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
67화 워싱턴을 향해
프레퍼 타운의 상황실 안. 재훈 일행 앞에 이성광, 전지운이 앉아 있었다. 입술이 바짝 말라있는 그 두 명의 앞에는 전혀 입을 대지 않았는지 찻잔에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재훈이 말을 건넸다.
“일단 물이라도 좀 드시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지운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따님이 저렇게 된 건 유감입니다.”
“저… 제 딸은 예전처럼 돌릴 순 없는 겁니까?”
“돌려서 얘기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얘기해드리는 게 낫겠군요. 따님을 예전으로 돌린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뇌사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건 프로그램으로 인한 컨트롤로 가능한 것이지만, 만약 그 프로그램마저 작동되지 않게 된다면 수 일 내에 신체 기능이 정지되고 말 겁니다.”
“그렇군요.”
지운은 고개를 떨궜다. 핑크레드가 성광에게 말했다.
“이봐요, 지금 우리는 어떻게든 이 타운 안의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처절할 정도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시민 대표를 뽑아서 모든 일에 관여하시겠다고요?”
“…”
성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핑크레드가 화가 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아까도 보셨죠? 변종이 된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아세요? 만약 변종이 묶인 걸 풀었다면 당신이 데리고 온 시민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리고 그중에는 변종으로 변한 사람들이 또 있었겠죠. 아마 이 타운은 그대로 작살났을 거예요!”
대균이 성광과 지운에게 말했다.
“지금 상황이 무척 힘드신 거 압니다. 하지만 저희가 노력하고 있으니 믿고 따라 주세요. 부탁합니다.”
성광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성광과 지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때 재훈이 고민 가득한 얼굴로 지운을 불렀다.
“따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재훈은 작은 방으로 지운과 함께 들어갔다. 재훈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게 정말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버님께 꼭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뭡니까?”
“따님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선 꼭 따님과 같이 변한 사람을 연구해야 합니다.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희가 밖으로 나가 변종이 된 사람을 납치해 와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수많은 사상자가 생길 겁니다.”
“지금 내 딸을 상대로 실험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세요?”
“죄송합니다. 그만큼 저희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운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재훈이 말했다.
“지금 결정하시기 곤란하면 좀 생각해 보신 뒤에 연락 주세요.”
재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지운이 입을 열었다.
“만약, 제가 그 실험에 동의한다면 제 부탁도 들어주시는 겁니까?”
재훈은 자리에 다시 앉으며 지운을 바라보았다.
“말씀해 보세요.”
“제 딸은 일찍 엄마를 잃고 외동딸로 외롭게 컸습니다. 다행히 말썽도 한번 부리지 않고 꿋꿋이 잘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 딸을 이렇게 보내려니 쉽진 않군요.”
재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운의 눈을 바라봤다. 지운이 마른기침을 한번 한 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까 연구실에서 본 딸은 내 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무서운 변종이 있을 뿐이었죠. 제가 어떻게 해도 제 딸을 다시 예전처럼 돌릴 순 없겠죠. 실험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대신 그 실험이 다 끝나면 내 딸을 화장해서 제게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부탁은 그겁니다.”
재훈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지운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부탁 꼭 들어 드리겠습니다.”
연구실로 돌아온 재훈은 젤리에게 말했다.
“저 변종으로 변한 여자의 아버지가 실험을 해도 좋다고 허락하셨어요. 분석해 보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아버님, 어려운 결정을 하셨네요.”
“예, 그러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 해야 해요.”
재훈은 마취돼서 묶여 있는 변종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쓱 쳐다봤다. 평화로운 표정이긴 했지만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 있어 사람의 모습으로 보긴 어려웠다.
그때 퍼시가 다가왔다. 재훈은 반갑게 퍼시를 끌어안았다.
“퍼시! 괜찮니? 어디 다친 덴 없어?”
퍼시는 괜찮다는 듯 대답했다.
“멍멍!”
“자식, 걱정했잖아. 너 덕분에 슈퍼바이저를 잡을 수 있었어. 고마워.”
퍼시는 계속 재훈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댔다.
재훈이 성규에게 다가갔다.
“어디 다친 데는 없니? 많이 놀랐지?”
“좀 놀랐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다행이네. 참, 부탁 좀 들어 줄래?”
“부탁이요? 말씀해 보세요.”
“가능하면 현재 우리나라 근처에 접근하는 항공기나 배가 없는지 좀 알아봐 줘.”
“어렵겠지만, 해볼게요.”
재훈이 생활구역으로 가고 있는데, 대균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마침 잘 됐군요. 우리 얘기 좀 하죠.”
대균은 자신의 방으로 재훈을 데리고 갔다. 방으로 들어간 대균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 형사님, 현재 우리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죠?”
“이번 슈퍼바이저 난동으로 중요한 식물 담당자가 여럿 죽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많이 두려워하고들 있고요.”
“그러겠죠. 눈앞에서 그 난리가 난 걸 봤으니.”
“이런 식으로 버티기만 한다면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쉽진 않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내서 공격하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힘들 수도 있어요. 저는 그보다 먼저 해외의 상황을 알고 싶어요.”
“해외요?”
“예. 예를 들어 미국엔 수많은 무기와 인력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군인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대규모 변종 사태가 벌어진 후 전투기나 항공모함 등 아무것도 온 게 없지 않습니까? 어쩌면 미국도 대부분 전멸한 상황 일수도 있어요. 인터넷망이나 전화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니 뭘 알아볼 수도 없고.”
재훈이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일단 제가 성규에게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항공기나 배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말해보죠.”
“알겠습니다.”
재훈은 대균의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며칠 후, 재훈이 슈퍼바이저와 변종을 연구한 일행들과 연구실 내에 있는 회의실에 모였다. 강은탁 박사가 말했다.
“이번 연구로 알아낸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이 스크린의 내용을 참고로 보시죠.”
스크린에 영상이 펼쳐지자 강 박사는 말을 이었다.
“우선 슈퍼바이저의 눈에는 일명 골드 아이라 불리는 카메라 내장형 콘택트렌즈가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걸로 놈들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전파로 수신되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만, 만약 전파가 끊기면 우리가 흔히 보는 변종의 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전파가 차단되면 슈퍼바이저도 멈추게 되므로 놈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보호 장치인 셈이죠.”
대균이 말했다.
“그럼 그 보호 장치가 가동되면 변종과 같은 상태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렇죠. 슈퍼바이저는 아마도 놈들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면서 상황을 전달하는, 일종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변종 상태로 변했을 때 신체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크린에는 일반 사람과 변종의 몸 상태를 숫자로 나타낸 그림이 떠올랐다. 강 박사는 그 그림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변종이 된 사람은 우리가 보기에는 굉장히 빠르고 강해 보이지만 해킹으로 인해 신체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저 신체가 낼 수 있는 최대 한계치를 내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달리기 속도를 보면 일반적으로 빨리 달리는 사람이 약 시속 36km/h 정도의 속도를 낸다고 하면 변종은 시속 65km/h를 낸다고 보면 됩니다. 이게 이론상 가능한 인간의 최대 속도이기도 하고요.”
핑크레드가 놀라며 말했다.
“그 정도 속도면 100m를 5초대에 들어가는 속도잖아요? 굉장하네.”
“그리고 변종들은 아무래도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을 공격하는 데에도 나름 법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펩스가 있는 사람 중 특히 이성관 계일 경우 디지털 키스 앱을 기초로 한 해킹 프로그램을 피해자에게 주입해 변종으로 만듭니다. 만약 펩스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물어뜯어 섭취를 해서 영양분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룡이 질문을 했다.
“만약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들면 영양분을 어떻게 얻죠?”
“아마도 그렇게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희 타운 근처를 보면 변종의 수가 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특이한 건 변종의 신진대사를 분석해 봤더니 일반 사람보다 굉장히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굶는다 해도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화면으로 바뀌자 강 박사는 좀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분석 결과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변종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감각의 기능 향상이 있었습니다. 후각은 거의 개와 비슷할 정도로 예민해지고 청각도 뛰어나 집니다. 촉각도 발달해서 작은 진동에도 반응하게 되죠. 이런 감각 부분은 해킹을 당한 당사자에 따라 그 향상 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 능력의 향상이 엄청나진 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놈들은 펩스의 신호에 급격히 반응합니다. 아무래도 펩스를 해킹하는 것이 주요 기능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연구 결과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회의가 끝나고 흩어지자 재훈이 강 박사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수고하셨어요.”
“아니다. 다들 같이 고생 한 거지.”
“저 변종으로 변한 여자분은 화장해서 그 아버지에게 전달해 주기로 했어요.”
“알고 있다. 곧 그렇게 해 주마.”
그때, 성규가 재훈에게 다가왔다.
“강 형사님, 부탁하신 거 알아봤어요.”
“그래? 상황이 어때?”
“다행히 잠깐 인공위성 GPS에 접근할 수 있어서 항공기나 배를 찾아봤는데, 한 대도 없어요. 그냥 깨끗해요.”
“그래?”
성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재훈에게 말했다.
“다른 나라도 우리와 마찬가지인 거겠죠? 우리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는 거겠죠?”
재훈은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걱정 마.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상황실에 대균과 재훈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인공위성 GPS를 통해 알아보니 우리나라 근처에 항공기나 배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어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어차피 다른 나라도 다 변종들이 판치고 있는 상황이겠지.”
재훈이 뭔가 단단히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확인해 보는 게 낫겠어요.”
다들 깜짝 놀란 가운데 핑크레드가 말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어딜 간다는 거야?”
“워싱턴이요.”
“워싱턴? 왜 하필 워싱턴?”
“아무래도 미국의 수도니까 가장 잘 방어가 되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만약 그곳에 버티고 있는 군 병력이 있다면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든지 해야죠.”
“말도 안 돼. 어떻게 거길 간다는 거야?”
재훈이 대균에게 물었다.
“대장님, 대원들 중에 민간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긴 합니다만, 항공기를 어떻게 띄우려고요? 더군다나 여기서 워싱턴까지 갈 국제선 항공기는 대부분 인천공항에 있을 텐데, 인천공항까지 가기도 쉽진 않을 겁니다.”
“일단 해 봐야죠. 가만히 여기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대균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때, 기룡이 말했다.
“일단 해보자고요! 지금 같은 시기에 뭐 쉬운 게 있겠어요?”
대균이 결심을 한 듯 일어났다.
“그럼 일단 작전을 짜 보도록 하죠. 비행이 가능한 대원을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재훈이 생활 구역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한 방에 다다르자 그는 벨을 눌렀다. 곧 지운이 나왔다. 지운은 재훈이 가지고 온 상자를 보자 화장된 딸인 걸 직감한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강 형사님, 감사합니다.”
“따님의 연구를 바탕으로 꽤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어요. 분명 놈들과 맞서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 마음 편히 예주를 보낼 수 있겠네요. 그리고 부탁합니다. 제발 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놈들을 없애 주세요.”
“예,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재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상황실 안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대원이 와 있었다. 대균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를 소개했다.
“이쪽은 이익선 대원입니다. 민간 항공기를 몰 수 있는 대원입니다.”
재훈이 익선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지금 우리는 미국 워싱턴에 갈 계획을 짜고 있어요. 그곳 상황도 파악하고, 그쪽 상황이 괜찮다면 도움도 요청해 볼 생각입니다.”
익선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들 겁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항공기를 띄우는 건 어려울 거예요.”
“힘들더라도 꼭 시도해야 해요. 도와주세요. 익선 씨.”
익선은 고민에 빠졌다가 생각이 정리된 듯 입을 열었다.
“그럼 꼭 필요한 것만 말씀드릴게요. 우선 워싱턴으로 가려면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가야 합니다. 당연히 국제선 항공기로 가야 하니까 인천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찾아봐야 해요. 기종은 보잉 B787-11이나 에어버스 A380C 같은 기종이어야 하고요.”
재훈이 물었다.
“필요한 건 뭐죠? 그리고 인원은요?”
“우선 다른 건 다 재껴두고라도 항공기를 미는 토잉카와 주유기가 필요하고, 각각 최소 2명씩 2개 조가 필요해요.”
“최소 4명은 있어야 하겠네요.”
“예, 그게 이륙을 위한 정말 최소한의 인원이에요.”
대균이 말했다.
“각종 무기와 장비를 이동할 인원까지 적어도 30명 정도는 필요할 겁니다.”
재훈이 강한 의지를 내뱉었다..
“어떻게든 미국으로 가서 두 눈으로 현지 상황을 살펴봐야 해요.”
며칠 후 재훈이 대원들을 모아 인천공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지상 위에 주차장 한쪽을 개조한 진지에 모였다. 대균이 재훈에게 다가왔다.
“정말 제가 같이 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걱정 마세요. 그리고 대장님은 이곳을 잘 지키셔야죠.”
젤리가 재훈에게 다가와 안아주며 말했다.
“재훈 씨, 정말 무사히 꼭 돌아와야 해요.”
“걱정 말아요. 꼭 돌아 올 테니까.”
강 박사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재훈을 안아주며 말했다.
“재훈아 꼭 살아 돌아와야 한다.”
“예, 아버지.”
기룡이 다가왔다.
“이거, 나도 꼭 가야 하는데. 왜 반대하는 거야?”
“선배는 여길 지켜야죠. 믿고 맡길 사람 중 몇 안 되는 사람이란 말에요.”
“그래?”
대균이 재훈에게 말했다.
“차를 두 대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선발대가 우선 익선 대원과 함께 가서 사용 가능한 항공기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러는 게 좋겠네요.”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습니다.”
대균은 웃으며 한쪽 구석에 덮여 있던 천을 걷어냈다. 그곳엔 재훈이 지난번 강 박사를 구하러 갔을 때 타고 왔던 페라리 457 프레치아가 서 있었다. 차체 위에는 방탄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재훈은 그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장님! 이 차는?”
대균은 웃으며 말했다.
“예, 지난번에 강 형사가 타고 온 차를 방탄판을 붙여 개조한 겁니다. 아마 이거라면 인천공항까지 가는데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혹시 몰라서 고급 휘발유를 어렵게 구해 앞 트렁크에 실어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재훈은 대원들에게 말했다.
“저는 익선 씨와 함께 앞으로 가서 운항 가능한 항공기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나머지 대원들은 뒤로 잘 따라와 주세요.”
“예!”
재훈은 익선과 함께 페라리에 올라탔다. 그리고 핸들에 부착된 빨간 시동 버튼을 눌렀다.
우와아아앙!
재훈은 약간 긴장되는 표정으로 오른손에 위치한 패들 쉬프트를 당겼다. 계기반에 기어 1이 표시되었다. 진지에 문이 열리자 재훈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페라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앙!
젤리는 달려 나가는 재훈의 차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재훈 씨,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