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69화 (69/119)

# 69

69화 불길한 느낌

익선은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긴장한 표정으로 계기반을 바라봤다. 그 옆에는 재훈이 앉아 있었다. 익선이 계기들의 버튼을 눌렀다.

“이제 착륙할 거예요. 곧 도시가 자세히 보일 겁니다.”

“괜찮겠어요? 관제탑 도움 없이 혼자 해야 하는데.”

“뭐, 일단은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곧 비행기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재훈은 뒤로 나가 대원들에게 말했다.

“곧 착륙할 겁니다.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니까 다들 단단히 준비해 주세요.”

대원들은 각자 무기를 점검했다. 재훈은 다시 조종석으로 돌아와 창밖으로 점점 가까이 드러나고 있는 지상을 주시했다. 넓은 초록색 땅들이 커지며 곧 집들이 보일 만큼이 되자 재훈은 깜짝 놀랐다. 덜레스 공항 근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곳곳에는 불 탄 집들과 변종들이 휩쓸고 간 흔적들이 보였다. 곧 공항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활주로 중 두 개는 항공기들과 각종 자동차가 어지럽혀져 있어서 착륙은 불가능해 보였다.

잠시 후, 그나마 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를 발견한 익선이 재훈에게 말했다.

“저기 착륙하는 게 좋겠어요.”

“활주로 끝 부분에 버스가 가로질러 있는데 괜찮겠어요?”

“저 정도 거리면 잘만하면 괜찮을 거예요.”

비행기는 활주로를 향해 기수를 내렸다. 지면에 바퀴가 닿자 비행기 실내가 강하게 흔들렸다. 원래 착륙 시에 느껴지는 평범한 진동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익선은 바짝 긴장한 채 착륙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비행기가 착륙에 성공하자 재훈이 뒤로 가서 대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팀을 둘로 나눌 겁니다. 한 팀은 여기 남아서 비행기에 급유를 하고 대기하고, 한 팀은 저와 함께 공항을 둘러볼 겁니다. 일단 비행기 쪽에는 익선 대원을 중심으로 10명이 남고, 나머지는 저와 함께 공항 근처를 수색하겠습니다.”

곧 대원들은 비행기에 문을 열고 밧줄 사다리를 내린 다음 한 명씩 조심스럽게 땅으로 내려갔다.

재훈을 따라 20여 명의 대원이 주변을 경계하며 공항시설로 접근하고 있었다. 대원 하나가 말했다.

“이거 너무 조용한 게, 어쩐지 정말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요?”

재훈이 주변을 경계하며 답했다.

“일단 들어가 보자고요.”

곧, 재훈이 문을 열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썩은 냄새가 훅하고 코로 밀려들어왔다. 정상 상태였다면 실내 환기 시스템이 돌아 꽤 쾌적했을 공간이 마치 온실처럼 뜨거웠다. 곧 대원들의 얼굴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곳곳에 핏자국과 시체 잔여물, 각종 짐들이 어지럽혀져 있었지만, 변종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원 하나가 재훈의 뒤로 따라가다가 물었다.

“강 형사님, 왜 공항에 변종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요?”

“아마, 먹잇감이 다 떨어져서 다른 데로 이동했을 겁니다.”

“정말 무슨 야생의 동물들도 아니고…”

재훈은 안내데스크에 있는 컴퓨터를 발견하고 전원 버튼을 눌러봤다. 아무 반응도 없자 그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전원은 안 들어오는 거 같아요.”

실내는 정말 아무 생존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원 하나가 재훈에게 물었다.

“강 형사님, 이젠 어쩌실 계획입니까?”

“일단 생존자가 있는지 알아보면서, 공항의 비상통신망을 열어볼 생각이에요. 보통 공항 전체에 전기가 나가도 그 비상통신망은 연결되게 되어 있거든요. 그 통신망이 살아있다면 여러 가지 것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재훈은 대원들과 함께 공항을 수색했다. 재훈은 큰 소리로 외쳤다.

“Is anybody here?(누구 없어요?)”

공항 안을 메아리치듯 소리가 퍼져 나갔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Is anybody here?(누구 없어요?)”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재훈은 주변을 살피다가 무전기가 놓여있는 데스크를 발견하고 다가가 뭔가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원이 그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뭔데 그러세요?”

“비상통신망이 작동되지 않아요.”

재훈은 배낭에서 노트북을 꺼낸 다음, 비상연락망이 연결된 PC에 있던 케이블을 뽑아 노트북에 연결했다. 그리고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재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네요. 비상연락망이 아예 끊겨 있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혹시, 놈들이 비상통신망도 공격한 게 아닐까요.”

“곤란한데요. 이걸 확인하면 상황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변종들이 인터넷망이랑 비상통신망들까지 같이 공격한 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대책 없이 당했겠죠.”

그때, 비행기 쪽에 있던 익선으로부터 급히 무전이 들어왔다.

“강 형사님! 강 형사님!”

“예, 익선 씨 말씀하세요.”

“그곳에서 얼른 나오셔야겠어요.”

“무슨 일이에요?”

“암튼 빨리 나오세요!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알겠어요!”

재훈은 대원들과 함께 서둘러 바깥에 있는 비행기 쪽으로 뛰어갔다. 비행기에 도착하자, 익선이 심각한 표정으로 재훈에게 망원경을 건네주었다.

“저쪽을 한번 보세요.”

익선이 가리킨 쪽을 보자, 공항 밖에서부터 수천 명의 변종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재훈이 말했다.

“제길, 비행기 엔진 소리를 듣고 오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죠?”

재훈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답했다.

“일단 이륙해요!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저렇게 많은 놈들을 상대할 순 없어요.”

익선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주유도 아직 안 끝났고, 있다가 비행기를 토잉카로 뒤로 밀어야 해요!”

“주유랑 토잉카는 내가 여기 이 대원들이랑 맡을 테니까, 일단 나머지 대원들을 빨리 태워요! 어서!”

대원들은 재빨리 밧줄 사다리를 타고 비행기로 올라갔다.

이제 달려오는 변종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대원 하나가 그 광경을 보며 외쳤다.

“저것들, 엄청 빨리 옵니다!. 정말 사람 같지가 않아요! 시속 65km/h 이상으로 달린다더니 더 빠른 것 같아요!”

그때, 재훈 일행이 보지 못하는 공항의 한 쪽으로 총을 등 뒤로 맨 슈퍼바이저 하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곧 재훈을 발견한 그는 건물 뒤에 숨어 재훈 일행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한편, 포항에 있는 심천우 기지의 오퍼레이터실에서는 심천우가 직접 워싱턴에 있는 슈퍼바이저를 조종하고 있었다. 슈퍼바이저가 보는 것들은 블랙 아이를 통해 오퍼레이터실의 모니터와 심천우의 신의 눈동자에 직접 비치고 있었다. 옆에서 모니터를 보던 도예가 말했다.

“역시 강 형사 일행이었군요.”

“그렇지! 그놈이 갔을 줄 알았어.”

천우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예가 물었다.

“그냥 지금 처리해 버리시지요?”

“처리? 어차피 곧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게 될 거 같은데 뭐 하러. 좀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 그렇습니까?”

“도예, 궁금하지 않나? 곧 들이닥칠 수천 명의 우리 군사들을 강재훈이 어떻게 버텨낼지 말이야.”

“아무리 강재훈이라고 해도 저런 수천 명의 인원을 당해낼 순 없을 겁니다.”

“그럴까? 그럼 좀 더 지켜보도록 하자고.”

워싱턴 덜레스 공항. 재훈은 긴장된 눈으로 주유기의 게이지와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변종들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주유 게이지는 목표치에 86%를 넘어서고 있었다.

“제발, 제발, 빨리!”

재훈은 소총을 장전하고 유탄도 장전했다. 그리고 대원들에게 외쳤다.

“주유가 끝나면 바로 분리시킬 테니까, 곧바로 토잉카로 비행기를 밀어요! 어떻게든 그때까지는 놈들이 못 오게 막고요!”

다들 긴장된 순간 변종들이 공항 안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어오는 듯한 모습과 같았다. 재훈이 외쳤다.

“사격!”

곧이어 대원들의 총과 유탄 발사기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슈슛!

펑!

여기저기서 변종들이 쓰러지기 시작했지만 그 숫자가 워낙 많아서 전혀 줄어들고 있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대원들은 죽을힘을 다해 사격을 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비행기 위에 있는 대원들도 비상구를 열어 놓은 채 사격을 했다. 위에 있던 대원 하나가 밑으로 향해 소리쳤다.

“주유 아직 안 끝난 겁니까?”

재훈이 소리쳤다.

“아직! 지금 91%예요! 좀만 더요!”

변종들은 이제 거의 비행기에 코앞까지 몰려왔다. 재훈은 사격을 하며 계속 주유 게이지를 살폈다. 96, 97, 99… 재훈이 주유기를 재빨리 동체에서 분리시키며 외쳤다.

“100%! 토잉카 밀어요!”

토잉카는 거대한 비행기를 뒤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변종들이 코앞까지 다가와 이미 활주로를 채우고 있었다. 대원 하나가 소리쳤다.

“활주로에 놈들이 가득 차서 이대로는 힘들겠어요!”

재훈의 눈앞에도 가득 찬 변종들로 인해 비행기가 더 이상 활주로로 가는 게 어려워 보였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뭔가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두 대의 전투헬기가 나타났다. 그 헬기는 활주로에 있는 변종들을 향해 미사일을 날리기 시작했다.

슈우웃!

펑펑!

곧 활주로를 가득 매우고 있던 변종들이 큰 폭발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재훈이 그 헬기들을 보자 미군의 전투헬기임을 알 수 있었다. 대원 하나가 외쳤다.

“뭐야? 미군이 우릴 도와주러 온 건가? 살았다! 다행이야.”

토잉카는 힘차게 비행기를 활주로로 밀었다. 하늘에서는 헬기 두 대가 계속 변종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진입하자 재훈과 남은 대원들은 비행기 입구에 내려진 밧줄 사다리를 향해 뛰었다. 헬기가 변종들을 처리한 덕분에 활주로는 이제 비어 있었다. 대원 중 하나가 비행기로 가다가 멈추고 헬기를 향해 고맙다는 손짓을 하며 외쳤다.

“고마워요! 땡큐!”

그때였다, 헬기 한 대가 접근하더니 인사를 한 대원 앞 쪽으로 내려왔다. 재훈도 그 헬기에서 사람이 내려올 거라 생각하고 발길을 멈춰 헬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헬기 앞쪽에서 기관포가 발사되더니 인사를 한 대원을 관통시켜 버렸다.

두르르르륵!

퍼퍽!

대원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옆에 있던 대원이 소리쳤다.

“뭐야! 우릴 왜 쏘는 거야?”

깜짝 놀란 재훈이 나머지 대원들에게 외쳤다.

“일단 비행기로 올라가요! 어서!”

재훈은 비행기 입구에서 로켓포를 가지고 있던 대원에게 소리쳤다.

“헬기를 날려버려요!”

“여기선 각이 안 나옵니다!”

“그럼 나한테 로켓포 던져요!”

곧 헬기가 땅위에 있던 재훈과 대원들을 향해 기관포를 발사했다.

두르르르르륵!

대원 하나가 또 총을 맞고 쓰러졌고, 재훈은 몸을 날려 넘어지면서 겨우 총탄을 피했다. 비행기 입구에서 대원이 재훈을 향해 로켓포를 던졌다. 다른 대원 한 명은 급히 밧줄 사다리에 매달려 헬기를 향해 유탄을 발사했다.

슈슛!

펑!

유탄은 헬기를 빗나가 땅에서 폭발했지만 헬기는 그걸 피하느라 잠시 옆으로 움찔 움직였다. 재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헬기를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

슈우욱!

쾅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헬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자 하늘에 있던 다른 헬기가 곧장 재훈을 향해 다가왔다. 재훈이 비행기에 대고 외쳤다.

“문 닫고 출발해요!”

대원은 당황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강 형사님을 놓고 갈 순 없어요!”

“이러다 다 죽어요! 어서 출발해요!”

그 대원은 곧 로켓포를 가지고 직접 땅으로 내려왔다. 재훈은 깜짝 놀라 말했다.

“뭐야? 왜 내려와요?”

대원은 씩 웃으며 말했다.

“강 형사님만 남기고 갈 순 없잖아요!”

그때였다. 헬기가 그들을 향해 또 사정없이 발포를 가했다.

드르르륵륵!

퍼퍽!

피할 겨를도 없이 대원이 그 자리에서 기관총을 맞고 쓰러졌다. 재훈은 그 대원이 쓰러지면서 놓친 로켓포를 얼른 집어 들고 옆쪽에 방치되어 있던 버스 쪽으로 있는 힘껏 뛰었다. 헬기는 그런 재훈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비행기 조종석에서 보던 대원이 익선에게 물었다.

“이제 어쩌죠?”

익선은 미간을 찡그리며 외쳤다.

“제길! 입구 닫아요! 이륙합니다!”

헬기는 재훈이 몸을 숨긴 버스를 향해 조준을 했다. 재훈은 헬기가 잠시 망설이자 곧 그것이 버스를 향해 미사일을 조준하는 중이란 걸 알았다. 그는 곧 옆에 있던 다른 곳으로 몸을 날렸다.

슈슛!

펑펑!

재훈이 몸을 숨겼던 버스는 곧 화염에 휩싸였다. 헬기는 이상하게 비행기 쪽으로는 가지 않고 계속 재훈의 뒤를 쫓고 있었다. 아예 재훈을 죽일 생각이 단단히 들어 있는 듯했다. 재훈이 몸을 일으키며 헬기를 향해 외쳤다.

“그래, 니가 죽는지! 내가 죽는지 해보자!”

저 멀리서 재훈이 타고 왔던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훈은 그 소리를 뒤로 한 채 헬기를 향해 로켓포를 조준했다. 헬기도 재훈의 정면을 향해 다가와 섰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헬기는 아무 발포도 하지 않았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재훈은 잠시 갸우뚱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기가 떨어졌군!”

헬기는 재빨리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재훈은 로켓포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며 말했다.

“나쁜 자식 잘 가라!”

그때 옆에서 다 죽었을 줄로 알았던 변종 한 명이 재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오!”

“앗!”

변종이 달려들자 재훈은 넘어지며 로켓포를 땅에 떨어뜨렸다. 변종은 재훈을 미칠 듯이 물어뜯으려 했다. 재훈은 필사적으로 변종의 목을 손으로 밀어내며 물리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그러나 변종의 힘은 너무나 막강했다. 재훈은 점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저리 가!”

재훈은 소리를 지르며 변종의 몸을 최대한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변종의 이빨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게 끝인가라고 생각할 때쯤이었다.

탕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변종이 힘없이 옆으로 툭 나가떨어졌다. 재훈은 겨우 몸을 일으켜 총을 쏜 남자를 바라봤다. 헬기에서 내린 듯 한 그 남자는 금발에 꽤 덩치가 좋은 사내였다. 그는 재훈을 향해 총을 겨누며 외쳤다.

“Freeze!(꼼짝 마!)”

재훈이 조심스럽게 두 손을 올리자 남자가 재훈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말했다.

“Are you korean?(너 한국 사람이야?)”

재훈은 남자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Yes.(그래.)”

남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훈은 그 남자가 펩스를 통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남자가 펩스에 번역기를 이용한 듯 어눌한 한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정말 쏘겠다.”

재훈이 대답했다.

“번역 앱인가?”

“그렇다. 여긴 왜 온 거지?”

“그것보다 내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할 걸. 왜 우리를 공격 한 거지?”

“먼저 내 질문에 답해! 여기 왜 온 거지?”

재훈과 남자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 둘을 멀리서 슈퍼바이저가 지켜보고 있었다.

포항 심천우의 기지. 워싱턴 공항 상황을 보던 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흥미롭군. 뉴 페이스의 등장인가?”

도예가 다급하게 말했다.

“천우님 그냥 이쯤에서 저 놈을 처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놓치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막 재밌어지고 있는데, 그냥 둬. 저 미국 애들이 강재훈을 어떻게 할지 지켜보자고.”

도예는 모니터 속의 재훈을 보며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익선은 멍한 표정으로 비행기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원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강 형사님을 태우지 않은 거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닐까요?”

익선은 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강 형사님이었어도 가라고 했을 거예요. 우린 임무대로 잘한 겁니다.”

익선은 아쉬운 듯 꽉 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그 시각 프레퍼 타운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젤리가 실수로 그릇 하나를 깼다.

쨍그랑!

깜짝 놀란 핑크레드가 달려왔다.

“젤리 씨 괜찮아?”

“아… 네.”

젤리는 아무 말 없이 깨진 그릇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핑크레드가 물었다.

“왜 그래? 정말 괜찮은 거야?”

젤리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 듯 말했다.

“뭔가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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