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43화 공생관계
재훈과 태현은 김용빈 사장을 자신의 차로 데려다 놓았다. 재훈이 차의 ECU와 블랙박스를 초기화시키며 태현에게 말했다.
“깨면 많이 혼란스럽고, 뭔가 겪은 것 같은데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진 못할 거예요.”
태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정말 들키진 않겠지?”
“분사식 주사기[1]를 사용했고, 약물도 체내에서 자연 소멸될 테고, 증거는 절대 남지 않을 거예요.”
『각주[1] 분사식 주사기: 일명 바늘 없는 주사기로, 약물을 높은 압력에 의한 제트 에어로 순식간에 피하조직에 분출하는 주사기이다.』
“다운로드한 자료가 분석하는데 며칠 걸린다고 했으니까 일단 기다려 보죠.”
“진짜 궁금하네. 대체 어떤 내용이 있는 건지.”
“차차 알게 되겠죠. 그만 가요. 누가 보겠어요.”
재훈과 태현은 김 사장의 차에서 나와 황급히 자리를 떴다.
며칠 뒤, 토요일. 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다. 재훈이 태현과 함께 식물공장의 연구소로 들어서며 말했다.
“와, 정말 춥네요.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것도 오랜만에 보고요.”
젤리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밖에 춥죠? 여기 있으면 전혀 추운지 모르겠어요. 창문을 보면 저렇게 눈이 많이 내렸는데 여기는 이렇게 따뜻하잖아요. 좀 신기해요.”
재훈이 말했다.
“그러게요. 여기 들어오니까 마치 얼음나라 안에 있는 사우나에 온 것 같네요.”
태현이 잠바를 벗으며 말했다.
“전에 김 사장한테서 받은 자료 중에 뭐 좀 건진 거 있어요?”
원웅이 수많은 파일들을 모니터에 띄우며 말했다.
“기대 이상입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자료들이 가득하더군요.”
핑크레드가 커피와 과자를 내오며 말했다.
“다들 커피 좀 마시면서 느긋하게 보라고. 아마 마음의 준비들을 단단히 해야 할 거야.”
재훈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아니 뭘 봤길래, 그렇게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된다는 거예요?”
“일단 보라고.”
원웅이 스크린에 자료를 띄우며 말했다.
“예상대로 김용빈 사장은 대단한 인물이더군요. 펩스 개발 당시 복제 인간을 쓴 것도 사실이고, 그걸로 일약 스타가 되었어요.”
재훈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역시 그랬군요. 그렇지만 어떻게 김 사장은 복제인간을 이용한 불법 실험을 몰래 할 수 있었을까요? 분명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을 텐데.”
“그건 이 자료를 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스크린에는 어떤 명단이 비쳤다. 원웅이 말을 이었다.
“이 자료는 김 사장이 로비를 한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자료입니다. 꽤 이름 있는 국회의원들과 대기업 간부들의 이름들로 가득 차 있죠.”
재훈이 명단을 보며 말했다.
“그 당시 펩스의 실험 성공이 저들에게 무슨 이윤이 있었길래, 저렇게들 많이 김 사장의 로비에 응하고 도와줬을까요?”
태현이 뭔가 비꼬듯이 말했다.
“저 사람들이 펩스 실험을 성공하게 도와준 대가로 큰돈을 받기로 했겠지.”
원웅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들은 단순히 펩스나 그것으로 인한 이윤에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예? 그러면 뭐에 관심이?”
“이 자료들을 보시죠.”
태현이 자료들을 보다가 투정 부리듯 말했다.
“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쉽게 설명 좀 해주세요.”
원웅이 자료들을 보기 좋게 정렬하였다.
“쉽게 요약해 드리자면 김 사장과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서로 공생관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훈이 물었다.
“공생관계요?”
“김 사장은 실험에 성공하기 위해, 몰래 불법 복제인간 실험을 할 장소와 자본, 인력을 제공받고, 김 사장을 도와준 사람들은 각각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 거죠.”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요?”
“지금부터 보여 드리는 자료를 잘 보시죠. 펩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6년 전을 기준 시점으로 전후의 식품회사 매출을 비교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유심히 보던 재훈이 말했다.
“어? 특정 회사의 매출이 펩스가 보급되고 난 후 많이 증가했네요?”
원웅이 과자 한 개를 집어 들며 말했다.
“여러분 이 과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들 이 과자 좋아하시고 잘 사 먹죠?”
태현이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당연하잖아요. 맛있으니까 잘 사게 되죠.”
원웅이 과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만약 이 과자를 사게 되는 이유가 여러분의 의지가 아니라 펩스가 시킨 거라면요?”
순간 재훈과 태현의 표정이 굳었다. 태현이 남은 과자 조각을 손에서 놓으며 말했다.
“에이, 말도 안 돼. 어떻게 펩스가 과자를 사 먹으라고 시켜요? 우리가 무슨 꼭두각시도 아니고.”
재훈이 스크린의 자료를 보며 말했다.
“말이 되네요. 전에는 이렇게 많이 팔리던 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분명 펩스가 보급된 후로 많이 팔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는 과자가 됐잖아요?”
원웅이 웃으며 말했다.
“강 형사님, 잘 보셨습니다. 기업들은 김 사장을 돕는 대가로 자신의 제품을 사게끔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펩스에 몰래 프로그래밍되도록 제공받은 겁니다. 태현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했다.
“그… 그럼, 정말로 제가 여태껏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펩스에 몰래 깔린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 과자를 사 먹었었단 말이에요? 말도 안 돼. 아니 기업들은 대체 왜 그런 프로그램까지 쓰게 된 거죠? 이윤을 위해서?”
원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이윤을 위해서죠. 2020년이 들어서면서 많은 회사들이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특히 식품 회사들의 사정은 더 했죠. 획기적인 식품은 더 이상 개발할 종류도 없었고, 이미 기업들은 만드는 수준들이 비슷했고, 서로 시장을 뺐고 뺏기는 춘추전국시대였었죠.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제품이 많이 팔릴 방법이 필요했는데, 그때 김용빈 사장이 자신의 불법 실험을 도와주면 그 대가로 사람들이 제품을 사게끔 유도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겠다고 한 겁니다.”
재훈이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군요. 그러면 기업들은 그렇다 치고 국회의원들은 대체 뭘 제공받은 거예요?”
그때 태현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혹시 펩스에 과자를 사 먹도록 몰래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국회의원 자신들을 강제로 지지하게끔 프로그래밍된 거예요?”
원웅이 웃으며 말했다.
“빙고! 하지만 투표까지 강제로 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로직이 훨씬 더 복잡하거든요. 대신 호감도가 끌리게 끔은 할 수가 있었죠.”
원웅이 스크린에 한 자료를 띄우자 재훈이 그걸 보고 말했다.
“이건? 국회의원 당선 현황 표네요?”
“그렇습니다. 국민들은 자기가 왜 특정 후보에게 끌리는지도 모른 채 투표를 해왔던 겁니다. 대신 강제적이지는 않은 프로그램인지라, 가끔 투표 결과가 의도한 바와는 다른 때가 있기도 했었죠.”
“세상에. 거의 나라 전체를 기업인이나 국회의원들 마음대로 주무르는 거였네요.”
핑크레드가 한마디 했다.
“이거 우리가 무슨 무선조종 로봇도 아니고, 그동안 저런 놈들에게 농락당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치가 떨리는구만!”
원웅이 말했다.
“그런데 김 사장의 자료를 검토하던 중 더 놀라운 걸 발견했습니다. 아마 이게 카사노바와 관련된 걸로 보입니다만…”
다들 원웅이 보여 준 자료를 더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원웅이 말했다.
“이 부분은 제가 혼자 해석하기가 힘들어서 성규와 젤리 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재훈이 말했다.
“이건 도대체 뭐예요? 글자도 아니고 도형도 아니고.”
원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건 성규가 거의 대부분 풀어낸 거니까 성규의 설명을 듣도록 하죠.”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완전히 해석할 수는 없었지만, 이건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프로그램 같아요. 앞서 과자를 사거나 했던 건 행동 제어라기보다는 흥미 유도 정도의 프로그램인데 이건 아예 행동 제어가 가능한 프로그램이에요. 분명 아직까지 기술로 인간의 뇌를 제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라면 가능해요.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이 가능했는지 다른 자료들도 검토했지만, 알 수가 없었어요.”
재훈이 놀라며 말했다.
“인간의 행동을 제어한다고? 그럼 자신의 의지가 없어도 이 프로그램만으로 사람을 로봇처럼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말이야?”
“예. 팔을 올린다던지, 내린다던지,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어요.”
태현이 물었다.
“그 프로그램을 써서 그런 움직임이 가능하단 걸 어떻게 증명하지? 단지 해석만 그렇다는 거 아냐?”
성규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짓자, 원웅이 의미 있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그럼, 실제로 가능한지 우리 실험해 볼까요?”
잠시 후, 태현이 의자에 앉아 머리에 무선 헬멧 같은 장치를 쓰고 있었다. 그는 무척 긴장한 표정으로 떨면서 원웅에게 말했다.
“이거, 잘못되거나 그러진 않겠죠?”
“걱정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성규가 말했다.
“준비됐어요.”
재훈 일행이 긴장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원웅이 말했다.
“그 프로그램을 지금 김 형사님의 펩스에 설치했습니다. 이제 제가 이 버튼을 누르면 김 형사님의 오른팔이 위로 올라갈 겁니다.”
원웅이 잠시 태현을 바라보다가 키보드를 눌렀다. 그러자 태현의 오른팔이 정말로 쓱 하고 올라갔다. 태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와! 이거 말도 안 돼! 난 팔을 아예 안 올릴 작정을 했는데, 어떻게 올라간 거지?”
원웅이 키보드를 누르며 말했다.
“이제 오른쪽 발을 올릴 겁니다.”
원웅의 말이 끝나자마자 태현의 오른발이 위로 펴지며 올라갔다. 태현이 또 놀라며 외쳤다.
“내리고 싶은데 내려지지가 않아!”
재훈이 놀라며 말했다.
“선배, 지금 혹시 쇼하는 건 아니죠?”
태현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야! 넌 이게 지금 장난으로 보이냐?”
원웅이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쇼 인 것 같으면 다음 행동을 보시죠.”
원웅이 다시 키보드에 뭔가를 입력하자 태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태현이 계속 놀라며 말했다.
“말도 안 돼! 내가 걷고 있다니!”
한쪽 구석으로 간 태현이 성큼성큼 몇 발자국을 걷더니 체조 선수처럼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리고는 연속으로 손을 대지 않고 공중제비를 두 번 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맞은편 방구석으로 간 태현은 작게 도움닫기를 한 후 공중으로 날아올라 몸을 비틀어 3번 회전을 한 후 바닥에 착지했다.
재훈 일행은 다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웅이 키보드로 태현의 펩스에 깔린 프로그램을 중지시키자, 태현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며 말했다.
“아…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 어떻게 내가 이런 어려운 걸 하다니.”
재훈과 젤리가 얼른 태현을 부축해주며 의자에 앉혔다. 핑크레드가 말했다.
“세상에 사람을 강제로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수준의 프로그램이잖아?”
잠시 시간이 흐른 뒤, 태현은 물을 마시며 겨우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재훈이 원웅에게 말했다.
“도대체 김용빈 사장은 이런 프로그램으로 뭘 하려고 한 거죠? 사람들을 조종해 세계라도 정복하려고 했던 걸까요?”
“정확한 건 알 수가 없어요. 단지 이 프로그램만 발견한 거니까. 이것과 관련된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젤리가 말했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재훈 씨 말처럼 놈들이 전 세계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원웅이 뭔가 생각한 뒤 말했다.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지만 이게 또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방금 전 김 형사님을 제어할 때도 이 연구소의 서버가 오버클릭할 정도로 과부하 상태였거든요. 대규모의 사람들을 제어할 만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핑크레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면 소수의 사람들을 제어해서 범죄를 일으키거나 하려고 했겠지.”
태현이 겨우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아까 내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을 때, 끔찍하더라고.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내 몸이 멋대로 움직이다니. 어쨌든 이 제어 기술이 나쁜 일에 쓰인다면 큰일이 벌어질 것은 건 확실해.”
재훈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전 세계 펩스 보급률이 73%가 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거라면 전 세계 누구라도 타깃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젤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소수를 제어한다고 해도 놈들이 잘만 이용한다면 꽤 심각한 수준의 범죄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재훈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맞아요. 어쨌든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안 이상,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을 빨리 더 조사해 봐야 해요.”
태현이 말했다.
“뭐부터 조사하지?”
곰곰이 생각을 하던 재훈이 말했다.
“우리 힘만으론 안돼요. 우선 정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김용빈 사장을 정식으로 잡아들여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것부터 시작하죠.”
“오케이! 그럼 부장님께 말씀드려 보자고.”
그다음 주 월요일, SCCIT 본부 부장실. 재훈과 태현이 정철민 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들은 정 부장이 뭔가 고민을 하다가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자네들 말은 우선 김용빈 사장을 잡아들여야 한다 그건가?”
태현이 대답했다.
“예.”
“도대체 무슨 혐의로 잡아들인단 말이야?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을 발견했다고 치자. 그걸로 정말 범죄를 일으킨다는 보장이 있나?”
재훈이 답답한 듯 말했다.
“부장님, 항상 부장님은 형사는 사소한 것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오셨잖아요.”
“강 형사, 이건 달라. 만약 전 세계 86억 명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좀 오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하지만 김용빈 사장의 자료에서 이 프로그램이 발견됐고 불법 복제인간 실험까지 해낸 사람과 그 단체라면 더 한 일도 꾸밀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자네들이 생각하는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그런데 큰 문제가 있어. 만약 김 사장이 정말 여러 대기업 간부들, 그리고 국회의원들과 유착 관계에 있다면 수사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재훈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장님, 이러다가 정말 큰 사건이라도 터지면 어쩌실 거예요? 분명한 건 해킹이 불가능할 거라던 펩스도 해킹이 되고 있고, 그와 관계된 사건을 조사하던 조 팀장님도 돌아가시고, 조 팀장님 사건을 조사하려던 유승환 팀장님도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심지어는 국과수 요원들도 살해당하고. 도대체 이게 일반적인 사건들이에요? 카사노바와 관련된 놈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도 남을 놈들이란 말이에요! 이걸 그냥 놔둔다고요?”
정 부장은 순간 말없이 재훈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소파에서 신경질적으로 확 일어났다. 그리고는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깥에는 사람들이 길을 걷고 차들이 다니는 풍경들이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정 부장이 재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어쩌면 강 형사 말이 맞을지도 몰라. 만약 그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진짜로 벌어진다면, 그때는 지금의 이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걸 미리 막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할 순간이 올지도 모르지.”
“부장님.”
“우선 어떻게 하면 김 사장을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도와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부장님.”
“정말 쉽지는 않을 거야.”
부장실을 나오며 태현이 말했다.
“뭐 계획은 있어?”
“우선 김용빈 사장을 잡아들이려면 아무래도 불법 복제 인간 실험에 관한 걸 약점으로 이용해야겠죠.”
“그럼 계획을 한번 짜 보자고.”
재훈과 태현은 서 순경을 찾아갔다.
“우선 김용빈 사장의 정확한 인적 사항을 좀 체크해줘. 현재 사는 주소 말고 혹시 다른 집이 있는지 그런 거 말이야. 그래야 어디 가서 잡을지 계획을 세우지.”
“알겠어요.”
김용빈 사장의 인적사항을 검색하던 서 순경이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키보드를 두들겨 대며 말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태현이 말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서 순경이 재훈과 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상해요. 김용빈 사장의 인적 사항을 검색하고 있는데,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와요.”
재훈과 태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