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11화 (11/119)

# 11

11화 친구로부터

남자가 눈짓을 하자 부하들 중 한 사람이 우찬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를 유심히 보던 태현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물었다.

“혹시 NS바이오닉스의 정민수 대표님 아니십니까?”

남자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를 아시는군요. 역시, 형사답네요.”

“별말씀을요. 그냥 주식을 좀 샀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분야라.”

“아, 그러시군요. 잘 가지고 계시면 앞으로 꽤 수익이 좋을 겁니다.”

재훈이 질문을 했다.

“그런데 아이에게 거짓말까지 시켜 가면서 저희를 불러낸 이유가 뭡니까?”

정대표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 같은 리더들이 사회에 얼마나 많이 희생하고 기여하는지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사회 리더들에겐 숙명처럼 국가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는 2세를 잘 가르쳐서 그 책임과 의무를 대물림하는 것이지요.”

“그래서요? 그런 리더 분들은 자식들을 부정 입학시켜도 된다는 겁니까? 재벌 세습을 위해서요?”

정 대표는 그런 재훈의 말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재벌 세습이라… 보는 시각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이익을 세습하는 게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이어가는 겁니다. 이 애들한테 입시는 그냥 관문에 불과해요. 그 문을 지나서도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많죠. 그리고 어차피 이 자리는 이 애들 거고 그 누구도 대신 앉을 수 없는데, 그 시간 낭비를 좀 줄여줬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 아이들이 배우는 건 대체 뭔가요? 편법을 쓰고 부정을 저질러도 목적만 이루면 된다 아닌가요?”

“그게 뭐가 나쁩니까? 어차피 그것도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겁니다.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이 자리가 선의와 원칙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신다면, 형사님은 꽤 순진하시군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그때 태현이 재훈의 팔을 잡아 말을 끊었다.

“강 형사, 흥분하지 마.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잖아.”

정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허허, 이쪽 형사님은 뭘 좀 아시네. 잘 들어요. 당신들을 부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 드릴 테니까.”

갑자기 웃던 얼굴을 싸늘한 표정으로 바꾸며 정 대표가 말했다.

“앞으로 우리 애와 관련된 일, 어떤 거라도 조사라도 했다간 둘 다 흔적도 못 찾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쓸데없는 관심 꺼주시죠.”

재훈이 욱하며 외쳤다.

“지금 형사들을 협박하는 겁니까? 뭐, 법은 폼으로 있는 줄 압니까?”

정 대표가 웃으며 뒤에 있던 남자에게 손을 내밀자 남자가 총을 건넸다. 정 대표는 그 총으로 재훈의 머리를 겨눴다.

“가만히 안 있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수밖에. 물론 너 하나쯤 죽이는 일은 나에겐 그저 개미 한 마리 눌러 죽이는 거랑 똑같아. 법? 그 법이 우리 편인 걸 너만 모르는 거 같아. 이쯤에서 닥치고 쥐 죽은 듯이 살아. 괜히 까불다 총에 맞아 죽지 말고. 아니면 병신이 돼서 우리 회사 의수를 단 고객이 될 수도 있지.”

재훈이 가슴에 있던 총을 꺼내려 하자 태현이 말렸다.

“강 형사, 이러지 마! 참아! 일단 가자.”

“아이, 지금 저 새끼가 하는 말꼬라지 좀 봐요!”

“알아! 그래도 지금은 그냥 가자고. 어차피 우리 상대가 아냐!”

태현이 재훈을 겨우 말리면서 뒤로 나가고 있는데 정 대표가 말했다.

“우리 회사 주식 산 양반! 그 강 형사 좀 잘 달래 놓으셔. 괜히 동료 잃고 슬퍼하지 말고. 그리고 내 말 명심해서 조용히 사는 게 좋을 거요.”

태현은 재훈을 힘으로 밀어 뒤로 가면서 정 대표의 눈을 주시했다.

재훈의 차 안. 재훈이 분을 못 이기고 핸들을 주먹으로 쳐대기 시작했다.

“에이 씨!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어!”

“강 형사, 진정 좀 해봐.”

“아니 이게 지금 말이나 되냐고요! 대한민국 형사에게 총을 겨누고, 협박한 놈을 보고 그냥 참으라니 이게 말이나 돼요?”

“나도 분해! 하지만 너 그놈이 어떤 놈인지 알고나 그래?”

“어떤 놈인데요?”

“너 몇 년 전에 창원 제3공단에서 시체 5구 나온 사건 기억나?”

재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그 온몸이 절단된 채 묻혔다가 발견된 시체 5구 말이에요?”

“그래! 그 시신들이 저 정 대표 하청업체 직원들이었어.”

“하지만 범인이 잡혔잖아요. 결국 감방에서 자살했지만.”

“그 사건의 범인이 주장했던 게 뭐였어? 정 대표가 범인이고 자긴 누명을 썼다고 했잖아.”

“하지만 결국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증거들이 완벽하게 나왔잖아요.”

“내 동기가 그 사건 담당 형사여서 내가 잘 아는데 동기 놈이 술 먹고 그러더라고, 뭔가 구린 게 숨어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고. 사건 처리가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그럼 그 사건 진짜 범인이 정 대표 일 수 도 있다는 거예요?”

“알 수 없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그 시체처럼 될 수 있다는 얘기지.”

“말도 안 돼…”

“그래 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저 사람들한텐 가능하다고. 괜히 정의감이다 뭐다 나서지 마. 잘 못 하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재훈은 그대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태현이 재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집으로 가. 쉬면서 마음 좀 가라앉히고.”

재훈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재훈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며칠 뒤 재훈과 태현에게 복직하라는 연락이 왔다. SCCIT 본부 회의실로 최 반장이 둘을 불렀다.

“쉬는 동안 어땠어?”

태현이 아쉬운 듯 말했다.

“좀만 더 쉬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쉬니까 너무 좋던데요.”

“왜 아주 사표를 쓰지 그래?”

“반장님도 참…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재훈이 최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 저희 생각보다 빨리 복직된 거 같은데요?”

“맞아. 우선 정 부장님이 저번 2800억 원 건과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해 잘 정리해주셨어. 그리고 그 변태 같은 범인 놈을 빨리 잡아야 해. 위에서 그놈 빨리 잡으라고 난리들 이래.”

태현이 짜증내며 말했다.

“암튼 윗분들은 잡으라고 하면 금방 잡히는 줄 안다니깐요.”

“자, 복직했으니 어서 일들 시작하라고.”

재훈과 태현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서 순경이 올라오고 있었다. 태현이 깜짝 놀라 말했다.

“어! 서 순경! 벌써 나온 거야? 이렇게 빨리 돌아다녀도 돼?”

서 순경이 웃으며 답했다.

“병원에 있는 저한테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하니까 가만히 누워있을 수가 없잖아요.”

재훈이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해, 괜히 우리 때문에 일부러 빨리 나온 거야?”

“아니에요, 병원에만 있으려니 근질근질해서 그래요. 역시 나오니까 살 것 같네요.”

“그래, 있다가 점심이나 같이 먹자.”

“그래요, 우리 오랜만에 본부에서 점심 먹어요. 병원에서 본부 식당 밥이 제일 먹고 싶더라고요.”

“그럼 있다가 보자고.”

점심시간. 재훈과 태현과 서 순경이 본부 식당으로 들어갔다. 서 순경이 웃으며 주방에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셰프님.”

안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덩치 큰 셰프가 서 순경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이게 얼마만이야? 우리 예쁜 서 순경!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걱정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빨리 나아서 복귀했습니다!”

태현이 옆에 있다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도 오늘 오랜 정직 생활을 끝내고 복직했는데, 이거 너무 차별하시는 거 아니에요?”

셰프는 태현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네랑 서 순경은 다르지. 안 그래? 서 순경?”

“아이 셰프님, 우리 선배님들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단 말에요. 좀 반가워해주세요.”

“그럴까? 하하. 오랜만에 서 순경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니 좋네. 그럼 서 순경의 부탁이니 이 두 녀석의 복귀도 좀 반가워해 줄 겸, 오늘은 특별 요리를 해 주지.”

잠시 후 셰프가 김치볶음밥을 해서 내왔다.

“이거 먹어봐. 식물공장 배추가 아니라, 내가 직접 기른 배추로 만든 거니까.”

서 순경이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와, 정말 맛있겠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모두들 한 수저 뜨고 나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재훈이 감탄하며 셰프에게 말했다.

“와! 선배, 정말 맛있어요. 옛날에 집에서 먹던 맛이 나요.”

“맛있지? 근데 선배라고는 하지 마라. 내가 현장을 관둔지도 얼마나 오래됐는데, 그냥 셰프라고 불러달라고 몇 번을 말했니.”

“알겠어요.”

재훈은 셰프의 몸을 훑어보았다. 가슴에 ‘정기룡’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깔끔한 셰프 복장 안으로 실리콘으로 된 왼손 의수와 왼쪽 다리 의족이 살짝 드러났다. 재훈이 뭔가 생각하다 말했다.

“셰프, 한 가지 여쭤봐도 돼요?”

“어, 뭔데? 물어봐.”

“그 손이랑 다리 의수 있잖아요, 혹시 어디 제품인지 말씀해 줄 수 있으세요?”

“아, 이거? NS바이오닉스 꺼야.”

“역시 의수는 NS바이오닉스 제품이 좋은가요?”

“그렇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무엇보다 다른 회사 거에 비해 반응 속도가 좋고 잔고장이 없어. 그런데 의수는 왜?”

“아… 아니에요, 그냥 한 번쯤 여쭤보고 싶었어요.”

“그래? 그럼 식사 맛있게들 하라고. 난 주방으로 가야 하니까.”

“예.”

잠시 후 재훈과 태현이 본부 옥상으로 올라가서 커피를 마셨다. 뭔가를 생각하던 재훈이 말했다.

“아까 밥 먹다 생각한 건데 선배 말대로 그 NS바이오닉스 정 대표 말이에요, 정말 우리가 건드리지 못할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기룡 선배는 만약 그 회사 의수가 아니었으면 저렇게 일하고 있지 못했을 거 아네요?”

태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러니 하지? 부정한 짓을 일삼는 사람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게.”

재훈은 말없이 커피를 들이켰다. 그런 재훈이 조금은 안쓰러웠는지 태현이 재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힘내! 언젠가 그놈도 벌 받는 날이 올 거야.”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재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잠시 후 회의실에 재훈과 태현과 조 팀장, 서 순경이 모였다. 태현이 말했다.

“오랜만에 팀이 뭉쳤으니 다시 일을 해야지. 범인을 어떻게 하면 잡을지 생각해보자고.”

조 팀장이 말했다.

“그놈 여자들한테만 범행을 저지른다고 ‘카사노바’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별명이 생겨? 그거 문제가 심각하네. 그렇게 유명해질 동안 우리가 못 잡고 있다는 말이잖아. 강 형사, 뭐 좋은 계획 없어?”

“우선 전에 가려다가 못 간 디지털 키스를 만든 펀앱사와 밀키웨이를 만든 셀트사를 방문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농가에서 구출해 낸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도 좀 해보고요.”

“좋아. 그럼, 나랑 서 순경이 병원에 가서 생존자들 좀 조사해 보고, 강 형사가 조 팀장이랑 펀앱사를 가서 담당자를 만나고 와.”

“예.”

“그럼 다들 출동!”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 조사를 나갔던 멤버들이 SCCIT 본부 회의실로 다시 모였다. 태현이 음료수를 하나씩 주며 말했다.

“다들 고생했어. 생존자들 얘기를 종합해 보니까 자신들을 납치한 남자는 죽은 용의자가 아니래. 키가 더 컸다고 하는 걸 보니…”

태현은 서 순경을 쳐다보며 잠시 머뭇거렸다가 말을 이어갔다.

“아마도 서 순경을 납치했던 놈이 카사노바라고 불리는 그놈일 거야. 다른 특이점은 아직 없어. 펀앱사는 어땠어?”

재훈이 수첩을 꺼내 펼쳐보며 말했다.

“펀앱사에서 디지털 키스 앱을 만든 건 맞는데요, 키스 시 발생하는 호르몬을 감지해서 NFC [1]를 작동시키는 부분까지만 펀앱사가 만든 거랍니다. 정보교환이 되는 부분은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셀트사에 기술제휴 방식으로 공급을 받는다고 하구요.”

『각주[1] NFC: Near Field Communication. 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왜 범인은 굳이 디키 앱을 활용해서 범행을 저지르는 걸까?”

“제 생각에는 해킹이 된다는 가정 하에, 디키 앱이 유일하게 정보를 해킹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디키 앱은 다른 회사 펩스에는 없는 게 맞지?”

“예. 아직은 밀키웨이에만 있는 앱이에요.”

서 순경이 말했다.

“펩스 국내 시장 점유율이 현재 셀트사가 78%, 더존사가 16%, 아트 미러사가 4%, 기타 2% 예요.”

태현이 말했다.

“그 점유율이 혹시 디키 앱의 영향도 받나?”

“예. 디키 앱이 나오기 전엔 셀트사의 국내 점유율이 67% 였었는데 디키 앱이 나오면서 셀트사의 점유율도 확 올라갔어요. 해외 시장도 빠르게 점유율이 늘어가고 있고요.”

“결국 디키 앱이 셀트사에게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네?”

“그렇죠.”

“강 형사, 니 생각엔 어때?”

“범인이 디키 앱 만을 쓰는 이유는 분명 다른 회사 보호 프로그램을 깨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셀트사가 디키 앱의 보호 프로그램도 만든 거라면, 어쩌면 범인은 셀트사와 관련된 인물일 가능성도 있어요.”

“우선 셀트사를 가 봐야겠네. 셀트사 미팅은 언제 잡혔나?”

“예, 내일이에요.”

“좋아, 내일 셀트사는 강 형사와 내가 간다. 조 팀장은 서 순경이랑 다른 회사들 보호 프로그램에 대해 조사 좀 해봐.”

“예.”

재훈과 태현이 회의실을 나가는데 정 부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 둘이 마침 잘됐네. 물어볼게 좀 있는데 혹시 NS바이오닉스 정민수 대표 만난 적 있어?”

태현이 당황하며 말했다.

“어, 그게…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대체, 그 사람을 뭐 때문에 만난 거야?”

재훈이 말했다.

“미성년자 불법 펩스 장착이 의심돼서 그 아들을 만나다가 한 번 봤습니다.”

“뭐? 미성년자 불법 펩스 장착?”

정 부장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 정리해서 보고하고 웬만하면 그 사람 일에는 관여하지 마.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알았지? 무슨 말인지.”

태현과 재훈은 껄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재훈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태현에게 말했다.

“정민수 대표가 정말 대단하긴 한가 보네요. 우리 대장님도 꼼짝 못 하는 걸 보니.”

“그러다니깐.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냐.”

재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 재훈의 집. 재훈이 누워서 막 잠에 들려고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 발신자란에 ‘발신 번호 표시제한’ 이 떴다. 재훈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용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강 형사, 올프리마트 보관함 37번, 비밀번호 9090’

재훈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선배님!”

“아이, 넌 꼭 새벽에 전화를 하고 그러냐?”

“범인이 제게 올프리마트 보관함 번호를 문자로 보냈어요. 저랑 같이 가 봐요.”

“뭐? 알았어. 준비할 테니까 집으로 와.”

잠시 후 재훈은 태현과 함께 올프리마트 보관함 앞으로 갔다. 태현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 새끼 보관함에 도대체 뭘 넣어둔 거야? 혹시 폭탄 같은 거 아냐?”

“일단 열어보죠.”

재훈이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안에는 삼각 김밥 한 개와 바나나맛 우유 한 개, 그리고 차키와 메모지가 있었다. 메모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강 형사, 옛 생각이 나더군. 아마 너는 기억 못 할지도 모르지만, 그때 강 형사 덕분에 난 살아갈 용기를 얻었지. 지하주차장 4층 A 23구역에 선물을 놔뒀어. - 친구로부터 -’

태현이 같이 메모지를 본 후 말했다.

“뭐야, 범인이랑 아는 사이야?”

재훈은 삼각 김밥과 바나나맛 우유를 들어보며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저히 모르겠어요. 무슨 말인지… 일단 지하주차장으로 가보죠.”

재훈은 태현과 지하주차장 4층 A 23구역으로 갔다. 검은색 승용차가 서 있었다. 재훈은 떨리는 손으로 차키의 버튼을 눌렀다.

띠딩!

차의 문이 열리고 재훈과 태현은 실내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태현이 말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이 차가 선물이란 얘긴가?”

그때 재훈이 뭔가 느낌이 온 듯 운전석에 있는 트렁크 열림 버튼을 눌렀다.

덜컹!

재훈과 태현은 차 뒤쪽으로 갔다가 소스라치게 눌렀다. 웬 피투성이의 시체가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태현이 깜짝 놀라 외쳤다.

“어, 뭐야?”

재훈도 놀라서 주춤하다가 시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순간 재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 선배, 이… 이 사람 정민수 대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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