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40화 예언자의 경고
재훈이 놀란 표정으로 경수에게 물었다.
“이정훈 박사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도 있나?”
경수는 재훈을 놀리기라도 하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대로 질문하지. 이정훈 박사가 죽었다는 증거는 있나?”
“그건…”
그때, 밖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젤리가 흥분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며 경수에게 말했다.
“이정훈 박사님은 연구소에서 폭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알려져 왔어. 그 폭발의 여파로 시신조차 건지지 못했고! 당신 말대로 이정훈 박사님이 죽었다는 증거는 없어. 그런데 정말 박사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는 있는 거야?”
경수가 젤리를 보며 말했다.
“당신 이정훈 박사를 꽤 잘 아는 것 같은데. 마치 이 박사를 짝사랑이라도 했던 것 같군. 아니면 그의 신봉자신가?”
젤리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어서 묻는 말에나 대답해! 정말 박사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가 있어?”
경수는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이 시설에 쓸만한 컴퓨터는 있나? 있다면 내가 이정훈 박사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재훈은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좋아, 컴퓨터를 쓰게 해주지. 대신 허튼수작 부리는 거라면 가만두지 않겠어!”
경수가 웃으며 말했다.
“나 진지한 사람이라고. 수작 같은 거 부리지 않아.”
재훈이 경수의 머리에 천을 뒤집어씌운 후, 일행들과 함께 원웅의 연구소로 올라갔다. 원웅의 연구소에 일행들이 들어서자 재훈은 경수에게 씌웠던 천을 벗겨냈다. 연구소 안의 장치들을 둘러보던 경수가 말했다.
“오, 꽤 흥미로운 장치들이 많군. 약간 구식이긴 하지만 말이야. 혹시 홀로그램도 가능한가?”
재훈이 경수의 묶인 손을 풀어주고 웨어러블 장갑을 건네주었다. 경수는 웨어러블 장갑을 끼고 인터넷에서 자신의 웹하드에 접속했다. 잠시 후, 그는 프로그램 하나를 꺼내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그리고 또 다른 프로그램을 그 옆에 펼쳐 냈다. 경수가 재훈 일행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그동안 각종 해커들이 사용한 특정 소스를 수집한 거야.”
경수는 각 프로그램에서 일부분을 떼어내어 다시 그 앞에 펼쳐 보였다.
“여길 보면 이 소스들의 제작 날짜가 아주 최근인 걸 알 수 있어. 그런데 이 부분을 더 자세히 보면 특정 마킹이 보이지? 원 사용자가 일종의 워터마크[1]를 박아 놓은 거야. 잘 봐. 뭐라고 쓰여 있는지.”
『각주[1] 워터마크: Watermark. 디지털 콘텐츠에다가 사용자만이 알 수 있는 아이디나 부호를 삽입한 것. 불법 복제를 방지하고 데이터 소유자의 저작권이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다.』
재훈이 마킹의 글씨를 읽었다.
“예언자?”
옆에 있던 젤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안 돼!”
젤리는 마크 앞으로 다가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핑크레드가 젤리에게 물었다.
“저 워터마크랑 이정훈 박사랑 무슨 관계인데?”
“이정훈 박사님의 별명은 ‘예언자’였어요. 이 필기체는 박사님의 필체가 맞고요.”
재훈이 경수에게 말했다.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 날짜와 워터마크만으로 이정훈 박사가 살아있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 아니야?”
경수가 다시 홀로그램들을 재배열시키며 말했다.
“물론 워터마크만으로 그렇게 단정하는 건 아니야. 이걸 보라고.”
젤리가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프로그램들이 업데이트됐어!”
경수가 젤리를 보며 말했다.
“잘 봤어, 아가씨. 이 프로그램들을 잘 보면 단순히 소스를 개량시킨 게 아니라, 아예 업데이트를 한 거라는 걸 알 수 있어. 결론은 이걸 만든 사람이 지금까지 계속 프로그램을 손대고 있다는 증거지. 그리고 우리가 예측한 게 맞는다면 이 프로그램 소스가 바로 리턴 오메가야.”
재훈이 경수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정훈 박사가 살아있다면 당신들에겐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그리고 당신들이 궁금해하는 건 뭐야?”
“의미는 말해줘도 모를 테고, 우리가 궁금해하는 건 우리가 찾은 이 소스들이 과연 리턴 오메가가 맞느냐는 거야. 원본이 있다면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이정훈 박사가 살아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거고.”
재훈이 경수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당신들 이정훈 박사가 살아있다면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경수가 재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뭘 하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왜 하려는 지가 더 중요한 거겠지.”
핑크레드가 말했다.
“저기, 강 형사. 이쯤 하고 우리 따로 얘기 좀 하지.”
경수를 지하층에 있는 감옥에 넣은 후 재훈 일행은 원웅의 연구소에 모였다. 원웅이 경수가 열어 놓은 프로그램들을 검토하다가 말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정말 개발자가 살아있다고 밖에 볼 수 없어요. 리턴 오메가 자체가 굉장히 다루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서요.”
태현이 말했다.
“아니, 그 리턴 오메가라는 프로그램이 그렇게 다루기 어려운 거야? 정말 이정훈 박사만 이걸 만질 수 있다고?”
젤리가 답했다.
“리턴 오메가의 핵심은 뇌와 펩스 간의 연결 관계를 정확히 제어할 수 있다는 거예요.”
태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건 다른 해킹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아니야?”
원웅이 대답했다.
“대다수의 해킹 프로그램은 뇌와 연결된 제어 프로그램들을 살짝 건드리는 정도예요. 전에 왜 카사노바가 쓴 해킹 프로그램이 감염시키는 매개체로 디지털 키스 앱을 이용했잖아요? 그건 그 해킹 프로그램 자체만으로는 감염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르몬 분비까지 감지하며 제어할 기능이 있었던 디지털 키스 앱을 이용한 거죠.”
젤리가 원웅의 말을 이어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키스 앱은 사실 리턴 오메가 소스를 활용한 프로그램 이예요.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인 셈이죠. 단지 해킹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인의 정보를 열기 위해 사용자 간의 합의와 약속이 먼저 필요하다는 거죠.”
태현이 말했다.
“그럼 결국 대다수의 펩스 앱들이 리턴 오메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거네?”
젤리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렇죠. 이정훈 박사님의 리턴 오메가는 실은 그전에 박사님이 펩스 개발을 위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들의 결정판인 거예요.”
태현이 말했다.
“그런데 저 카사노바와 오경수가 속한 조직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야? 그리고 리턴 오메가가 필요한 이유는 대체 뭘까?”
재훈이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동안 놈들이 벌인 걸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해요. 완벽한 해킹 프로그램이 있어야 완성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도대체 그게 뭐냐고?”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그때, 옆에서 경수가 열어놓은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던 성규가 말했다.
“저기, 그런데 이정훈 박사님의 별명이 왜 예언자예요?”
젤리가 성규 옆에 다가가 말했다.
“이정훈 박사님은 펩스에 들어가는 보안 프로그램을 만드신 분인데 항상 뭔가를 말씀하시면 그 일이 나중에 실제로 일어났대. 그중에서도 신기한 사실은 주변의 사소한 일들도 예언처럼 맞추셨다는 거야. 한 일화로 박사님의 동료 중 늦게 까지 장가를 못 간 동료가 계셨는데 어느 날 박사님이 그러시더래, 내년엔 미인을 만나 장가가게 될 거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 동료는 다음 해에 미인을 만나 결혼을 하셨다고 해.”
“와, 진짜 예언가셨네요?”
“그렇지.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물어보러 와서 곤란하신 적도 있었대. 그 후에 항상 입버릇처럼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하시며 주변 사람들에게 곤란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뭔가를 알아도 모른다고 하라고 경고를 하셨다고 해.”
“모르는 게 약이다… 예언자의 경고인 건가요? 근데 누나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세요? 박사님을 직접 만나신 적이라도 있는 거예요?”
“아니야, 그냥 그분을 존경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 여러 가지 알게 된 거야.”
“그렇구나.”
재훈이 말했다.
“일단 오늘은 다들 피곤하실 테니 쉬세요.”
태현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래 좀 쉬자. 쉬어.”
재훈 일행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SCCIT 본부. 재훈이 정철민 부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부장님, 유승환 팀장님 사망 건을 조사하던 중 오경수라는 사람을 잡았어요.”
“오경수? 뭐하는 놈이야?”
“아무래도 카사노바 조직의 핵심 브레인 같아요. 그리고 그 자의 옆에 유승환 팀장님을 죽였을 거로 짐작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일단 오경수라는 사람을 부장님이 직접 보셔야 될 거 같아요.”
“그래? 일단 데리고 와봐. 잘하면 이번에 카사노바 조직에 대해 뭔가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예.”
재훈이 태현과 함께 밴을 끌고 식물공장으로 가서 경수를 태우고 본부로 향했다. 태현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니 순찰밴을 놔두고 왜 그냥 밴을 타고 가는 거야? 이거 빌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잖아.”
“순찰밴을 타고 가면 혹시 그 도예라는 미친 여자가 눈치채고 따라올까 봐서요.”
“그럼 강 형사 직감엔 그 여자가 나타날 거라고 보는 거야?”
“예.”
“나타날 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될 거 같아?”
가만히 생각을 하던 재훈이 말했다.
“100%요.”
“뭐? 재수 없게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이러다가 진짜로 그 여자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때 경수가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주 무서운 여자거든요.”
옆에 있던 태현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야, 너는 입 닥치고 있어!”
한참을 가다가 백미러를 보던 재훈이 한마디 했다.
“선배, 죄송해요.”
“뭐가?”
“제 직감이 또 맞았나 봐요.”
“뭐?”
태현이 뒤를 돌아보자 차 한 대와 바이크 두 대가 쫓아오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진짜로 나타났네? 강 형사, 밟어!”
재훈은 수동모드로 바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바이크 두 대가 밴 옆으로 바짝 따라붙기 시작했다. 뒤에서 차를 타고 쫒아오던 도예가 바이크의 남자들에게 펩스로 명령을 내렸다.
“타이어를 작살내서 세워!”
바이크에 탄 남자들은 총으로 밴의 타이어를 쏘려고 했다. 순간 재훈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금속 마찰음과 함께 바이크들은 앞으로 지나가 버리고 밴은 뒤에 따라오던 도예의 차와 충돌했다.
쾅!
밴과 충돌한 도예의 차가 크게 망가지며 멈춰 섰다. 재훈은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밴은 앞으로 달려갔지만 아까의 충격으로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재훈이 태현에게 외쳤다.
“선배! 차가 망가졌나 봐요!”
한편 차에서 내린 도예는 갑자기 총을 꺼내 들더니 뒤에 오던 차를 위협해 세웠다.
“차에서 내려!”
얼떨결에 사람이 내리자 도예는 차를 뺏어 타고 다시 재훈 일행을 쫓기 시작했다. 바이크 두 대가 다시 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태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 형사, 이제 어쩌지?”
재훈은 이를 악물고 속도를 내고 있었다. 바이크 두 대가는 옆으로 바짝 붙어 다시 총을 타이어에 겨누고 있었다. 태현이 총을 꺼내며 말했다.
“이 새끼들이 정말!”
그때 바이크의 남자들이 먼저 총을 발사했다.
퓨퓩!
펑펑!
타이어가 터진 밴이 크게 요동치며 이리저리 갈지자로 미끄러지더니 도로 한복판에 서버렸다. 다른 차량들이 그 난리 통에 이리저리 급브레이크를 밟느라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태현이 정신을 차리고 총을 장전하며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바이크의 남자들과 어느새 따라온 도예가 총을 들고 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예가 밴 앞에서 외쳤다.
“우리 귀여운 뚱땡이를 놔주면 너희들 목숨만은 살려주지!”
태현이 외쳤다.
“거짓말! 어차피 놔주면 우릴 죽일 거잖아?”
도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눈치챘나! 어차피 니들은 뭘 해도 오늘 죽게 돼있어!”
도예가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 뚱땡이는 데려오고 저 놈들은 죽여 버려!”
부하들이 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강력한 소총이 들려 있었다. 태현이 그걸 보며 말했다.
“이건 반칙이야! 우린 권총밖에 없는데.”
태현이 낙담을 하고 재훈을 바라보는데 재훈이 웃고 있었다.
“뭐야? 넌 지금 웃음이 나오냐?”
“제가 직감이 틀린 적은 없잖아요?”
“그래서?”
“미리 좀 준비해 둔 게 있죠.”
순간 도예와 부하들에게 총알 세례가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도예의 부하가 한 명 총을 맞고 쓰러지고 도예가 몸을 숨기며 외쳤다.
“뭐야?”
SWAT팀들이 어느새 현장에 도착해 도예와 그 부하들에게 총을 쏜 것이었다. 태현이 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 너 미리 준비한 게 SWAT팀이야?”
“예, 정 부장님께 미리 부탁해둔 거예요.”
“잘했어. 이럴 땐 너의 직감이 도움이 되는구나.”
SWAT팀이 계속 사격을 하자, 도예도 대응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탕탕탕!
도예가 계속 교전을 하고 있는데 뒤에 또 다른 부하들이 도착했다. 그중 한 부하가 말했다.
“대장, 오늘은 일단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대는 SWAT입니다!”
도예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말했다.
“일단 후퇴하자!”
도예가 부하들의 엄호를 받고 차에 올라탔다. SWAT팀이 도예를 추적하려 하자 도예의 부하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두두두두두!
타타타타탕!
도예는 현장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이 경찰 새끼들, 두고 보자!”
그렇게 도예는 도망을 가고, 재훈과 태현은 SWAT팀의 차량으로 무사히 경수를 본부로 데려갈 수 있었다.
SCCIT 본부. 재훈과 태현이 경수를 취조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뒤이어 정 부장이 취조실로 내려왔다. 정 부장은 경수를 보며 말했다.
“이 자인가?”
재훈이 말했다.
“예.”
정 부장은 경수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본 후 물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같은 조직원들이 구출하려고 시내 한복판에서 총질까지 해댔을까?”
경수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말이야.”
정 부장이 재훈에게 물었다.
“따라오던 놈들은?”
“SWAT팀이 추적하려 했지만 놈들의 화력도 만만치 않아서요. 몇 명은 현장에서 사살됐지만 핵심 인물인 도예라는 여자는 도망갔습니다.”
“그래? 어쨌든 이놈을 심문해야겠군.”
그때 경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당신들 인간적으로 너무하지 않아? 적어도 심문하기 전에 오줌은 싸게 해 달라고.”
태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일어나!”
태현이 경수를 잡아끌어 밖으로 나가며 재훈에게 말했다.
“이 자식 데리고 화장실 갔다 올 동안 취조 준비나 해줘.”
“예, 선배.”
화장실로 간 경수가 태현에게 말했다.
“이봐, 잠깐 손 좀 풀어줘. 볼일은 봐야 할 거 아냐.”
태현이 수갑을 풀어주며 말했다.
“허튼짓하면 죽을 줄 알아.”
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평소에도 비밀 같은 게 많은 사람이지?”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잊었어? 난 기억 감시자라고. 당신 기억을 몇 번이고 들락날락했었다고.”
태현이 싸늘한 시선으로 경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뭘 봤는데?”
“당신의 비밀을 다 봤지.”
“내 비밀?”
“만약에 강재훈 형사가 당신의 비밀을 안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뭐라고? 너 방금 뭐라고 했지?”
경수가 여유 있게 볼일을 다 보고 태현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네가 바로 리턴 오메가의 사…”
순간 태현이 경수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리턴 오메가에 관해서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걸? 너 이정훈 박사의 경고도 모르나?”
“이정훈 박사의 경고?”
“모르는 게 약이다.”
“그게 무슨…”
탕!
순간 경수의 머리에 구멍이 났다. 밖에서 형사들이 총성을 듣고 화장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곧 재훈과 정 부장도 화장실로 들어왔다. 재훈이 화장실로 들어오자 경수가 머리에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선배! 어떻게 된 거예요?”
경수의 시신을 노려보던 태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놈이 총을 뺏어서 쏘려고 해서 몸싸움을 하다 쏴 버렸어.”
재훈은 놀란 눈으로 태현과 죽은 경수를 번갈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