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68화 외로운 비행
맑은 하늘. 그 아래 펼쳐진 세련된 건물들이 멋진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는 더 이상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 야생의 맹수 같은 움직임의 변종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재훈이 탄 빨간색 페라리가 그들을 스치듯 지나쳐갔다. 재훈이 속도를 높이자 날카로운 배기음이 적막한 도심을 메아리쳐 울렸다.
우와아아앙!
가끔 덤벼드는 변종들과 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자동차들 사이를 곡예하듯 운전을 하고 있는 재훈의 입가에는 어느덧 미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급박한 순간에도 이 아름다운 차의 배기음은 마음의 여유를 줄 정도였다. 익선이 재훈에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이 차 정말 끝내주네요. 소리도 멋지고. 저는 페라리 가솔린차는 난생처음 타 봐요. 요즘 페라리는 다 전기차잖아요.”
“전 개인적으로 가솔린차를 아주 좋아해요. 특유의 진동과 배기음이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거든요.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지금 아주 행복했을 거예요.”
“아쉽네요.”
재훈은 무전기로 뒤쪽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대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강재훈입니다. 뒤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원 하나가 무전을 받았다.
“문제없습니다. 가끔 달려드는 변종들이 있긴 한데 방탄판이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알맞은 비행기가 있어야 할 텐데요.”
“있을 겁니다. 문제는 공항의 현재 상태죠. 활주로 쪽은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일단 저희가 먼저 도착하면 공항의 상태와 비행기 확보 유무에 대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재훈은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었다.
한편 프레퍼 타운의 연구실에서는 두 개의 펩스를 분석하고 있었다. 하나는 슈퍼바이저의 것이고 하나는 죽은 전예주의 것이었다. 젤리와 강 박사, 원웅, 정욱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바쁘게 분석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젤리에게 핑크레드가 다가왔다.
“젤리 씨, 분석은 잘 돼 가고 있어?”
“아니요. 워낙 프로그램이 낯선 것들이라 해석하기가 까다로워요.”
“저기…”
“예?”
“그게…”
“뭔데요? 물어보세요. 핑크레드 답지 못하게 망설이고 그러세요?”
핑크레드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야! 망설이기는. 저 혹시 강 형사가 가면서 무슨 말 안 했어?”
“말이요? 글쎄요, 특별히 한 말은 없었는데요? 왜요?”
“아… 아니야.”
핑크레드는 옆에 있던 원웅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임 박사, 나 저것 좀 도와줘.”
“뭐? 나 바쁜데.”
“아이, 부랄 친구끼리 왜 그래. 좀 도와줘.”
“부랄 친구? 우린 그런 사이는 될 수 없지. 난 남자고 넌 여자잖아.”
핑크레드는 원웅의 목을 꽉 졸라서 끌고 가며 말했다.
“잠자코 좀 따라와서 도와 달란 말이야.”
젤리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원웅을 다른 방으로 끌고 간 핑크레드가 말했다.
“강 형사가 혹시 가면서 무슨 말 한 거 없어?”
“무슨 말? 없었는데. 왜?”
“이상하네.”
“뭐가 이상한데?”
“잘 생각해봐. 강 형사가 대균 대장, 기룡 씨, 나,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잖아. 뭔가 이상하지 않아?”
“글쎄, 그러고 보면 너는 데리고 갈 만도 했을 거 같은데.”
“그렇지? 뭔가 이상하지?”
“그래서 니 생각은 뭔데?”
핑크레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강 형사는 이번 작전에서 자기가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거 같아.”
“뭐?”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을 도와줄 주요 인물들을 데리고 가지 않은 게 이상하잖아. 그렇게 위험한 작전을 펼치러 워싱턴까지 가면서 말이야.”
“설마…”
“아냐, 왠지 예감이 좋질 않아.”
핑크레드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재훈의 눈앞에 인천 국제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3층의 하차장으로 가려고 했으나 버스들이 여기저기 얽혀 있어 도저히 진입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재훈이 익선에게 말했다.
“일단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위로 올라가 보도록 하죠.”
공항 밖에는 생각보다 변종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익선은 앞을 두리번거렸다.
“이상하네요. 예상한 것보단 한산한데요?”
“글쎄요, 저 안의 상황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변종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재훈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놈들을 제압했다.
퓨퓩!
변종들이 쓰러지자 재훈은 익선과 함께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위로 올라갔다. 순간 재훈의 코에 역한 냄새가 밀려들어왔다.
“욱!”
재훈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입국장으로 올라간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넓은 입국장에는 여기저기 가방이나 집기들이 널려 있었고, 바닥에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리고 수많은 파리와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익선이 입을 가린 채 재훈에게 말했다.
“끔찍하군요. 그런데 시체들이 없어요. 다 놈들이 먹어 치운 걸까요?”
“글쎄요. 모르겠어요. 놈들이 그렇게 식성이 좋았나? 그나저나 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둘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가던 익선이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재훈에게 외쳤다.
“저기, 아래 분수대 쪽을 보세요!”
분수대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재훈도 그걸 바라보았다.
“아마도, 놈들이 저기에 시체들을 보관한 것 같아요. 도대체 놈들은 정말 어디에 있는 거야?”
재훈은 익선과 함께 3층 출국 게이트를 통해 활주로 쪽으로 나갔다. 활주로 밖에는 수많은 비행기들이 널려 있었고 한쪽 활주로에는 폭발한 비행기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저쪽 활주로는 못 쓰겠네요. 일단 쓸 만한 비행기가 있나 찾아보죠.”
그때, 익선이 재훈의 팔을 잡아끌며 앞을 가리켰다.
“저길 보세요. 왜 놈들이 공항 안에 없었는지 알 것 같아요.”
그쪽에는 거대한 비행기가 서 있었고 수많은 변종들이 벌 떼처럼 모여 그 주변에 몰려 있었다. 놈들은 깨진 비행기의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재훈이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아마도 비행기 안에서 사람들이 문을 닫고 버티다가 놈들에게 뚫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네요. 꽤 큰 비행기라 사람들도 많이 탔었을 텐데…”
익선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예. 보잉 B797-400 기종이에요. 한꺼번에 1000여 명을 실어 나를 수 있죠. 지금쯤 저 안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재훈이 그 자리를 비켜 다른 곳으로 향하려고 하자 익선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저기… 저 안에 생존자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도와줄 순 없는 걸까요?”
재훈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저도 돕고 싶지만 저희 무기로는 어림도 없어요. 잘못했다간 저희도 그냥 당하고 말 거예요. 지금은 임무에만 신경 쓰도록 하죠.”
익선은 변종들이 몰려 붙어있는 비행기를 지켜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훈과 익선은 운항하기에 알맞은 비행기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익선이 앞쪽을 가리켰다.
“저거 괜찮을 거 같아요.”
그곳에는 ‘NEW LINE AIRWAYS’라고 적힌 비행기 한 대가 서 있었다. 익선이 비행기의 외형을 살폈다.
“망가진 곳도 없어 보이고. 이게 좋겠어요.”
재훈은 뒤에 따라오는 일행들에게 무전을 날렸다.
“강재훈입니다. 알맞은 비행기를 찾았습니다. 공항은 현재 활주로 쪽에 한 비행기에 변종들이 모여 있는 상황입니다. 승차장은 들어오기가 힘들 테니 지하주차장을 연계해서 활주로 쪽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재훈은 익선과 함께 비행기 주변에 주유기와 토잉카를 점검했다. 잠시 후, 나머지 대원들이 도착했다. 대원 중 한 명이 재훈에게 말했다.
“저 쪽은 변종들이 우글대고 있네요. 빨리 서두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뭘 하면 되죠?”
익선은 대원들을 모아 토잉카를 운전하는 법, 주유기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곧 비행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비행기에 주유가 끝나자 익선이 재훈에게 말했다.
“아마 공항으로 들어가서 위쪽 보딩 브리지[1]로 비행기에 탑승해야 할 거예요. 여기서 보기엔 입구가 잠긴 것 같아요.”
『각주[1] 보딩 브리지: boarding bridge. 공항과 비행기 사이를 잇는 다리 모양의 통로.』
“알았어요.”
“문제는 저 변종 놈들이 눈치를 챌까 그게 문젠데… 그리고 토잉카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태우죠?”
“아, 그게 문제네요.”
대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제게 밧줄 사다리가 있습니다. 그걸로 올리면 될 겁니다.”
재훈은 안심을 하며 토잉카를 운전하기로 한 대원과 그를 엄호하기로 한 대원들에게 말했다.
“일단 토잉카로 비행기를 활주로에 이동시키면 바로 사다리를 내려 줄 테니 타고 올라와요.”
“알겠습니다.”
그때였다. 이쪽의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변종 몇 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재훈이 소리쳤다.
“다들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 보딩 브리지 쪽으로 뛰어가요! 어서!”
대원들은 신속하게 공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토잉카에는 운전하는 대원 한 명과 엄호를 하는 네 명의 대원이 비행기를 뒤로 밀 작업을 준비했다.
공항 내 보딩 브리지 앞으로 간 재훈 일행은 총으로 닫힌 유리문을 박살 냈다. 두두두! 팍팍! 유리가 산산 조각나자 그 잔해를 발로 찬 재훈이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요!”
대원들은 재빨리 비행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대원들이 다 탑승하자 재훈이 무전으로 토잉카에 있는 대원에게 연락했다.
“다 탑승했어요! 비행기 시동 걸리면 출발하세요!”
익선이 조종실로 들어가 시스템을 점검한 후 시동을 걸자 이윽고 비행기의 엔진이 돌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다른 쪽 비행기에 몰려 있던 변종들이 소리를 듣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토잉카에 매달린 대원들이 놈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곧이어 토잉카는 거대한 비행기의 동체를 뒤로 밀었다.
비행기가 뒤로 움직이며 활주로 쪽으로 가고 있는데 변종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비행기의 열린 입구에 서 있던 재훈이 소총에 유탄을 장전하며 외쳤다.
“놈들을 유탄으로 날려 버려요!”
슈웃!
슈웃!
펑! 펑!
유탄들이 터지자 변종들은 한꺼번에 여러 명씩 날아갔다. 하지만 그 뒤로 또 수백 명의 변종들이 계속 연달아 뛰어오고 있었다. 대원들은 계속 유탄을 날렸다. 잠시 후, 비행기가 활주로에 도착하자 토잉카가 옆으로 빠졌다. 곧 토잉카에 탔던 대원들이 비행기 쪽으로 뛰어갔다. 재훈 일행은 최대한 화력을 집중해 뛰어오는 대원들을 엄호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슈슛!
펑펑!
재훈이 사다리를 내리자 대원들이 부랴부랴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재훈이 조종실 쪽을 향해 외쳤다.
“익선 씨! 출발해요!”
곧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달려 나갔다. 입구 쪽에 대원들은 미친 듯이 뛰어오는 변종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비행기는 곧 속도가 붙게 됐고 재훈이 대원들과 함께 입구를 닫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대원들의 몸이 위로 붕 떠올랐다. 재훈은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며 말했다.
“이륙했어! 다행이야.”
비행기가 떠오른 지 한 참 뒤, 재훈이 조종실로 가서 익선의 옆에 앉았다.
“뭐, 도와줄 건 없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대원들 피해는 없었죠?”
“예, 다행히 없었어요. 워싱턴까지는 얼마나 걸리죠?”
“약 14시간 정도 가게 될 거예요.”
“피곤할 텐데. 어떡하죠?”
“어쩔 수 없죠. 조종사가 저 한 명뿐인데.”
“미안해요, 힘들게 해서.”
“그런데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이 넓은 하늘에 우리만 외롭게 날고 있다니.”
재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익선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재훈이 승객실로 돌아가 총기류를 점검하고 있는데 한 대원이 다가와 물과 먹을 것을 내밀었다.
“다행히 비행기에 기내식이 실려 있더라고요. 그중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좀 챙겨 왔어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라면도 실려 있고, 물은 넉넉해요.”
다른 대원이 다가와 말했다.
“세상에 전 이런 비행기는 처음 타 봐요. 이층이 있는 비행기라니. 1등석 가보니까 아주 죽이던데요. 이런 좋은 비행기를 놀러 갈 때 타보진 못하고 이럴 때 타보게 되다니.”
재훈은 이해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조종실에는 대원들이 번갈아 가며 보조를 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대원들은 번갈아 가며 잠을 청하기로 했다. 재훈은 곧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몇 시간을 잤을까 갑자기 한 대원이 재훈을 깨웠다.
“강 형사님! 강 형사님!”
재훈은 깜작 놀라 일어났다.
“예! 무슨 일이에요?”
“조종실로 가 보세요. 익선 대원이 좀 오라고 합니다.”
“알았어요.”
재훈은 조종실로 향했다. 익선이 말했다.
“이상해요.”
“뭐가 이상한 거죠?”
“제 생각이 맞다면 지금 쯤 경고 무전이 들어와야 해요. 저희는 지금 허가받지 않은 상태로 미국 상공을 날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런 무전이 없어요. 공군에 의한 제재도 없고요.”
“그렇다면?”
“미국도 어쩌면 다 놈들에게 당한 게 아닐까요?”
“모르겠어요.”
“어쨌든 워싱턴에 도착하면 알게 되겠죠.”
재훈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심천우의 포항 기지. 도예가 바쁘게 천우의 방 쪽으로 가고 있었다. 입구에 다다르자 경호원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천우님 연락이 왜 안 되는 거야?”
경호원은 무척 당황해했다.
“저, 오늘 밤은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고 연락도 받지 말라고 하셔서요.”
“뭐야? 비켜봐! 중요한 일이야!”
도예는 경호원을 밀치고 들어가 천우의 방으로 향했다. 그 무렵 심천우는 침대에 누워 막 잠이 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도예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천우님 도예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급한 일이 생겨서요.”
천우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들어오게.”
곧 도예가 종종걸음으로 천우에게 다가왔다. 방 안에는 여비서가 지키고 있었다. 천우의 옆에는 한 여자가 이불을 푹 눌러쓴 채 누워 있었다. 도예는 천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금 미국 상공에 민간 항공기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출발은 인천공항에서 했다고 하고요. 몇 시간 전에 인공위성 감시팀이 발견했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민간 항공기?”
“예. 위성 카메라로 보아 미국 ‘뉴라인 에어웨이’ 소속 항공기 같다고 합니다.”
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간 항공기라니… 재미있군. 누가 띄웠는지 짐작은 가네만.”
“예? 누구입니까?”
“인천에서 출발했다. 그런 대담한 일을 벌 일 수 있는 게 누구겠나?”
“설마… 강재훈 형사 일당들 말입니까?”
“그렇지. 아마도 그 녀석이 직접 갔던지.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이 일을 계획한 놈인 게 확실하다고 생각되는군.”
“어떻게 할까요?”
“현재 그쪽에 우리 측 상황은 어떻지?”
“아직 미사일 시스템은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착륙하는 곳으로 슈퍼바이저들이라도 보낼까요?”
잠시 고민을 하던 천우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일단 정찰용으로 슈퍼바이저 한명만 보내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게. 그러지 않다면 내일 알려주게. 무척 피곤하군. 오늘은 잠자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아.”
“예. 알겠습니다.”
도예가 나가자 천우는 혼잣말을 했다.
“도예, 니가 아닌 다른 놈이었다면 죽여 버렸을 거다. 날 방해하다니.”
천우는 그 말을 하며 이불을 들췄다. 그 속에는 차민영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누가 죽인다고 했나?”
천우는 방 앞에서 경비를 서는 여비서를 한번 쓱 쳐다본 뒤 이불속의 민영에게 말했다.
“저 문 앞에 예쁜 인형 보이나? 슈퍼바이저라고 하지. 예쁜 건 좋은데 쟤들은 시키는 데로만 움직여서 말이야, 재미가 없어. 자고로 여자는 말이지 너처럼 생각할 수 있고 사람다워야 하는 데 말이야.”
민영이 계속 겁을 먹고 있자, 천우는 그녀를 끌어당겨 안으면서 조용히 한마디 했다.
“곧 세계를 가지게 될 내 옆에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 민영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