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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키스-35화 (35/119)

# 35

35화 목숨을 건 숨바꼭질

재훈은 자신에게 안긴 어린 소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우선 안전한 곳으로 가자. 이야기는 거기서 하도록 하고. 서둘러!”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훈의 차 안. 재훈이 핑크레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강 형사. 이 늦은 야한 시간에 무슨 일로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핑크레드, 자세한 설명은 가서 할 테니까 사람 좀 맡아줘요.”

“사람? 누군데?”

“그게…”

재훈은 옆자리에 탄 소년을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white key를 지금 태우고 갑니다. 쫓기고 있었어요!”

“뭐? white key?”

“자세한 얘기는 가서 해요.”

“어, 알았어.”

재훈은 소년과 함께 식물공장으로 향했다.

연구실로 들어서자, 원웅과 핑크레드가 서 있었다. 재훈이 먼저 연구실로 들어가자 핑크레드가 말했다.

“아니, white key가 쫓기고 있었다면 왜 나에게 연락을 안 하고 강 형사에게 한 거지?”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재훈이 문밖에서 들어가길 망설이던 소년을 데리고 들어오자, 핑크레드와 원웅은 깜짝 놀랐다. 핑크레드는 소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다… 당신이… 아니 니가 white key 213이야?”

소년은 주눅이 들은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제가 white key 213이에요.”

“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단 엄청 어린데?”

원웅이 웃으며 말했다.

“왜 가상공간에서 스핑크스나 모닥불 캐릭터를 골랐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소년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재훈이 안쓰러웠는지 의자를 가져와 소년을 앉히며 말했다.

“거, 쫓기느라 고생했는데 따뜻한 코코아라도 좀 내주고 그래 봐요. 어른들이 참…”

핑크레드는 황급히 식당 쪽으로 가며 말했다.

“아, 그렇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핑크레드가 코코아를 타 오자, 넷은 테이블에 앉았다. 소년은 추웠는지 코코아를 호호 불며 급하게 마셨다. 재훈이 소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좀 마음이 괜찮아졌니?”

“네.”

“저기, 아깐 왜 쫓기고 있었던 거야?”

소년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눈치만 보았다. 재훈이 소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괜찮아, 말해봐. 여기는 안전해. 그리고 이쪽에 핑크색 머리의 누나가 red sexy girl 362436이야. 안심해도 돼.”

소년은 여전히 아무 말도 안 했다. 핑크레드가 소년을 보며 말했다.

“너 혹시, 아무도 믿지 못하는 거니?”

소년은 눈을 크게 떴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핑크레드는 소년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강 형사는 믿었지? 내 생각엔 말이야 만약 니가 도움이 필요했다면 나에게 연락했을 것 같은데.”

소년이 아무 말도 하지 앉자 재훈이 핑크레드에게 말했다.

“많이 놀란 거 같은데 너무 몰아서 질문하지 말죠. 좀 쉬면 나아질 거예요.”

“그렇긴 하지만… 난 궁금하다고.”

그때 소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강 형사님을 믿어서가 아니에요.”

핑크레드가 놀라며 물었다.

“뭐? 믿는 게 아니면?”

“누군가 제 계정을 해킹했는데, 그중에 연락처도 빼갔더라고요. 몇 개가 해킹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일하게 강 형사님의 연락처만 해킹이 안 된 게 확실했어요. 그래서 연락할 수 있었던 사람이 강 형사님 밖에 없었던 거예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강형사를 믿어서가 아니라 유일하게 추적당하지 않을 연락처라서 연락한 거다 이거네?”

“네.”

원웅이 소년의 눈을 보다가 말했다.

“이 친구 맘에 드네요. 굉장히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생각을 하는 친구군요. 정말 맘에 들어요.”

재훈이 소년에게 물었다.

“입이 트인 것 같으니 몇 가지만 묻자. 너를 쫓는 사람들은 누구지?”

“그건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한 건 제게 부탁하신, 셀트사와 그 제1하청 업체인 플립사를 다닌 사람들 중에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지운 사람의 명단을 찾다가 추적당했어요.”

“누군가 그와 관계된 사람의 조직이라면 역시 뭔가 단단히 구린 게 있는 놈들인가 보군. 혹시 뭐 알아낸 건 있었니?”

“아니요. 아직 구체적으로 이상한 건 밝히지 못했어요.”

재훈은 추위에 떨어서 아직 빨개져 있는 소년의 귀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이 아이가 지낼 곳이 필요하겠어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지하로 내려가야 할 거 같은데 어쩌지? 꼬마 너 혹시 펩스 있니?”

“아니요.”

“다행이다. 그나저나 펩스 없이 아이큐가 213이나 되면 정말 천재구나?”

“예. 실은 주사 맞기가 무서워서 펩스를 안 한 거예요. 사실 미성년자에게 펩스는 불법이지만 제게 펩스를 심어서 실험을 하려던 교수님도 계셨거든요. 근데 펩스가 없는 게 뭐가 다행인 거예요?”

재훈이 웃으며 말했다.

“지하에 큰 마을에 대장이 있는데 그 양반이 펩스를 무지무지 싫어하거든.”

핑크레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지하세계의 대장이 또 사람을 맡긴다고 지랄하겠는데?”

재훈이 일어나며 말했다.

“일단 내려가 보죠.”

재훈 일행은 지하 31층으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자 젤리가 반겨주었다.

“어서 와요.”

젤리는 소년을 쳐다보며 재훈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누구예요?”

핑크레드가 말했다.

“이 아이? 강 형사의 숨겨진 아들이래.”

“예?”

재훈이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지금 핑크레드가 농담한 거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재훈 일행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대균이 일어나며 말했다.

“이 아이야?”

핑크레드가 말했다.

“어, 이 아이야. 미안하지만 좀 맡아줘야겠어.”

대균은 펩스 감지기를 들어 소년의 몸을 이리저리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펩스도 없고 수상한 건 없군. 그래도 이렇게 자꾸 사람을 데리고 오는 건 곤란하다고.”

“알아.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친구라고. 쓸모도 많을 거야. 이 아이, 비실비실해 보여도 아이큐 213의 천재거든?”

“천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강한 힘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야.”

“아, 그래서 맡아 줄 거야 말 거야?”

“뭐, 여기까지 왔는데 맡아줘야지. 집을 하나 줄 테니까 거기서 지내도록 해. 방이 2개가 있는 집이라 혼자 지내기엔 넓고 좋을 거다.”

소년이 뭔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혼자 있는 건 무서워요. 여태껏 혼자 지내긴 했지만요.”

젤리가 자세를 낮춰 소년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요 꼬마,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구나? 그럼 이 누나랑 같은 집에서 지낼까? 마침 누나도 혼자 지내서 심심한 참이었는데.”

“그래도 돼요?”

“그럼, 되고 말고.”

재훈이 젤리에게 말했다.

“젤리 씨 그래도 되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재훈 씨의 숨겨둔 아들이라는데요.”

“뭐라고요? 아니 그게…”

“농담이에요. 애가 혼자 있긴 싫다잖아요. 김대균 대장님, 그렇게 해도 되겠죠?”

대균이 약간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그럼, 이 아이는 젤리 씨랑 같이 지내시는 거로 하죠.”

핑크레드가 언성을 높이며 대균에게 말했다.

“아니, 이봐. 전부터 느낀 건데 왜 내가 부탁하면 고민하면서, 젤리 씨가 부탁하면 한방에 다 되는 건데? 이거 너무 차별하는 거 아냐?”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대할 뿐인데.”

“뭐야? 이거 차별하는 거 맞으면서.”

대균은 당황하면서 사무실을 나가며 말했다.

“그럼 다들 잘 자요. 저는 피곤해서 이만 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봐! 김대균이! 이건 불공평해! 내가 젤리 씨보다 미모가 떨어져? 키가 작기를 해? 대답하라고!”

옆에서 재훈과 원웅은 키득거리고 있었다.

지하 인공 숲에 재훈과 젤리가 앉아 있었다. 재훈이 나무들과 천장을 보며 말했다.

“위층에 인공 숲도 멋진데 여기도 꽤 운치가 있네요.”

“그렇죠? 답답할 땐 저도 여기서 산책도 하고 책도 읽어요.”

“아까 그 아이를 맡아줘서 고마워요. 우리에겐 꽤 중요한 아이예요.”

“그 아이가 white key 213이라면서요. 솔직히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런 어린아이가 뛰어난 해커라니.”

“어린 나이에 뭔가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던 모양이에요. 아직 말은 안 하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요? 그래도 애는 애이던 걸요.”

“예?”

“방금 방으로 데려다주고 자리를 펴 줬더니 제 손을 꼭 잡더라고요. 그래서 옆에 앉아 좀 토닥여 줬더니 아기처럼 금세 새근새근 잠들던데요. 애라는 걸 숨길 수는 없어요.”

재훈은 잔디 사이에 핀 작은 꽃을 보며 말했다.

“어쩌면 그 아이는 자신이 애라는 느낌을 가지기도 전에 엄청나게 무서운 어른들의 세상 속에 던져진 걸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 온 걸지도…”

재훈과 젤리는 나무 위에 흔들리는 바람소리를 듣고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인공 바람도 위쪽의 인공 숲처럼 진짜 같이 부네요. 정말 바깥에 있는 숲 같다.”

“그렇죠? 참! 그 아이 이름이 성규래요. 박성규.”

“아, 이름을 얘기해줬어요? 박성규라…”

재훈과 젤리는 계속 나무와 바람을 감상하고 있었다.

다음 날, 재훈이 출근을 했는데 태현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

“선배, 무슨 일 있어요?”

“얼마 전에 잡은 그 사기꾼 점쟁이 있잖아?”

“대명목 도사요? 그 도사가 왜요?”

“검찰에서 조사받던 중 자살을 했데.”

“자살요?”

“근데 웃긴 건, 혹시나 하고 조 팀장이 가서 부검에 참여했는데 전에 카사노바가 죽었을 때랑 똑같은 반응이 펩스에서 발견됐다는 거야.”

“예? 그럼 자살이 아니라 타살인 거잖아요?”

“그런 거 같아. 문제는 타살이라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검찰 측 말로는 조사를 받던 중에 갑자기 약을 먹고 쓰러졌다는데… 그것 때문에 펩스가 이상 반응을 보였을 거라고 한다더군.”

“조 팀장님은 어디 계세요?”

“아직 그쪽 부검실에 있지.”

재훈은 조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팀장님, 저예요.”

“어, 강 형사.”

“이게 무슨 말이에요? 대명목 도사가 자살이라뇨? 그리고 카사노바가 죽었을 때 펩스 반응과 같은 반응이 있었다고요?”

“어, 대명목 도사가 약물을 먹고 자살을 했다는데, 다른 검시관들은 약물로 자살하는 과정에서 펩스가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거야.”

“팀장님이 보시기엔 어때요?”

“이건 분명히 내측이 아닌 외측에서 뭔가 쇼크가 온 게 틀림없어.”

“검찰에서 말한, 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게 혹시 거짓말은 아닐까요? 다른 검시관들한테도 말씀해 보시지 그랬어요?”

“말은 해봤지. 근데 다들 아닐 거라는 반응이야. 일단 여기 정리하고 가야 하니까 본부에 가서 얘기하자고.”

“예, 알겠어요.”

재훈은 전화를 끊고 태현에게 말했다.

“선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모르겠어. 최근에 카사노바가 일으킨 펩스 해킹 사건 이후에 잡힌 해킹 사건이라 뭔가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은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

“도대체 뭐를 숨기고 있길래 사람을 이렇게 죽이기까지 하는 거죠?”

“일단 확실한 건 모르니까 말조심하고 조 팀장이 오면 얘기해 보자고.”

“예, 선배.”

“그리고 사건 기록 중에 가짜 펩스 만드는 일당들 사건 있지? 그거 샘플을 피해자 쪽에서 준다니까 가서 좀 받아와. 나는 다른 쪽 피해자 샘플을 받아 올 테니까.”

“예.”

재훈과 태현은 각자 다른 곳으로 나갔다.

재훈은 가짜 펩스를 시술받았다는 피해자의 부모를 집에서 만났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말했다.

“제가 싼 맛에 이런 걸 구해가지고 시술받은 제 아들만 저렇게 병신 만들고… 이건 다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형사님 이런 가짜를 만들고 판 놈들을 꼭 잡아주세요. 부탁입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가짜 펩스 샘플을 재훈에게 넘겼다.

“이게 병원에서 제 아들 머리에서 꺼낸 그 가짜 펩스입니다.”

“예, 일단 이 샘플을 잘 받아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혹시 펩스 설치 시술은 어디에서 받으셨죠?”

“그게… 그걸 판 사람이 소개해준 싼 병원에서 한 건데, 나중에 찾아가 보니 그 병원도 가짜고 다 도망간 후더라고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제 아들이 깨어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안녕히 계세요.”

재훈이 골목을 나서는데 놀고 있는 한 무리의 꼬마들을 보게 됐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었니? 숨었어? 그럼 잡으러 간다!”

술래인 꼬마가 온 골목을 뒤지며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한 아이를 발견하곤 소리쳤다.

“들켰다! 너 나와!”

“아이 씨! 난 잘 숨었는데 어떻게 본거야! 이건 반칙이야.”

“반칙은 무슨 반칙! 니가 들켰으니까 죽은 거라고! 얼른 나와!”

재훈은 그렇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을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때, 옆에서 한 할머니가 재훈에게 말을 건넸다.

“요새 세상에 숨바꼭질이라니, 흔치 않은 모습이쥬?”

“예, 제가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 봅니다.”

“그럴 거유. 요새 애들은 죄다 콤퓨타다 뭐다해서 혼자 노니깐, 다른 애덜과 뛰어놀지를 않지유. 저 숨바꼭질을 저 손주 놈들에게 내가 가리킨 거라우.”

“아, 그러셨어요?”

“애덜은 본래 저렇게 뛰놀아야 하는 법인데, 요새 애들은 다 커서도 머리에 펩씨인지 펩쓰인지 이상한 콤퓨타를 또 머리에 심어놓고 놀더라니까유. 참 끔찍한 세상이지유?”

“그렇죠. 그래도 저렇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좋네요.”

그 후로도 한동안 재훈은 할머니와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재훈이 본부로 돌아가고 있는데 태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 선배.”

“그쪽 피해자 가족들은 만나고 온 거야?”

“예.”

“피해자 상태는 어때?”

“다행히 뇌사나 이런 상태는 아닌데요, 깨어나면 뇌 쪽에 손상을 입은 상태라 장애가 올 수도 있데요.”

“그래? 이쪽 피해자 보단 낫네. 이쪽 피해자는 뇌사상태에 빠졌어.”

그때, 조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들어왔다.

“선배님, 지금 조 팀장님 전화 들어오거든요, 본부에서 봐요.”

“어, 알았어.”

재훈은 태현의 전화를 끊고 조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팀장님?”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

“뭐야, 끊긴 건가?”

그때 조 팀장의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강 형사…”

“예, 조 팀장님 어디신데 이렇게 소리가 잘 안 들려요?”

“강 형사… 길게 말 못해. 지금 어디야?”

“저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이에요. 팀장님은요?”

“나? 지금 숨어 있는데, 오래 못 버틸 거 같아.”

“예? 숨어요? 무슨 일이세요?”

“내가 이렇게 숨어서 도망 다니게 되다니. 어렸을 적 숨바꼭질을 하던 때가 생각나는군. 그땐 정말로 목숨을 걸고 도망 다니지는 않았는데.”

“조 팀장님! 거기가 어디예요?”

“강 형사, 나 좀 살려…”

딸칵!

“팀장님! 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거기가 어디예요?”

재훈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전화가 끊겨 있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재훈이 차 안의 경찰 단말기에 음성인식 버튼을 눌렀다.

“펩스 추적!”

안내 음성이 나왔다.

“펩스 추적 장치 작동. 본 프로그램은 펩스 통제권에 의한 법령으로…”

“빠른 실행!”

“찾으시려는 분의 펩스 고유 넘버나 전화번호 또는 입력된 이름을 말하세요.”

“SCCIT 조현일 팀장!”

“찾으시는 분의 위치를 내비게이션에 표시합니다.”

“조현일 팀장, 상태 확인!”

“잠시만 기다리세요. 사용자의 상태를 확인 중입니다.”

재훈은 내비게이션에 나온 조 팀장의 위치를 보며 급하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경찰 단말기에서 다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조현일 팀장. 현재 상태 확인 결과. 심장 상태, 현재 심정지. 호흡 상태, 폐기능 정지로 확인됩니다. 사용자는 사망 상태로 추정되며 나노 제너레이터[1]가 곧 정지될 예정이므로 사용자의 펩스는 비상 배터리로 전환합니다. 펩스 동작 정지 예상시간 5분 전입니다.”

『각주[1] 나노 제너레이터: 몸속에 장치되어 펩스를 가동하는 초소형 발전기. 뇌척수액의 순환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한다.』

“안 돼!”

재훈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소리치며 조 팀장의 위치가 파악된 곳으로 차를 더 빠르게 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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