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63화 (63/119)

# 63

63화 어둠 속의 질주

조금 전까지 유탄을 쏘던 변종은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다. 재훈은 가까이 다가가 그 변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핑크레드도 다가와 같이 살피며 말했다.

“변종 자식이 어떻게 총을 쏠 줄 알았던 걸까? 다른 놈들도 이럴까?”

“아닐 거예요. 이놈은 뭔가 좀 달라 보였어요.”

“달라? 어떤 게?”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아까 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일반 사람처럼 보였어요. 보통 변종들을 보면 사람이 아닌 것 같이 기괴하게 움직이잖아요.”

“그래, 이상할 만큼 평범한 사람 같아 보이긴 했어. 혹시 변종이 아니라 일반 사람은 아니었을까?”

“모르겠어요. 하지만, 느낌상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으로썬 아무것도 알 수가 없으니 원…”

재훈이 강은탁 박사에게 말했다.

“아버진 어디 계셨던 거예요? 진료실에 계시는 줄 알았는데 안 계셔서 놀랬어요.”

“몰래 피해 다녔지. 그나저나 내가 놈들에게서 도망 다니다가 한 가지 알아낸 게 있다.”

“네? 뭔데요?”

“놈들은 아마도 사람들의 펩스 신호를 잘 감지하는 것 같더구나. 내가 실험용 펩스를 이용해 증폭된 구조 신호를 보낼 때 엄청나게 모여드는 걸 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그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아요. 여기 올 때 보니까 유난히 많은 변종들이 모여들고 있었거든요.”

그때 핑크레드가 병원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재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잡담 나눌 시간이 없겠는데.”

병원 아래에는 점점 더 많은 변종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재훈이 불타버린 드론을 보며 핑크레드에게 말했다.

“이제 어떡하죠?”

“프레퍼 타운까지는 80km 정도 될 거야. 무슨 수로 거기까지 가지? 거기다가 이렇게 어두워진 밤에?”

하늘은 정말 깜깜해져 있었다. 빛이 사라진 도심에 유난히 더 어두운 밤이 몰려오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강 박사가 재훈에게 말했다.

“80km는 일단 무리여도 3km 정도는 해 볼만 하지 않니?”

“3km요?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예요?”

“일단 시간이 없으니 가보자꾸나. 설명은 가면서 해주마.”

“네, 알겠어요.”

핑크레드는 아래를 살펴보며 가방에서 밧줄을 꺼냈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건 무리겠지만 저쪽 뒤편이 그래도 좀 한산해 보여. 밧줄을 통해 내려가자. 박사님 말이 맞다면 놈들은 진료실에 있는 펩스 신호에 더 집중할 거야.”

재훈 일행은 밧줄을 이용해 건물 뒤편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말 병원의 펩스 신호에 변종들이 반응했기 때문인지 재훈 일행이 3km 정도를 이동하는 동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강 박사는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집 앞에 다다르자 비밀번호를 눌러 대문을 열었다. 그 집으로 들어가면서 재훈이 강 박사에게 물었다.

“아버지, 여기 아는 집이에요?”

“그래. 여긴 남양주 병원에서 일하는 내 동기의 집이야.”

“그 동기 분은 어디 계세요?”

강 박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서 변종 놈들에게 당했어.”

“아, 그랬군요. 그나저나 여기 무슨 해결책이라도 있는 거예요?”

“따라와 봐라.”

강 박사는 일행들을 데리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뭔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말했다.

“아직 비상 발전기가 가동 되고 있나 보군.”

강 박사가 지하에 불을 켜자, 지하 주차장에 있던 빨간색 스포츠카가 눈에 들어왔다. 핑크레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와우~ 멋진데! 고대 유물 같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야.”

재훈도 놀라며 말했다.

“아버지, 이건 페라리 457 프레치아잖아요?”

“그래, 내 친구의 차지. 오래되긴 했지만 매일 닦고 시동을 걸어주던 녀석이라 작동은 할 거다. 연료를 확인해보자.”

핑크레드가 재훈에게 물었다.

“저건 가솔린 차지?”

“예. 미드쉽. 4000cc 8기통 직분사 트윈터보. 700마력에 79 토크, 제로백 3.0초. 최대 시속 340km/h를 자랑하죠.”

“역시 아날로그 족이라 이런 걸 잘 아는구나?”

“그냥 알기만 해요. 몰아본 적은 없고요.”

강 박사가 차에 앉아 연료 게이지를 확인한 후 말했다.

“연료가 가득있어.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강 박사는 운전석에 앉아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빨간색 시동 버튼을 눌렀다.

와아아아앙!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두 개의 머플러에서 힘찬 배기음이 울려 퍼졌다. 강 박사는 뒤쪽 해치를 열어 엔진과 오일의 상태를 확인했다.

“좋아. 상태는 괜찮아. 역시 관리를 잘 해놨어.”

“그럼 아버지, 서둘러 가죠.”

재훈이 운전석으로 들어가려 하자. 강박사가 재훈을 잡으며 말했다.

“재훈아, 내가 운전하면 안 되겠니?”

“아버지 가요?”

“그래, 넌 이 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잖니. 실은 젊었을 적에 친구와 똑같은 이 487 모델을 사서 같이 여행을 다니곤 했어. 아무래도 운전 경험이 있는 내가 모는 게 낫지 않겠니?”

재훈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괜찮고 말고.”

강 박사는 천진난만한 소년의 표정을 지으며 운전석에 올랐다. 조수석에 재훈이 타자 핑크레드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2인승 찬데…”

재훈이 팔을 벌리며 말했다.

“좀 불편하더라도 같이 타는 게 어때요? 여기 남았다간 변종 놈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 같은데.”

핑크레드는 재훈의 몸 위에 억지로 몸을 쑤셔 넣으며 말했다.

“여기서 죽을 순 없지. 그나저나 나 같이 예쁜 여자를 안아보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알았어요. 황송하네요.”

모두 차에 타자 강 박사는 선바이저에 달린 리모컨 스위치를 눌렀다. 주차장의 문이 위로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그럼 출발한다!”

강 박사가 가속 페달을 밟자, 차가 힘차게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곧 눈앞에 어둠의 길이 펼쳐지고 차의 전조등에서 나온 하얀 불빛이 깜깜한 도로 위를 새하얗게 비추었다.

부와아아아아앙!

차는 적막 속에 굉음을 일으키며 도로를 달려 나갔다. 큰 소리 때문이었을까? 거리에 있던 변종들이 하나 둘 차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핑크레드가 창밖으로 변종들을 보며 말했다.

“저 놈들 혹시 이 차도 따라잡는 거 아냐?”

강 박사는 보란 듯이 페달을 더 꾹 밟기 시작했고, 속도가 순식간에 시속 120km/h를 넘어서자 변종들은 뒤로 사라지 듯 한순간에 없어지고 말았다. 재훈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놈들이 빨라봤자, 이 페라리를 따라올 순 없겠죠.”

각종 차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거리를 빨간색 페라리가 여기저기 피해가며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재훈이 창밖을 주시했다. 그냥 어둠뿐인 도로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들과 차량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왠지 이 순간만큼은 변종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드라이브를 나온 듯 평화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핑크레드가 웃으며 말했다.

“이 차, 끝내주네!”

부와아아아앙!

그렇게 차는 프레퍼 타운을 향해 달려 나갔다.

포항에 있는 심천우 기지의 한 연구실.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 있는 가운데, 연구원들이 그 사람들의 눈에 소프트렌즈 형태의 ‘골드 아이’를 삽입하는 수술을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유심히 살피던 심천우가 한 여자 앞에 섰다. 20대의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참 예쁘게 생긴 여성이군.”

천우는 그 여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곧 깊게 키스를 했다. 여자는 마치 인형처럼 아무 반응 없이 그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그 장면을 보지 않으려 애써 시선을 피했지만 그다지 당황하지는 않았다. 심천우가 자주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여자와의 키스를 끝낸 천우가 말했다.

“25세, 171cm, 48kg. 스튜어디스… 좋군.”

천우는 한 경호원에게 말했다.

“이 실험체는 내 방으로 들이게.”

“예? 이 실험체는 ‘슈퍼바이저’가 되어야 하는 데요?”

천우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슈퍼바이저는 또 잡아다가 만들면 되잖아! 내 말에 반론을 걸라고 누가 가르쳤지?”

“죄송합니다!”

경호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천우가 그 경호원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슈퍼바이저가 빠졌으니 네가 그 자리를 메꾸면 되겠네!”

천우는 다른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놈을 슈퍼바이저로 만들어!”

“예!”

끌려가는 경호원이 천우를 향해 소리쳤다.

“천우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천우는 들은 척도 안 하며 혼잣말을 했다.

“요즘 자식들은 자기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모른단 말이야. 멍청하긴.”

연구원들은 그런 천우의 행동을 보며 공포감을 느꼈지만, 그런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진 않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사소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심천우에게 죽임을 당할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천우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뒤, 곧 도예가 아까 심천우가 지목한 여성을 데리고 들어왔다. 도예가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짓자 천우가 물었다.

“뭐가, 이상한가?”

“아… 아닙니다.”

“말해보게,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지.”

“저… 방안에 비서가 없는 게 낯설어서 말입니다. 항상 비서들을 두시지 않았습니까?”

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서라… 없는 게 당연하지. 내가 다 죽였거든.”

“아, 그러시군요.”

천우는 도예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도예는 애써 억누르고는 있었지만 분명 두려움이 숨겨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우가 도예에게 쓱 다가가자 도예가 흠칫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천우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내가 두려운가?”

“아닙니다.”

“아니라… 그럼 왜 그렇게 놀라지?”

“…”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전보다 부쩍 나를 두려워하더군. 내가 내 사람들을 많이 죽여서

그럴까?”

“…”

도예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천우가 옆에 데리고 온 20대 여성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실험체들을 봐. 신비롭지 않나?”

도예가 찬찬히 그 여성을 바라보자 천우가 말을 이었다.

“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두려워하지 않지. 이 자리에서 죽여 버려도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아. 심지어는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지. 어떤 감정도 가지지 않은 채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여. 나를 보좌하기에 이만큼 적합한 비서들이 또 있을까?”

도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조종하는 데로만 움직이지 않습니까? 저희는 항상 능동적으로 천우님을 지키려 온 힘을 바쳐 애쓰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분명 저희와 이 실험체들은 비교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천우는 가만히 도예를 바라보다가 활짝 웃었다.

“하하하, 내가 이래서 너를 옆에 두는 거야. 솔직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해주니까 말이야. 역시 아무 말도 못 하는 이런 인형 같은 놈들하곤 차원이 다르지.”

도예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자 천우가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눈에 뭐가 있는 줄 알고 있겠지?”

“신의 눈동자 말입니까?”

“그렇지. 신의 눈동자. 몇 시간 전에 남양주 근처 병원에서 증폭된 구조 신호가 잡혀서 슈퍼바이저 한 명을 그곳으로 보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네.”

“뭘 말입니까?”

천우가 벽에 스크린을 내리더니 영상을 보여주었다.

“잘 보게, 내가 신의 눈동자를 통해 슈퍼바이저에게서 본 영상을 말이야.”

영상 속에서는 병원 옥상에서 드론이 파괴된 옆으로 재훈과 핑크레드가 서 있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예가 깜작 놀라며 말했다.

“저건! 강재훈과 그 일행 아닙니까?”

“그렇지. 놈들이 아직 살아 있다네.”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 영상 이후엔 어떻게 됐습니까?”

“놀랍게도 누군가 총을 쐈는지 슈퍼바이저가 죽고 말았네.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어.”

“이럴 수가.”

“강재훈, 참 끈질긴 놈이지. 어떻게든 이놈을 찾아서 죽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도예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천우가 20대 여성에게 말했다.

“너는 저 뒤에서 대기하고 있어.”

여자가 일어나 방 옆의 문을 열었다. 드레스 룸으로 보이는 그 방 안에는 20대의 미모가 아름다운 여성 수십 명이 누워 있었다. 여성은 다른 여성들 사이로 걸어가 빈자리를 찾아간 후 그 자리에 누웠다. 천우가 그 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건 마치 의자왕과 삼천궁녀라도 된 기분이로군.”

늦은 시각. 프레퍼 타운 근처에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앙!

입구를 지키던 대원이 그 소리를 듣고 살짝 해치를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빨간색 페라리가 근처에 도착하더니 곧 그 안에서 재훈과 핑크레드와 강 박사가 급하게 내려 입구 쪽을 향해 뛰었다. 그걸 본 대원이 다른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강재훈 형사가 옵니다!”

대원들은 소총을 장전한 후 입구 밖으로 나가 그들을 엄호했다. 재훈 일행의 뒤로 변종들이 달려들었다. 대원들은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변종들이 총을 맞고 픽픽 쓰러졌다. 재훈 일행은 그 엄호를 받고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모두가 들어오자 대원 한 명이 입구를 닫았다.

상황실 안. 재훈 일행이 무사히 돌아오자 젤리가 재훈을 안고 반겨 주었다.

“고마워요, 무사히 돌아와 줘서.”

젤리는 곧 핑크레드와 강 박사도 안아주며 인사를 했다. 대균이 그 모습을 보며 뒤에 서 있었다. 재훈이 대균에게 다가가 말했다.

“덕분에 아버지를 구해 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죄송해요. 드론 두 대는 놈들에게 당해서 가지고 올 수가 없었어요.”

대균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입니다.”

재훈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들 모여 주세요. 할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주요 대원들이 모인 가운데 재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아버지를 구하러 가는 곳에서 놈들의 특이한 점 몇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원웅이 물었다.

“그게 뭡니까?”

“우선 놈들은 아마도 펩스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보면 달려들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펩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집착을 하듯 덤비더군요. 그리고 놈들은 생각보다 엄청 빠르진 않습니다.”

대균이 말했다.

“하지만 육안으로 볼 때는 엄청 빠르던데요.”

“예. 빠르죠. 하지만 대략 시속 100km/h 정도 이상으로는 달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차를 타고 오면서 봤는데 그 정도 이상의 속도는 따라오지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특이한 걸 발견했습니다.”

다들 긴장하며 재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놈들이 종류가 좀 나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원웅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종류가 나눠져요?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저희에게 덤비는 놈들 중에 다른 변종들과는 다르게 총을 다루는 변종이 있었는데 뭔가 움직임도 그렇고 느낌도 다른 놈이었어요.”

“다른 변종이라면, 왜 다른 걸까요?”

그때 정욱이 뒤에 있다가 말을 꺼냈다.

“그건 아마 슈퍼바이저일 겁니다.”

재훈이 놀라며 말했다.

“슈퍼바이저요?”

“예. 제가 놈들의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게 바로 그 슈퍼바이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설마 진짜 사용하게 됐을지는 몰랐는데…”

“자세히 말해줘요. 정욱 씨.”

“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완성 상태였습니다. 슈퍼바이저란 일종의 무선 조종 인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심천우에게 정보를 전해주고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일종의 중간 대장이네요?”

“그렇죠. 그렇지만, 여러 가지 오류로 가동되긴 어렵다는 판단을 했었는데. 어떻게 쓸 수 있게 됐는지는 의문이군요. 거리의 변종들도 제가 있을 때 연구에는 없던 형태였어요.”

재훈이 잠시 생각을 한 뒤 정욱에게 말했다.

“어쨌든 그 슈퍼바이저란 놈들이 심천우의 눈과 귀가 된다는 말씀이죠?”

“예.”

“그럼. 그 슈퍼바이저를 잡아다가 연구하면 심천우와 변종들을 잡는 방법을 알아낼 수도 있겠는데요?”

다들 재훈의 말에 깜짝 놀랐다. 기룡이 물었다.

“아니, 강 형사. 놈들을 무슨 수로 잡으려고?”

재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좋아하는 펩스로 유인해서 잡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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