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29화 (29/119)

# 29

29화 디지털 세탁소의 주인

대균이 재훈과 젤리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핑크레드에게 말했다.

“페이퍼 네이팜탄을 모르는 모양이군.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 주는 게 낫겠지?”

핑크레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겠어? 외부인에게 보여줘도?”

대균은 젤리를 다시 한번 쳐다본 후 핑크레드에게 말했다.

“뭐, 어차피 당분간은 우리 식구가 될 건데 미리 보여준다고 해서 안 될 건 없겠지. 자 나를 따라와요.”

“오, 웬일이래? 외부인이라면 무조건 경계부터 하던 사람이?”

다들 대균을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핑크레드가 재훈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 친구가 이걸 이렇게 쉽게 보여준다고 하다니 이상한 걸? 아마 두 사람이 마음에 드는가 봐.”

대균은 일행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는 위층으로 올라가더니 B10층에서 멈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대균은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재훈이 핑크레드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식물공장 아래에 이런 시설이 있을 수 있죠?”

“실은, 여기는 핵전쟁 같은 재난을 대비해 식물 종자를 보관하는 시설이었어. 지상 55층 밑에 지하 50층 정도의 규모로, 지하에만 대략 5000명 정도의 인원이 지낼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어. 이 식물공장 근처에 농업연구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국가차원에서 운영 관리되던 곳이지. 그런데, 몇 년 전에 정권이 바뀌면서 연구소와 종자보관센터가 몽땅 대구로 내려가게 됐어. 그 후에 용도가 애매하게 되자 민간 위탁으로 외부에 공개 입찰된 거야. 그걸 프레퍼족들과 내가 사들이게 된 거고.”

“규모가 어마어마하네요?”

“그렇지. 이 안엔 학교, 병원, 소방서, 경찰서, 인공 숲과 공원, 극장 등… 웬만한 시설은 다 갖추고 있어. 그리고 현재는 약 1000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어.”

앞서 가던 대균이 한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여기는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입니다. 두 분께 특별히 보여 드리는 겁니다.”

대균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각종 무기가 사방 벽면에 가득 차 있었다. 재훈이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대균이 재훈에게 말했다.

“이곳은 비상시 이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가 허가된 곳입니다. 불법은 아니니 걱정 마세요.”

대균은 벽 쪽으로 가서 보관함을 열고 A4용지와 같은 얇은 판을 꺼내 재훈과 젤리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페이퍼 네이팜탄이라는 겁니다.”

재훈이 그 판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얇은 판이 폭탄이라고요?”

“예. 이 판 세장 정도면 웬만한 집 한 채는 그냥 날리죠. 쉽사리 꺼지지 않는 화염을 동반하기 때문에 꽤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구하기는 쉽지 않죠.”

원웅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역시 뭔가 큰 세력의 놈들의 짓인 거 같네요.”

대균과 재훈 일행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재훈이 대균에게 물었다.

“여기서 지내시는 분들은 밖으로는 안 나가시는 거예요?”

“사람들은 거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요즘 세상이 워낙 위험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일반인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지내는 편이 더 낫죠.”

“그렇군요, 아무튼 젤리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펩스를 재거하는 게 조건이니까, 제거하기 전까지는 여기에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예?”

그때 핑크레드가 말했다.

“그럼 며칠만 지상 층의 사무실에서 나랑 지내요. 이봐, 임 박사. 펩스를 제거하는 건 언제쯤 가능하겠어?”

원웅이 말했다.

“아마 다음 주 월요일쯤이면 될 거야. 그때 제거하는 걸로 생각하세요. 젤리 씨.”

젤리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할게요. 여기에서 지내게 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이곳 법칙에 따라야죠.”

핑크레드의 사무실로 올라 온 재훈은 젤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불편하더라도 좀만 참아요. 난 가봐야 될 거 같아요.”

“걱정 말고 가서 일해요.”

“그럼 갈게요.”

재훈이 나서는데 핑크레드가 뒤에서 불렀다.

“강 형사.”

“예?”

“얼마 전에 그 카사노바 건으로 부탁했던 거 있잖아?”

“예, 어떻게 됐어요?”

“그 하늘나라 갔다던 친구가 디지털 세탁소[1] 주인을 소개해줬는데, 그 사람이 아마 카사노바에 대해 알 거라고 하더라고.”

『각주[1] 디지털 세탁소: 개인이나 사망한 사람의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흔적을 찾아서 지워주는 전문 업체.』

“그래요?”

“내가 스마트폰에 문자로 그 주소를 보내줄게, 한번 찾아가 봐.”

“고마워요.”

“그럼 젤리 씨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가봐.”

“예, 잘 부탁드려요.”

재훈은 차를 타고 식물공장을 나섰다.

재훈은 운전을 하면서 계속 백미러로 식물공장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젤리 씨 잘 버텨요. 내가 곧 놈들을 잡을 테니까.’

그렇게 밤이 어두워져 갔다.

재훈은 토요일이 되자 핑크레드가 준 주소지를 찾아갔다. 찾아간 곳은 ‘옛날 우리 동네 세탁소’란 간판이 붙어 있는 낡은 세탁소였다.

‘뭐야? 디지털 세탁소를 운영한다더니, 진짜 세탁소도 운영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잘못 왔나?’

재훈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세탁소 특유의 스팀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네?’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저기요!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런 인기척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가게 한쪽에는 대형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천장에는 수많은 옷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커다란 비닐 백 안에 걸려 있었다.

“아무도 안계세요?”

역시 인기척이 없었다. 그때, 가게 밖에서 누군가가 스쿠터를 세우고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백발노인이 가게로 들어왔다. 노인은 재훈을 보자마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누구쇼? 옷 맡기러 왔소?”

“아, 여기 주인이세요?”

“그렇소만, 누구시오?”

“저, 여쭤 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여쭤볼 거라, 뭡니까?”

“혹시 최두연 씨라고 아시죠?”

“누구요?”

“최두연 씨요.”

노인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워낙 손님이 많은 데다가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기엔 난 이미 노망난 노인네 라오. 미안하지만 모르는 이름이요.”

노인은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한번 털어낸 후, 다리미로 스팀을 뿜으며 옷을 다리기 시작했다.

칙칙!

재훈은 그 옆에서 잠시 구경을 하다가 말했다.

“와, 아직도 이런 세탁소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으신가 봐요? 옷이 꽤 많네요.”

노인은 옷을 다리는데 집중하며 재훈을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아무래도 기계가 전부 다 하는 세탁은 완벽하지 않지.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사람 손을 따라가기란 어렵지 않겠소?”

“그렇겠네요.”

재훈은 스마트폰으로 카사노바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다시 물어봤다.

“어르신, 이 사진 한 번만 봐주세요. 혹시 기억나시진 않는지.”

노인은 사진을 한번 흘깃 보더니 말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니까 그러네.”

“그렇습니까.”

재훈이 실망한 표정을 짓자 노인은 재훈을 슬쩍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애타게 찾는 이유가 뭐요?”

재훈은 스마트폰 속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

“어쩌면 제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거든요.”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라?”

“예, 얼마 전에 죽었습니다.”

노인은 카사노바가 죽었다는 말을 듣자 잠시 놀라는 눈치였다.

“무슨 사연인 게요?”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나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어쩌면 자기 잘못도 뉘우치고, 저와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노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갑자기 가게 앞쪽으로 가서 세탁소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재훈에게 말했다.

“잠깐 나 좀 봅시다.”

“어르신?”

노인은 재훈을 가게 안의 문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제법 큰 서버가 설치되어 있었다. 노인이 재훈에게 말했다.

“아까 그 사진 좀 다시 보여줘 봐요.”

재훈이 다시 사진을 보여주자 노인은 그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말했다.

“안 본 사이에 많이 말랐구먼…”

재훈은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두연 씨랑 아시는 사이가 맞죠?”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노인이 입을 열었다.

“한 20년 전쯤부터 한 7년 정도 우리 가게에서 일을 한 청년이었소. 알바로 시작한 건데 일도 제법 열심히 했고 성실했었지. 내 두 아들 녀석보다도 더 자식처럼 내게 잘해주고 정도 깊은 녀석이었소. 그러다가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소. 그렇게 잊고 살았는데 또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부탁을 하고 떠났지.”

“부탁이요?”

“자기의 모든 기록을 없애달라는 거였소.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흔적도 남기지 말라는 거였지.”

“그래서 최두연의 기록을 모두 없애 주신 건가요?”

“그렇소.”

재훈은 잠시 고민을 한 뒤 어렵게 말을 꺼냈다.

“혹시 최두연 씨에 관해 남은 기록이 하나라도 없는 겁니까?”

노인은 재훈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소.”

“그렇군요.”

노인은 재훈에게 말했다.

“놈이 죽었다니, 너무 갑작스럽고 슬프구려. 그래도 그동안 연락은 안 되었어도,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게 말씀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뭐, 얘기해 드린 것도 별로 없는데 그러시오.”

“아닙니다.”

“내 당신이 그래도 우리 두연이에게 진심으로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것 같아 말씀을 드린 것뿐이오.”

“감사합니다.”

“우리 두연이가 무슨 나쁜 일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오. 단지 가정환경이 좋질 않아서 힘들어했을 뿐이지. 만약 두연이가 큰 잘못을 한 거라면 내가 대신 사과드리오.”

“아… 아닙니다. 어르신께서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노인은 재훈을 가게 앞까지 바래다주며 말했다.

“잘 가시오. 그리고 감사하오. 그래도 녀석이 죽었다는 안부라도 듣게 해줘서 고맙소. 연락이 안 되어서 그동안 하루하루 걱정만 했었거든.”

재훈은 노인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소식 못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잘 가시오.”

재훈은 노인에게 꾸벅 인사를 한 후 그곳을 떠났다.

그날 저녁, 재훈이 식물공장에 있는 젤리를 찾아갔다.

“젤리 씨 불편 하진 않아요?”

“아뇨, 다들 잘 해주시고 너무 좋기만 한걸요.”

“펩스 제거 수술은 모레죠?”

“예, 아마 오전에 할 거 같아요.”

“아, 오전이면 내가 못 올 거 같은데…”

“괜찮아요. 바쁠 텐데. 올 생각하지 마요.”

“나 없이 괜찮겠어요?”

“걱정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제가 백수가 됐는데 재훈 씨까지 백수 되면 어떡할 거예요?”

“알았어요, 그럼 오늘도 잘 자요. 내일 저녁에 올게요.”

“예. 피곤할 텐데 어서 가 봐요.”

재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집으로 향했다.

다음 월요일 SCCIT 본부. 태현이 재훈을 불렀다.

“요즘 뭐하느라고 그렇게 정신없냐?”

“좀 바쁘네요.”

“젤리 씨 집에 누가 불 질렀다면서?”

“예? 아 예.”

“너 진짜 이상하다. 그런 중요한 사건을 나한테도 말하지 않고.”

“그냥 외부에 알려지는 게 싫어서 그래요.”

태현은 한동안 말없이 재훈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알았어. 자 그럼 오늘 사건을 수사하러 출동하자.”

“사건요?”

“그래, 불법으로 개인의 정보를 빼 돌리는 놈이 있는데, 아주 악질이래.”

“출발하죠.”

둘은 태현의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소지에 가까워 올수록 바깥 풍경이 익숙함을 느낀 재훈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돌려보며 주변을 살폈다. 그런 재훈을 보며 태현이 말했다.

“왜? 아는 동네야?”

“익숙한 동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착각인가 봐요.”

“녀석 싱겁긴.”

차가 도착하자 태현이 말했다.

“여기야.”

둘이 내린 곳에는 ‘옛날 우리 동네 세탁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어제 재훈이 왔었던 그 세탁소였다. 태현이 그 간판을 보며 말했다.

“여기 주인 놈이 디지털 세탁소도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인터넷 기록을 지워주는 일을 하는 놈이래. 근데 몰래 개인 정보도 판다더군. 아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지. 자기 정보를 지워달라고 의뢰한 사람들의 정보를 팔아버렸다니 말이야. 그나저나 디지털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진짜 이런 세탁소도 운영하다니, 이 주인 참 센스 있네.”

재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가게 안에서는 노인이 한참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 태현이 가게로 들어가며 말했다.

“주인 되십니까?”

노인은 태현과 함께 들어간 재훈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재훈을 모른 척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소만, 댁들은 누구시오?”

태현은 형사 팔찌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는 특수 사이버 범죄 수사팀 김태현 형사입니다. 몇 가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노인은 다시 다림질을 집중하며 말했다.

“지금은 바쁜데, 뭡니까?”

“이 세탁소 말고 디지털 세탁소도 운영하고 계시죠?”

“그런 거 난 모르오.”

“성함이 방윤수 씨 맞으시죠?”

“그렇소.”

태현은 영장을 꺼내며 말했다.

“당신을 불법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체포…”

그때 노인은 스팀다리미의 스팀을 태현의 얼굴 쪽으로 뿌리며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치익!

“악!”

태현이 얼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노인이 밖으로 달려 나가 스쿠터를 타고 달아나자 태현과 재훈도 밖으로 나가 태현의 차로 달려갔다. 태현이 외쳤다.

“강 형사! 운전해! 나 눈이 잘 안 보여!”

“알았어요!”

재훈은 수동모드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노인은 골목 구석구석을 요리조리 피해가기 시작했다. 재훈도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따라가고 있었다. 태현이 조수석에서 눈을 비비며 총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재훈이 말했다.

“선배, 쏘시게요?”

“저 노인을 잡으려면 바퀴라도 쏴야 할 거 아냐! 얼른 뒤로 붙여!”

“알았어요!”

재훈은 노인이 탄 스쿠터를 바짝 쫓았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태현이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얼른 스쿠터 세워요! 안 그러면 쏠 겁니다!”

노인은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속도를 올렸다. 큰 대로변 쪽으로 나갈 무렵 태현이 잘 안 보이는 눈으로 총을 스쿠터 쪽으로 겨눴다.

“선배? 잘 안보이시는데 괜찮겠어요?”

“씨끄러! 더 붙이기나 해!”

스쿠터가 더 가까워지자 태현은 흐릿한 시선 속에서 스쿠터의 모습을 확인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

펑!

노인이 탄 스쿠터는 타이어가 총에 맞아 터지자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가며 대로변을 가고 있던 차와 부딪쳐 부서지고 말았다. 노인도 그 충격으로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재훈은 차를 세우고 급히 달려가 쓰러진 노인을 끌어안았다. 노인은 머리 쪽에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재훈은 노인을 흔들었다.

“어르신! 일어나 보세요! 어르신!”

노인은 겨우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내… 내가 죄인이요. 내가 나쁜 일을 해 와서 두연이가 죽게 된 거요.”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연이는 나쁜 애가 아니오. 그저, 살려고 발버둥 쳤을 뿐이요. 사람을 잘 못 만난 거지. 차라리 나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소. 그랬다면 지금 녀석은 죽지 않았을 거요.”

노인은 재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형사 양반, 내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소.”

“예?”

“난 두연이의 정보를 다 없애지 않았소. 녀석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동안 녀석의 중요한 정보를 다 없애지 않고 가지고 있었소.”

“그렇다면 그건 어디에 있습니까?”

“A… A38에…”

노인은 그대로 몸이 축 늘어지며 숨을 거뒀다.

“어르신! 어르신!”

그때 태현이 겨우 눈을 뜨며 다가왔다.

“강 형사, 괜찮아?”

재훈은 죽은 노인을 꼭 끌어 앉고 있었다. 잠시 후 경찰차와 엠블런스가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현장에는 구경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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