 나쁜 새끼들아!”

윤수는 거대한 펩스 컴퓨터를 조작해 각각이 살아있는 사람의 펩스인 척 조절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펩스 컴퓨터에서 보라색 LED가 켜졌다. 그러자 러비들이 펩스의 신호를 따라 연구실로 뛰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윤수는 러비들을 쳐다보다가 컴퓨터에 숨겨뒀던 긴급 버튼의 덮개를 열며 말했다.

“이 버튼을 누를 날이 오지를 안길 바랬는데.”

러비들은 미친 듯이 뛰어 들어와 거대한 펩스 컴퓨터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펩스 컴퓨터에 연결됐던 케이블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거대하던 컴퓨터에 러비들이 개미떼처럼 들러붙었다.

“그래, 다 같이 죽자!”

윤수가 긴급 버튼을 누르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연구실 안에 대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펑!

도망가던 민영이 엄청난 굉음과 진동을 느끼며 주춤거렸다.

“설마… 윤수 씨가?”

재훈은 민영의 손을 낚아채며 외쳤다.

“지체할 시간 없어요! 뛰어요!”

기지 안에 사람들은 미친 듯이 뒤쪽으로 뛰어갔다. 한편 앞쪽에서 들어오던 도예는 연구실의 큰 폭발의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쿨럭! 쿨럭!”

온몸 가득히 쌓인 먼지를 털며 일어난 도예가 남은 러비들을 보며 분노의 찬 눈빛으로 외쳤다.

“뭐해! 놈들을 꼭 잡아!”

러비들이 뒤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재훈이 뛰면서 민영에게 물었다.

“이제 어쩌죠?”

“뒤쪽에 트럭이 한 대 있어요! 비상시를 대비해 놓은 건데 일단 그 걸 타고 나가요!”

뒤쪽 비상구에 다다르자 민영이 사람들에게 외쳤다.

“비상구 옆에 차고로 가서 트럭에 타요!”

다들 트럭을 발견하고 재빨리 올라탔다. 부하 한 명이 운전석으로 올라가 파워 스위치를 눌렀다. 계기반에 불이 들어오며 모터가 준비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부하가 민영에게 외쳤다.

“준비됐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아직 다 오지 않았다. 민영이 트럭 뒤쪽에서 쫓아오는 러비들에게 총을 쏘며 트럭 운전석에 있는 부하에게 외쳤다.

“아직 사람들이 다 못 왔어요!”

뒤쪽에서는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악!”

“살려주세요!”

“으악!”

민영은 계속 총을 쐈다.

두두두두두!

그때, 재훈이 민영에게 달려와 외쳤다.

“어쩔 수 없어요! 우리라도 나가야 해요!”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어요!”

“이러다간 트럭에 탄 사람들도 다 죽어요!”

“하지만…”

민영은 뒤쪽에 있는 트럭을 힐끔 쳐다본 후 앞쪽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정말 짧게 생각을 한 후, 이를 악물고 트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민영이 재훈과 함께 트럭에 오르자, 트럭이 힘차게 출발했다. 차고에 닫힌 문을 열 틈도 없이 트럭은 곧장 문을 향해 달렸다.

쿠앙!

큰 소리와 함께 트럭이 문을 뚫고 나갔다. 트럭 뒤에 실려 있던 로켓포를 집어 든 민영이 뒤를 향해 로켓을 쏘았다.

슈웅!

쿠앙!

러비들이 폭발에 휘말려 쓰러졌다. 뒤쪽에 있던 재훈과 부하들도 일제히 총과 유탄을 쏘았다. 두두두두두!

슈웅!

슈웅!

펑! 쾅! 쾅!

엄청난 폭발과 함께 러비들이 쓰러져 갔고, 곧 러비들이 다 쓰러졌는지 잠잠해 지자 트럭은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뿌연 연기와 불길 사이로 도예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트럭이 사라진 곳을 응시하던 도예는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천우에게 연락을 했다.

“천우님! 도예입니다.”

“그래. 어떻게 됐나?”

“강재훈과 차민영이 살아 있습니다.”

“뭐라고?”

“방금 놈들의 기지를 습격했는데, 도망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새끼들이 아직 살아 있었단 말인가?”

“예.”

잠시 후, 천우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어디로 갔지?”

“동쪽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지금 추적할 수 있겠나?”

“죄송합니다. 러비들이 대부분 죽었습니다.”

“알겠네,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천우는 부들부들 떨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동원할 수 있는 러비들을 다 출격시켜! 강재훈을 잡으러 간다!”

“예!”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 부하들을 보며 천우가 혼잣말을 했다.

“끈질긴 자식! 내가 이번엔 꼭 죽여주마, 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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