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16화 (16/119)

# 16

16화 찾을 수 없는 추억

재훈과 태현은 SW인더스트리를 방문했다. 미팅 룸에 가자, 한 남자가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무인 무기 개발부 현인호 차장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특수 사이버 범죄 수사팀 김태현 형사입니다.”

재훈도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강재훈 형사입니다.”

재훈이 현 차장에게 태블릿 PC에 검찰청 주변 CCTV에 찍힌 드론 사진을 띄워서 보여주며 말했다.

“요즘 뉴스에서 보셨을 거예요, 펩스 해킹 사건요.”

“예, 워낙 떠들썩한 사건이라 알고 있습니다.”

“이게 그 범인이 사용한 드론입니다. 범행 현장 주변 CCTV에 찍힌 건데 저희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 회사의 드론 같습니다. 확인 좀 해볼 수 있을까요?”

현 차장은 사진 속의 드론을 유심히 관찰한 후 말했다.

“이걸 범인이 쓴다고요?”

“예, 이 회사께 맞나요?”

현 차장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자신의 태블릿 PC를 가져와 사진을 띄웠다.

“여기 보시면 이 드론이 범인의 것과 상당히 흡사해 보일 겁니다.”

재훈과 태현은 유심히 그 사진을 관찰하였다. 재훈이 말했다.

“예, 맞는 거 같네요. 이거 여기서 개발된 거죠?”

“그게… 저희가 만든 건 맞습니다. 프로토 타입이었고요. 원래는 펩스로 구동되는 군용 드론으로 개발됐었습니다. 하지만 최종 승인 과정에서 선정이 취소됐어요.”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가 뭐죠?”

“실전 효율성과 가격 문제였어요. 사실 중형 드론에 무기까지 갖추고 펩스로 구동된다는 것은 굉장히 편리한 거였지만, 크기가 크다 보니 좀 느렸어요. 그리고 잘 노출되어 공격에 취약하다 보니 강하고 두꺼운 방탄으로 외부를 만들었는데, 결국 그게 제품의 단가를 어마어마하게 올리는 결과를 낳았죠. 국방부에서는 그 돈이면 다른 무기를 운용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지금도 군에서는 공격형 드론을 쓰고 있지 않나요?”

“예, 쓰고는 있죠. 하지만 다 무선 조종 방식입니다.”

“저희가 이 드론을 직접 상대해봤는데, 무기의 파괴력이 엄청나던데요.”

“아, 그 사진 속 드론의 무기는 원래부터 장착된 무기가 아닙니다.”

“예?”

“저희가 이 드론에 달았던 기관총은 7.62미리 대전차용 기관총이었어요. 그보다 큰 탄환을 쓰는 총은 사격 시 반동이 너무 컸거든요. 하지만 사진의 기관총은 생긴 거나 구멍 크기로 짐작컨대 아마 9.69미리 이상은 될 것 같네요.”

“그럼 개조가 됐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죠. 저 정도 총이면 아마 명중률이나 무게 쪽에서는 다소 불리하겠지만, 파괴력은 상당할 겁니다.”

“맞아요. 눈앞에서 봤는데 벽이 다 뚫릴 정도더군요.”

태현이 물었다.

“그럼 프로토 타입 드론은 선정 취소가 된 다음 어떻게 됐나요?”

“원래 선정 취소가 된 제품은 폐기됩니다. 이 드론도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무기가 폐기되지 않고 유출되는 경우도 있나요?”

“아니요. 다른 곳에 기술이전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나가는 경우는 있었어도, 폐기된 제품이 없어졌던 적은 없습니다. 저희 기록에도 이 드론은 분명 폐기된 걸로 되어 있어서 그동안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어요.”

재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프로토 타입 드론은 총 몇 대가 있었습니까?”

“이 기종은 단 한 대 뿐이었습니다.”

재훈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한 장 더 보여줬다.

“이 사진은 저희가 병원에서 총으로 떨어뜨린 드론입니다. 아까 사진은 다른 현장에서 찍힌 드론이고요. 저희가 본 건 총 두 대의 드론이었어요.”

“예?”

현 차장은 화면 속 사진들을 손으로 넘기며 여기저기 자세히 관찰하였다.

“이 격추된 드론은 프로토 타입 이전의 드론입니다. 신기하군요. 이것도 분명 폐기된 제품인데 이게 어떻게…”

“그럼 아까 말씀대로라면 처음에 본 드론이 더 강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저희에게 이 드론은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혹시 약점 같은 건 없을까요?”

“그게, 워낙 치밀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아마 그 사용자를 차단시키지 않는 이상 대적하기가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여러 가지로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그럼 저희도 이 드론들이 폐기되지 않고 어떻게 유출됐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재훈과 태현은 밖으로 나와 재훈의 차를 탔다. 재훈이 말했다.

“현 차장은 정말로 제품들이 유출된 걸 모르고 있었을까요?”

“모르지. 어쩌면 자기가 유출시켰을 수도 있지. 그런 제품들은 암시장에서 워낙 고가로 팔리거든.”

“참! 갑자기 생각난 건데, 선배 차는 경찰청에서 보상해 준데요? 드론 때문에 박살 났잖아요.”

“야, 말도 마라. 그거 보상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안 해주려는 걸 억지로 밀어붙여서 겨우 보상받았다. 엄연히 작전 중에 파손된 건데 당연히 국가에서 보상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걸 왜 내 돈 주고 바꾸라고 하냐고!”

“진정하세요. 고혈압 생겨요. 그래서 차는 언제 나와요?”

“아마 내일 나올 걸?”

“다행이네요. 사실 걱정 많이 했거든요.”

태현은 재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강 형사. 역시 너밖에 없어. 뽀뽀라도 해주랴?”

“아, 징그럽게!”

둘은 그렇게 본부로 향했다.

재훈과 태현이 SCCIT본부로 들어가는데, 유치장 쪽이 시끄러웠다. 태현이 유치장 앞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서 순경에게 말을 걸었다.

“서 순경, 무슨 일이야?”

“아, 선배님. 저기 잡힌 남자가 가정집에 침입을 해서 일가족과 싸우다가 흉기를 휘둘렀는데 관할 지구대에서 이상하다고 해서 저희 쪽으로 이관이 됐어요.”

“이상해? 뭐가?”

“저 남자 말은 그 침입한 집이 자기 집이고, 그 다친 일가족이 자기 가족인데 자길 못 알아보고 나가라고 했데요. 근데 조사해 보니까 완전 남이에요.”

“그게 뭔 소리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모르겠어요. 일단 조 팀장님이 있다가 저 사람 펩스를 검사해 볼 거래요.”

“거참 신기하네. 어떻게 자기 가족을 착각해?”

유치장 속의 남자는 계속 철창을 손으로 잡고 흔들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 집 맞다니깐! 내가 집에 갔는데, 식구들이 갑자기 날 공격한 거라고! 내가 미친 게 아니라 식구들이 전부 다 미친 거라고!”

재훈은 그런 남자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왠지 저 사람,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은데요.”

태현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 난 저 아저씨가 아주아주 심하게 미쳐 보이는데?”

약 2시간 후 취조실에서 한 형사가 나오면서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오!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그 뒤로 조 팀장이 나왔다. 태현이 재훈과 지나가다가 조 팀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 펩스 분석은 해 봤어?”

“그게 아마도 펩스 루팅[1]을 했는데, 기억 단절 에러[2]가 온 모양이에요.”

『각주[1] 루팅: Rooting. 모바일 기기에서 각종 기본 프로그램을 조정하기 위해 관리자 권한을 획득하는 것을 말하는데, 펩스에서도 관리자 권한을 얻는 것을 루팅이라고 한다.』

『각주[2] 기억 단절 에러: Remember disconnection error. 펩스와 뇌는 항상 기억의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고 유지되는데, 루팅이나 어떤 요인으로 인해 그 연결고리가 끊기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는 기억이 사라지거나 얽히는 등 정신분열이 오기도 한다.』

“그럼, 저 남자가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기억이란 말이야? 그럼 원래 가족은?”

“원래 가족에 관한 건 전부 사라졌어요. 저 집은 아마 날마다 그냥 지나쳤던 집이거나, 어떠한 이유로든 강하게 인식되어, 머릿속에 잠재된 형태로 남아 있다가 기억 단절 에러가 오면서 자기 집이라고 믿게 된 거죠. 결국 뇌 속의 기억과 펩스 속의 기억이 섞여서 엉망진창이 된 거예요. 뭐 DNA 검사를 해보면 결국 본인 가족은 찾게 되겠지만, 더 이상 알아보지는 못하게 될 거예요.”

“와… 무섭네. 어쨌든 저 사람은 지금의 기억이 옳다고 생각할 거 아냐?”

“그렇죠. 그래서 식구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기를 공격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싸우다가 사건이 벌어진 거고요. 어쨌든 사라진 기억들을 찾을 방법은 없어요. 평생 저 상태로 살게 되는 거죠. 자신의 원래 기억은 잊어버린 채로…”

재훈은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취조실에서 형사들에게 끌려 나오는 남자를 보며 재훈이 태현에게 한마디 했다.

“저 사람은 이제 살아도 살아있는 거 같지가 않겠죠?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낄 테니까.”

“그렇지. 자신의 기억이 사라졌으니까. 정말 이상한 세상에 빠진 느낌이겠지. 그러게 왜 루팅 같은 걸 시도해가지고.”

“아마도 펩스의 기능 중에 바꾸고 싶은 게 있었던 거겠죠. 왜 스마트폰도 기능을 마음대로 바꾸고 싶을 때 루팅을 하잖아요.”

“뭐든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거지.”

늦은 시간, 재훈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재훈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린 자신이 아버지와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 나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오, 그래. 우리 아들, 어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니?”

“딸기 맛이요.”

“그럼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볼까?”

아버지는 길가에 있는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하고 재훈을 데리고 갔다. 가게 점원에게 아버지가 돈을 주며 말했다.

“딸기 맛 두 개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점원은 콘에 아이스크림을 떠 담으면서 재훈에게 웃으며 말했다.

“꼬마, 참 귀엽네.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주시니까 좋지?”

재훈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좋아요.”

그때 점원이 갑자기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니… 난 너에게 죽음을 선물해주마!”

점원은 갑자기 총을 꺼내 아버지를 향해 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아버지는 외마디 비병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재훈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굴을 감싼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재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점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점원은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악!”

재훈은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깼다.

“헉헉!”

재훈의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그는 급히 냉장고로 가, 문을 열고 떨리는 손으로 물병을 집어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그리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됐는지 다시 침대로 와 털썩 주저앉았다. 재훈은 시계를 보았다.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재훈은 스마트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아버지’란 글씨와 함께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60대 남자의 사진이 띄워졌다.

“여보세요, 아버지 저예요.”

“오, 재훈아, 거긴 지금 밤 아니냐?”

“예, 맞아요. 1시 좀 넘었어요. 거긴 낮 12시죠?”

“그래,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차였다. 근데 무슨 일 있니? 목소리가 왜 그래? 이 시간에 다 전화를 하고.”

“일은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아버지 보고 싶어서 했어요.”

“몸은 좀 괜찮아? 저번 검찰청 사건 일은 잘 마무리됐고?”

“그냥, 적당히 잘 해결됐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 다행이다. 걱정 많이 했는데. 다음 주면 여기 뉴욕 일도 마무리되니까 한국 가서 보자.”

“예, 아버지. 그럼, 그때 봐요.”

“그래, 잘 자고, 다음 주에 보자.”

“예, 아버지.”

전화가 끝나자 재훈은 책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액자 하나를 바라보았다. 액자에는 스마트폰에 띄어져 있던 수염 난 아버지와 재훈이 같이 웃고 있었다. 재훈은 사진 속 아버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액자를 뒤집어 덮개를 열고 속에서 다른 사진을 꺼내 들었다. 한 중년의 남자가 어린 재훈과 찍은 사진이었다. 재훈은 그 사진 속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갑자기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어느새 재훈의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음 날,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재훈은 수사를 위해 오산 셀트사 연구소로 가서, 안젤리 과장을 태우고 SCCIT 본부로 가고 있었다. 젤리가 말했다.

“김 형사님은 오늘 어디 가신 거예요?”

“아, 오늘 선배님 새로 산 차가 나오는 날이거든요. 차 받으러 가셨어요. 본부에 가면 만나실 수 있어요.”

재훈이 추은 듯 몸을 부르르 떨자 젤리가 말했다.

“혹시 추우세요? 떨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아, 어제 잠을 설쳤더니 아무래도 몸살이 났나 봐요.”

젤리가 재훈의 이마에 손을 데 보았다. 재훈은 순간 깜짝 놀라 움찔하였다.

“놀라시기는요. 열이 좀 있으시네요. 지금 비도 오고 많이 추워져서 더 그러실 거예요.”

“예. 그런가 봐요.”

젤리는 가방을 뒤지더니 사탕을 하나 건네주었다.

“이거 드셔 보세요. 좀 따뜻해지실 거예요.”

재훈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잠시 후 입안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 사탕이 점점 따뜻해져요.”

젤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핫 캔디’라고 녹여서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는 사탕이에요. 사실 저희 할아버지가 큰 사탕 회사를 운영하시는데, 거기 신제품이에요.”

“와, 신기해요. 따뜻해지는 사탕이라니.”

“강 형사님도 아시죠? ‘빅 캔디’라는 회사.”

“그럼 알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탕 회사잖아요. 그럼 젤리 씨가 그 회사 회장님 손녀이신 거예요?”

“아, 원래 이런 집안 얘기는 잘 안 하는데… 예, 저희 할아버지가 빅 캔디 회장이세요.”

“좋으시겠어요.”

“제 이름도 사탕에 빠져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거라 젤리인 거예요. 웃기죠? 자기가 사탕 회사 회장이라고 손녀 이름을 젤리라고 짓다니.”

“아니에요, 젤리 씨랑 정말 어울리는 예쁜 이름 이예요.”

“그래요? 하하.”

둘은 어느새 SCCIT 본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본부 안에서 한 남자가 뛰어나와 임무 대기 중이던 순찰차 안으로 몸을 던졌다. 펩스 기억 단절 에러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던 남자였다. 남자는 수갑을 찬 채 수동 모드로 바꾸더니 본부의 정문 출입구 쪽으로 돌진하였다. 남자를 잡기 위해 뛰어나오던 형사들이 혼비백산하며 피하기 시작했고 순찰차는 그대로 본부 출입구에 부딪혔다.

쾅!

남자가 창문을 열고 외쳤다.

“이 새끼들아! 나 안 미쳤다고! 조작하지 마! 다 알아! 이렇게 해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남자는 다시 후진을 하더니 다시 본부를 향해 돌진했다.

쾅!

형사들은 어쩔 줄 모르며 총을 꺼내기 시작했다. 최 반장이 순찰차 앞으로 가서 외쳤다.

“엄홍민 씨! 멈추세요! 지금 당신은 펩스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일단 멈추고 저희의 지시에 따르셔야 한다고요!”

“너도 내가 미쳤다고 하는 거냐? 너부터 죽여주마!”

남자는 최 반장을 향해 순찰차로 돌진했다. 최 반장이 왼쪽으로 피하자 그는 차를 최 반장 쪽으로 몰았다.

쾅!

최 반장은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순찰차는 본부 벽에 부딪혔다. 최 반장이 외쳤다.

“차바퀴를 쏴! 바퀴를!”

형사들은 순찰차의 바퀴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퍽 퍽 퍽!

순찰차는 펑크가 나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때 주차장 입구 쪽에 있던 재훈과 젤리를 본 남자가 두 사람 쪽으로 차의 방향을 틀었다. 순찰차는 너덜너덜해진 타이어와 휠로 바닥을 긁어대며 달렸다. 남자가 외쳤다.

“너희도 오늘 죽어봐라!”

순찰차가 돌진하자 재훈은 젤리의 몸을 감싸 몸을 날렸다. 재훈이 피한 자리로 순찰차가 돌진했다.

쾅!

겨우 피한 재훈이 놀란 젤리에게 물었다.

“젤리 씨! 괜찮아요?”

“아… 네.”

젤리는 넘어질 때 무릎을 다쳐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순찰차를 다시 후진했다가 재훈과 젤리가 있는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젤리가 움직일 수 없음을 인지한 재훈이 총을 꺼내 차의 앞을 쏴대기 시작했다.

탕 탕!

하지만 차는 그대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재훈은 운전석의 남자를 조준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순간 총알은 앞 창문을 뚫고 들어가 남자의 어깨에 꽂혔다. 남자가 쓰러지자 순찰차는 그제야 멈췄다. 형사들이 달려와 순찰차를 에워쌌다. 재훈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총을 쥔 채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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