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21화 (21/119)

# 21

21화 빙산의 일각

태현의 차가 SCCIT 본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자, 기다리고 있던 정철민 부장이 급히 다가와 운전석에 앉은 태현에게 말했다.

“본부 지하의 금고실 치워놨으니까, 이 놈 끌고 가서 가둬 놔. 거기가 제일 안전할 거야.”

“예.”

재훈과 태현은 카사노바를 끌고 본부 지하로 내려갔다. 금고실에 다다르자 카사노바가 한마디 했다.

“오, 지금 나를 이렇게 소중하게 금고에 보관하려는 건가? 역시 내 가치를 알아봐 주는 건 친구밖엔 없군.”

재훈이 카사노바를 금고실 철창 안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소중한 게 아니고, 외부 침입을 막을만한 곳이 여기밖엔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친구 소리 좀 집어 쳐!”

수갑을 점검한 뒤, 철창을 닫고 재훈과 태현이 나가려는데 카사노바가 말했다.

“식사는 돈가스로 부탁해. 갈릭 소스 잔뜩 얹어 주고, 수프는 양송이 수프로 내오라고.”

재훈은 대꾸도 안 한 채 금고실의 문을 닫았다.

덜컹!

재훈과 태현은 부장실로 갔다. 정 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검찰 쪽 상황은 어때?”

태현이 태블릿 PC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제차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여기 옆 도로로 군 트럭들 지나가는 거 보이시죠? 수십 대가 검찰청 쪽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이거, 지금쯤 난리도 아니겠군.”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하죠?”

“일단 다음 지시사항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그리고 둘은 지금 다시 검찰청 쪽으로 가서 상황 좀 지켜보고.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우리가 직접 파악한 정보들뿐이야.”

“예, 알겠습니다.”

재훈과 태현은 다시 차를 타고 검찰청으로 향했다. 태현은 검찰청 인근 도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재훈이 물었다.

“그건 뭐예요?”

“이거? 우리 눈이지.”

“예?”

“하늘을 봐.”

하늘에는 수많은 취재용 드론들이 떠 있었다.

“저렇게 드론을 띄우면 전체적인 상황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디테일하게는 절대 알 수 없지. 하지만, 이건 달라.”

태현은 상자를 열고 원통 모양의 지상용 드론을 꺼냈다.

“이 녀석이 지금부터 아주 생생한 상황들을 전해 줄 거야.”

태현은 드론을 땅으로 굴려 보냈다. 그리고 원격 조종기를 들어 드론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검찰청 앞에는 수많은 군인들이 무장을 한 채 서 있었다. 그 앞에 있던 이건형 합참의장이 헤드셋을 통해 말을 하자 공중에 띄어 놓은 군용 드론의 스피커를 통해 큰 소리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검찰은 어서 잘못을 뉘우치고 지금이라도 펩스 해킹 범인을 인도하십시오! 저는 더 큰 사태를 만들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검찰청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태현의 드론은 군인들이 서 있는 근처까지 다가갔다. 태현이 한 군인의 총을 화면으로 확대하며 말했다.

“강 형사, 저 총 뭔지 알아?”

“XK-2 소총이잖아요?”

“그렇지. 저 72발들이 탄창과 유탄 탄창을 좀 봐봐. 다 실탄이 장전되어 있다고. 여차하면 진짜 쏘겠다는 거지.”

“그런데, 정부는 왜 이 사태를 보고도 가만히 있는 거죠?”

“지금쯤 골머리 좀 썩히고 있겠지. 정부 인사들 중에는 경찰 쪽 사람도 있고, 군 쪽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다들 여기서 양보하면 다시는 만회할 수 없다고들 생각할 거야. 그래서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일 거야.”

“하지만 이러다가 진짜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사태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질 텐데요.”

“그러게 말이다.”

“펩스 통제권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거예요? 저렇게들 싸울 정도로요?”

“생각해봐, 어떻게든 합법적인 이유를 만들어서 펩스를 통제할 권리를 갖게 된다면, 그게 곧 국민들 대부분을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거야. 아무리 그게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국가를 통제하는 강력한 힘이 되는 거지. 그건 펩스 통제권 관련 지도부에 있는 소수의 몇몇 사람들이 나라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하지만 국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요.”

“글쎄. 국민들은 잠깐 발끈했다가 이내 잠잠해질 거야. 항상 그래 왔으니까. 결국 경찰이 이기든 군이 이기든, 펩스 통제권은 정부 통제 하에 재정비되는 식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건 불가능해.”

그때, 다시 합참의장의 목소리가 드론들의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하게 퍼졌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범인을 지금 당장 내놓지 않으면 이것을 검찰과 경찰 조직의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무력으로 강제 진압을 할 것입니다. 전군 사격 준비!”

철컥 철컥!

곳곳에서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청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재훈이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러다 진짜 쏘겠어요.”

태현이 드론의 조종 화면을 보자, 군인들이 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제기랄, 진짜 큰일 나겠는데.”

합참의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전군, 범인 검거 작전을 시행한다. 전원 앞으로 돌…”

검찰청 근처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들과 사람들이 긴장한 채 걱정스러운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검찰청 앞으로 급하게 들어와 섰다.

끼익!

조수석에서 한 남자가 뛰어나와 고함을 질렀다.

“당장 멈춰요!”

군인들은 움찔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려다 멈춰 섰다. 고급 승용차 뒷문이 열리며 50대의 남자가 나왔다. 조수석에서 나온 남자는 준비해 온 확성기를 50대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아! 아! 저는 국무총리 황진원입니다. 군은 즉각 행동을 멈추세요!”

합참의장이 국무총리에게 다가갔다. 그 위로 기자들의 드론이 몰려들어 그 상황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태현도 드론을 그 가까이로 진입시켰다. 국무총리가 합참의장에게 말했다.

“당장 멈추세요. 대통령께서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걸 원치 않으십니다. 지금 이 행동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아십니까?”

“지금 경찰 쪽에서 펩스 통제권을 위해 생쇼를 하고 있는데, 이걸 그냥 지켜보고 있으라는 얘기십니까?”

“일단 멈춰요. 이런다고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정부에서도 방관하고만 있는데, 우리라도 움직여야지요!”

“아니요. 절대 안 됩니다! 당신 제정신 이예요? 이건 쿠데타예요. 쿠데타!”

“이건 국민을 위한 행동입니다!”

“당신들이 펩스 통제권을 가져가지 못해서 안달 난 건 아니고요?”

합참의장은 국무총리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때 검찰청의 정문이 열리며 검찰청장이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 나왔다. 그가 합참의장에게 말했다.

“일단 멈추시지요. 여기서 이러다간 전쟁이라도 일어나겠습니다. 쓸데없이 피를 흘릴 이유는 없지요.”

합참의장이 열을 내며 말했다.

“당신들이 경찰과 함께 생쇼를 하니까…”

검찰청장이 합참의장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만 멈추세요. 언론에서 생방으로 이 상황이 나가고 있는데, 서로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일단 돌아가세요. 조만간 경찰청장과 함께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때 말씀 나누시지요.”

합창의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군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국무총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과 재훈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진짜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는 줄 알았네. 그렇지 강 형사?”

“그러게요, 심장이 다 얼어붙는 줄 알았어요.”

“일단 본부로 돌아가자.”

“예.”

재훈이 차로 돌아가며 뒤돌아보자, 기자들이 검찰청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개미 떼 같이 보였다.

본부로 돌아온 태현과 재훈이 부장실로 갔다. 태현이 맥이 풀린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정 부장에게 말했다.

“완전 전쟁 나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군인들이 안전장치까지 풀었다니까요.”

“일단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카사노바를 숨겨두고 보호하라는 청장님의 지시야.”

“아! 왜 우리가 그런 범죄자 놈 신변 보호까지 해야 되는 거예요?”

“정치란 게 원래 그런 거야. 무고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범죄자를 보호하기도 하고.”

재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정말 걱정스러워요. 이런 중대한 시점에 그런 정치 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정 부장이 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 형사, 정치는 일종의 쇼야. 진짜 다 죽을 짓은 그 어느 쪽도 하지 않아.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

“아니요. 지금 정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요. 카사노바 배후에 분명 뭔가가 있어요.”

“무슨 소리야? 그게?”

“카사노바가 믿고 있는 그 배후 세력… 어쩌면, 이 정치세력들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

태현이 재훈을 보며 말했다.

“강 형사, 소름 끼치게 그런 말 하지 마. 괜히 오싹하잖아.”

“아니에요, 선배. 그동안의 사건들을 잘 생각해 보세요. 놈이 이 상황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건, 단순 허세만은 아닐 거예요. 그리고 그동안 벌어진 범행을 보면 분명 뭔가 뚜렷한 목적이 있어 보여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것도 아주 크고, 무섭고, 끔찍한 거요.”

태현과 정 부장은 그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재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재훈이 자기 책상에 앉아 있는데 원웅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원웅 씨, 잘 계시죠?”

“강 형사님, 제가 주소를 알려 드릴 테니까 이쪽으로 좀 와 주시겠어요? 저번에 카사노바에게서 압수한 서버를 더 조사해보다가 굉장히 흥미로운 걸 알아냈어요.”

“예,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태현이 옆으로 와서 물었다.

“원웅 씨야? 왜? 오래?”

“네, 선배. 뭔가 중요한 걸 발견한 거 같으니까, 조 팀장님도 불러서 같이 가요.”

“그래, 그러자.”

재훈과 태현은 조 팀장과 함께 원웅의 새로운 아지트로 출발했다.

수원의 한 식물공장 앞. 태현이 재훈에게 물었다.

“여기가 맞아?”

“예. 여기 제일 상층이라고 했어요.”

셋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36층에서 내렸다.

재훈이 말했다.

“여기서 부터는 계단으로 가야 해요.”

상층은 꽤 천장이 높았다. 안에는 큰 열대나무들이 서있었다. 태현이 나무를 보다가 재훈에게 물었다.

“강 형사 저 나무들 코코넛 나무 아니야?”

“맞네요. 코코넛 나무.”

조 팀장이 입을 다물지 못하며 말했다.

“이렇게 직접 온 건 처음인데 세상 참 좋아지긴 했구나. 열대 과일도 이렇게 공장에서 키우다니…”

계단으로 올라가 연구동을 들어간 재훈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에요.”

재훈이 벨을 누르자 안에서 젤리가 나오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재훈이 놀라며 말했다.

“어? 젤리 씨가 어떻게 여길…”

뒤에서 원웅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가와 말했다.

“세계적인 해커님이 도와주셔야 카사노바의 비밀 연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불렀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걸 발견하셨다는 게 뭐예요?”

“이쪽으로 와 보세요.”

재훈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 꽤 큰 규모의 공간에 커다란 각종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태현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전에 사시던 집 시스템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요.”

“여긴 워낙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이다 보니 이런 큰 시스템을 갖춰도 편하게 쓸 수 있어서, 규모를 좀 늘려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아지트를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전에 핑크레드에게 아지트를 좀 구해달라고 했더니 여기를 마련해주더군요. 사실 이 식물공장은 핑크레드 겁니다. 채식주의자인 핑크레드가 자신이 먹을 채소와 과일들을 기르기 위해 만든 공장이지요.”

“와… 이 정도 규모면 이윤도 어마어마하겠네요.”

“네, 그렇죠.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원웅은 큰 하얀 원형 테이블에 다가가며 웨어러블 장갑을 끼고 그 위로 홀로그램을 띄웠다. 복잡하게 이루어진 글씨가 나타나며 각 사이를 수많은 선들이 연결하고 있었다. 재훈이 그 홀로그램을 보며 말했다.

“이건 마치… 커다란 마인드맵 같네요.”

“맞습니다. 마인드맵입니다. 카사노바의 사건들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펩스에서 추출한 해킹 정보와 그 페타바이트 서버에서 추출한 정보를 연결한 겁니다.”

“굉장히 복잡하네요.”

“예. 아직 이것도 서버의 극히 일부만을 분석해 낸 겁니다.”

원웅이 그 글씨 가운데서 한 부분을 손으로 끄집어 내 확대시키자, 어떤 도표들이 나타났다.

“이건 확률에 관한 도표입니다. 잘 보시면 여러 사람들의 라이프로깅[1]이 분석되어 있습니다. 분석된 사람은 최소 5000만 명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각주[1] 라이프로깅: Life logging. 어떤 사람의 일상생활 중의 모은 행동이나 생체 반응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것.』

“5… 5000만 명이요?”

“예. 최소 5000만 명이란 얘기입니다. 아마도 국내의 펩스를 한 대부분의 사람들에 관한 정보라고 생각됩니다만…”

태현이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럼, 이게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의 무엇을 분석한 거예요?”

“이 도표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라이프로깅 외에 특정 신호 별 반응을 분석해 놓은 것입니다. 다음 설명은 펩스를 만드신 젤리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그게 더 나을 것 같네요.”

젤리가 다른 웨어러블 장갑을 끼고 홀로그램 도표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 도표는 외부 명령에 의한 각각의 반응도를 분석한 도표예요. 통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펩스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분석 정보인 셈이죠.”

젤리가 그 도표들 사이에서 한 부분을 집어내어 두 개로 나눠 확대시켰다.

“이건 얼마 전에 구출한 산모와 아기의 펩스를 분석한 도표예요. 잘 보시면 각각의 도표 모양이 비슷한 걸 알 수 있죠.”

조 팀장이 도표를 보며 말했다.

“전에 제가 검사한 산모와 아기의 펩스를 분석하다가 궁금했던 게 이거였어요. 도대체 이게 뭐죠? 저희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더라고요.”

“아주 쉽게 설명해서 이건 산모가 음성으로 아기의 뇌를 해킹해서 조절하는 실험이었다고 보시면 돼요.”

“예?”

재훈과 태현과 조 팀장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현이 젤리에게 물었다.

“음성으로 해킹을 한다고요?”

“예. 정확한 원리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해요. 그때 구출한 산모가 아기에게 이상한 소리로 자장가를 들려줬다고 하셨죠? 그게 음성 해킹을 하는 과정이었을 거예요.”

재훈이 물었다.

“그럼 그 실험을 한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페타바이트 서버의 자료들은 뇌신경 지도를 만드는 자료였을 거라고 생각돼요. 산모가 음성으로 아기의 뇌를 해킹하는 실험을 한 건 전기신호가 아닌 외부 음성으로도 해킹이 되는 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을 겁니다.”

“도대체 왜 그런 해킹들을 실험한 걸까요?”

“제 생각엔, 사람들을 음성이나 전파로 해킹해서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는 게 실험의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말도 안 돼… 사람들을 해킹해서 누군가의 조종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구요?”

“물론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해요. 아직 뇌신경 지도를 완성한 사람도 없고요. 하지만 이 서버 속의 실험은 전 세계 그 어떤 실험보다도 더 많은 부분이 앞서 있어요.”

“그 말은?”

“예. 이대로 실험이 진행된다면 이 서버의 실험을 한 사람들이 그 누구보다도 빨리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거죠.”

태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간단하게 요약해서 카사노바가 갖고 있던 서버의 내용으로 봤을 때, 뇌신경 지도의 몇 프로 정도가 완성된 거예요?”

젤리가 한번 심호흡을 하더니 말했다.

“이 내용을 다 분석할 수는 없지만 70프로 이상은 완성한 것 같아요.”

재훈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대체, 누가 이런 실험을 하고 있는 걸까요? 분명 카사노바 혼자는 아닐 테고…”

원웅이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가 서버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겁니다. 어쩌면 더 많은 실험이 진행됐을 수도 있고, 우리의 예측과는 달리 이미 뇌신경 지도를 완성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일단, 카사노바의 입을 열어야 합니다.”

태현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묻는다고 놈이 순순히 말해줄 리가 없잖아요?”

재훈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실험의 유일한 멤버는 그놈뿐이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재훈 일행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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