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75화 (75/119)

# 75

75화 강재훈 안의 이동윤

엄청난 힘과 스피드, 그리고 잔인한 공격. 원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느껴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변종들. 그들은 생존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도예는 그들을 조종할 수 있었기에 한 번도 변종들을 무섭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은 달랐다. 철저하게 부하라 여겼던 변종들이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리면 그대로 몸 어딘가가 떨어져 나갈 듯한 그들의 이빨을 겨우 피하며 도예는 변종들에게 소리쳤다.

“이 새끼들아! 내가 아니라 강재훈을 공격하란 말이야!”

슈퍼바이저들이 재훈을 공격하려 달려들자 변종들이 재훈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몸 주위를 빙 둘러쌌다. 강재훈은 변종들에게 둘러싸인 채 도예를 노려보고 있었다. 곧 슈퍼바이저와 변종들이 정면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변종들은 사자가 공격하듯 슈퍼바이저들을 물어뜯으며 공격했고, 원래는 자신들을 총괄하는 대장과 같은 존재인 슈퍼바이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아직 재훈의 해킹에 당하지 않은 변종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재훈에게 해킹당한 변종들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었다. 슈퍼바이저 중에 한 명이 도예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를 조종하는 오퍼레이터의 음성을 대신 전한 것이었다.

“도예님, 피하십시오! 지금 상태로는 위험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 강재훈이 지금 눈앞에 있다고! 저 놈을 기필코 내 손으로 죽여 놓겠어!”

“무리입니다!”

“비켜!”

도예는 총을 들고 강재훈을 향해 발사했다.

“죽어라! 강재훈!”

두두두두두!

그러나 변종들과 슈퍼바이저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재훈을 맞추기란 어려워 보였다. 도예가 쏜 총에 변종들이 맞았지만 그들은 잠시 쓰러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도예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예는 달려드는 변종들에게 총을 쏴댔다.

“이 새끼들아! 난 너희 목표가 아니라고!”

두두두두두!

하지만 변종들을 저지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포항에 있는 천우는 상황실의 모니터를 통해 도예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가 오퍼레이터에게 말했다.

“이러다 도예가 죽겠군. 3번 슈퍼바이저의 권한을 내게 넘겨.”

“예! 천우님.”

오퍼레이터가 조종 권한을 넘기자 천우가 슈퍼바이저를 통해 도예에게 말했다.

“도예! 나다. 어서 그 자리에서 탈출해!”

“하지만 천우님! 강재훈을 이대로 두면 저희에게 큰 위협이 될 겁니다!”

“이대로 있다간 니가 죽는다. 어서 그곳을 빠져나와!”

“안됩니다! 천우님!”

천우는 입술을 꽉 깨물며 슈퍼바이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도예 앞에 있던 슈퍼바이저가 도예의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퍽!

“윽!”

도예가 바닥에 쓰러지자 슈퍼바이저는 도예를 어깨에 메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슈퍼바이저들이 도예를 멘 슈퍼바이저가 탈출할 수 있게 뒤를 막아섰다. 곧 그들 앞에 변종들이 개떼처럼 덤벼들었다. 슈퍼바이저들이 변종들을 막아 싸우기 시작하고 도예를 멘 슈퍼바이저는 그 틈을 타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재훈이 그 모습을 보고 도예를 뒤쫓으려 발걸음을 옮긴 순간,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렉싱턴 연구소의 책임자 릭 존슨이었다. 그는 인공위성 통신을 이용해 포항의 천우에게 한국어로 통신을 보냈다.

“천우님, 제가 사라진 렉싱턴 연구소의 책임을 지고, 강재훈을 죽여 버리겠습니다!”

릭 존슨은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강력한 폭탄이 담겨 있었다. 그는 폭탄의 작동 버튼을 누른 후 재훈에게 곧장 뛰어갔다. 재훈은 본능적으로 그 폭탄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뛰어가도 폭발에 휘말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였다. 재훈은 미친 듯이 뒤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릭 존슨도 온 힘을 다해 따라갔다.

그때였다, 달아난 줄 알았던 군용차가 급하게 다가와 재훈 앞에서 문을 열었다. 안에 있던 지은이 재훈에게 소리쳤다.

“어서 차 안으로 들어와!”

재훈은 힘껏 몸을 날려 차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가 차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지은이 문을 닫았다. 폭스 소령은 액셀을 힘껏 밟았다. 달아나는 군용차의 뒷모습을 보며 릭 존슨이 미소를 보였다. 마치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한 안도의 미소였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탄이 터졌고 근처에 있던 변종들과 슈퍼바이저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재훈 일행이 탄 차도 폭발에 휘말려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도예를 메고 뛰던 슈퍼바이저도 그 자리에서 도예와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잠시 후, 재훈은 정신을 차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차가 전복되어 있었다.

“다들 괜찮아요?”

지은이 대답했다.

“난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괜찮아?”

곧 폭스 소령과 다영, 대원 한 명도 괜찮다는 대답을 해왔다. 재훈이 어렵게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뿌연 연기 사이로 방금 전까지 서 있었던 건물 하나가 사라졌을 만큼 폭탄의 위력은 대단했다. 연기가 어느 정도 사라질 무렵, 저 멀리서 도예를 메고 뛰어가던 슈퍼바이저가 재훈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슈퍼바이저를 통해 상황을 본 천우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릭 존슨, 쓸데없는 짓을 했군.”

슈퍼바이저는 바닥에 넘어졌던 도예를 메고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지은이 차에서 나와 그 모습을 보며 재훈에게 말했다.

“저 도예라는 여자를 놓쳐서 어떻게 해?”

“일단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기지로 돌아가죠.”

지은이 재훈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그렇게 하자.”

재훈은 도예와 슈퍼바이저가 사라져 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앤드루스 공군 기지로 돌아온 재훈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재훈은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곧 지은이 방으로 들어왔다.

“몸은 괜찮니?”

“예, 어머니.”

지은은 재훈의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고생이 많다.”

“아니에요. 어머니가 고생하셨죠.”

지은은 재훈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리턴 오메가를 이용해 변종을 해킹한 건 성공했더구나.”

“예. 사실 걱정했었어요, 해킹이 안 될까 봐.”

“솔직히 나도 해킹이 성공할 거라고 백 프로 장담할 순 없었어. 그동안 수없이 변종들을 해킹해보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거든. 이게 다 너와 리턴 오메가 원본 덕분이야.”

“놈들도 아마 이번에 깜짝 놀랐을 거예요. 자기들 방식대로 해킹을 당할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렇지.”

지은이 재훈의 손목에 있던 시계를 만져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아버지는 너한테 이런 펩스를 장착하게 하고, 또 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리턴 오메가라는 큰 짐을 지어줘서 아마 미안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아니에요. 그 덕분에 우리가 변종들을 상대할 발판을 마련했잖아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지은은 그런 말을 하는 재훈이 고마웠는지 계속 그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윤아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강재훈으로 살게 해서.”

“아니에요. 강재훈으로 살아서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좋았어요, 강재훈의 삶이. 형사가 돼서 범인들도 잡고, 하고 싶은 것들도 하고, 연예도 하고.”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우리 아들.”

“사실 강재훈으로 사는 동안 제 안에 있는 이동윤을 저도 모르게 더 꼭꼭 감추고 있었어요.”

“왜?”

“아마도 이동윤이라는 이름이 알려지면 제가 이정훈 박사의 아들이라는 게 밝혀질 거고, 그렇게 되면 저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제 펩스를 가동해보지도 않았어요. 리턴 오메가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했고, 저도 모르게 그 리턴 오메가가 원망스러워서 꺼내보기조차 싫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웃긴 건 어느 순간 리턴 오메가를 꺼내 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 당시 카사노바라는 펩스 해킹 범인을 잡을 목적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만이 리턴 오메가를 이용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구나.”

“저는 강재훈도 이동윤도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둘 다 저 자신이었고, 결국 그 양쪽의 두 존재가 힘을 합했을 때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한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세요.”

“알았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다.”

잠시 후, 기지 작전실에 재훈 일행이 모였다. 지은이 말했다.

“이번 작전에서 우리는 변종을 해킹하는 데 성공하는 큰 수확을 얻어냈어요. 앞으로 이 해킹이 우리의 큰 무기가 될 겁니다.”

폭스 소령이 말했다.

“이제 어쩌실 거죠? 예언자님.”

“미국 곳곳에 있는 놈들의 핵심 기지를 하나씩 처리해 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연료나 무기가 한정적이지만, 다른 기지들을 조사해서 물자를 최대한 보급한다면 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얘기를 나누는 모두의 눈빛엔 이제까지의 절망이 아닌 희망의 불꽃이 하나 둘 타오르고 있었다.

며칠 후, 포항 심천 우의 기지. 도예는 입원실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지 그녀는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잠시 후, 도예가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다.

“안 돼!”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간호사가 다가왔다.

“도예님, 괜찮으세요?”

“여기는? 내가 잠들어 있었던 건가?”

“예, 4일 됐습니다. 몸을 여기저기 좀 다치셨고, 특히 폭탄 파편도 박혀 있었어요. 그 영향인지 고열이 생기셔서 지금까지 안정을 취하게 해 드린 겁니다.”

“천우님은?”

“아마 방에 계실 겁니다.”

도예는 팔에 꽂혔던 링거를 손으로 쑥 뽑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호사가 놀라며 그녀를 말렸다.

“이렇게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아직 열도 높으시고…”

“비켜! 천우님을 꼭 봬야겠어!”

도예는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슬리퍼를 신고 천우의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천우의 방을 지키던 경호원이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와 천우에게 말했다.

“천우님, 도예님이 만나 뵙고자 오셨습니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

도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민영이 따라 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도예는 들어오자마자 천우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천우님! 왜 저를 죽이지 않으신 겁니까?”

“널 죽여?”

천우는 도예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가녀린 그녀의 어깨는 흐느끼듯이 들썩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강한 도예였지만, 천우 앞에만 서면 그녀는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살인 전문가라고 불리는 그녀의 모습은 이 순간만큼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천우가 도예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왜 널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그건, 제가 강재훈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재훈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건 사실이지.”

“저를 죽여주십시오! 그 많은 부하를 이끌고도 강재훈을 죽이지 못한 건 저 스스로에게도 굴욕적인 사실입니다!”

천우는 그런 도예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갑자기 그녀의 입에 저돌적으로 키스를 했다. 도예는 영문도 모른 채 그 키스를 받아들였다. 잠시 후, 천우의 입이 도예에게서 떨어지자 도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우가 물었다.

“지금 키스로 내가 전달한 지시가 보이지?”

“예.”

“넌 내게 중요한 부하다. 강재훈을 죽이지 못한 건 우리에게도 큰 타격이었지만, 그걸로 목숨을 끊어버리기엔 너의 실력이 아까워.”

“그… 그럼?”

“용서는 아니다. 다만 이번 실패를 밑거름 삼아 다음엔 꼭 실패하지 않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나가봐. 몸을 좀 더 추스르고 다음 지시에 따르도록 해.”

“예! 천우님.”

도예가 나가자 천우는 옆에서 차를 따르던 민영을 와락 껴안았다. 민영이 반항하지 않자 천우는 민영에게 키스를 했다. 그 키스는 아까 도예에게 하던 것과는 다르게 연인들이 나누는 키스의 모습이었다. 천우가 민영의 입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아까 내가 도예에게 한 키스와 너에게 한 키스의 차이점을 아나?”

민영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 하하.”

천우는 민영의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너의 어깨는 여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반면에 도예의 어깨는 겉으로는 가녀린 것 같지만, 그 어깨에서 시작된 근육의 움직임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여 왔지.”

“그 말씀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해주지. 아까 도예에게 키스를 한 건 내 지시가 담긴 파일을 전하기 위함이었고, 너에게 한 키스는 아무 파일의 전달이 없었지? 그건 내 애정이었다.”

“그럼 그 말씀은 도예님을 부하로만 생각하신 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도예는 내게 그저 살인 병기일 뿐이다.”

민영이 천우에게 더 꼭 안겨왔다. 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기하군, 내 뺨까지 때리던 차민영이 이렇게 온순하게 변하다니 말이야. 이유가 뭐지?”

민영은 수줍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사람은 판단이 빨라야지요. 누구의 줄에 서느냐에 따라 여왕이 될 수도, 거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니가 연예계 생활을 해서 그런지 눈치는 좀 있구나. 하하하!”

민영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오는 길에 과일도 좀 준비해 오겠습니다.”

천우는 일어나는 민영의 옷깃을 스윽 만지며 말했다.

“그래, 얼른 다녀와.”

화장실로 간 민영은 한참 동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세면대에 물을 틀고 손에 물을 묻혀 입술을 벅벅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심천우, 이 미친 변태 자식!”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 기지. 재훈 일행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재훈은 어머니 지은과 함께 뉴욕의 LID본부를 오가며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특히 슈퍼바이저의 펩스를 입수 해 분석한 코드에 리턴 오메가를 접목해 한층 더 강력한 변종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군 기지를 조사해 물자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렇게 준비한 것들로 재훈 일행은 미국 본토 곳곳에 있는 천우의 연구소와 식량기지를 하나씩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여느 때와 마찬 가지로 무기를 점검하던 지은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재훈을 보았다. 그녀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뭐, 걱정거리라도 있니?”

“아, 아니에요.”

“뭔데 말해봐.”

“실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지은은 재훈을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할 말이 뭐니? 말해봐.”

재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저희가 놈들에게 맞설 수 있게 됐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그래서?”

“저 한국에 가고 싶어요. 무기와 대원들을 데리고요.”

“한국에?”

“예. 한국에 있는 동료들도 걱정이 되고, 무엇보다 그동안의 정보로 심천우의 기지가 확실히 파악된 만큼 놈을 제대로 한 번 치고 싶어요.”

지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나도 심천우를 공격하러 한국에 가는 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야.”

“그래요?”

“하지만 시기가 좀 이르지 않나 싶다. 여기는 방어수단이 뛰어난 이 앤드루스 공군 기지가 있지만 한국엔 없잖니. 만약 무기와 대원들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너무 위험해. 차라리 미국에서 놈들 시설을 더 처리한 후에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 그래요? 어머니 생각은?”

잠시 후, 늦은 밤. 재훈은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젤리 씨, 잘 있어요? 보고 싶어요.”

그때 지은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무슨 무기가 필요하니? 원하는 대원의 수는?”

재훈은 깜짝 놀랐다.

“예?”

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여긴 이제 나 혼자서도 잘 이끌어 갈 수 있어. 네 말대로 결국 우리는 심천우를 제거해야 하고, 그렇다면 그 적임자는 바로 너 아니겠니?”

재훈은 한동안 지은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어머니. 제가 꼭 심천우를 제거할게요!”

하늘에 별이 유난히 더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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