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59화 (59/119)

# 59

59화 어린이날의 악몽

아직은 쌀쌀한 초봄. 환자복을 입은 재훈이 병원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옥상 출입문을 열고 젤리가 나타났다.

“여기 있었어요? 한참 찾았잖아요. 화장실 간 줄 알았더니.”

“미안해요. 병실이 하도 답답해서요.”

재훈의 어두운 표정을 본 젤리가 재훈을 끌어안았다.

“무슨 일인데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재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좀 전에 정 부장님께서 전화하셨어요. 김 선배랑 최 반장님 신원 확인을 위해 국정원에 연락을 해봤는데 답변을 거부했데요.”

“그렇겠죠. 경찰에 스파이로 심어놓은 요원인데.”

“정 부장님이 윗분들이랑 얘길 해 봤는데 그냥 업무 중 사고사로 처리하자고 했데요.”

“사고사요?”

“예. 교통사고로 처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저한테도 이번 사건에 대해선 함구하라고 하셨어요.”

“정말 어쩌면 돌아가신 두 분을 위해선 그게 오히려 최선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어떻게 해볼 수도 없고요.”

젤리가 재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 형사님, 보고 싶죠?”

“…”

“재훈 씨에게 김 형사님이 어떤 존재인지 말 안 해도 저도 알아요. 또 그 존재의 정체가 생각지도 못한 국정원 요원이라니… 재훈 씨, 뭐든지 힘들면 저한테 얘기해요. 제가 꼭 옆에서 지켜줄게요.”

“고마워요.”

계속 하늘을 바라보는 재훈의 시선 속엔 아득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몇 주 후. 재훈이 치료를 끝내고 복귀를 하는 날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재훈은 욕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말했다.

“힘내, 강재훈!”

SCCIT 본부에 재훈이 들어서자 동료 형사들이 다가와 그 어느 때보다 관심 있게 인사를 해주었다.

“강 형사,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예, 선배. 괜찮아요.”

“어, 강 형사. 오래간만이야.”

“예, 오랜만이네요.”

다들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지만 그들의 표정에선 태현과 최 반장이 없는 허전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재훈은 출근하자마자 부장실로 올라갔다. 정철민 부장이 반갑게 맞이해주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나오니까 좀 어색하지? 몸은 이제 괜찮고?”

재훈은 손바닥에 상처 자국을 만져보다가 대답했다.

“네, 이젠 괜찮아요.”

“다행이군 그래. 자리에 앉지.”

재훈이 소파에 앉자 정 부장이 따뜻한 차를 내주며 말을 이었다.

“강 형사도 복귀하고 해서 고민을 좀 한 게 있어.”

“뭔데요?”

“알다시피 강력계 현장 직들은 2인 1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잖아. 그래서 강 형사도 새로운 파트너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지. 처음엔 서 순경을 붙여줄까 생각도 해봤어. 둘이 같이 수사도 많이 해보고 했으니까.”

“서 순경이요? 서 순경은 강력계가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얼마 전에 그 고민이 해결됐어.”

“예?”

“오늘 새로운 파트너가 올 거야.”

“누군데요?”

정 부장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일단 내려가서 만나보게. 올 때가 됐으니. 아주 믿을만한 사람이야.”

“알겠어요.”

재훈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부장실을 나섰다.

재훈이 강력계로 내려오자 형사들이 수근 거리고 있었다. 재훈이 한 형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다들 들떠 있는 거 같은데요?”

“오늘 우리 새로운 반장님이 오신대.”

“새로운 반장님이요?”

“어. 소문엔 대단한 분이라고 하던데?”

“대단한 분?”

다들 현관 쪽에 누가 들어오나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정기룡 셰프가 식당에서 내려오다가 모여 있는 형사들 틈에 있는 재훈을 보고 다가왔다.

“오! 강 형사! 퇴원했네? 이제 괜찮은 거야?”

재훈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셰프, 잘 계셨어요? 전 이제 괜찮아요.”

“다행이구만. 근데 다들 왜 이렇게 웅성거리고 있는 거야?”

“오늘 새로운 반장님이 오신대요. 뭐, 소문에는 대단한 분이라고 하던데.”

“대단한 분?”

그때, 서 순경이 재훈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몸은 괜찮으세요?”

“어, 서 순경. 이제 괜찮아.”

옆에 있던 형사가 서 순경을 보며 말했다.

“우리 본부 소식통, 서 순경! 이번에 새로 오시는 반장님에 대해 뭐 아는 거 없어?”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전적도 화려하시고 특히, 성질이 좀 엄청나데요. 괴팍하기도 하고.”

“괴팍? 이상한 사람이 반장님으로 오시는 거 아냐? 걱정이네.”

그때 뒤에 있던 기룡이 말했다.

“괴팍하다… 음, 그렇게 까진 아닐 텐데.”

서 순경이 기룡 쪽으로 휙 돌아보며 말했다.

“셰프! 새로 오시는 반장님에 대해 뭔가 아시는 거 아니에요?”

기룡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긴 알지.”

형사들이 일제히 기룡을 돌아보았다. 서 순경이 재촉했다.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말고 저희한테도 알려주세요! 새로운 반장님에 대해서.”

기룡은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형사들을 쓱 둘러보며 말했다.

“그 반장님은 말이야…”

다들 기룡의 말에 바짝 집중했다.

“바로… 나야.”

다들 깜짝 놀라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예?”

“헐…”

“대박!”

“말도 안 돼.”

서 순경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예요? 셰프가 우리 새로운 반장님이세요?”

기룡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내 소개를 할게요. 어제까지 우리 SCCIT 본부의 셰프였던 정기룡입니다. 이제 오늘부로 강력반 반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다들 놀란 분위기로 어수선 함이 끝나질 않았다.

잠시 후, 강력반 형사들이 모여 정식으로 기룡의 반장 발령에 관한 발령식을 하게 되었다. 정 부장이 말했다.

“다들 놀라셨을 겁니다. 의외의 발령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현재 어수선한 우리 강력반을 위해서는 이 정기룡 반장이 최고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뽑은 거니 이 결정을 믿고 따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정기룡 반장의 인사말을 듣겠습니다.”

기룡이 긴장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동안 식당에서 여러분의 건강을 책임졌던 정기룡입니다. 많은 분들이 셰프로 알고 계실 텐데, 실은 본부 식당에서 일하기 전에 근 20년간 강력계 형사로써 일해 온 경력이 있습니다. 절대로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며, 우리 강력반을 위해 큰 힘이 될 수 있는 반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

기룡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형사들이 큰 박수로 화답을 해 주었다. 다들 업무를 위해 자리로 흩어졌다. 기룡이 재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놀랬지? 내가 오게 돼서.”

“좀 놀랬어요. 그래도 셰프가 오셔서 든든해요. 아! 이제 반장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하하. 나도 아직 셰프가 귀에 익어. 그나저나 강 형사 파트너 말이야.”

“예?”

“이건 내 생각인데. 나도 형사 일을 손 놓은 지 좀 오래돼서, 현장 감각을 좀 익히기도 해야 해서 말인데, 강 형사만 괜찮다면 당분간은 내가 파트너가 되는 건 어때?”

“반장님이 제 파트너를요?”

“싫은가?”

“아니에요. 싫긴요. 저야 좋죠.”

“그럼 다행이군. 그럼 당분간은 우리 같이 잘 해보자고.”

“예, 잘 부탁드려요. 반장님.”

재훈과 기룡은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임무를 위해, 그동안의 해킹 사건들에 대해 재훈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기룡은 재훈을 돕는 사람들을 만나길 원했다. 재훈은 원웅 일행의 의견을 들은 뒤, 기룡을 식물공장으로 데리고 갔다. 원웅 일행이 기룡을 반갑게 맞이 해주자 기룡도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동안의 얘기는 강 형사를 통해 들었습니다. 이런 훌륭하고 대단한 분들이 강 형사를 돕고 계셨다니 든든하네요.”

원웅이 기룡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반장님께서 저희를 찾아오신 진짜 목적은 뭡니까? 그냥 얼굴만 보러 오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잘 보셨습니다. 오늘 저는 강 형사의 파트너로서 여기 온 겁니다. 해킹 사건을 어떻게 하면 풀어 나갈 수 있는지 여러분의 조언을 듣고자 온 겁니다.”

다들 모여서 해킹 사건에 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 얘기를 듣던 기룡이 말했다.

“그 놈들의 우두머리인 심천우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을 까요?”

그때 뭔가 곰곰이 생각을 하던 정욱이 입을 열었다.

“확실한 건 아닌데요…”

다들 정욱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욱은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쩌면 조만간 심천우를 직접 볼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재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뭐예요? 일단 말해보세요.”

“그러니까, 제가 오경수6이었던 시절, 제가 놈들의 연구소에 있을 때 들었던 일종의 ‘찌라시.’가 있었습니다.”

핑크레드가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찌라시? 연예인 증권가 찌라시, 뭐 그런 거?”

“예. 저희 조직 내에도 일종의 찌라시가 있었어요. 주로 심천우를 경호하던 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였는데. 심천우에 관한 찌라시였어요.”

“흥미롭겠군. 어서 말해봐.”

“원래 심천우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전해지지도 않고 조직 내에선 말해서도 안 되는 건데 이런 이야기가 돌더군요. 심천우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데요. 그래서 외아들로 자라난 심천우는 유독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다고 해요. 심천우의 어릴 적 소원은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보는 거였는데 그러질 못했었다가 어느 해 어린이날, 부모님이 그런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놀이공원을 가던 차 안에서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게 됐고 그러던 와중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부모님이 사고 현장에서 돌아가시게 됐데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결국 어린 심천우의 소원이 이뤄지지 못한 거군.”

“그렇죠. 그래서인지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심천우는 놀이공원에 간다고 해요.”

재훈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놀이공원에요?”

“예.”

핑크레드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어린이날도 간다는 얘긴가? 그럼 거기서 잡으면 되겠네.”

원웅이 말했다.

“에이, 심천우가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간다고 해도 얼굴을 모르는데 어떻게 잡아?”

그러자 재훈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니에요.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다들 놀래서 재훈을 바라봤다. 젤리가 물었다.

“재훈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잡을 수 있다니?”

“심천우가 공개된 자리에 혼자 갈 리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래도 거대 조직의 수장인데 경호하는 부하들은 같이 가겠죠. 거기다가 심천우의 최측근이 우리가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면?”

핑크레드가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도예!”

“맞아요. 심천우가 움직이면 도예도 움직일 겁니다. 우린 도예와 함께 있는 남자를 잡으면 되는 거예요.”

기룡이 정욱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그 찌라시는 믿을 만한 겁니까?”

“꽤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 말을 전해준 사람이 심천우의 개인 비서였거든요.”

재훈이 말했다.

“그렇다면 믿어 볼 필요는 있을 거 같아요. 까짓것 갔다가 없으면 그냥 오면 되죠.”

기룡이 말했다.

“강 형사, 그럼 어린이날 작전을 짜 보자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 재훈과 기룡, 서 순경, 그리고 8명의 형사가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놀이공원에 CCTV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황실로 찾아갔다. 기룡이 말했다.

“놀이 공원 측과는 사전에 얘기가 되어서 그 도예라는 여자의 몽타주를 시스템에 대조할 수 있도록 입력해 놓았어. 서 순경은 여기 상황실에서 CCTV를 보면서 시스템 대조 상황을 체크하고, 만약 시스템이 그 도예라는 여자를 찾아내면 즉각 위치를 우리에게 알려줘.”

“예, 반장님.”

“그럼 나머지 인원은 각각 구역별로 수색하도록 해. 도예라는 여자의 몽타주를 잊지 말라고.”

“예!”

“그럼. 놀이공원이 오픈하는 오전 9시부터 수색을 시작한다.”

9시가 되자 놀이공원이 오픈을 했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엄청난 인파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재훈이 그 인파를 보며 기룡에게 말했다.

“역시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네요. 놈을 찾기 쉽진 않겠어요.”

“별 수 있나. 그래도 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니까 찾아봐야지.”

“그나저나 정 부장님은 어떻게 설득하신 거예요? 놈이 나타날 거란 추측만으로는 8명이나 되는 인원을 지원해 주실 분이 아닌데.”

기룡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게 다 이 새로운 반장님의 능력 아니겠어?”

“좋네요. 강한 파워가 있는 반장님을 모시게 돼서.”

“파워 하면 나지! 이번에 관절 시스템을 더 강한 걸로 업그레이드했다고!”

기룡이 왼팔을 걷어 보여주려고 하자 재훈이 말리며 말했다.

“참으세요! 그러다가 반장님의 번쩍이는 그 무쇠 팔을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너무 눈에 띄게 된다고요!”

“아, 그런가? 하하.”

시간이 꽤 흘러 1시가 됐다. 형사들은 상황실로 모여 도시락을 먹었다. 기룡이 서 순경에게 물었다.

“시스템에선 아무 반응 없어? 잘 지켜보고 있는 거지?”

서 순경이 지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눈알 빠지게 화면을 돌려보고 있는데 아직 반응이 없어요. 혹시 놈들이 마스크라도 쓰고 오면 어쩌죠?

재훈이 말했다.

“우리 몽타주 대조 시스템은 얼굴의 일부분만 보여도 찾아내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놈들이 정말 오늘 나타날까요?”

“나타나길 기대해야지.”

“오늘 놀이공원 밤 10시까지 한다는데요. 그때까지 계속 대기하실 거예요?”

기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형사는 모름지기 끈질겨야 하는 법이라고!”

“와… 지겹다.”

도시락을 다 먹은 기룡이 형사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또 시작해볼까?”

다들 피곤한 표정으로 다시 놀이공원 현장으로 향했다.

저녁 8시 무렵.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다. 상황실에서 화면을 보던 서 순경이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몽타주 시스템에 알림이 울렸다. 서 순경이 깜짝 놀라 화면을 주시했다.

‘대조 인물 출현. 일치 확률 87%.’

서 순경이 황급히 형사 팔찌로 무전을 쳤다.

“입구에서 회전목마 쪽으로 용의자 출현했습니다!”

무전을 받은 재훈과 기룡이 입구 쪽으로 급히 이동했다.

그 시각, 천우는 도예와 함께 회전목마를 지나가고 있었다. 천우가 말했다.

“난 말이야, 이렇게 사람들로 가득 찬 놀이공원이 좋아. 안 그런가?”

“전 개인적으로 이렇게 너무 복잡한 건 싫습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니까요.”

“기다리기가 지루하다? 그건 어쩌면 보통의 가족들이 누리는 사치와 같은 말이지. 오늘 같은 날 이곳에 오지 못하고 그 지루함을 간절히 바라는 어린이들도 있다네.”

그때였다, 도예의 시선에 재훈이 보였다. 도예는 깜짝 놀라 천우에게 말했다.

“피하셔야겠습니다. 강 형사가 여기 있습니다.”

도예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의 육감으로 주변에 형사들이 둘러싼 채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제길, 이미 형사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오늘 같이 즐거운 날에 이런 걸 하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지.”

순간 천우는 옆을 지나가던 한 여성을 붙잡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읍!”

여자는 당황하면서 키스를 당했다가 천우의 몸을 밀치며 말했다.

“뭐야! 당신 미쳤어?”

갑자기 여자는 말을 하다가 마치 얼음땡이라도 하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마침 도예와 천우에게 다가오던 재훈이 그들을 발견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잡는구나. 심천우.’

그때였다. 방금 천우에게 키스를 당했던 여자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재훈의 앞에 있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쿵!

“악!”

넘어졌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공격한 여자에게 외쳤다.

“뭐야! 미친 여자야? 왜 이래?”

그러나 그 여자는 행동이 어딘가 기괴해 보였다. 순간 여자는 그 남자에게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꺄악!”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며 일대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재훈은 그 난리 통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이미 천우와 도예는 사라진 후였다.

“제길!”

그때 기룡이 재훈에게 외쳤다.

“강 형사! 저길 봐!”

그곳엔 방금 남자를 넘어뜨렸던 여자가 마치 사자가 사냥을 하듯 남자의 몸을 이빨로 마구 물어뜯고 있었다. 재훈은 깜짝 놀라 외쳤다.

“뭐야! 대체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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