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37화 (3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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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수상한 향기

재훈은 조현일 팀장의 자리로 갔다. 책상 위는 비어 있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조 팀장의 물품들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재훈은 조 팀장의 의자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당장이라도 조 팀장이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걸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서 순경이 다가와 조 팀장의 자리를 보며 말했다.

“여기도 이제 정리를 해야겠죠?”

“그래야겠지.”

재훈은 조 팀장이 평소에 쓰던 태블릿 PC를 보다가 서 순경에게 조용히 말했다.

“서 순경, 조 팀장님이 평소에 쓰시던 경찰청 웹하드 좀 정리해서 나한테 줄 수 있어?”

“예. 실은 제가 조 팀장님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알거든요. 그런데 웹하드는 왜요?”

“그냥 좀 검토해 보려고. 다른 사람은 모르게 조용히 좀 움직여 줘.”

“알았어요. 휴대용 SSD에 복사해 드리면 되죠?”

“어, 그러면 돼. 수고 좀 해줘.”

그날 저녁, 차를 운전하는 재훈의 손에는 서순경이 준 휴대용 SSD가 들려있었다. 재훈은 뭔가 곰곰이 생각하다 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지금 시간 있어요?”

“있지. 저녁 혼자 먹기 싫어서 그러냐?”

“그렇기도 하고요. 암튼 제가 주소 하나 보낼 테니까 거기로 좀 와주세요.”

“알았어.”

재훈은 태현에게 식물공장의 주소를 보냈다. 그리고 서 순경에게도 전화를 걸어 식물공장으로 오게 하였다.

식물공장. 재훈이 먼저 도착해 원웅과 핑크레드와 젤리와 함께 이것저것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태현과 서 순경이 원웅의 연구실로 들어왔다. 핑크레드가 반기며 말했다.

“와우, 잘생긴 김 형사님 오랜만이에요. 우리 귀염둥이 서 순경도 오랜만이네.”

태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서 순경도 핑크레드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계셨죠? 반가워요.”

젤리가 식탁에 음식들을 차리며 말했다.

“자, 다들 밥부터 먹고 얘기하죠. 오늘의 메뉴는 여기서 재배한 신선한 샐러드와 탕수육입니다.”

재훈 일행은 식탁에 빙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를 했다.

잠시 뒤, 식사를 마친 후 자리가 정돈되자 태현이 재훈에게 말했다.

“그냥 밥 먹자고 우리를 모이게 한 건 아닐 거고 이유가 뭐야?”

재훈이 일행들을 쓰윽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조 팀장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라는 정 부장님의 말씀이 있으셨어요. 이미 윗선에서 이 사건을 조작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고,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모이게 한 거예요. 반드시 이번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서 도대체 어떤 놈들이 조 팀장님까지 살해해가면서까지 일을 꾸미고 있는지 밝혀내고 싶어요.”

태현이 말했다.

“조 팀장의 사망에 대해 다른 증거라도 알아낸 게 있는 거야?”

재훈은 홀로그램을 띄웠다. 카사노바가 죽을 당시 사진이 입체로 떠 있었다.

“이건 카사노바가 사망했을 당시 사진입니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이 홀로그램에서 보다시피 총상이 심각했던 건데…”

재훈은 웨어러블 장갑으로 카사노바의 머리 부분을 집은 다음 옆에 공간에 펩스를 따로 끄집어내어 펼쳤다. 그리고 한 부분을 확대시켰다.

“이건 카사노바의 펩스 상태입니다. 사망 당일 그의 펩스에서는 이상한 흔적이 발견됐어요. 이 부분은 펩스의 통신 모듈인데요, 거기에 입력된 마지막 기록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재훈이 그 프로그램을 영상화시켜 펩스 영상 옆에 펼쳐 보였다. 원웅이 자세히 보다가 말했다.

“이건 뭐 뒤죽박죽이어서 알 수가 없겠는데요.”

그때 연구소 문이 열리며 성규가 들어왔다. 젤리가 성규를 반기며 말했다.

“성규야 밥은 먹었어? 아까 같이 먹자니깐.”

“좀 볼 게 있어서요. 저녁은 대충 꺼내 먹었어요.”

“잘했어.”

재훈이 성규를 불러 홀로그램 앞으로 데리고 갔다. 태현이 낮은 목소리로 젤리에게 물었다.

“저 꼬마는 누구예요?”

젤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지켜보세요. 이 사건의 구세주가 될 아이일지도 모르니까.”

“예?”

성규는 재훈이 꺼낸 프로그램의 영상을 보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재훈을 쳐다봤다. 재훈은 웨어러블 장갑을 가져와 성규의 손에 씌워주었다. 성규는 재빠른 솜씨로 가상 키보드를 꺼내 뭔가 입력을 한 후 그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잠시 후, 성규는 분석한 내용을 옆에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이건 펩스를 과부하시키는 프로그램 이예요.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주입해 펩스에 무리를 주는 건 아니고요, 기억 연결 고리를 찾아 그 고리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주입시키고 파괴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결국 통로마다 과부하가 걸리고 파괴되니까 뇌가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게 되죠. 이 상태라면 뇌사상태로 빠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죠.”

재훈이 말했다.

“성규야, 기억 연결고리들을 찾는 프로그램은 만들기 쉬운 거니?”

“아니에요. 아주 어려워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뇌신경의 구조가 다르고, 펩스는 자체적으로 그 뇌신경을 항상 분석하고 따라가긴 하지만 결국 사용자의 기억이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거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프로그램이 그 기억의 연결 고리들을 찾는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래, 분석해줘서 고마워.”

재훈이 조 팀장의 사망 당시 과학수사대의 부검 결과를 띄우며 말했다.

“과학수사대는 조 팀장님의 사망 원인을 분명 염화칼륨 주입으로 인한 심정지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부검 결과를 보면 조 팀장님 얼굴에 타박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건 당일 제가 봤을 때는 조 팀장님의 얼굴에 멍 자국 같은 건 분명히 없었어요. 그런데 다음 사진을 보시죠.”

사진에는 조 팀장의 얼굴에 커다란 멍 자국이 몇 군데 나 있었다.

“이렇게 뚜렷한 멍자국이 왜 제가 봤을 때는 없었을까요? 분명 뭔가 이 사건이 조작되고 있다는 증거 중에 하나예요. 그리고 몸 쪽을 보면 아무 상처도 없고 깨끗합니다. 얼굴에 타박상을 입은 사람이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을까요? 심지어 팔에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할 당시에도 얌전히 있었을까요?”

태현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혹시 얼굴을 맞고 기절한 상태에서 당한 건 아닐까?”

“아니에요. 기절할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제가 봤을 때 이미 멍이 들어 있었겠죠. 최소한 부어오르기라도 했을 거예요.”

서 순경이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조 팀장님을 죽인 걸까요?”

재훈이 홀로그램 속 조 팀장의 사진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그걸 우리가 밝혀내자고.”

재훈의 말이 끝나자 젤리가 핑크레드와 함께 사과와 참외, 귤 등을 꺼내오며 말했다.

“자, 밥을 먹었으니 후식들 먹으면서 이야기 나눠요.”

태현이 성규를 보며 말했다.

“꼬마, 대단한데? 너 정체가 뭐니?”

“저, 박성규라고 해요.”

“이름은 알겠고 뭐하던 아이인 거야?”

“…”

옆에 있던 원웅이 태현에게 말했다.

“이 아이는 스핑크스입니다.”

순간 재훈 일행이 빵 터져서 웃기 시작했다. 태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스핑크스?”

재훈이 태현에게 귤을 건네며 말했다.

“거기까지만 알아두세요. 많이 알면 다쳐요. 성규는 천재소년이에요.”

“거참, 스핑크스라니…”

젤리가 참외를 깎으며 말했다.

“재훈 씨, 뭐 계획은 있는 거예요?”

“예. 제가 꼭 만나볼 사람이 있는데 어쩌면 거기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태현이 귤을 먹으며 물었다.

“그게 누군데?”

며칠 뒤, 저녁. 재훈과 태현과 서 순경이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태현이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긴 누굴 만나러 온 거야?”

“과학수사대 유승환 팀장님의 집이에요.”

“아, 그 조 팀장이랑 동기라던?”

“예. 본인이 조 팀장님의 부검을 맡겠다고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데요. 그리고 며칠 후 이유 없이 병가를 내고 지금까지 출근을 안 하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그쪽 관계자 말로는 조만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서 가실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부서로?”

“예.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요?”

그때 서 순경이 코를 킁킁 거리며 뭔가 냄새를 맡았다. 태현이 말했다.

“무슨 냄새나?”

서 순경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정말 무슨 냄새나지 않아요?”

재훈이 물었다.

“냄새?”

“아닌가? 아닌가 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재훈은 유승환 팀장의 집 벨을 눌렀다. 집안은 조용했다.

“안 계시나? 전화도 안 받으시더니.”

재훈이 다시 벨을 누르며 말했다.

“유승환 팀장님, 저 강재훈 형사입니다. 안에 계세요?”

아무 반응이 없자 태현이 말했다.

“야, 없나 보다. 그냥 가자.”

그때, 문이 열리며 유 팀장이 고개를 내밀어 밖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 말 없이 재훈을 안으로 확 잡아당겼다. 재훈 일행이 얼떨결에 집안으로 들어가자 유 팀장은 문의 잠금장치 세 개를 재빠르게 잠갔다

유 팀장은 며칠은 씻지도 않았는지 머리가 떡 져 있었고 얼굴은 살이 쏙 빠진 채 푸석푸석해져 있었다. 집안 한쪽에는 라면이 여러 박스, 생수도 수십 박스가 놓여 있었다. 주방에는 하지 못한 설거지가 가득 올려져 있었다. 재훈이 그 광경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유 팀장에게 말했다.

“유 팀장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유 팀장이 벌벌 떨며 재훈에게 말했다.

“강 형사님, 혹시 오다가 그 여자 봤어요?”

“여자요? 누구요?”

“그 키 크고 고급 코트를 입은 여자 말이에요!”

“아니요, 못 봤어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이렇게 되신 거예요?”

유 팀장은 재훈 일행을 의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보다가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내가 이런 몰골이라서. 다들 앉으세요.”

재훈 일행이 소파에 앉자 유 팀장도 겨우 몸을 추스르며 소파에 앉았다. 유 팀장이 말했다.

“아내와 애들은 처갓집으로 보냈어요. 보다시피 그동안 밖에도 못 나갔어요.”

재훈이 물었다.

“팀장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유 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조 팀장의 부검을 맡겠다고 하자 상부에서 안 된다며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부검을 맡았던 동료에게 부검 결과를 물어봤지만 내가 처음에 봤던 거랑 다른 결과가 있더군요.”

“다른 결과요?”

“분명 제가 현장에 갔을 때는 조 팀장의 얼굴에 타박상이 없었어요. 그런데 부검 결과에는 얼굴에 타박상이 있다고 나왔더라고요.”

“그렇죠? 저도 그때 조 팀장님 얼굴에 타박상을 못 봤어요.”

“그리고 조 팀장의 펩스 분석 결과도 이상했어요. 염화칼륨에 의한 심정지라면 펩스 분석 결과에 그 흔적이 어디라도 남게 되는데, 단순 심정지에 관한 기록만 있더군요. 이건 분명 조작된 결과가 분명합니다.”

재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태현이 유 팀장에게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상태는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리고 아까 말씀한 여자라는 건 누구입니까?”

유 팀장이 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 팀장의 부검 결과가 나온 직후 저는 갑자기 충청 지방 과학수사대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래서 기분도 나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아내와 아이들은 처갓집에 보낸 채 잠시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낯선 여자가 밖에 와서 벨을 누르고 가더군요. 수상한 느낌이 들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 실은 좀 전에도 그 여자가 밖에 왔다가 갔습니다.”

그때, 서 순경이 말했다.

“혹시 현관 모니터로 그 여자의 얼굴을 보셨나요?”

“예. 키도 크고 단발머리에 꽤 비싸 보이는 코트를 걸치고 있더군요. 아무튼 느낌이 이상한 여자였어요.”

서 순경이 뭔가 생각하더니 재훈과 태현에게 말했다.

“실은 아까 여기 오다가 제가 코를 킁킁 거리며 무슨 냄새를 맡았잖아요?”

태현이 대답했다.

“그랬지. 그게 아는 냄새였던 거야?”

“그건 아닌데요, 알 것 같아서요.”

재훈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알 것 같은 냄새라고?”

“예. 지금 유 팀장님이 그 찾아온 여자가 비싼 코트를 입고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아까 들어오면서 맡은 냄새는 뭔가 색다른 향수였어요. 저도 향수를 좋아해서 좀 아는 건데 분명히 샤넬의 향수가 베이스에 깔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 난 건데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코트가 아마 샤넬 퍼퓸 코트가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샤넬 퍼퓸 코트? 그게 뭔데?”

“샤넬 퍼퓸 코트는 여러 향수 원료 카트리지가 장착된 코트예요. 옷을 입은 그날의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을 체크하고, 입은 사람의 몸 상태, 기분 등을 펩스로부터 전달받아 분석한 다음 향수를 조합해서 뿜어주는 기능이 있는 코트예요. 가격은 5000만 원 정도 하는 고가의 코트예요. 여자들의 로망이죠.”

“그날그날 맞춤 향수를 조합해 준다는 거야?”

“그렇죠. 그런데 제가 맡은 향수는 분명 그 코트의 향수였을 거예요.”

“그런 고급 옷을 입은 여자가 왜 여기를 찾아왔을까?”

유 팀장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여자가 찾아오면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재훈이 말했다.

“유 팀장님, 제 생각엔 여기 더 계시다가는 무슨 일이 날 것 같아요. 저희와 함께 가시죠. 숨으실 만한 아지트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요, 짐 좀 간단하게 챙길 테니.”

유 팀장이 짐을 싸러 방으로 들어가자 태현이 재훈에게 말했다.

“아지트라면 그 식물공장?”

“예. 일단 유 팀장님이 위험해 보이니 그래야겠어요.”

재훈은 핑크레드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어, 강 형사. 말해.”

“핑크레드, 저희가 꼭 보호해야 할 사람이 있어서요. 그쪽으로 데리고 갈게요.”

“뭐? 또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 아니 이봐 강 형사, 여기가 무슨 고아원도 아니고 이러면 내가 좀 곤란하지. 대균 대장이 싫어한다고.”

“미안해요. 그래도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서 그래요. 지금 갈게요.”

재훈이 전화를 끊자, 유 팀장이 가방을 챙겨 방에서 나왔다.

“그럼 가시죠.”

재훈 일행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창문 밖으로 하늘 위에 달이 떠 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본 유 팀장이 말했다.

“오랜만에 하늘을 보는군요. 그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재훈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지금 가려는 아지트로 가시면 하늘도 보시고 나무도 보시고 좋을 거예요.”

“그래요? 좋겠군요. 그나저나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밝…”

탕!

총소리와 함께 유 팀장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재훈 일행은 깜짝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태현이 외쳤다.

“아니 뭐야? 어디서 날아온 거야?”

재훈이 쓰러져 있는 유 팀장의 상태를 확인해보며 말했다.

“이미 돌아가셨어요! 저격 총인 거 같아요!”

재훈이 주변을 살폈다. 복도의 창문이 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총알은 그쪽으로 날아온 것 같았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선배! 서 순경! 일단 유 팀장님은 놔두고 자세를 낮춰서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세요!”

재훈 일행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재훈은 급하게 닫힘 버튼과 지하 주차장 1층 버튼을 눌러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태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일단 지역 경찰에 지원 요청해야 하는 거 아냐?”

“잠시 만요.”

재훈은 스마트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예. 112 상황실입니다.”

“여보세요, 여기 도봉구 창동에 에이 피아 아파트 113동 2401호 앞인데요. 총격 사망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빨리 좀 와주세요! 저희는 형사들입니다!”

“예? 총격 사건이요? 곧 출동하겠습니다.”

재훈 일행은 지하로 가서 재훈의 차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태현이 말했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총을 쏜 거지?”

재훈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일단 저희는 피해서 지켜보죠.”

잠시 후, 재훈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재훈이 블루투스로 전화를 받았다.

“총격 사건 신고하신 분이죠? 현장 출동한 경찰입니다.”

“예! 제가 신고한 형사입니다.”

“신고 위치가 에이 피아 아파트 113동 2401호 앞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이상하네요. 여기 창문 깨진 것 말고는 아무 흔적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다고요?”

일행들은 놀란 표정으로 재훈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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