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20화 (20/119)

# 20

20화 숨겨진 전쟁

SCCIT 본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재훈 일행이 본부로 돌아오자 정철민 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재훈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장님, 놈은 잘 잡혀 있는 거죠?”

“걱정 마, 강 형사. 개미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지켜보고 있으니까.”

태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거, 잡아 놓고도 믿기지가 않네요. 진짜 놈을 잡다니.”

“그래, 다들 정말 고생했어. 가서들 좀 쉬어.”

“아닙니다. 우선 놈을 좀 보고요.”

재훈 일행은 유치장 쪽으로 향했다. 긴장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카사노바는 굉장히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재훈 일행이 다가가자 카사노바가 일어서서 철창 근처로 다가오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작전이었어. 솔직히 좀 놀랐어. 날 속이다니. 하하!”

태현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봐, 좀 둔감한 성격 인가 본데, 당신 지금 범죄자로 잡힌 거라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두렵지도 않아?”

“두려워? 뭐 하러? 결국 난 풀려나게 될 텐데?”

재훈이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놈의 허세는 언제까지 부릴 거야? 당신 이제 절대로 못 빠져나가.”

“나한테 그 드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다른 어떤 무기가 당신을 구하러 온대도 우리는 무슨 수를 쓰던 꼭 막을 거야.”

카사노바가 얼굴 표정을 냉정하게 바꾸며 말했다.

“내 생각엔 내 친구인 강 형사 당신이 날 구해줄 것 같은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언제까지 지껄일지 두고 보자고.”

“하하! 어디, 어떻게 될지는 기다려 보자고.”

서 순경이 재훈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말했다.

“선배님, 저딴 미친놈 얘기 더 듣지 말고 우리 올라가요.”

재훈 일행이 돌아서 가려는데, 카사노바가 서 순경을 향해 말했다.

“지금 저딴 미친놈이라고 했나? 이봐 서 순경, 나한테 잡혔을 때 보니까 말이야 그 오른쪽 엉덩이 위에 있는 까만 점이 참 귀엽던데 말이야. 하하!”

“뭐야? 이런 사이코 같은 새끼가!”

서 순경은 미칠 듯이 달려가 철창 안으로 손을 넣어 카사노바를 잡으려 했다.

“너 이 새끼! 잡히면 죽어!”

“그럼 들어와서 잡아 보던가. 하하!”

뒤에서 따라 달려온 재훈과 태현이 서 순경을 말리기 시작했다.

“이거 놔요! 당장 저 새끼 죽여 버릴 테니까!”

재훈이 서 순경을 잡으며 말했다.

“서 순경 참아! 일단 놈은 잡힌 거야.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을 거라고!”

서 순경은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억울한 듯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태현이 서 순경을 달래며 데리고 가자, 재훈이 카사노바에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 내가 서 순경 몫까지 꼭 벌 받게 만들 거야.”

“오, 기대되는데.”

재훈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 돌아갔다.

회의실 안에 정 부장과 최홍규 반장, 재훈 일행이 둘러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었다. 최 반장이 말했다.

“부장님, 이거 너무들 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반장인 나도 모르게 이런 비밀 작전을 펼칠 수가 있는 거예요?”

“하하. 미안하네, 최 반장. 우리 내부의 말들이 분명 카사노바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는 게 확실해서 정말 몇몇을 제외하고는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어.”

태현이 젤리를 보며 말했다.

“그때 옥상에서 젤리 씨가 사탕을 주면서 사탕 껍데기에 비밀 편지를 써주지 않았더라면, 이번 작전은 생기지도 않았을 거예요. 대단해요 젤리 씨, 그런 생각을 해내다니.”

최 반장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젤리 씨 대체, 그 껍데기에 뭐라고 썼던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본부 내부에 도청 장치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본부 내부에 도청이 되고 있는 것 같으니 앞으로 중요한 말은 이 사탕 껍데기에 써서 알리기로 해요.’라고 썼어요.”

재훈이 말했다.

“그래서 우린 그 이후로 중요한 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사탕 껍데기에 쓰고, 또 모자라면 종이에 써서 그걸 사탕껍질에 싸서 주고받은 거예요. 분명 내부에 도청이 있다면 혹시 CCTV도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했던 거죠.”

조 팀장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특히, 본부 천장 냉난방 기에 도청 장치가 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고요. 우리 본부 안에 몰래 이런 도청 장치를 해 놓고 그동안 감시를 해왔었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던데요.”

정 부장이 최 반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카사노바를 해킹할 것처럼 하고, 진짜로는 두 개의 가짜 서버를 만들어 놈의 드론을 해킹하기로 한 거야. 그 작전이 먹혀들어 간 거고.”

“대단들 하네요. 결국 놈을 그렇게 잡은 거네요.”

정 부장이 재훈 일행을 보며 말했다.

“자, 다들 수고했고 잠시 후에 검찰에서 나와서 카사노바를 인도해 갈 거니까 그렇게 알도록 해.”

재훈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검찰이요?”

“왜? 백건우 지검장이 생각나서?”

“네. 이제 왠지 검찰이라고 하면 믿음이 안 가서요.”

“걱정하지 마. 이번에 오는 사람은 나도 잘 아는 사람이니까. 놈을 잘 인도해 갈 거야.”

“예. 알겠습니다.”

회의실을 나오며 재훈이 원웅에게 말했다.

“저희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이제 어디로 가실 거예요?”

“전에 핑크레드가 제 부탁을 받고 알아봐 준 새로운 아지트가 있습니다. 거기로 갈 겁니다.”

태현이 원웅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아마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저희 경찰 쪽에서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겁니다. 놈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해 주셨으니까요.”

“큰 역할은요… 그저 제가 살아남으려고 한 일인데요. 이제 놈을 잡았으니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자, 그럼 내가 원웅 씨를 데려다줄 테니까, 강 형사가 젤리 씨를 데려다주고 와.”

젤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 차를 부르면 되는데요. 피곤하실 텐데 쉬세요.”

태현이 재훈과 젤리의 어깨를 뒤에서 밀며 말했다.

“자, 이렇게 붙여줄 때 데이트 좀 하세요.”

재훈은 뒤를 흘깃 돌아보며 약간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아이, 선배도 참.”

젤리를 데려다주는 재훈의 차 안. 둘은 잠시 어색한 듯 아무 말 없이 가다가 재훈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에 젤리 씨 도움이 아니었으면 정말 놈을 잡을 수 없었을 거예요.”

“아니에요, 다들 힘을 합한 결과죠. 그런데 막상 놈을 잡고 나니 좀 허탈하네요.”

“허탈해요?”

“예. 그동안 강 형사님 옆에서 있었던 시간들이 좋았는데, 이제 끝나는 구나라고 생각하니 좀 아쉽기도 하네요.”

재훈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잠시 후 재훈은 슬쩍 젤리의 손을 잡았다. 젤리도 재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재훈의 차는 젤리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검찰에서 카사노바를 데려가기 위해 검사가 SCCIT 본부로 왔다. 검사가 재훈 일행을 향해 말했다.

“그동안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신 여러분의 노고를 정말 진심으로 높이 삽니다. 제가 범인을 잘 조사해서 꼭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검사가 데려온 일행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카사노바를 차에 실었다. 카사노바는 잡혀 가면서도 뭐가 즐거운지 실실 웃고 있었다. 재훈은 그런 카사노바를 노려보고 있었다. 검찰의 차가 주차장 밖으로 나가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기자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검찰차를 보며 재훈이 태현에게 말했다.

“정말 이게 끝이겠죠?”

“끝이겠지. 지가 신이 아닌 이상 이제 못 빠져나갈 거야.”

재훈이 들어가려는데 서 순경이 어두운 표정으로 검찰 차가 사라진 곳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서 순경, 꼭 놈은 벌을 받을 거야. 서 순경을 괴롭힌 그 벌까지.”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재훈은 서 순경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자 이제 힘내서 일하자.”

“예, 선배님.”

잠시 후, 재훈 일행이 회의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검찰청으로 검사가 카사노바를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연신 보도되었다. 곧 검사의 브리핑이 시작됐다.

“국민 여러분, 어제 저희는 그동안 펩스 해킹 사건으로 국가적 혼란을 일으켰던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으며 오늘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범인을 수사할 것입니다.”

태현이 뉴스를 보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검사님이 잡은 줄 알겠네. 이게 다 우리의 판타스틱 한 작전 덕분이었는데 말이야. 아, 그냥 내가 지금 저 자리에 가서 우리가 잡은 거예요! 라고 외칠까?”

조 팀장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우리 역할이 범인 잡는 거니까 그걸로 된 거죠. 저런 뉴스에는 저렇게 검찰이 나서야 어울리는 거라고요.”

“아, 그래?”

재훈이 뭔가 생각에 잠겨 있자 태현이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강 형사,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재훈은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왜 그래? 정말 심각하네?”

태현은 재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말했다.

“아! 어제 젤리 씨랑 무슨 일 있었구나? 내가 상담해 줄게 연애 문제라면 내가 척척박사지!”

“아니에요, 그런 거.”

“그럼 뭔데?”

“카사노바가 했던 말이 거슬려서요.”

“무슨 말?”

“제가 자기를 구해줄 거라고요…”

“에이, 그 자식 그거 미쳐서 허풍 떤 거야. 그런 말에 신경 쓰다니 강 형사 답지 않은데?”

“그냥 그 말이 계속 신경 쓰여요.”

“신경 꺼. 우리는 이제 놈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그것만 보면 된다고.”

재훈은 계속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K-9 UNIT’라고 쓰인 차가 본부로 들어왔다. 경찰이 들어와 재훈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퍼시를 데리러 왔는데요.”

“아, 안녕하세요. 퍼시는 저기 구석에 엎드려 있어요.”

재훈이 퍼시가 있는 곳으로 가자 퍼시가 엎드린 채 눈을 살짝 떴다. 경찰이 퍼시에게 말했다.

“퍼시, 이제 가야지.”

퍼시가 일어나자 재훈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퍼시, 고마웠어. 다음에 시간 날 때 놀러 갈게.”

“그래. 다음에 또 보자.”

퍼시가 자신을 데리러 온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같이 가던 경찰이 뒤를 돌아 다시 재훈에게 다가와 말을 했다

“저기…”

“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보니까 퍼시를 참 예뻐해 주시더라고요.”

“예, 퍼시는 참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녀석 이예요. 그런데 뭘 알아야 한다는 거죠?”

“퍼시가 얼마 뒤면 은퇴를 하게 돼요. 나이가 벌써 10살이 넘었거든요.”

“은퇴요?”

“예. 이제 은퇴를 하게 되면 머리에 장착됐던 펩스도 제거하고 평범한 개로 돌아갈 겁니다.”

“은퇴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아마 원래 있던 뉴욕으로 가서 남은 여생을 맡아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거기로 가거나, 아니면…”

“아니면요?”

“안락사를 시키게 될 거예요.”

재훈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안락사요? 왜죠?”

“펩스를 제거한다고 해도 특수 훈련을 많이 받은 녀석이라, 보통 가정에서 키우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냥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예. 수고하세요.”

재훈은 창밖으로 사라져 가는 퍼시를 실은 차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혼잣말을 했다.

“퍼시…”

다음 날, SCCIT 본부. 태현이 본부 내부를 돌며 재훈과 조 팀장, 서 순경을 봤는데, 왠지 일행들이 다 힘이 없어 보이는 눈치였다. 태현이 재훈의 등을 치며 말했다.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아니요. 그냥요.”

“왜, 막상 카사노바를 잡고 나니까 힘이 빠져?”

“뭐, 그런 것도 좀 있고요…”

“그럼 내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지. 본부 식당으로 가자고.”

멤버들을 식당으로 불러온 태현이 정기룡 셰프에게 말했다.

“셰프! 이 자식들 아침부터 해롱거리는데 정신 번쩍 들 만한 메뉴 있어요?”

“정신 번쩍 들 메뉴? 그럼 내가 엄청 매운 주꾸미 볶음을 해줄게!”

잠시 후, 기룡이 주꾸미 볶음을 내 왔고 일행들이 맛을 보기 시작했다. 재훈이 갑자기 기침을 하며 말했다.

“와! 이거 엄청 맵네요.”

태현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 정신이 번쩍 들지?”

“예. 근데 맛있어요.”

기룡이 웃으며 말했다.

“그게 내 요리에 매력이지. 뭘 해도 맛있는 거. 하하!

그때 최 반장이 헐레벌떡 식당으로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TV 뉴스 좀 봐봐!”

기룡이 리모컨으로 TV를 켜며 말했다.

“뭐가 나오길래 이렇게 급하셔요?”

뉴스에서는 군복을 입은 남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화면 밑에는 ‘이건형 합참의장 긴급 기자회견.’이라고 쓰여 있었다.

재훈이 말했다.

“합참의장이면 군에서 제일 높은 사람 아니에요?”

태현이 화면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렇지. 군대의 총대장이지. 내용 좀 잘 들어보자.”

화면 속 합참의장이 말을 이었다.

“앞서 말씀드린 데로 입니다. 이번 펩스 해킹 사건의 범인은 경찰에서 펩스 통제권을 갖기 위해 조작한 인물이라는 정황이 저희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범인이 사용한 무기의 중개인이 경찰 내부 관계자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범인이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이유는 경찰 내부의 치밀한 각본에 의해 움직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경찰은 펩스 통제권을 가지기 위해 국민을 속였던 것이며, 막상 펩스 통제권을 갖게 되자, 범인을 잡은 것처럼 꾸민 것입니다. 이에 우리 군은 국민을 우롱한 경찰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판단, 이번 사건의 범인을 경찰과 검찰로부터 인도받아 강력히 수사를 할 것이며, 경찰이 펩스 통제권을 갖기 위해 꾸민 이 대국민 사기극의 전모를 꼭 밝혀낼 것을 약속합니다. 이상입니다.”

합참의장의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가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TV를 보던 재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이에요? 경찰이 꾸미다니. 우리가 그동안 목숨 걸고 놈을 잡은 거잖아요?”

태현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린지 일단 부장님께 가보자.”

재훈과 태현은 부장실을 찾아갔다. 정 부장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정 부장이 잠시 들어오지 말라는 손짓을 보냈다. 잠시 후, 정 부장의 통화가 끝나고 재훈과 태현이 들어갔다. 정 부장은 안색이 좋질 않았다. 재훈이 말했다.

“부장님! 이게 무슨 말입니까? 경찰이 꾸미다니요?”

정 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재훈과 태현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두 사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지금 검찰의 전화를 받았는데 군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카사노바를 무슨 일이 있어도 빼가려 할 거래. 그래서 카사노바를 잡았던 우리가 잠시 카사노바를 이곳으로 빼 달라는 요청이야.”

태현이 깜짝 놀라 말했다.

“예? 저희 가요?”

“더 긴 얘기 할 시간이 없어. 우선 두 사람이 검찰에 가서 카사노바를 빼 오도록 해.”

재훈과 태현은 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대로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로 향하는 태현의 차 안. 재훈이 암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글쎄, 지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왠지 큰 힘겨루기에 휘말린 게 아닌가 싶다.”

잠시 후 차는 검찰의 지하 주차장에 섰고 검사와 관계자들이 나와 카사노바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카사노바가 재훈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오, 강 형사! 내 말이 맞지? 결국 친구인 네가 이렇게 나를 구하러 오게 됐잖아? 하하!”

“닥쳐! 허튼 짓하면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재훈은 카사노바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선글라스를 씌운 후 모자를 씌웠다. 그리고 태현은 차 뒷좌석 주위의 유리들을 반투명하게 블라인드 기능을 켜고 차를 출발시켰다. 태현의 차가 주차장 밖으로 나와 대로를 달려가는데 반대편 차선으로 군인들을 잔뜩 실은 군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검찰청 쪽으로 향해 가는 게 보였다. 재훈이 태현에게 말했다.

“선배, 군에서 엄청 세게 나오는 데요? 무력으로라도 이놈을 빼 가려고 하는 거겠죠?”

“그렇지. 군인들이 저렇게 가는 걸 보니 진짜 무슨 전쟁이라도 나는 것 같네.”

카사노바가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재훈은 카사노바를 노려보며 말했다.

“얌전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태현의 차는 그렇게 SCCIT 본부로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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