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71화 생존의 법칙
앤드루스 공군기지의 감옥. 레이놀드는 마치 재훈의 약점이라도 잡았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훈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는 그런 레이놀드를 보며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레이놀드가 재훈에게 물었다.
“내가 질문했다. 그 여자, 네가 아는 사람인가?”
번역기를 따라 말하는 어설픈 레이놀드의 한국어가 오히려 더 잔인하게 들렸다. 재훈은 애써 긴장했던 표정을 풀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답했다.
“마침 한국어를 아는 분이 있기에 대화를 좀 나눴던 것뿐이야.”
“그래? 반가웠겠군.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더 할 얘기가 많아. 자리를 옮기지.”
“나도 바라던 바야.”
감옥 밖은 조용했다. 레이놀드가 부하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철문을 열었다. 바깥은 방금 전에 격렬한 전투가 일어났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해져 있었다. 레이놀드가 재훈에게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슈퍼바이저 놈들도 우리 레이저 포는 당할 수 없었나 보군. 다 도망가 버렸어.”
재훈은 대꾸는 하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보다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슈퍼바이저들이라면 기지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기지는 거의 손상된 곳이 없었다. 레이놀드는 재훈을 데리고 브리핑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재훈에게 커피를 타서 건네며 말했다.
“인스턴트커피이긴 하지만 맛은 좋아. 우리에게는 이제 이런 것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귀해졌지.”
재훈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맛있군. 그런데 왜 이런 귀한 걸 나한테 주는 거지?”
“뭔가를 얻어 내려면 먼저 베풀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 얻고 싶은 것이라... 그게 뭐야? 말해봐.”
“우린 변종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워오고 있었어. 하지만 정작 놈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 그런데 넌 놈들에 대해 아는 게 많아 보이더군. 너의 도움을 받으면 우리가 살아남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놈들에 대한 정보라…”
재훈은 레이놀드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봤다. 그의 표정 속에서는 당당함과 거침없는 추진력이 넘쳐 나왔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벌일 그런 사람이었다. 재훈이 레이놀드에게 물었다.
“아까 감옥에 있던 사람들은 왜 가둬 놓은 거야?”
레이놀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들은 반란군이야.”
“반란군?”
“변종들이 쳐들어 왔을 때 THEL을 쏘자고 했는데 그걸 방해한 자들이지. 만약 내가 THEL을 변종들에게 쏘지 않았다면 지금쯤 여기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그래?”
재훈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좋아, 그럼 덜레스 공항에서 우리 비행기는 왜 공격한 거야?”
레이놀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변종들이랑 관계된 놈들인 줄 알았어. 요새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재훈은 레이놀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뭐라고?”
“당신은 분명 알고 있었어. 공군기지의 레이더로 우리를 계속 보고 있었을 테니까. 더군다나 우리는 계속 식별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 이제 이런 거짓말은 그만두시지, 레이놀드!”
레이놀드는 멈칫하다가 곧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군. 강재훈.”
“나도 그냥 넘어갈 순 없어. 넌 지금 저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고 변종들처럼 먹잇감으로 보고 있으니까! 이 변종보다 더 더러운 새끼!”
레이놀드는 이를 악물고 재훈을 노려보다 자신의 손에 있던 총을 만지작거렸다. 재훈이 말했다.
“왜? 날 쏘기라도 할 셈인가?”
레이놀드는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변종보다 더 더러운 새끼라… 그렇게 감정적으로 말하지 마! 난 그저 살기 위해 선택을 했을 뿐이야!”
“살기 위한 선택?”
“잘 생각해봐. 내가 만약 THEL을 변종들에게 쏘지 않았다면 나를 포함해 여기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내가 감옥에 있는 사람을 먹잇감으로 생각했다? 맞아. 하지만 여긴 먹을 게 없어. 변종 사건이 터졌을 때는 사람들이 식량을 다 약탈해갔고, 길거리에 있던 동물들은 변종들이 모조리 먹어치웠어. 그 결과, 지독한 식량부족 현상이 일어났지. 우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어. 결국 내 선택 덕분에 나와 내 부하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변명? 착각하지 마. 너라고 뭐 달랐을 거 같아? 우린 그저 선택을 강요받았을 뿐이야. 인간성을 지키면서 죽던지, 인간성을 버리면서 살아남든지. 강재훈, 생존은 선악의 개념이 아냐! 그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있을 뿐이지.”
재훈은 아무 말 없이 레이놀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레이놀드가 말했다.
“내게 죄가 있다면 생존의 법칙을 따른 것뿐이야!”
재훈이 말했다.
“아니, 넌 그저 그럴듯한 변명을 찾아냈을 뿐이야.”
레이놀드는 화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Put this man back in jail!(이 놈을 다시 감옥에 가둬!)”
재훈은 레이놀드의 부하들에게 끌려가며 소리쳤다.
“넌 내가 용서하지 않겠어. 레이놀드!”
재훈이 감옥에 들어오자 재훈에게 말을 걸었던 교포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
“괜찮아요. 그리고 당신 말이 맞았어요. 저 놈은 정말 미쳤어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어쨌든 반가워요. 전 윤다영이에요.”
“반가워요. 강재훈입니다.”
“우리가 살아나갈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 기다려보죠. 그런데 다영 씨, 혹시 이 기지의 구조에 대해 잘 아세요? 좀 알고 싶은데.”
“잘 알죠. 제가 이 기지의 설비 기사거든요.”
재훈은 잘 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아주 적절한 사람을 만났네요. 그럼 기지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다영은 재훈에게 기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한국의 프레퍼 타운. 대균이 연구실로 들어가자 젤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대균이 물었다.
“어때요? 어제 잡은 변종의 펩스 분석 결과는?”
“예상 밖이에요.”
“뭐가요?”
“프로그램이 빠르게 진화해서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업데이트요?”
“예.”
“도대체 어떻게 업데이트를 하는 거죠? 무선으로 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중간에 어디 기지국이 있는 건지,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건지. 확실한 건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지난번 분석 결과보다 한참이나 앞서요.”
“그런데 업데이트라면, 뭐가 업데이트되는 거죠?”
강은탁 박사가 대균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변종들은 자신의 뇌에서 받은 명령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펩스에 입력된 프로그램으로 움직입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거죠. 일종의 인공지능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람을 프로그램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기술인데, 그게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이걸 보세요.”
대균이 모니터에 띄워진 내용을 보자 강 박사가 말을 이었다.
“이 분석 결과를 보면 전에는 변종들이 사람을 물어뜯을 때 그냥 무차별 적으로 공격하게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잡은 변종의 결과를 보면, 물어뜯는 위치, 물을 때 턱의 압력, 목의 각도, 손에 위치 등등 굉장히 디테일하게 명령이 변한 걸 알 수 있죠. 간단하게 말해 이제 더 효율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혹시 자체적으로 학습하면서 진화한 건 아닐까요?”
원웅이 대균에게 다가와 모니터에 띄워진 프로그램에 제작 버전을 보여 주며 말했다.
“글쎄요. 자체 학습만으로는 이 정도로 진화하긴 어렵습니다. 이 버전의 숫자를 보세요. 분명히 업데이트가 된 거예요.”
“점점 놈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군요?”
젤리와 원웅과 강 박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균이 오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업데이트되다 보면, 어쩌면 놈들이 우리를 찾아낼 수 도 있다는 뜻일 테고요.”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심천우의 기지. 천우가 오퍼레이터실로 들어오며 권수찬에게 물었다.
“전에 슈퍼바이저를 보내 강재훈은 감시하라고 했는데, 녀석은 잘 있나?”
“예! 잘 감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앤드루스 공군기지 안에 있는 감옥에 갇힌 것 같습니다.”
“감옥에 갇혀? 우습군. 도대체 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있는 놈들은 뭐하는 놈들이야?”
“아마도 군인 놈들인 것 같은데, 정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사람을 잡아먹는 걸 포착했습니다.”
천우는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군.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 결국 생존 앞의 인간은 야생의 동물들과 다르지 않나 보군. 특이사항이 생길 때마다 계속 보고 하게.”
“예! 천우님.”
천우는 밖으로 나갔다. 기지 안의 연구실. 오경수2와 오경수11이 연구원들과 함께 분주히 움직이며 연구를 하고 있었다. 천우가 연구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수고들이 많아.
연구원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천우님.”
“어때? 우리 차기 제품들은 잘 진행되고 있나?”
오경수2가 욕조같이 생긴 대형 통 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마 며칠 후면 시험 가동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기대되는군.”
천우는 통 안을 들여다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이 녀석들이 세상 밖에서 설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군.”
천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차민영이 앉아서 벽면 한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속의 숲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우가 그녀에게 다가와 뒤에서 안아주며 말했다.
“저런 가짜 풍경을 하루 종일 보고 있었던 거야? 나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억지로 애쓰고 있군.”
천우는 스크린에 세계지도를 띄우며 말했다.
“이게 뭔지 아나?”
“…”
“저 지도의 빨간 부분이 현재 우리 부하들이 세계를 점령한 지역이야. 이제 전 세계의 71%가 내 손아귀에 있지. 전 세계 인구의 46%가 줄어들었고.”
민영은 눈을 감아 버렸다. 천우가 그런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때? 이제 세계를 지배하게 될 나의 아내가 돼 볼 생각은 없나? 나와 함께 아이도 낳아 기르고 행복한 여생을 보내는 게 어때?”
민영은 눈을 슬며시 뜨더니 천우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천우가 그런 민영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그래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인…”
짝! 순간 민영은 천우의 뺨에 귀싸대기를 날려버렸다. 천우가 그 충격으로 바닥에 쿵하고 넘어지자, 바깥에서 문이 열리며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천우님!”
민영이 벌떡 일어나 넘어진 천우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 너 같은 놈하고 결혼이라도 할 것 같아? 이 미친놈아!”
경호원들은 민영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해버렸다. 천우가 붉게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일어났다.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하하하하!”
경호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천우에게 물었다.
“천우님, 괜찮으신 겁니까?”
“그 여자를 풀어주게.”
“하지만…”
“아니야. 풀어주게. 난 괜찮으니까.”
경호원들이 민영을 풀어주자 천우가 민영의 어깨를 잡아 확 끌어안으며 말했다.
“나에게 공포를 느끼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 정말 매력적이군 차민영! 넌 세상을 지배할 나에게 딱 어울리는 배우자감이야! 하하하!”
민영은 천우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워낙 천우가 힘껏 안아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천우는 입으로는 미소를 지은 채 살기가 어린 강한 눈빛으로 민영에게 말했다.
“당돌한 건 좋은데 말이야 앞으로 또 내 뺨을 치는 행동을 했다간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천우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란 걸 아는 민영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워싱턴 앤드루스 공항의 감옥. 재훈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레이놀드의 부하들이 들어와 재훈과 다영과 한 남자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재훈과 같이 끌려가던 남자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부림쳤다. 부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끌고 나갔다.
그들이 세 사람을 끌고 간 곳은 기지 안에 대형 샤워장이었다. 그 안은 깨끗해 보였지만 재훈은 그 안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하들이 재훈과 나머지 두 사람의 무릎을 꿀리자 곧 레이놀드가 들어왔다. 재훈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곳이 너희가 사람을 소처럼 도축하는 장소냐?”
레이놀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눈치가 빠르군, 강재훈.”
“내가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인가 보지? 이렇게 일찍 죽이려 하는 걸 보니.”
“위협적이라… 뭐, 네가 우리에게 협조를 안 하니까 이제 쓸모도 없고, 마침 세 명을 죽여야 할 식사시간도 다가왔고 말이야.”
같이 끌려온 남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레이놀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해하라고 친구.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다영이 레이놀드를 원망 섞인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한때 너와 같이 일했던 게 치욕스럽게 느껴진다, 레이놀드.”
“그래? 생각은 자유니까 생각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생각하라고. 곧 죽을 테니까.”
재훈이 레이놀드에게 말했다.
“이렇게 생명을 이어간다고 뭐가 달라지지?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
“계획?”
“그래. 나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놈들과 맞서 싸울 계획을 세웠을 거다.”
“맞서 싸운다? 잘 모르는 군 강재훈. 우리는 이 안에서 몇 개월만 잘 버티면 살게 돼. 왜냐고? 생각해봐 변종들의 먹이인 생존자들이 곧 다 죽게 될 거고, 그때가 되면 먹이가 떨어진 변종들도 다 죽게 된다. 내 계획은 이거야. 이 기지 안에서 버티는 것. 그게 곧 우리가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거야.”
재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변종들이 먹이가 떨어지면 다 굶어 죽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나. 먹이가 떨어지면 굶어 죽는 것.”
“한심 하군. 변종을 포함해 이 모든 재앙을 만든 것도 사람이야. 과연 그가 그런 것도 예측 못한 채 이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뭐라고?”
“아마 놈은 그런 상황도 다 대비해서 이 큰 계획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해!”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군.”
“난 놈의 조직과 상대해봐서 너 보다는 놈들에 대해 잘 알아. 그 놈들은 너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똑똑하지.”
“오, 그럼 난 좀 덜 잔인하다는 뜻인가?”
“미친놈! 넌 악마다! 네가 나를 죽이고 나면, 내가 저주하지 않아도 너는 언젠간 그 놈들 손에 죽고 말 거야!”
“악담인가? 실컷 외쳐봐. 이제 곧 죽을 운명이니까.”
레이놀드는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곳 대형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마스크를 쓴 부하들이 전기톱을 든 채 재훈과 다영, 그리고 함께 끌려 온 남자에게 다가왔다.
레이놀드가 재훈에게 말했다.
“날 원망하진 말게. 이게 다 생존의 법칙이니까.”
위이잉!
전기톱이 돌기 시작하고 레이놀드의 부하들 몇 명이 재훈의 몸을 밧줄로 묶더니 양쪽에서 꽉 붙잡았다. 재훈은 계속 레이놀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널 내손으로 못 죽이는 게 분하다, 레이놀드!”
그때였다. 재훈과 함께 끌려 온 남자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전기톱을 들고 있던 부하가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레이놀드가 당황하며 그 남자에게 말했다.
“What's so funny?(뭐가 그렇게 웃겨?)”
남자가 대답했다.
“한국어로 말하지, 난 한국어를 쓰니까.”
레이놀드가 당황하며 말했다.
“넌 미국인처럼 생겼는데 한국어를 쓰는군. 그런데 뭐가 그렇게 웃기지? 방금 전까진 오줌을 쌀 듯이 공포에 질려 있었으면서.”
“아까 강재훈이 한 말이 꽤 인상 깊어서 말이야. ‘내가 저주하지 않아도 너는 언젠가 그 놈들 손에 죽고 말 거야.’라니. 하하.”
그때 재훈이 그 남자를 보며 말했다.
“설마… 너?”
레이놀드가 재훈에게 외쳤다.
“뭐야? 강재훈! 이 남자가 누군데?”
재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옆에 남자를 쳐다보며 레이놀드에게 말했다.
“이 남자… 슈퍼바이저야!”
순간 레이놀드의 얼굴이 공포로 뒤덮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