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60화 갑호비상령
말이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물어뜯고, 물린 사람이 다시 괴물처럼 변한 뒤 옆에 있던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괴물로 변한 여자는 또 다른 남자를 공격해 넘어뜨렸다. 그러나 이번엔 물어뜯지 않았다. 피가 잔뜩 묻은 입술로 그 남자에게 키스를 해댔다. 잠시 후, 키스를 당한 남자는 잠시 온몸이 굳은 듯 보이더니 갑자기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옆에 있던 사람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곧 놀이공원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 찬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어른들과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서로 우왕좌왕하며 도망치다 넘어지고 밟히기 시작했다. 이 아수라장이 되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재훈과 기룡은 사람들 틈에서 휩쓸러 가며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때 괴물처럼 변한 한 남자가 재훈 쪽으로 달려왔다. 재훈을 총을 쏘려 했지만, 사람들의 틈에서 부딪히는 바람에 총을 놓치고 말았다. 곧 그 남자는 재훈을 물어뜯으려는 듯 크게 점프를 해서 날아들었다. 재훈은 자기도 모르게 팔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퍽!
기룡이 왼팔로 그 남자를 쳐낸 후 재훈에게 외쳤다.
“강 형사! 일단 밖으로 나가자!”
“예! 반장님!”
재훈은 바닥에 떨어졌던 총을 주워 들고 기룡을 따라 출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룡은 무전으로 형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들 일단 밖으로 나와!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재훈과 기룡은 사람들 틈을 겨우 밀치고 빠져나가며 무작정 주차장 쪽으로 달렸다. 주차장에는 아직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속속 형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한 형사가 잠바에 피가 잔뜩 묻은 채 뛰어왔다. 기룡이 그 형사에게 물었다.
“백 형사는?”
“그게… 괴물 같은 남자에게 물어 뜯겼어요!”
“이런 제길!”
작전에 투입됐던 총 11명의 형사 가운데 6명의 형사만이 돌아왔다. 서 순경이 말했다.
“반장님, 나머지 인원은 무전으로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습니다!”
당황한 기룡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일단 본부로 이동해!”
형사들은 재빨리 차에 올라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형사들을 태운 두 대의 차량이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올라왔을 무렵이었다. 눈앞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차 앞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달려오는 폼이 이상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서 순경이 그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조심해요! 변한 사람들이에요!”
재훈은 차를 수동 모드로 바꿔 급가속을 했다. 차는 아슬아슬하게 한 무리의 사람들을 재끼고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차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사람들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훈은 가속 페달을 더 꾹 밟았다. 옆에 있던 서 순경이 외쳤다.
“선배! 이러다가 사람들을 치겠어요!”
“앞을 봐! 이미 저들은 사람들이 아니야!”
순간 차 안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장애물 출현! 위험합니다!”
차에 달린 긴급 제동 장치가 사람들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려 하자, 재훈이 빠른 손놀림으로 그 기능을 꺼버렸다.
퍼퍼퍽!
큰 충돌과 함께 차는 괴물처럼 변한 사람들을 치고 겨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앞 유리는 아까의 충돌로 조수석 쪽이 크게 깨져 있었다. 서 순경이 그 깨진 유리를 보며 덜덜 떨면서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차는 지상으로 가는 입구를 향해 달렸다. 주차장 요금소에 앉아 있던 직원이 재훈이 운전하는 차량이 빠르게 달려오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뭐야! 뭐 저렇게 빨리 와!”
퍽!
차가 요금소의 차단기를 부딪쳐 부러뜨린 후 지나가 버리자, 요금소 직원이 밖으로 뛰쳐나오며 달려가는 차의 뒤를 향해 외쳤다.
“야, 이! 미친놈아! 그냥 지나가면 어떡해!”
직원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귀에 주차장 안으로부터 뭔가 기차가 오는 듯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뒤를 돌아 주차장 안을 돌아봤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마치 마라톤을 하듯 뛰쳐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들은?”
순간 사람들은 그 직원을 넘어뜨린 후 무참히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악!”
주차장 안으로 비명소리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본부로 향하는 차 안. 재훈은 길가를 살피며 빠르게 차를 몰고 있었다. 아직 길거리는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뒤에 있던 기룡이 말했다.
“라디오 좀 켜봐!”
재훈이 라디오를 틀어 여기저기 뉴스가 나오는 곳이 없는지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채널에서 손을 멈췄다.
“속보입니다. 잠시 전 저녁 8시 30분경, 잠실 근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저희 취재 드론을 띄운 결과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입니다. 현재로썬 사람들이 왜 폭동을 일으키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 수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기룡은 스마트폰을 꺼내 정철민 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부장님! 현재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에 본부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나도 방금 뉴스를 봤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본부에 있는 인력들을 무장시켜 주세요!”
“알았어. 일단 와서 얘기하자고!”
재훈 일행이 SCCIT 본부로 들어서자 남아있던 형사들이 무장을 한 채 그들을 맞이했다. 아직 본부 주변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정 부장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기룡에게 다가왔다.
“지금 경찰병력이 잠실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 도대체 무슨 일인가?”
기룡이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괴물처럼 변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막 물어뜯고 난리도 아닙니다.”
“뭐?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어?”
“저희가 눈으로 직접 본 겁니다.”
“그럼, 놀이공원 안에서 그 기현상들이 시작됐단 말이야?”
“예. 심천우를 잡으려는 순간 일어난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쨌든 현 시간부로 갑호비상령[1]이 선포됐다. 다들 자리를 지키고 다음 명령에 대기하도록 해!”
『각주[1] 갑호비상령: 대규모 집단사태로 치안이 극도로 혼란해질 때 경찰청장이 경찰 전원에게 내리는 비상근무 중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령을 말한다.』
재훈이 정 부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부장님, 곧 본부에도 사람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뭔가 방지책이 필요해요.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봤지만 이 전파 속도가 엄청나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일단 출입구를 봉쇄하고 최대한 방어를 해 보도록 하지.”
재훈은 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젤리 씨?”
“재훈 씨, 뉴스 봤어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젤리 씨, 내 말 잘 들어요. 대균 대장님한테 말해서 일단 다들 지하로 대피시키라고 하세요. 상황 봐서 또 연락할게요.”
“알았어요. 몸조심해요.”
“예. 젤리 씨도요.”
본부에 남아 있던 형사들은 출입문을 봉쇄한 채 무장을 하고 있었다. 기룡이 정 부장에게 말했다.
“위에서 다음 지시는 없었습니까?”
“아직. 일단 대기해보자고.”
다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재훈이 창밖을 통해 밖을 살폈다. 사람들이 어디론가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이상하게 변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기룡이 재훈에게 말했다.
“변한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아무리 이상하게 변했어도 사람이 차만큼 빨리 달릴 수는 없는 거잖아?”
“아마도요.”
그때였다. 창밖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비켜!”
“사람 살려!”
그리고는 곧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도로 위를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웬만한 육상선수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거대한 물고기 떼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해 보이기도 했다.
본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사들은 잔뜩 긴장을 하며 총을 장전했다. 도로 위를 달려가던 무리 중 일부가 갑자기 본부 앞에서 멈추더니 안쪽을 주시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본부 쪽으로 달려왔다. 기룡이 정 부장에게 말했다.
“옵니다! 와요! 어떡합니까? 부장님! 쏠까요?”
“잠깐! 기다려봐!”
정 부장은 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달려오는 사람들은 기괴한 몸짓을 하며 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분명 일반 시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달려오던 사람들이 몸을 던져 본부의 창을 깨고 들이닥쳤다.
쨍그랑!
그들은 창문을 깨자마자 오뚝이처럼 순식간에 일어나 형사들을 덮치려고 했다. 정 부장이 외쳤다.
“사격 개시!”
타타타탕!
탕탕!
형사들의 총이 불을 뿜으며 괴물처럼 변한 사람들에게 총탄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퍽퍽!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총을 맞고 쓰러졌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나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탕!
타타탕!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에 있던 형사 둘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악!”
뒤에 있던 형사들은 뒷걸음질을 치며 계속 총을 쏘아댔다.
타타탕!
재훈은 이 사격이 놈들을 막기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총을 쏘면서 정 부장에게 다가갔다.
“부장님! 이대로는 우리 금방 다 죽겠어요! 일단 피해야 할 것 같아요!”
정 부장도 이 상황이 감당이 안 되리라고 생각했는지 재훈에게 외쳤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남은 형사들은 본부 뒤편에 있는 문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뒤쪽에서 서 순경이 뛰어가다가 그만 따라오던 남자에게 몸을 잡히고 말았다.
“악!”
앞서가던 기룡이 서 순경의 비명을 듣고 몸을 돌려 서 순경을 잡았던 남자의 얼굴을 향해 왼쪽 주먹을 날렸다.
퍽!
남자는 뒤로 나자빠졌고, 그 틈을 타 기룡은 서 순경을 번쩍 들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고… 고마워요. 반장님.”
“인사는 있다가 하자고!”
형사들은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재훈이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다들 어떻게든 차에 타요!”
재훈은 순찰차에 오르자마자 시동을 걸고 수동모드로 전환했다. 곧 서 순경과 기룡이 차에 올랐다. 다른 순찰차에도 형사들이 올라탔으나 이내 쫓아온 남자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아악!”
“살려줘!”
비명 소리와 함께 형사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취를 감췄다.
“제길!”
재훈이 가속 페달을 밟으려 할 때였다, 정 부장이 힘들게 뛰어오고 있었다. 서 순경이 정 부장을 발견하고 재훈에게 외쳤다.
“아직 가지 마요! 부장님이에요!”
정 부장이 막 차에 오르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여자가 몸을 날려 정 부장의 다리를 물었다.
“악!”
정 부장은 차를 바로 코앞에 두고 그 자리에 털썩 쓰러져 버렸다. 기룡은 들고 있던 총으로 여자를 쐈다.
탕!
여자는 정확히 머리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기룡은 밖으로 얼른 내려가 정 부장을 번쩍 안아 들고 차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조수석에 얼른 올라타며 재훈에게 외쳤다.
“출발해!”
재훈은 최대한 깊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순찰차는 수많은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도로로 튀어나갔다. 재훈은 그 인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차를 몰았다. 거리는 이미 도망가는 사람들과 쫓아가는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로 가득 찼고, 많은 차들이 뒤엉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재훈이 운전하는 순찰차는 한 뼘도 안 되는 간격으로 아슬아슬하게 차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역주행을 시도했다. 이미 아수라장이 된 도로에서 법규를 지킨다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한참을 달려가고 있을 때 재훈이 힐끔 뒷좌석을 보며 정 부장에게 말했다.
“부장님! 괜찮으세요?”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운전에 집중해!”
옆에 있던 서 순경이 정 부장의 상처를 살폈다. 그의 다리에는 꽤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서 순경이 기룡에게 말했다.
“반장님, 차 글러브 박스에 구급상자가 있을 거예요! 좀 꺼내 주세요.”
“알았어.”
기룡이 구급상자를 꺼내 전해주자 서 순경은 정 부장의 다리를 소독하고 붕대로 묶었다.
“일단 급한 데로 응급처치는 될 거예요.”
“고마워, 서 순경.”
기룡이 재훈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일단 식물공장으로 가요.”
재훈은 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재훈 씨! 괜찮아요? 밖에 난리도 아니에요! 어디예요?”
“거기로 가고 있어요! 거기 상황은 어때요?”
“다들 지하로 대피했고 지하 주차장을 막고 있어요!”
“알았어요. 일단 최대한 빨리 가 볼 테니까 기다려요!”
“빨리 와요!”
재훈은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하며 사람들과 차 사이로 도로를 질주했다.
한참을 달린 후 식물공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 순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긴 괜찮을까요?”
“일단 가보자고.”
차가 식물공장에 가까워 오자 재훈 일행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공장 건물이 수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높은 빌딩 외벽에도 사람들이 마치 거미처럼 벽을 타고 올라가 곳곳에 깨진 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재훈이 다시 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가 되질 않았다. 스마트폰에 안테나가 뜨질 않았다.
“제길…”
기룡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안쪽 사람들은 괜찮을까?”
재훈은 잠깐 고민을 한 뒤 말했다.
“일단 들어가 보죠. 방법이 없어요.”
순찰차가 주차장 입구에 다다르자 괴물 같은 사람들이 차를 발견하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재훈과 기룡은 창문을 내리고 총을 쏘았다.타타타탕!
몇 명이 쓰러지고 그 틈을 타, 차는 주차창 안을 향해 돌진했다. 이미 주차장 안에도 변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재훈과 기룡은 계속 총을 쏘며 들어갔다.
타타탕!
그러나 곧 총알이 떨어지고 말았다. 서 순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쩌죠?”
차의 앞과 뒤에서 사람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놀란 재훈이 차로 사람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다 비켜! 비키라고! 이 괴물들아!”
그때였다.
두두두두두!
주차장 한쪽에서 문이 열리고 총을 든 대원들이 나타나 괴물처럼 변한 사람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대원들 사이로 대균이 나타나 재훈에게 외쳤다.
“일단 차에서 내려서 이쪽으로 뛰어요! 엄호할 테니까!”
재훈 일행은 차에서 내려 대원들이 있는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룡은 정 부장을 부축해서 뛰었다. 그러나 곧 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주차장 안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룡이 정 부장을 부축하느라 잘 뛰지 못하자 재훈이 그들에게 달려가 같이 부축하고 뛰기 시작했다. 대균이 모두에게 외쳤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니까, 비상계단으로 내려가!”
대원들과 재훈 일행은 지하의 프레퍼 타운으로 향하는 비상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그 순간 재훈 일행을 엄호해주려 뒤에 와 있던 대원들 중 몇 명이 뒤따라오던 사람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악!”
그들은 재빠르게 달려들어 대원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광경에 놀랐지만 계속 뛸 수밖에 없었다.
겨우 지하로 내려가는 비상계단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정 부장이 재훈에게 말했다.
“이렇게는 안 돼! 나 때문에 너무 느려. 이러다가 다 죽겠어!”
“무슨 말씀이세요! 일단 가자고요!”
재훈이 다시 정 부장을 부축하려는 순간, 정 부장이 옆에 있던 대원의 가슴팍에 달린 수류탄 하나를 잡아챘다. 그리고 자신을 부축하려던 재훈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비상계단 문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재훈에게 외쳤다.
“강 형사! 앞만 보고 뛰어! 알았지? 넌 꼭 살아야 해!”
그리고 정 부장은 비상계단의 문을 닫아버렸다.
“안 돼요! 부장님!”
재훈이 달려 나가려고 하자 기룡이 재훈을 잡아 비상계단 아래로 끄집어 내렸다.
정 부장은 힘겹게 사람들이 쫒아 오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곧 놈들은 정 부장을 보고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포위당한 정 부장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쾅쾅!
굉음과 함께 비상계단을 내려가던 사람들에게도 그 충격이 전해져 왔다. 재훈이 위쪽을 보며 절규했다.
“안 돼! 부장님! 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