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9화 토사구팽
재훈과 태현은 태현의 차로 용의자가 있는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재훈이 지윤석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 선배님, 강재훈입니다. 좀 전에 범인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뭐? 범인이?”
“네, 용의자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곧 병원에 나타날 것 같습니다.”
“알았어, 최대한 대비해 놓을게.”
“저랑 김 선배님은 1시간 후에나 도착할 거 같은데, 용의자 병실엔 누가 있습니까?”
“나랑 박성진이 있어.”
“알겠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빨리 갈게요.”
재훈은 전화를 끊고 최홍규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장님, 강재훈입니다. 용의자가 위험합니다. 빨리 병원으로 SWAT[1]팀을 보내 주세요!”
『각주[1] SWAT: Special Weapons and Tactics. 특수 화기 전술 조. 경찰특공대』
“뭐? 알았어. 지금 요청할게. 근데, 니들은 아직 정직 중이잖아.”
“그런 건 나중이요, 일단 중요한 거부터 하고요.”
“알았어, 일단 난 부장님께 보고할게.”
재훈이 전화를 끊자, 태현은 차를 수동 모드로 바꾸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 시각, 용의자가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 제1센터 입원병동 713호. 지 형사는 병실밖에, 박 형사는 병실 안에 있었다. 그때 여자 간호사 한 명이 병실로 다가왔다. 지 형사가 그녀를 막아서며 말했다.
“잠시 만요, 신분증 좀 보여 주시죠. 중대한 일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여기요.”
간호사의 신분증에는 ‘전희수’라는 이름과 사진이 붙어 있었다. 지 형사는 신분증의 사진과 간호사의 얼굴을 유심히 비교했다.
“예, 들어가십시오.”
간호사가 안에 들어가자 박 형사는 더욱 삼엄하게 경계를 섰다. 용의자는 양손이 침대에 수갑으로 채워진 채 누워 있었다.
“환자분, 엉덩이 주사 좀 놓을게요.”
간호사는 병실 커튼을 쳤다. 잠시 후 간호사는 커튼을 열고 나와 병실을 나갔다. 박 형사는 혹시나 하고 용의자를 관찰했다. 용의자는 별다른 표정 없이 누워 있었다.
병원에 SWAT 3개 팀 15명의 병력과 관할 서에서 지원 나온 경찰 8명, 최 반장이 도착했다. 최 반장과 이야기를 나눈 SWAT팀은 우선 용의자가 있는 병실 앞과 복도에 배치되었다. 옥상에는 스나이퍼 2명이 배치되었다. 지원 나온 경찰들은 병원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최 반장이 지 형사에게 말했다.
“아직 놈은 나타나지 않은 건가?”
“네, 아직 조용합니다.”
“용의자는 어때?”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렇지, 아주 잘 있습니다.”
“일단 조심들 하고 있어. 난 서 순경과 생존자들을 한방에 모아놓고 올 테니까.”
시간이 좀 흐른 뒤, 병원 주차장으로 태현의 차가 들어섰다. 기다리던 최 반장이 태현의 차에 급히 다가갔다. 태현이 말했다.
“반장님 아무 일도 없습니까?”
“아직은 조용해. 서 순경과 생존자 5명은 한방으로 모아서 SWAT 한 팀을 붙여놨어.”
“잘하셨어요. 범인이 용의자만 노리는지 생존자들도 노리는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너네는 웬만하면 눈에 안 띄는 게 좋아. 여기서 대기하도록 해.”
재훈이 말했다.
“아니 그래도 상황이 지금 심각하잖아요. 범인이 저한테 전화를 했다고요.”
“알아. 그래도 부장님 지시니까 따르는 게 좋을 거야.”
재훈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 지하주차장 차 안에 있던 태현이 말했다.
“혹시 이 자식 안 나타나는 거 아냐?”
재훈이 뭔가 생각을 하다 말했다.
“선배,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범인이 왜 하필 저한테 전화를 했을까요?”
“글쎄?”
“그냥 와서 해치우면 될 것이지, 굳이 전화를 한 이유가 뭘까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요.”
“그래?”
“어디로 올지 알 수 도 없고.”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재훈은 갑자기 최 반장에게 전화를 했다.
“반장님! 어쩌면 범인은 드론을 이용해 하늘로 올지도 모릅니다! 순찰 드론을 띄워주세요. 그리고 용의자 병실 창문을 집중적으로 차단시켜 주십시오!”
최 반장의 요청으로 SWAT팀이 가져온 드론이 병원 주변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순찰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하던 대원이 소리쳤다.
“동쪽에서 이상 물체 접근 중! 형태는… 중형 드론에 사람이 매달려 오는 것 같습니다!”
옥상에 대기하던 스나이퍼들에게 무전으로 대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명령한다. 동쪽에서 접근하는 중형 드론, 공격하거나 침입하려고 하면 즉시 발포하라!”
재훈과 태현의 무전에서 최 반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 형사, 용의자를 창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범인이 드론을 타고 창가 쪽으로 접근 중이다.”
태현과 재훈은 급히 1층 앞으로 나가 바깥으로 나갔다. 하늘 위로 중형 드론에 매달린 남자가 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재훈은 그 남자가 범인임을 직감했다. 순찰 드론을 조종하던 SWAT 대원이 컨트롤러 화면을 보았다. 중형 드론에 어깨를 고정해 접근하는 남자의 손에는 자동소총이 들려 있었다. 대원이 무전에 대고 외쳤다.
“범인이 자동소총을 가졌다! 전원 총격전에 대비하라!”
713호에 있던 용의자는 지 형사와 박 형사에 의해 복도로 이동을 했고, 밖에 있던 SWAT 대원들이 창가로 나와 범인을 향해 조준을 했다.
잠시 후 범인이 713호를 향해 총을 쏴댔다.
타타탕!
곧이어 병실에 있던 SWAT 대원들도 대응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옥상에 있던 스나이퍼들도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탕!
어둠 속에서 중형 드론에 매달린 남자는 금세 수십 발의 총격을 받고 이리저리 몸이 튕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총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잠시 후 남자는 버티는 듯하더니 이윽고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SWAT팀은 급히 1층으로 내려갔다. 재훈과 태현도 범인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범인은 1층 주차장 한편의 작은 잔디밭에 쓰러져 있었다. 재훈은 이미 벌집이 된 남자에게 다가갔다. 검은색 옷을 입고 복면을 한 그는 얼핏 보아도 범인 같았다. 재훈은 급히 남자의 복면을 벗겨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태현이 얼굴을 찡그렸다. 복면 속의 얼굴은 이미 총격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져 있었다. 재훈이 갑자기 범인의 망가진 얼굴에 손을 대었다가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외쳤다.
“이건 실리콘 인형이에요! 용의자가 위험해요!”
SWAT 대원들과 최 반장이 뒤에서 뛰어오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우리가 속았어요. 놈이 우리 시선을 일부러 돌린 거예요.”
SWAT 대원들과 재훈 일행은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최 반장이 형사 팔찌로 무전을 보냈다.
“지 형사! 드론을 타고 있던 놈은 가짜야! 지금 당장 지하 1층 대피소로 용의자 옮겨!”
지 형사는 박 형사와 7층 복도에 있던 용의자의 침대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병원 안은 아까의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의사, 간호사들과 병원 스태프들이 환자들을 유도해 지하 1층의 대피소로 보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서고 형사들이 용의자가 누워있는 침대를 밀어 넣었다. 용의자는 웃으며 말했다.
“이거 편리하군. 내가 가만히 누워 있어도 나를 보호해 주니 말이야. 하하하!”
지 형사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닥쳐! 우리가 널 보호하려는 줄 알아? 널 재판에 넘길 때까지만 살려두려는 거야!”
“아이러니하군. 죽어라 쫓아오던 형사들은 나를 살리려 하고, 내 편은 날 죽이려 하고. 하하하!”
병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소로 대부분 들어가고 있었다. 대피소는 상당히 큰 규모였다. 병원 스태프 한 명이 사람들 앞에서 외쳤다.
“자, 여러분 진정들 하시고요. 여긴 일단 안전하니까 침착하고 질서 있게 계시길 바랍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저희가 확인해서 다시 병실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참고 계셔 주시기 바랍니다.”
대피소에는 서 순경도 부축을 받고 내려와 있었다. 조금 떨어진 앞을 보니 침대에 누워있는 용의자와 두 형사가 보였다. 서 순경은 순간 울컥함을 느꼈다. 자신이 농가에 잡혀 있을 때 치욕을 준 그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용의자의 옆으로 한 여성 환자가 다가왔다. 그 여성은 뚫어지게 용의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 순경은 그 여성이 자신과 함께 구출된 생존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용의자를 바라보는 여성은 극도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탈칵!
순간 어디서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성의 발 앞에 권총 한 자루가 떨어졌다. 여성은 잠시 그 권총을 바라보다가 스스럼없이 집어 들었다. 그것을 본 서 순경이 형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며 소리쳤다.
“지 형사님! 총이에요!”
그러나 대피소 안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에 묻혀 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지 형사님! 뒤에 총을 가진…”
탕! 탕! 탕!
세발의 총소리와 함께 대피소 안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뭐야?
“총이다!”
“살려주세요!”
지 형사와 박 형사는 급히 총을 꺼내 주변을 살폈다. 환자복을 입은 여성이 손에 총을 들고 서 있었다. 지 형사가 외쳤다.
“손들어! 총 버려!”
여성은 힘없이 총을 떨어뜨렸다. 지 형사가 다가가 여성을 제압하고 박 형사는 용의자를 확인했다. 용의자는 가슴과 머리에 세발의 총을 맞고 숨져 있었다. 최 반장이 무전을 쳤다.
“지 형사! 대피소에 웬 총소리야? 거기 무슨 일이야?”
박 형사가 무전에 답했다.
“반장님! 한 여성이 용의자에게 총을 발사했습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뭐라고?”
재훈과 태현이 대피소로 내려가자 그곳은 아비규환 상태였다. 재훈은 침대 위에서 죽어있는 용의자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태현이 말했다.
“결국 토사구팽[2]인 건가?”
『각주[2] 토사구팽: 兎死狗烹.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
시간이 흐르고 병원은 차츰 안정을 찾고 있었다. 재훈과 태현은 서 순경과 함께 병실에 앉아 있었다. 그때, 지 형사가 들어왔다. 태현이 물었다.
“지 형사, 상황은 어때? 그 총 쏜 여자, 혹시 농가에서 우리가 구해낸 여자 맞지?”
“네, 맞아요. 민간인 생존자 중에 한 명입니다. 정확한 건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그 여성이 잡혀 있는 동안 죽은 용의자가 성폭행도 했던 모양입니다. 수치심과 분노를 가득 품고 있다가 아까 난리 통에 용의자를 만나게 된 거죠.”
“근데 총은 어디서 난 거래?”
“그걸 모르겠어요. 일단 저희는 지금 본부로 갈게요.”
“어 그래. 들어가. 수고하고.”
태현은 재훈을 바라보았다. 재훈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강 형사,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저 때문이에요.”
“뭐?”
“알 것 같아요. 범인은 제가 드론을 예상할 걸 알았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드론에 정신 팔려 있는 동안 대피소로 접근했겠죠. 그리고 처음부터 계획된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총을 여자에게 준 것도 분명 그놈일 거예요. 결국 저로 인해 모든 대원이 드론에 집중하고 있어서 대피소에 신경을 못 쓴 거예요. 그래서 결국 용의자가 죽은 거고요.”
“강 형사, 자책하지 마. 아마 어떤 상황이었어도 용의자는 살해됐을 거야. 그리고 더 큰 피해는 없었잖아.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하지만 용의자가 죽은 마당에 어떻게 놈을 잡는 정보를 얻죠?”
태현은 손으로 낚싯대를 던지는 시늉을 내며 말했다.
“내가 낚시터에서 뭐랬지?”
“우리 같은 형사는 계속 현장에 던져질 수밖에 없다.”
“그래. 그게 우리 일이고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야. 잘 해보자고. 분명 방법은 있을 거야.”
“네, 선배.”
그때 재훈의 스마트폰에 발신자 번호 표시제한으로 메시지가 들어왔다.
‘고마워, 강 형사. 강 형사가 대원들을 드론으로 유인해 주는 바람에 내 개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어. 내 손으로 없애려다, 순간 재밌는 극본이 떠올라서 조금 우회하긴 했지만 말이야. 얼마나 멋져! 자신을 유린한 변태 의사에게 총알을 꽂아 넣은 여성이라… 하하하! 잘 지내라고.’
재훈은 힘없이 쓴웃음을 지며 한마디 했다.
“미친 새끼.”
며칠 후, 재훈과 태현이 비번인 날. 태현이 재훈에게 전화를 했다.
“강 형사, 모처럼 점심이나 먹자니까 뭐, 이런 복잡한 골목으로 오라고 해. 지금 어디야?”
잠시 골목을 헤매던 태현이 발길을 멈춘 곳은 ‘고전게임 전문 오락실’이란 간판이 걸린 가게 앞이었다. 태현이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아케이드 오락기와 콘솔 게임기가 놓인 대형 TV들이 가득했다. 태현은 재훈을 발견하고 옆으로 갔다. 재훈은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 보세요, 강 할아버지. 이건 대체 무슨 게임인가요?”
재훈은 화면에 집중한 채 대답했다.
“이거 철권 7이예요.”
“뭐! 철권 7? 요즘 철권은 모션 캡처 다이렉트 방식 게임이잖아?”
“그렇죠.”
“야, 무슨 철권이 이런 쪼끄마한 스틱과 버튼들로 게임을 한단 말이야?”
“이건 손맛이 있어요. 몸을 쓰는 모션 캡처랑은 다른 매력이 있죠.”
“야… 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이거 십단 콤보도 다 버튼으로 하는 거냐?”
“그럼요, 이렇게요.”
게임에 빠져 있는 재훈의 뒤통수를 보며 태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게임이 끝나자 재훈이 일어났다.
“가시죠. 제가 또 끝내주는 1990년대 풍 고등어구이 전문점으로 모시겠습니다.”
“음식도 옛날 스타일이냐? 이 강 할아버지야!”
둘은 그렇게 길을 나섰다. 골목을 나서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키스를 하고 난 후 남자가 말했다.
“아, 이름이 지유 씨구나. 21살이네요. 반가워요.”
쓱 지나가던 재훈이 발길을 멈추고 그 남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태현이 말했다.
“왜, 키스하는 거 첨보냐? 부러워?”
“그게 아니고요. 잠깐만요.”
재훈은 갑자기 그 남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태현이 쫓아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강 형사, 왜 그래?”
재훈이 다가가자 남자가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재훈은 씩 웃으며 말했다.
“두 분, 몇 살이세요?”
남자는 약간 당황한 듯하며 말했다.
“무슨 상관이에요? 뭐, 경찰이라도 돼요?”
재훈이 형사 팔찌를 보여주며 말했다.
“정답! 우리 형사예요. 둘 다 주민등록증 좀 꺼내 봐요.”
여자는 투덜대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니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재훈은 여자의 주민등록증을 본 후 남자에게 말했다.
“여자분은 확인됐고. 그쪽 것도 좀 줘 봐요.”
남자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여자가 말했다.
“뭐해. 빨리 보여줘. 그러고 나서 따지자고.”
“에이 씨!”
남자는 순간 재훈과 태현을 밀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재훈과 태현도 따라가기 시작했다. 태현이 달려가면서 물었다.
“야! 강 형사! 저 새끼 뭔데 도망가는 거야?”
“저 자식, 고등학생이에요.”
“뭐? 확실해?”
“예! 저놈 신은 농구화가 요즘 고등학생들에게만 인기 있는 제품이거든요.”
“그래서 뭐? 고등학생 인 게 왜?”
“아까 디지털 키스 앱을 써서 키스하고 있었어요. 아시잖아요. 펩스는 미성년자가 쓰면 불법이란 거.”
“뭐야, 냄새가 확 나는데? 우선 잡고 보자!”
남자는 이리저리 골목길을 헤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쫓아가던 재훈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태현에게 남자를 쫓아가라는 신호를 주고는 옆쪽 담장을 넘어갔다. 남자가 계속 골목 여기저기를 달리다 코너를 꺾는 순간 길가에 있던 자전거를 손으로 넘어뜨렸다. 뒤따라오던 태현이 막 코너를 돌다가 자전거를 못 보고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남자는 다음 골목에서 더 안쪽으로 달려가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안 따라오자 안도의 한 숨을 쉬며 속도를 좀 줄이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서 재훈이 튀어나와 남자를 땅에 넘어뜨렸다.
쿠당탕!
남자는 재훈과 함께 땅바닥을 굴렀다. 재훈은 재빨리 일어나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남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그러는 너는? 뭘 잘못했기에 그렇게 도망갔어?”
뒤에서 절뚝거리며 겨우 뛰어온 태현이 헉헉 거리며 말했다.
“강 형사, 이 고등학생을 이렇게 목숨 걸고 잡은 이유가 뭐야?”
재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범인을 잡을 열쇠일지도 몰라요!”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