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47화 (47/119)

# 47

47화 완벽한 미끼

식물공장으로 돌아온 재훈은 원웅에게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받은 셀카를 보여주며 말했다.

“제 생각이 맞다면 분명 이 사진 속의 남자가 신민영의 아들이고,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일 겁니다.”

옆에 있던 핑크레드가 말했다.

“대단하네, 강 형사. 이 사진은 또 어떻게 구했어? 공항 CCTV들 전부 삭제된 거 아니었어?”

“네, 맞아요. 신민영이 나오는 부분만 교묘히 삭제돼 있었죠. 그런데 그 CCTV들을 훑어보다 보니까 없어진 부분이 오히려 더 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가상의 동선을 따라가 봤더니 그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이 셀카를 찍는 장면이 보였어요.”

“대단해, 괜히 SCCIT의 형사가 아니군 그래.”

“아니에요. 그냥 감으로 잡은 거예요.”

“그것도 능력이야.”

원웅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우리가 뭘 하면 되죠?”

재훈이 모니터에 셀카를 띄우며 말했다.

“우선 이 사진 속 남자의 정보를 알아야겠죠. 그리고 타깃이 맞다면 미끼를 던져서 잡아야죠.”

“미끼요?”

“예, 놈들이라면 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그것. 그걸 미끼로 던지는 겁니다. 저 사진 속 남자가 신민영의 대타라면, 그도 반드시 그 미끼가 필요할 거고…”

“그 미끼라면, 리턴 오메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하지만 아직 완벽한 상태의 리턴 오메가를 구할 수는 없어요.”

“바로 그겁니다.”

“예?”

“놈들도 완벽한 형태의 리턴 오메가를 본 적이 없으니 그 부분을 속이는 거죠.”

“속인다고요? 어떻게요?”

“공개된 리턴 오메가 소스에 제가 가지고 있는 소스를 더하고, 나머지 부분은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놈들에게 보여 주는 거죠.”

“놈들이 속을 까요?”

“속을 겁니다. 반드시!”

재훈은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며칠 후, 식물공장 연구소에 재훈 일행이 모였다. 대균 대장도 올라와 있었다. 재훈이 일행들을 둘러본 후 스크린에 한 젊은 남자의 사진을 띄우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성규가 공항 엑스레이 검색대를 해킹했어요. 그들의 공항 탑승 기록과 CCTV 기록이 지워졌다고 했잖아요? 반대로 생각을 해 본거죠. 다른 사람은 실명으로 기록이 남아 있을 테니 실명 기록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태현이 말했다.

“신민영과 그 동승자뿐이었겠군.”

“그렇죠. 그래서 실명 확인이 안 되는 검색대 엑스레이 두 장을 구해다가 유전적으로 골격이 닮았는지를 확인해 본거죠. 확인 결과 친 모자 관계일 확률이 83%라고 나왔어요.”

“신민영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겠군, 확실한 미끼는 있고?”

재훈이 스크린에 파일을 하나 띄운 후 말을 이었다.

“이건 저와 젤리 씨와, 원웅 씨, 그리고 성규가 함께 만든 완벽한 형태의 ‘리턴 오메가.’입니다. 물론 진짜는 아니고, 저희가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가짜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에, 놈들은 반드시 이 미끼에 속아 넘어갈 겁니다.”

대균이 말했다.

“이 회의에 저를 부른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재훈이 스크린에 한 건물 사진을 띄우며 말했다.

“이번엔 대균 대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번 작전은 원래 SCCIT 주체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었지만, 상부의 명령으로 현재 저희는 놈들과 관련된 일체의 수사에 공식적으로 합류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마 추측컨대 경찰청 내부에도 놈들의 손이 뻗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균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경찰 내부에 적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필요한 게 뭡니까?”

“우선 스크린에 보시는 건물은 파주에 있는 한 폐공장입니다. 주변엔 민가가 없어서 놈들과 만약 교전이 일어나더라도 괜찮은 장소입니다. 이곳에 미끼를 놓을 생각입니다. 전투 드론을 곳곳에 배치시키고, 필요한 부분에 저희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엄폐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놈이 미끼를 물고 이곳으로 오게 되면 미리 준비해둔 장비와 인력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거죠.”

태현이 말했다.

“만약 놈들이 온다면, 더군다나 그렇게 중요한 신민영의 아들이 직접 온다면, 분명히 그를 지키기 위해 도예라는 미친 여자가 부하들을 끌고 올 가능성이 클 텐데, 그렇다면 거의 전쟁영화를 찍게 될지도 몰라.”

잠시 고민을 하던 재훈이 말했다.

“맞습니다. 대규모의 총격전이 펼쳐질지도 모르죠.”

대균이 물었다.

“이 작전의 주요 목적은 뭡니까?”

“이 남자를 생포하던지 그 펩스를 해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일당은 사살해도 좋습니다.”

핑크레드가 물었다.

“그나저나, 이 블록버스터 급 작전을 펼치면 분명 뉴스에 나오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 펼쳐질 텐데, 대체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거야? 이건 말도 안 되는 작전이라고.”

재훈이 자신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일행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모든 작전의 자본적 지원과 뒷감당은 저희 SCCIT 본부의 본부장님과, 그와 관련된 믿을만한 분들이 하시기로 했습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그리고 본부에서 몇 명의 형사들이 지원을 나오기로 했습니다. 우리 형사들을 제외한 인력은 본 작전에는 투입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저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니까요. 대균 대장님은 장비들을 설치하고 철수해 주시면 됩니다.”

대균이 말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저희가 장비만 설치하고 철수하는 것보단, 직접 참여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리 장비를 우리보다 더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들도 없을뿐더러, 더군다나 그렇게 중요한 작전이라면 한 명이라도 더 인력이 필요할 거 아닙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동안 지하에서 농사만 지었더니 몸이 좀 근질거리기도 하고요.”

재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작전은 위험한 작전입니다. 민간인 중에서 사상자가 나게 할 수는 없어요.”

“민간인이요? 아직 저희 대원들에 대해 모르시는군요. 저희는 중동 지방에 굵직굵직한 대테러 작전을 수행했던 특수부대원 출신들입니다. 오히려 이런 간단한 작전은 저희에겐 식은 죽 먹기죠. 만약, 사상자가 난다고 해도,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상대해야 할 조직이 그동안 펩스 해킹과 관련된 놈들 아닌가요? 그렇다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싸워야 할 명분은 확실해지는 겁니다.”

가만히 얘기를 듣던 태현이 재훈에게 말했다.

“인력이 더 필요한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대균 대장님 말씀에 일리가 있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잘 훈련된 저런 동료들이라고 생각해.”

재훈이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대균 대장님과 대원들이 합류하시는 걸로 결정하죠. 대신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작전을 짜는데 도와주십시오.”

대균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나저나 우리의 총지휘는 강 형사님이 하실 거죠?”

“그건 여러분과 논의를 해 봐야…”

그때 태현이 재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당연히 강 형사가 총지휘를 해야지. 이 작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니, 선배.”

“아니야, 적임자는 강 형사 너 밖에 없어. 잘 해낼 거고. 걱정 마! 내가 뒤에서 잘 보좌해 줄 테니까.”

“그럼, 알았어요.”

다들 작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작전 당일, 재훈이 식물공장의 지하 창고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금일, 금요일 저녁에 파주 공장에 각종 엄폐물과 무기들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내일, 토요일 저녁에 놈들을 유인해 접선하기로 합니다. 놈들이 올지, 안 올지, 얼마만큼의 인력과 장비로 올진 예측 할 수 없습니다만, 미리 짜인 대로 잘 진행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전의 목적은 사진으로 나눠드린 이 20대 남자의 생포가 목적입니다. 나머지 명령은 나눠드린 통신장비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최대한 우리에게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균이 재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우리 장비 현황입니다. 우선 형사 9명 투입. 특수부대원 24명 투입. 전투 드론 6기, 스파이 드론 6기입니다. 그리고 여분을 포함한 무기들 목록은, XMK-16 소총 40정, XMK-23 권총 40정, XP-90 20 정입니다. 그리고 엄폐를 위한 방탄판 세트가 45개입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현장에 준비를 끝내고 대기하도록 하죠.”

젤리가 재훈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재훈 씨만 보낼 순 없어요. 저도 가고 싶어요.”

재훈이 젤리를 안아주며 말했다.

“꼭 돌아올게요. 약속해요.”

“알았어요.”

원웅이 재훈에게 다가와 헤어밴드 모양의 장치를 주며 말했다.

“여차하면 이걸 그놈 머리에 씌우고 이 버튼을 누르세요. 이걸 통해 놈의 펩스에 든 자료를 해킹해서 복사할 수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재훈과 대원들을 태운 차들이 식물공장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젤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다들 무사히 돌아오세요.”

토요일 저녁, 공장에 각종 장비를 설치한 재훈 일행은 각자의 위치에 대기하고 있었다. 재훈은 공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태현이 무전으로 재훈에게 말했다.

“놈이 정말 나타날까?”

“리턴 오메가가 있다고 미끼를 던져 놨으니 나타날 거예요.”

“슬슬 지루 해지는데.”

“기다려보세요.”

시간은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 영하의 날씨로 다들 지쳐가고 있을 때였다. 공장 앞으로 바이크 한 대가 오더니 멈춰 섰다. 몰래 그 상황을 보던 대균이 대원들에게 무전을 날렸다.

“목표물 접근! 다들 대기해!”

다들 총을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바이크를 타고 온 남자는 헬멧을 쓰고 가방을 짊어진 채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대원들은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봤다. 남자가 다가오자 재훈이 몸을 숨긴 채, 확성기로 말했다.

“헬멧을 벗고 얼굴을 보여줘! 신민영의 아들!”

남자는 순순히 헬멧을 벗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함정치곤 잘 꾸며 놨군. 그런데, 내가 신민영의 아들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그녀의 아들이고, 그 후계자이니까 이렇게 직접 움직였겠지. 그것보다 당신은 어머니를 너무 많이 닮았어.”

남자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해. 대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내 가방 안엔 이곳을 한방에 날리고도 남을 만한 폭탄이 있으니까. 리턴 오메가를 내놓으시지.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져갈 테니까.”

“너도 네 엄마처럼 목표를 한번 정하면 포기하지 않나 보지?”

남자는 재훈의 말이 듣기가 안 좋은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신민영과 난 아무 관계가 없어. 어서 리턴 오메가나 내놓으시지. 다 죽기 전에 말이야.”

재훈이 상대를 더 자극하기 위해 말을 이었다.

“너희 엄마 말이야, 죽기 전에 나랑 같이 있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워. 그런 끝내주는 여자가 죽다니 말이야.”

순간 남자가 화를 내며 외치기 시작했다.

“자꾸 엄마 얘기는 하지 말란 말이야! 이 새끼야!”

그러자 재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신민영 아들이 맞군!”

재훈은 재빨리 구석에서 튀어나온 뒤, 남자에게 달려들어 그를 넘어뜨렸다. 곧 대원들도 그 뒤를 따라 달려 나왔다. 재훈이 남자를 넘어뜨린 채 외쳤다.

“이 가방부터 벗겨서 처리해!”

재훈은 넘어진 남자의 가방을 벗기려 애를 쓰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다 죽었어! 같이 지옥으로 가자!”

남자가 들고 있던 원격 장치로 가방을 터뜨리려는 순간 재훈이 남자의 가방을 벗겨 전투 드론에 매달아 바깥으로 날려 버렸다. 드론이 바깥으로 날아가자마자 가방이 폭발했다.

펑펑!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탄이 터지자 전투 드론이 산산조각이 났다. 재훈과 대원들은 그 폭발을 보며 놀랐다. 재훈이 남자를 제압한 채 말했다.

“미친놈! 같이 죽으려고 한 거야?”

남자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하하하! 벌써 겁먹은 거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다!”

그때 어디에선가 미사일이 날아와 공장 안으로 뚫고 들어왔다. 그 미사일은 공장 안으로 들어오자 6개로 갈라져 뿔뿔이 흩어져 날아갔다. 그걸 본 대균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다들 조심해! 대인 추적 미사일이다!”

순간 6개로 갈라진 미사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정확하게 쫓아가기 시작했다. 놀란 대원들은 그걸 피하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퍼퍼퍼퍼퍼펑!

폭탄들은 정확하게 대원들을 맞춰 폭발했고 다들 손도 못 써 본채 당해 버렸다. 재훈의 밑에 깔린 남자가 말했다.

“흐흐흐. 33명 중 6명이 죽었으니 27명 남았나?”

재훈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

다시 밖에서 미사일 두 개가 안으로 날아들어 왔다.

슈슛!

그 미사일도 각각 여섯 개로 흩어지더니 대원들을 추적해 쫓아가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어떻게든 떨쳐 보려고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두두두!

두두두!

그러나 미사일은 정확하게 대원들을 명중시켜 버렸다.

퍼퍼퍼퍼퍼펑!

퍼퍼퍼퍼퍼펑!

대원들은 비명소리 하나 지르지 못하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12명 처리, 이제 15명 남았군!”

재훈은 그 참사를 보며 아무 손도 못 써보고 있었다. 대균이 외쳤다.

“드론을 띄워! 어떻게든 미사일을 막아야 돼!”

대원들은 전투 드론 5기와 스파이 드론 6기를 띄워 밖으로 날렸다.

위이이이잉!

스파이 드론들은 밖으로 나가 미사일이 날아오는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전투 드론은 사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론을 조종하던 대원이 무전을 날렸다.

“동북 방향에서 수상한 차량 접근 중! 미사일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잠시 후, 드론들 위로 까만색 드론 세 대가 날아와 미사일을 쐈다.

슈우우웅!

퍼퍼퍼퍼펑!

재훈이 무전으로 외쳤다.

“지금 폭발음 뭐예요! 드론들, 뭐 잡히는 거 없습니까?”

드론을 조종하던 대원이 무전으로 대답했다.

“드론들이 격추됐습니다! 자… 잠깐! 살아남은 3번 전투 드론으로부터 시각 정보 확인! 맙소사! 스텔스 드론들 출현!”

“뭐라고요!”

“상대방 드론들이 스텔스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우리 드론들의 레이다가 놈들을 잡지 못합니다!”

슈슈슝!

펑펑!

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재훈의 이어폰에 울렸다.

“아군 드론 전멸! 전멸!”

잠시 후, 공장 안으로 연막탄 여러 개가 날아 들어왔다.

푸풍!

곧 자욱하게 연기가 깔리자 대원들은 당황하며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대균이 외쳤다.

“침착하게 자리를 지켜! 적외선 안경 쓰고!”

그러나 대원들이 대응을 할 틈도 없이, 쳐들어 온 사내들이 적외선 안경으로 대원들을 살핀 후 정밀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아악!”

“악!”

뿌연 안갯속에서 여기저기 대원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연기를 뚫고 누군가가 다가와 재훈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말했다.

“총을 내려놓으시지! 강형사!”

재훈은 어쩔 수 없이 총을 바닥에 던졌다. 재훈에게 총을 겨눈 자가 적외선 안경과 마스크를 벗었다. 그것은 도예였다. 도예가 재훈에게 말했다.

“준비는 많이 한 것 같은 데, 어쩌나. 우리 장비가 훨씬 더 좋은가 보네.”

재훈이 주위를 둘러보자, 대원들은 거의 죽고 현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도예가 재훈에게 잡혔던 남자를 일으켜 주며 말했다.

“도련님, 조심하라고. 그러다가 죽을 뻔했잖아.”

남자는 재훈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쳤다.

퍽!

“윽!”

남자는 재훈을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개자식! 우리 엄마에 대한 복수다. 죽어라!”

남자는 도예에게서 총을 뺐어, 재훈에게 겨눴다. 태현이 옆에 잡혀 있다가 외쳤다.

“안 돼!”

남자는 태현을 한번 쓱 쳐다본 후 재훈에게 말했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 외롭지 않게 저 놈도 함께 죽여줄 테니까.”

재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탕!

“악!”

순간 남자가 손을 잡고 쓰러졌다. 바로 그때, 누군가 쓱 나타나 남자의 뒤에서 그의 목을 조른 채 머리에 총을 겨눴다. 도예가 움찔하며 남자 뒤에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방탄 헬멧 사이로 핑크색 머리가 휘날리고 있었다. 도예가 그 머리카락을 보며 말했다.

“너… 넌, 핑크머리?”

핑크레드가 마스크를 내리며 도예에게 말했다.

“어이, 미친년. 잘 지냈어? 또 보게 되네.”

두 여자는 불꽃이 튀길 것 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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