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78화 (78/119)

# 78

78화 재앙의 근원

비둘기. 평화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새. 그런 비둘기가 재훈을 향해, 마치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한 마리의 매처럼 무섭게 날아오고 있었다.

팟!

재훈은 옆으로 몸을 날리며 간신히 비둘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한상우. 학교를 다녔으면 중학교 3학년이었을 사춘기 소년. 그런 상우가 재훈의 옆을 지켜 서고 있었다.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었지만 상우의 눈빛이나 몸놀림은 마치 잘 훈련된 사냥꾼 같았다. 상우가 재훈에게 외쳤다.

“아저씨! 어디든지 숨어 계세요!”

재훈이 머뭇거리자 상우가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러다 죽어요!”

재훈은 아직 뛰기에는 힘든 몸을 이끌고 폐허 쪽으로 몸을 숨겼다. 상우는 주머니에서 새총을 꺼내 들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재료로나 만든 어설픈 형태의 새총이었지만, 왠지 그 위력만큼은 강해 보였다. 상우가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새총을 장전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비둘기를 향해 외쳤다.

“어서 와봐! 이 미친 새야!”

비둘기는 엄청난 속도로 상우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상우는 온 신경을 손끝에 집중시킨 후 새총을 발사했다.

휭!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새총을 맞은 비둘기가 땅으로 떨어졌다.

“나이스!”

상우는 기뻐하며 재훈을 쳐다봤다. 그건 마치 자신이 놀랍지 않냐는 표정이었다. 그때, 땅으로 떨어지던 비둘기가 다시 날개 짓을 하며 하늘로 올라갔다.

“뭐야! 이 끈질긴 녀석 같으니라고!”

상우는 다시 새총을 장전하며 비둘기를 노렸다.

비둘기는 높이 올라가더니 다시 상우를 향해 밑으로 날아왔다. 이번에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리고 비둘기의 움직임이 어딘가 더 날카로워 보였다.

“죽어라!”

상우는 비둘기를 향해 새총을 발사했다.

휘잉!

그러나 비둘기는 예상이나 한 듯 옆으로 방향을 바꾸며 그걸 피하고 말았다. 상우는 다시 새총을 장전하려 했지만, 비둘기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재훈은 재빨리 옆에 있던 돌멩이를 들어 비둘기를 향해 던지려 했다.

퍽!

그때, 이전보다 더 둔탁한 소리가 나며 비둘기가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재훈이 깜짝 놀라 뒤를 보자 노인이 새총을 들고 서 있었다. 상우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노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뭐예요, 제가 잡을 수 있었단 말에요!”

“이 녀석아! 버드 러비가 얼마나 재빠르고 무서운지 알면서 겁 없이 덤비고 그래! 일단 무조건 도망갔어야지!”

“에이, 제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고요.”

“이 녀석아, 넌 아직 애라고 애!”

재훈은 땅으로 떨어진 비둘기에게 다가가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손으로 비둘기의 머리 부분을 눌러보던 재훈이 노인에게 말했다.

“이 비둘기 머리에 펩스가 장착되어 있는 거죠?”

노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새뿐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에게도 펩스가 심겨 있지. 그리고 놈들은 생존자를 발견하면 무조건 공격하는 무서운 괴물로 변했어. 우습지 않나? 사람보다 더 작은 이런 동물들이 사람을 사냥하러 다닌다니.”

노인은 재훈의 옆으로 다가와 비둘기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런 괴물을 만든 걸 놈들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예? 그럼 누구 탓인 거죠?”

“예전에 어떤 박사가 우리를 공격한 개 한 마리를 잡아 분석한 적이 있었어. 도그 러비였지. 분석을 마친 박사가 그러더군, 그 개의 펩스 속에 리턴 오메가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제어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고. 그 리턴 오메가만 아니었어도 이런 동물 러비들과 자이언트 러비 같은 괴물들은 만들어 지지도 않았을 거라고 했어. 결국 그 박사도 다른 도그 러비에게 죽임을 당했지.”

순간 재훈의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노인이 그런 재훈을 보며 물었다.

“자네 어디 아픈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고 그래?”

재훈은 떨리는 눈동자로 노인에게 말했다.

“어쩌면 이 러비들을 탄생시킨 게 저 일지도 몰라요.”

“뭐라고?”

재훈과 노인은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 재훈과 노인은 촛불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재훈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노인에게 말해 주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노인이 말했다.

“그랬구먼. 그런 일이 있었어.”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재훈에게 노인은 물을 한 컵 따라주며 말했다.

“너무 자책하지는 말게. 결국 자네 때문에 이 괴물들이 탄생한 게 아냐. 그 심천우라는 놈과 그 부하들이 나쁜 놈들이지.”

“하지만 제 머리에서 뽑아 간 리턴 오메가로 러비라는 괴물들이 생겨났다는 생각을 하면 그냥 저 자신에게 화가 나요. 왜 더 잘 지키지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게. 자네는 잘 해왔네. 무엇보다 자네가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그 죽음까지 위장시키며 자네를 살리려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던 걸로 보아, 자네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인 게 분명해.”

“이렇게 힘도, 무기도, 아무것도 없는 제가 뭘 할 수 있을 까요?”

노인은 저 멀리서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하고 있는 상우를 보며 재훈에게 말했다.

“저 상우라는 아이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는 군. 상우는 자기 부모님의 시체가 있는 폐허의 옷장 속에서 발견됐어. 무서움과 공포 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지.”

“무척 괴로웠겠네요.”

“그랬지. 한동안 먹지도, 움직이지도, 심지어는 잠을 자지도 않았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지.”

그때, 멀리 있던 상우가 소녀를 발견하고 외쳤다.

“주연아! 나랑 같이 허브 따러 가자!”

“알았어.”

상우와 주연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노인이 말을 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상우는 갑자기 아무렇지도 안은 듯 밥을 먹고, 움직이기 시작했어. 마치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지내기 시작했지. 농담도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스스로 이것저것 연구를 하며 어설프지만 꽤 유용한 무기들도 만들기 시작했어. 처음엔 단순히 생존 본능인 줄 알았지. 아, 이 소년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설마,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서 그런 건가요?”

“맞았어! 복수. 상우는 부모님을 죽인 놈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어.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어. 그런데 자신보다 뛰어났던 어른들이 대부분 죽은 이 시점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사냥꾼이 됐지.”

“복수를 위해 억척같이 살아온 거군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 늙은 노인네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저 아이 덕분이라네. 만약 상우가 구해온 음식들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아마 굶어 죽었을 거야.”

“그랬군요.”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도 상우도 비슷한 면이 많아. 아마 그런 사람들이 모인다면 어쩌면 우리에게도 희망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재훈은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 놨다 하며 생각했다.

‘희망이라…’

몇 시간 후, 재훈이 노인을 도와 상자에 심어진 채소를 따고 있었다.

“놀랍네요. 채소들을 기르시다니.”

“이게 다 지하수 덕분이라네. 다행히 이 동굴에 지하수는 오염되지 않아서 채소를 기르기에도 적당하지.”

“그런데 할아버지, 여기가 정확히 어딥니까?”

“여기는 청송에 있는 주왕산 근처의 동굴이야. 그나마 여기가 좀 안전한 건 입구가 좁기 때문이지. 사실 아주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놈들에게 공격을 당한 적은 없었어.”

그때였다, 주연이 재훈에게 다가왔다.

“아저씨, 저… 그니까…”

재훈이 그런 주연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뭔데? 말해봐.”

주연은 수줍은 표정으로 네 잎 클로버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동굴에서 이걸 발견했어요.”

“와! 이건 네 잎 클로버 아냐? 이거, 나한테 주는 거니?”

주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 아직 정확한 자기소개도 안 한 것 같은데? 난 강재훈이라고 해.”

“전… 손주연이에요.”

“아 그래? 손주연? 이름도 그 마음씨만큼 예쁘네? 네 잎 클로버 정말 고마워.”

“그… 그럼 안녕히 계세요!”

주연은 얼굴이 더 빨개지며 갑자기 뒤로 후다닥 달려가기 시작했다. 노인이 뒤에서 그 장면을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허허, 우리 꼬마 아가씨, 이제 짝사랑의 시작인가?”

재훈은 동굴에서 노인의 일을 도우며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재훈은 마음대로 움직일 만큼 몸이 회복되었다. 재훈이 노인에게 물었다.

“밖에 생존자가 있을 까요?”

“글쎄 모르겠어. 나도 가끔 밖에 나가 보고, 상우도 나가 보지만 예전처럼 생존자를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됐지.”

“안타까워요. 무기도 없고, 사람도 없고.”

“왜? 그 심천우라는 작자를 없애러 가고 싶은 건가?”

“예. 바로 코앞에 놈을 두고도 없애지 못한다는 게 화가 나요.”

“그렇겠지.”

그날 저녁, 모두가 잠들어 있는 가운데 재훈은 뜬눈으로 이것저것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재훈의 머릿속에는 온통 심천우를 치기 위한 생각뿐이었다. 재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목시계를 꺼내 들었다. 시계는 고장 나 있었다. 재훈은 시계를 꽉 쥐며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됐을까?’

재훈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귀에 달그락달그락하며 깡통이 부딪히는 소리 같은 게 들려왔다. 순간 노인과 상우가 벌떡 일어나며 재훈을 흔들어 깨웠다. 재훈은 깜짝 놀라 일어나며 노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침입자가 있어!”

“예?”

“누군가 입구에 설치해 놓은 깡통을 건드렸다고!”

재훈은 긴장한 채 몸을 일으켰다. 상우는 자신이 만든 무기를 챙기며 재훈에게 칼과 몽둥이를 건네주었다. 노인과 주연이도 각자의 무기를 챙겼다.

이윽고 동굴 안쪽으로 강한 LED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재훈은 몸을 숨긴 채 빛이 들어오는 쪽을 주시했다.

“이쪽에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대장.”

“그래? 최근 건가?”

“예. 촛농이 완전히 굳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더 수색해봐!”

남자들의 대화를 들은 재훈은 생각했다.

‘사람? 저들은 러비가 아냐.’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상우는 칼을 꽉 쥐었다. 잠시 후, 낯선 남자가 재훈 일행이 있는 곳까지 오자 상우가 확 튀어 나가며 남자에게 칼을 휘둘렀다.

휘익!

“뭐야!”

남자는 뒤로 피하면서 소총을 꺼내 상우를 향해 발사했다.

두두두두두!

상우는 옆으로 몸을 굴려 겨우 총알을 피했다. 재훈이 옆에 있다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로 남자의 팔을 내리쳤다.

퍽!

“악!”

남자가 총을 떨어뜨리자 재훈이 얼른 총을 낚아채 남자를 향해 겨눴다.

“움직이지 마! 손들어!”

남자는 꼼짝 못 한 채 손을 들었다. 상우가 얼른 남자의 팔을 뒤로 꺾어 케이블 타이로 묶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총소리를 듣고 뛰어 오자, 재훈은 남자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외쳤다.

“다들 총 버려! 안 그러면 이 자식 머리를 날려 버리겠어!”

그러자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와 재훈을 쓱 훑어보며 말했다.

“총을 겨눈 폼으로 보아하니, 군인이나 경찰 출신이군?”

“어서 총 버려! 안 그러면 정말 이 남자를 쏘겠어!”

대장은 웃으며 말했다.

“쏘기 전에 니 뒤를 보지 그래?”

“무슨 수작이야?”

그때, 뒤에서 주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재훈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노인과 주연이의 머리에 놈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니 앞에 있는 그 자식 머리를 날려버려. 너는 한 명을 날리고 나는 저 노인네와 여자아이 두 명을 날리면 되겠네.”

재훈은 분한 듯 부들부들 떨다가 총을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대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상황 판단이 꽤 빠른 친구로군. 다 잡아가자!”

곧 남자들이 재훈 일행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재훈 일행이 끌려간 곳은 원래 있던 동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다른 동굴이었다. 재훈은 끌려가면서 놈들의 무장 상황을 살폈다. 그들은 군인은 아니었다. 모자 밖으로는 삐죽하게 은박지가 나와 있었다.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했지만 다른 장비는 없었다.

동굴 안은 사람이 일부러 파 놓은 흔적들로 가득했다. 노인이 재훈에게 조용히 말했다.

“여긴 옛날에 와인 창고였어.”

좀 더 들어가자 오크통이 가득한 공간이 나타났다. 대장이 재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긴 내가 사랑하는 곳이지. 와인 맛이 끝내준다고.”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남자들은 재훈 일행의 무릎을 꿇렸다. 옆에 있던 남자가 수첩에 뭔가를 적으며 말했다.

“노인 한 명, 남자 한 명, 어린 남자아이 한 명, 여자아이 한 명.”

재훈이 대장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같은 생존자 처지 같은데, 왜 우릴 잡아 온 거지?”

대장이 가소롭다는 듯이 재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같은 생존자라… 맞지 같은 생존자. 그런데 말이야. 그걸 알고는 있나? 우리에게는 무기가 있고, 당신들에게는 무기가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우리가 당신들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는 말이지.”

“뭐라고?”

대장은 노인에게 다가와 손으로 볼을 쓱 잡아당겨보며 말했다.

“노인은 질겨서 맛이 없을 거 같고.”

대장은 재훈과 상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맛있게 먹으면 되겠고.”

대장은 이번엔 주연에게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져보며 말했다.

“이 여자아인 재밌게 데리고 놀면 되겠네.”

재훈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이런 미친 새끼!”

그러자 뒤에 있던 남자가 총의 개머리판으로 재훈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딱!

“윽!”

재훈이 바닥에 쓰러지자 노인이 외쳤다.

“제발 그만해! 우릴 그냥 놔둬!”

대장이 노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영감, 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지금 이 시대엔 의식주가 너무 부족해. 그건 영감도 잘 알잖아. 이젠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지. 사는 게 아주 절박하고 힘들어졌어. 인간으로서의 이성과 윤리 따윈 이제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노인은 대장을 째려보며 쓰러져 있는 재훈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봐, 재훈 군. 괜찮나?”

그때, 대장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노인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봐, 영감. 방금 뭐라고 했지? 재훈?”

대장은 재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 혹시 성이 강 씨인가?”

재훈은 바닥에 쓰러진 채 겨우 눈을 뜨며 답했다.

“그래! 난 강재훈이다.”

“이럴 수가… 니가 혹시 SCCIT의 강재훈 형사 맞아?”

“그래, 내가 강재훈 형사다. 그러는 너는 날 어떻게 아는 거지?”

대장은 벌떡 일어나 부하들을 한번 쓱 쳐다본 후 말했다.

“이봐! 다들 들었나? 이 남자가 그 유명한 강재훈 형사란다!”

대장은 곧 재훈에게 다시 다가와 말했다.

“강재훈이라면 알 만한 사람이면 잘 알지. 나도 한때 해커였거든. 네가 심천우에게 리턴 오메가를 주었다면서? 그걸로 세상이 더 지옥으로 변한 거고?”

노인이 대장에게 말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말게! 재훈 군은 놈들에게 강제로 리턴 오메가를 뺏긴 거야!”

“오, 영감은 뭔가 좀 아는 모양인데? 그런데 말이야. 어찌 됐든 그 리턴 오메가 원본을 강재훈 형사가 갖고 있었던 것부터 이상하지 않아?”

재훈이 몸을 바닥에서 일으키며 말했다.

“뭐라고?”

“애초에 강형사가 리턴 오메가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가 난 무척 궁금하다고. 생각해봐, 리턴 오메가로 러비들이 탄생하게 됐어. 결국 강형사의 계획도 심천우의 계획과 같지 않았을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대장은 재훈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쩌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이 재앙의 근원을 바로 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재훈은 이를 악물고 대장을 노려보았다. 대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손으로 재앙의 근원을 제거하게 되다니. 내가 이 세계의 구원자가 되겠구나! 하하하!”

재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미친 자식!”

그때였다.

펑! 펑!

큰 폭발음과 함께 동굴 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한 남자가 대장에게 달려와 말했다.

“대장! 큰일 났습니다!”

“뭐야! 이 폭발 소리는? 무슨 일이야?”

남자는 부르르 떨며 대장에게 말했다.

“페… 펩스 콜렉터가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펩스 콜렉터가?”

순간 대장의 눈은 공포로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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