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7화 (7/119)

# 7

7화 강재훈+김태현-서수연

재훈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서 순경의 옷가지들을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울부짖듯 소리쳤다.

“아악! 이 미친 새끼야! 대체 서 순경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아악!”

옆에서 불안하게 지켜보던 태현이 재훈을 붙잡아 꼭 끌어안았다.

“강 형사, 진정해! 이건 그냥 옷이야. 서 순경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 그러니까 진정하는 거야. 알았지?”

재훈은 차츰 진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조 팀장이 옷가지들을 살피다 상자 안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어? 뭐가 있는데?”

상자 안에는 메모지가 붙어 있는 작은 금속 상자 하나가 들어 있었다. 조 팀장이 메모지에 쓰인 내용을 읽었다.

“이 안에 서수연을 찾을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암호를 입력할 기회는 단 한 번뿐. 만약 상자를 강제로 열 경우 자동으로 폭파된다. 힌트는 강재훈+김태현-서수연.”

조 팀장은 상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상자는 금속 재질로 작은 디스플레이 화면과 전원 스위치, 그리고 숫자 0부터 9까지 숫자와 엔터를 합한 입력 패드가 붙어 있었다.

“이거 분석해 보면 더 정확하겠지만, 메모의 내용대로라면 안에 소형 폭탄이 장착되어 있을 거예요.”

태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강재훈+김태현-서수연? 그게 뭐야? 무슨 말장난도 아니고. 그나저나 범인이 정말 우리 정보를 다 아는 것 같아. 이름까지 알고. 왜 전에 2800억 원도 들어왔었잖아.”

“일단 우리 정보들을 다 풀어보죠. 주민번호, 경찰 번호, 숫자로 풀 수 있는 건 다 풀어 봐요.”

“알았어. 일단 아까 그 택배직원부터 족치자고.”

잠시 후 최 반장이 강력1팀으로 왔다.

“뭐야, 서 순경 옷이 배달됐다고?”

태현이 답했다.

“예, 좀 전에 택배가 왔는데 그 안에 서 순경의 옷과 잠금장치가 있는 금속 상자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힌트가 적힌 메모가 있었습니다.”

“금속 상자라… 택배 직원은 조사해 봤고?”

“예, 확인해 봤는데요, 누가 돈을 주고 시켰답니다.”

“이제 어떡할 거야?”

“일단 힌트를 풀어서 상자를 열어봐야죠.”

“야! 정신이 있어 없어? 지금 서 순경은 생사도 확인이 안 되는데 그깟 상자 하나 열겠다고 지금 이러고들 있는 거야? 빨리 안 나가? 나가서들 뭐라도 찾아봐야 할 거 아냐! 상자는 나가면서 풀어보라고!”

“예!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태현과 재훈, 조 팀장은 퍼시와 함께 순찰밴을 타고 출발했다. 재훈은 금속상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태현이 말했다.

“강 형사, 침착하자. 우선 그 의사 놈을 최대한 찾아보고 상자는 돌아다니면서 방법을 계속 생각해 보자.”

재훈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예.”

뒤에 있던 조 팀장이 말했다.

“원웅 씨라면 이런 거 풀 수 있지 않을까요?”

태현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 양반 모시러 간다. 이거 완전 한 팀 같이 움직이니, 원… 범죄자랑 한 팀 먹는 건 진짜 싫은데.”

순찰밴이 주택 골목에 서 있었다. 원웅이 금속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꽤 흥미롭네요. 아주 잘 만들었어요.”

재훈이 상자에 붙어있던 메모를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이 힌트, 단서를 알 수 있을까요?”

원웅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숫자패드가 있으니 분명 숫자가 정답인 건 확실한데…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요. 생일, 경찰 번호, 나이… 근데 그게 또 아닐 수 도 있고. 이런 경우는 오히려 단순한 걸지도 몰라요.”

태현이 짜증내며 말했다.

“이 납치범 자식은 우리를 갖고 노는 거야? 재수 없게.”

재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마도 어디선가 쩔쩔매는 우리를 상상하면서 아주 충분히 즐기고 있겠죠.”

“일단 그 의사 놈부터 찾아보자고. 가능성이 있는 건 뭐라도 해봐야 되니까.”

재훈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다음 날 점심시간, 재훈 일행은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태현이 주방을 향해 말했다.

“이모, 여기 백반 4인분요.”

재훈이 옆에서 말했다.

“선배, 퍼시도 뭐 좀 먹여야 할 거 같은데요?”

“아, 참 그렇지. 이모 여기 개 밥 좀 먹일 수 있을까요?”

주방에서 주인이 나오더니 퍼시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녀석 똘똘하게 생겼네. 마침 우리도 개가 있어서 사료가 있는데 그거라도 드릴까요?”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그때 퍼시가 말했다.

“난 근무 중엔 먹지 않는다.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

식당 주인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 개가 말을 하네. 어떻게 이런 일이?”

태현이 말했다.

“뭐, 이 개는 사연이 있어서 말을 하게 됐어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리고 태현은 퍼시를 보며 말했다.

“야, 넌 좀 융통성 있게 행동하면 안 되냐? 지금 우리도 제때 못 찾아 먹는데, 나중에 배고파 죽겠다고 하지 말고 챙겨 줄 때 먹는 게 좋을 거야.”

그때 갑자기 퍼시가 코를 킁킁 거리며 말했다.

“방석 여자의 옷이 있었던 상자 속 남자 냄새가 난다.”

재훈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무슨 냄새가 나? 어디서?”

“상자에 몇 가지 사람 냄새가 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 사람 냄새와 일치하는 냄새가 밖에서 난다.”

태현이 외쳤다.

“이모! 죄송한데 다음에 다시 올게요. 다들 차로 뛰어!”

재훈 일행은 급히 순찰밴으로 뛰어가 타고, 태현은 수동모드로 차를 급하게 출발시켰다. 재훈이 퍼시에게 말했다.

“냄새가 어디서 나는 거야?”

“북서쪽 방향 2~3km 지점이다.”

“혹시 그때 그 택배 직원 냄새는 아니고?”

“아니다. 상자 안에서 흘러나왔던 다른 사람의 냄새다.”

“상자 안에 있던 냄새라면 범인일 확률이 커. 선배, 일단 쫒아 가보죠.”

태현은 속도를 더 내기 시작했다. 몇 분이 흐른 뒤 태현이 퍼시에게 물었다.

“퍼시, 정확히 냄새가 나는 위치가 어디야?”

“앞쪽 500m 안쪽이다.”

재훈 일행은 앞쪽의 차들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재훈이 외쳤다.

“퍼시! 정확하게 어떤 차에서 나는 거야?”

“직선으로 세 번째 앞 검은색 차다.”

태현은 오른쪽 차선으로 변경한 뒤 가속을 해서 검은색 차 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창문을 내리고 차를 향해 외쳤다.

“경찰입니다! 잠깐 차 좀 멈춰 봐요!”

그러자 검은색 차는 갑자기 속도를 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태현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재훈이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선배! 이러다 놓치겠어요!”

태현은 이를 꽉 물고 가속을 시작했다. 그때 앞쪽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앞에 검은색 차가 속도를 줄이고 주춤할 때, 그 틈을 타 태현이 뒤에서 검은색 차의 뒤 측면을 꽝! 박았다. 검은색 차가 멈춰 섰다. 재훈 일행은 쏜살같이 튀어나가 총을 겨누며 검은색 차를 포위했다. 재훈이 외쳤다.

“꼼짝 마!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천천히 나와!”

잠시 후 차 안의 남자가 두 손을 머리에 올린 채 덜덜 떨며 밖으로 나왔다. 재훈은 남자를 제압해 차 쪽으로 밀어붙이며 외쳤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대!”

남자는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은 김형민이고요. 주민번호는 그, 그러니까… 생각이 안 나요.”

태현이 조 팀장에게 말했다.

“조 팀장, 밴에 가서 펩스 리더기 좀 가져와.”

“예!”

조 팀장은 펩스 리더기를 가져와 남자의 목 근처에 가져다 댔다.

“김형민. 19920203-13978846. 거주지 경기도 부천시. 전과기록 없음.”

태현이 남자에게 말했다.

“아저씨, 대체 왜 도망쳤어요?”

남자는 울먹이며 말했다.

“사실, 며칠 전에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 출구로 통과했는데, 통과하고 나니까 잔액이 없어서 결제가 안됐더라고요. 그래서 잡으러 온 줄 알고 저도 모르게 도망쳤어요.”

조 팀장이 펩스로 뭔가를 하더니 말했다.

“맞아요. 6일 전에 서서울 톨게이트에서 12000원 미결제 통과 기록이 있습니다.”

태현이 퍼시에게 말했다.

“퍼시, 이 사람 냄새가 그 냄새야?”

“아니다. 검은색 차 안에서 난다.”

태현이 말했다.

“이 차, 아저씨 차 맞아요?”

“맞아요, 얼마 전에 중고로 샀어요.”

“다른 사람, 누구 같이 타고 다니는 사람 있어요?”

“저랑 어머니 말고는 없어요. 그리고 저는 회사랑 집만 왔다 갔다 하는데요.”

재훈이 말했다.

“선배, 일단 이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이차 전 주인을 찾아보죠.”

태현은 남자에게 말했다.

“아저씨, 어쨌든 차 망가뜨린 건 미안해요. 차는 조사할 게 있으니 저희가 잠시 가져갈게요. 대신 경찰에서 렌트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럼 저 잡아가시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 말고도 잡을 사람이 넘쳐요. 다들, 돌아가자.”

노을이 져가는 저녁, 재훈 일행은 낡은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다. 태현은 차에서 내리려다 종일 금속 상자를 만지작거리는 재훈에게 말했다.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지? 나도 그래. 우리 나중에 이 자식을 찾아서 한방 먹여주자.”

“근데 정말 이게 정말 서 순경을 찾을 수 있는 열쇠일까요?”

“그거야 까 보기 전에는 모르지. 일단 그 검은색 차에서 나온 게 없으니 전 주인부터 만나보자.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조 팀장은 원웅 씨랑 같이 밴에 있어. 강 형사랑 퍼시는 날 따라오고.”

재훈이 밴에서 내리자 퍼시가 말했다.

“옷상자 속 냄새가 이 아파트 안에서 난다.”

재훈과 태현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재훈 일행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을 눌렀다. 지어진지 좀 오래된 아파트라서 그런지 엘리베이터는 덜컹거리며 올라갔다. 21층에 다다르자 복도가 드러났다. 재훈은 한걸음 한걸음 호수를 확인하며 걸어갔다. 2101, 2102, 2103… 2108호가 보이자 재훈 일행은 그 앞에 멈춰 섰다.

태현이 조용히 말했다.

“강 형사, 위험할지 모르니까 대비해. 퍼시는 밖에서 대기하고.”

“예.”

재훈과 태현은 총을 들고, 태현이 벨을 눌렀다.

띵똥. 띵동.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다시 벨을 눌렀지만 역시 인기척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현이 문손잡이를 돌렸다. 스르륵, 문이 열렸다. 둘은 형사 팔찌의 LED 라이트를 켠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집안으로 들어갔다. 재훈이 벽을 뒤지다가 전원 스위치를 발견하고 켰다. 안이 환하게 밝혀지자 텅 빈 공간들이 나왔다. 거실과 방은 아무 가구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태현이 말했다.

“이거, 벌써 도망갔네. 퍼시, 들어와 봐.”

퍼시가 들어와서 방들을 구석구석 살피더니 말했다.

“옷상자 속 남자의 냄새가 난다. 얼마 전까지 여기 살았었다.”

재훈이 허탈한 듯 말했다.

“우선 근처 부동산이나 관리사무소에 가서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죠.”

태현이 말했다.

“그러자, 그 후에 밥 좀 먹자. 아까 점심도 못 먹었잖아. 배고파 죽겠다.”

식당 안. 재훈 일행이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태현이 짜증 나는 투로 말했다.

“아, 이거 뭐 방법이 없나? 어디로 간지 아무도 모르고, 풀리는 것도 없고 미치겠네.”

그때 금속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재훈이 말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일단 한 번 열어보죠.”

다들 깜작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현이 말했다.

“야, 잘못된 걸 입력해서 폭발하면 어쩌려고?”

그때, 원웅이 일행을 향해 말했다.

“놈은 어쩌면 우리가 이 공식을 풀길 원할지도 모릅니다.”

다들 놀란 눈으로 원웅을 바라봤다.

“어려운 답이 아닐 수도 있어요. 범인에게 이게 게임이라면, 분명 우리가 찾아가는 게 더 재미있을 테니까요. 서 순경을 우리 앞에서 흔들고만 있잖아요. 당장 죽였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고. 이거 개 경주에 흔드는 토끼처럼 우리한테 상자를 흔들고만 있어요.”

재훈이 물었다.

“그럼 범인이 일부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에요?”

“추측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목적이었다면, 서 순경은 벌써 발견됐을 거예요. 죽은 채로.”

태현이 말했다.

“그럼 원웅 씨가 생각하는 답은 뭡니까?”

원웅은 굉장히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식은 ‘강재훈+김태현-서 순경’입니다. 이걸 만약 펩스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으로 나누면 김형사님만 펩스가 있으니까 ‘0+1-0’이라는 공식이 되지요.”

재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0+1-0’은 ‘1’이 되니까 암호가 1이라는 말씀이에요?”

“그렇죠. 1이 되는 거죠.”

태현이 황당해하며 말했다.

“아니 말이 돼요? 우리가 지금 1을 못 눌러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요?”

재훈이 생각을 하다 말했다.

“아니에요, 일리가 있어요. 제가 눌러볼게요. 혹시 모르니까 나가서 눌러볼게요.”

태현과 조 팀장이 동시에 소리쳤다.

“안 돼!”

“선배님들! 해봐야 돼요. 진짜로 시간이 없어요. 제가 해보고 올게요.”

재훈은 금속 상자를 들고 식당 밖 공터로 나갔다. 일행은 식당 안에서 긴장하며 재훈을 쳐다봤다. 재훈은 조심스럽게 상자의 전원 버튼을 켰다. 화면에 커서가 깜빡이며 나타났다. 재훈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과감하게 1을 누르고 엔터를 눌렀다. 순간 공터에는 정적이 일었다. 단단할 것만 같던 금속 상자는 입구가 조금 열려 있었다. 태현과 조 팀장과 원웅이 뛰어나왔다. 태현이 나오면서 외쳤다.

“강 형사, 괜찮아? 열렸어? 뭐가 들었어?”

재훈이 상자를 열자 반으로 접힌 메모지가 들어 있었다. 그 메모지를 펴자 주소가 쓰여 있었다. 태현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정말 1이었어?”

원웅이 기세 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 말이 맞죠?”

늦은 새벽, 재훈 일행은 시골의 한 농가 앞으로 갔다. 퍼시가 코를 킁킁거렸다.

“그 옷상자의 남자 냄새가 저 건물 안에서 난다.”

태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말로 놈을 진짜로 만나겠군.”

원웅이 태현을 보며 말했다.

“여긴 도주로가 많으니 저도 같이 나가서 돕겠어요.”

태현은 차에서 테이저건 2정을 꺼내 조 팀장과 원웅에게 주며 말했다.

“여차하면 쏴 버려요.”

재훈 일행은 농가로 이동했다. 불은 꺼져 있었다. 그 옆에 제법 큰 창고가 있었다. 창고 벽을 관찰하던 재훈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대형 공장용 공기정화장치예요. 농가에 이런 게 있다니, 수상한데요.”

태현이 작게 말했다.

“강 형사는 나를 따라오고, 조 팀장은 원웅 씨랑 퍼시랑 여기서 대기해.”

재훈과 태현이 창고 안쪽의 또 다른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자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문은 잠겨 있었다. 그때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예쁜 경찰 아가씨, 니 몸은 참 보드랍단 말이지. 내가 지금 예뻐해 줄게.”

재훈은 태현에게 문을 부수겠다고 신호를 보냈다. 재훈은 뒤로 물러섰다가 온 힘을 다해 문을 걷어찼다.

쾅!

문이 열리고 태현과 재훈이 들어가면서 동시에 외쳤다.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안쪽에는 병원처럼 꾸며진 공간이 나타났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매스를 들고 위협했다.

“야 이 새끼들아, 쏴 봐! 덤비라고!”

탕!

“악!”

태현이 남자의 다리에 총을 쏘자, 남자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태현은 재빨리 달려가 남자를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악!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밖에서 총소리를 들은 조 팀장과 원웅이 뛰어 들어왔다. 재훈은 간이침대에 시트 한 장만 덮인 채 묶여 있는 서 순경에게 달려갔다.

“서 순경! 정신 차려!”

그때 조 팀장이 뭔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저… 저기!”

조 팀장이 보고 있던 곳에는 30명 정도의 여성이 간이침대 위에 의식을 잃은 채 묶여 있었다. 태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앞쪽을 살피며 외쳤다.

“도대체 여기 뭐하는 곳이야?”

재훈은 묶여있던 서 순경을 풀어서 시트로 싸서 업으며 말했다.

“선배님, 우선 피해자들부터 옮기죠!”

“알았어.”

재훈이 서 순경을 업고 지하실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기절해있던 서 순경이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재훈은 서 순경과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재훈이 몸을 일으켜 서 순경을 흔들어 깨우며 외쳤다.

“서 순경! 왜 그래? 정신 차려!”

바닥에 제압당해있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 여자는 절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어!”

태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여자들의 펩스는 밖으로 나가는 순간 발작을 일으켜 심장마비로 죽도록 개조되어 있어. 물론 그 여순경에게도 펩스를 하나 선물로 달아줬지. 그러니까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

그때 지하실 구석에 있던 검은 모니터에서 5분이란 숫자가 뜨며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자가 즐거운 듯 웃으며 말했다.

“내가 방금 펩스로 폭탄을 작동시켰다.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건 너네 4명과 나뿐이야. 자 이제 어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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