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5화 범인의 아이디
SCCIT 본부 회의실. 최 반장이 재훈과 태현을 불러 얘기를 하고 있었다.
“병원 다녀온 건 어땠어? 안 대표는?”
태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새벽에 드론을 타고 가다가 그 미친 자식이 안 대표를 강물에 던져 놓고 간 모양이에요. 안 대표는 그 충격으로 일체의 면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발작을 일으켰던 여성 경호원은 이유가 뭐래?”
“그게, 가짜랍니다. 프로그램에 의한…”
“가짜 발작? 그게 무슨 소리야?”
“저희 쪽 분석기론 전혀 분석이 안 돼서 임원웅 씨 도움을 좀 받았는데요. 그 경호원 펩스에 침투 흔적이 있었어요. 정해진 시간에 가짜로 발작을 일으키게 프로그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범인이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여성 경호원도 범인과 그전에 접촉했었다는 얘기잖아?”
“예, 얼마 전 청담동 클럽 ‘BIG BOOM’에서 범인과 접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경호원들도 클럽 다니냐?”
“그거야 사생활이니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죠.”
“그건 그렇고, 너희 통장에 들어온 그 돈을 추적을 해봤는데 출처를 알 수가 없어. 문제는 금전 거래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 내부감사팀이 너희를 조사하겠대.”
“하지만 그건 안 대표가 해킹당한 2800억 원이잖아요. 범인이 우리 물 먹이려고 보낸 거고.”
“금액이 맞는다고 해도 출처를 알 수가 없으니 돌려줄 수도 없어. 더군다나 깨끗한 돈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참 더럽게 됐네요.”
“둘 다 몸 사리고 다녀. 위에서는 코앞에서 범인을 놓쳤다고 곱게 보지 않으니까.”
“암튼, 높은 분들은 현장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셔. 범인이 앞에 있다고 무슨 인형 뽑기처럼 딱 집어 올리는 줄 아시나.”
회의실을 나온 태현이 재훈에게 말했다.
“강 형사, 그 디지털 키스 만든 회사 미팅은 언제로 잡혔어?”
“다음 주 월요일요.”
그때 뒤에서 서 순경이 둘을 불렀다.
“강 선배님, 김 선배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태현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 서 순경 무슨 일이야? 얘기해봐.”
“사건에 관해 보여드릴 게 있어요. 자료 분석실로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안되긴 왜 안 돼, 그럼 같이 가야지. 강 형사, 뭐해?”
재훈이 태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귓속말로 얘기했다.
“선배님, 언제는 펩스도 없다고 서 순경을 싫어하시더니요?”
태현은 앞에서 총총 거리며 뛰어가는 서 순경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비록 펩스는 없지만, 엄청난 귀여움은 장착하고 있잖니.”
재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SCCIT 자료 분석실. 서 순경의 책상 위와 책장에는 각종 메모를 한 노트들이 가득했다. 그 노트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 순경은 그중 한 노트를 집어 들더니 모니터에 뭔가를 띄웠다.
“선배님들, 제가 이번 사건을 분석해보다가 발견한 거예요.”
재훈이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이거 실종자 명단이잖아?”
“예, 그런데, 여기 좀 보세요.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공통점?”
“이 실종자들은 모두 급히 돈이 필요했던 거 같아요. 이 사람들 아이디를 여러 사이트에 대입했는데 모두 펩스를 불법 중고 사이트에 내놓았었어요.”
“뭐? 펩스는 거래가 된다고 해도 등록절차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지 않아?”
“예, 그래서 보통은 초기화시켜서 해외로 파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게 우리가 쫓는 놈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데?”
“사라진 불법 거래 흔적 중 한 곳을 복원했는데 그 내용을 분석하다가 이걸 발견했어요.”
서 순경은 모니터의 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실종자에게 답변이 올라온 거 보이죠? 여기 이 아이디 좀 잘 보세요.”
재훈은 눈을 크게 뜨고 서 순경이 가리킨 아이디를 읽기 시작했다.
“shl101224?”
잠시 생각을 하던 재훈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현이 옆에서 재훈의 표정을 보다가 말했다.
“강 형사 뭔데? 이 아이디가 뭐길래 그렇게 놀라?”
“shl이면 세, 형, 리… 이세형. 미나 씨 펩스 속에 들어왔던 범인의 가짜 이름?”
서 순경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냄새가 나죠?”
태현이 서 순경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주 잘했어. 우리 이 아이디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자!”
“예, 선배님.”
잠시 후 SCCIT 자료 분석실. 재훈과 태현이 피곤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서 순경은 에너지 드링크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태현은 그걸 받아 들어 급하게 따서 마셨다.
“캬아! 시원하다! 역시 서 순경이 주는 거라 힘이 팍팍 나네. 그나저나 이거 뭐 더 진행사항이 없네. 어쩌지?”
재훈이 말했다.
“그러게요, 이러다가는 아무 단서도 못 찾을 거 같은데요.”
잠깐 생각에 잠겼던 서 순경이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겼는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펩스를 판다고 광고를 내 볼까요?”
재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거래 글을 올리자는 거야? 불법으로?”
“일단 올려보는 거죠. 범인이라면 분명히 관심을 가질 거예요. 우린 그 아이디를 알잖아요.”
태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무모하지 않을까? 솔직히 shl이라는 아이디가 이세형이 아니고 이석훈, 이성혁 이런 이름일 수도 있잖아. 야! 강 형사, 너의 그 엄청난 직감님은 뭐라고 하시냐? 한번 물어봐봐.”
재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범인은 이세형이란 이름을 쓰면서 27세라는 나이를 밝혔어요. shl101224면 2010년 12월 24일생, 27세. 범인이 만들어낸 인물과 일치해요. 어쩌면 이 놈, 진짜 범인일 수도 있어요. 서 순경, 일단 글 올려봐. 해보자고.”
“예, 선배님.”
서 순경은 몇 개의 불법 거래 사이트에 펩스를 판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음날 저녁. SCCIT 강력1팀. 재훈과 태현, 조 팀장과 서 순경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태현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혹시라도 놈이 눈치채거나 그러진 않았겠지?”
조 팀장이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놈이 봤는지도 모르겠어요. 봤으면 뭔가 올릴 텐데. 글이 하나도 안 올라와요.”
“아, 배고프다. 일단 밥 먹고 오자. 이렇게 짜증 날 땐 아주 맛있는 걸 먹어줘야 해.”
재훈 일행이 밖으로 나간 후 컴퓨터를 끄려던 서 순경이 갑자기 외쳤다.
“어, 떴어요! 방금 shl101224 아이디로 글이 올라왔어요!”
태현이 후다닥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
“진짜야?”
모니터를 보던 일행에 눈엔 분명 shl101224라는 아이디가 보였다.
조 팀장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이젠 어쩌죠?”
서 순경이 말했다.
“일단 장소랑 시간 정하고 제가 나가 볼게요.”
재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위험할 수 있어.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하지만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태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을 하다 말했다.
“우리 서 순경 말대로 하자. 어쩌면 이런 기회,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작전을 짜 보자.”
재훈과 태현, 조 팀장과 서 순경은 각자 눈빛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끼며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늦은 저녁, 홍대의 한 카페 근처 주차장. 태현의 차에 재훈과 태현, 조 팀장과 서 순경이 앉아 있었다. 태현이 말했다.
“서 순경, 잘 들어. 만약 놈이 나타나면 우선 키가 186cm 정도가 되는지 확인해봐. 우리가 아는 놈의 정보는 키밖에 없어. 그리고 분명 펩스를 빼는 장소로 이동을 하자고 할 거야. 우리가 미행할 테니까 걱정 말고 일단 따라가. 적당한 타이밍에 우리가 덮칠 테니까.”
재훈이 서 순경의 머리에 검은색 머리핀을 하나 꽂아주며 말했다.
“이 핀이 추적 장치니까 절대 빼선 안 돼.”
“예. 선배님.”
서 순경은 약간 떨고 있었다. 재훈은 서 순경의 어깨를 꾹 잡아주었다. 태현이 말했다.
“만약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놈이 안 나타나면 차로 돌아와. 알았지?”
서 순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현이 모두를 한 번씩 쳐다본 후 말했다.
“자, 작전 시작하자고!”
서 순경은 차에서 나와 카페로 향했고 나머지 일행은 카페가 보이는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1시간이 흘렀다. 카페의 한 테이블에 서 순경이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카페 한쪽에 있는 벽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태현이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
“눈치챈 거 아닐까? 벌써 1시간 지났는데.”
재훈이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 순경, 이제 슬슬 철수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1시간 10분이 지났을 무렵, 서 순경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재훈이 말했다.
“서 순경 철수하나 본데, 우리도 차로 돌아가죠.”
그렇게 재훈과 태현과 조 팀장은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갔다. 카페 1층으로 내려와 차로 돌아오던 서 순경 옆에 BMW IM5 차량이 바짝 다가와 섰다. 조수석 창문이 열리고 남자가 말을 걸었다.
“판매 글에 아이디 yun10041004 올리신 분 맞죠?”
“예, 제 아이디 맞아요.”
“안녕하세요. shl101224입니다. 죄송해요. 아까 카페에 계신 거 봤는데 혹시 경찰 일까 봐 좀 지켜봤어요. 차에 타세요.”
서 순경이 차에 타고, 옥상에서 내려오던 재훈 일행이 그 모습을 멀리서 목격했다. 태현이 급하게 외쳤다.
“야! 뛰어! 놓치면 큰일이야.”
서 순경이 서먹하게 앉아 있자 남자가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펩스 중고 거래는 워낙 단속이 심해서 신중하게 움직이느라 그랬어요. 이해해주세요.”
“그럼 지금 바로 펩스를 빼러 가는 건가요?”
“예, 걱정 마세요. 아는 사람 병원에서 안전하게 제거해 드릴 거예요. 제거 후에 바로 현금으로 드릴게요.”
“400만 원 주시는 거 맞죠?”
“그럼요. 저희처럼 그 모델을 고가로 매입해 드리는 데는 없을 거예요.”
서 순경은 남자를 관찰했다. 앉은 키로 보아 남자는 상당히 키가 큰 편이었다. 얼굴은 꽤 미남형으로 범죄형의 얼굴은 아니었다. 서 순경은 약간 떨고 있었다.
남자의 차를 뒤쫓는 태현의 차 안에서 태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 형사, 추적 장치는 잘 작동되고 있는 거지?”
재훈은 스마트폰에 화면을 보며 대답했다.
“네, 걱정 마세요. 신호는 잘 잡히고 있어요.”
신호등에 빨간 신호가 들어오고 남자의 차가 정지선에 멈춰 섰다. 서 순경은 창밖의 빨간 신호등을 보고 있었다. 순간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강한 힘으로 서 순경의 얼굴과 몸을 붙잡더니 키스를 했다.
“읍!”
서 순경은 저항해 봤지만 남자의 완력 앞에 소용이 없었다. 키스를 하던 남자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
“뭐야? 너, 펩스가 없잖아?”
서 순경은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남자가 대시보드에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블라인드 모드가 작동되며 차 옆과 뒷유리가 뿌옇게 변했다. 멀찌감치 뒤따라 서있던 태현의 차에서 태현이 외쳤다.
“저 자식, 뭐야? 갑자기 왜 블라인드를 작동한 거야!”
남자는 갑자기 서 순경의 뺨을 한차례 세게 때렸다.
짝!
“악!”
서 순경이 잠시 정신을 잃자 남자는 서 순경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서 순경의 핸드백을 열었는데 테이저건과 형사 팔찌가 나왔다.
“뭐야. 형사였어?”
남자는 서 순경의 백에서 테이저건을 꺼내 서 순경에게 발사했다.
푸슉!
“아으윽!”
서 순경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대로 기절하자 남자는 갑자기 차를 수동 운전 모드로 바꾸고 스포츠플러스 모드를 눌렀다. 그리고는 빨간 신호에서 차를 급하게 출발시켰다. 뒤에 있던 태현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어! 이런, 저 새끼 눈치챘어!”
조수석에 있던 재훈이 소리쳤다.
“빨리 수동 모드로 쫒아가세요!”
태현은 급히 수동모드로 전환해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망가는 남자의 차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선배님, 저 차는 고성능 M버전이라고요! 더 밟아요. 더요!”
차들이 꽤 많은 시내 도로를 남자는 엄청나게 칼질을 해대며 도망가고 있었다. 백미러 카메라를 보자 좀 떨어진 뒤쪽으로 차 한 대가 쫓아오는 게 보였다. 남자는 급하게 왼쪽으로 코너를 꺾었다. 그리고는 바로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들어가다가 한적한 장소가 나타나자 차를 멈추고 헤드라이트와 미등을 껐다.
태현이 외쳤다.
“강 형사, 서 순경 위치가 어디야?”
“다음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골목길로 들어가세요!”
태현의 차는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했다. 마주 오던 차들이 끽하는 브레이크음을 내며 급하게 멈춰 섰다. 태현은 빠른 속도로 골목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골목길 안에 숨어있던 남자는 태현이 쫓아오는 것을 보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큰길로 나오자 남자는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 남자는 옆에 쓰러져 있는 서 순경의 몸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 순경의 머리핀을 보더니 혼잣말을 했다.
“이게 추적 장치군.”
남자는 그 머리핀을 뽑아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더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뒤따라오던 태현의 차 안에서 재훈이 외쳤다.
“선배! 다음 사거리 앞에서 추적기 신호가 멈췄어요!”
“그래? 혹시 서 순경이 쓰러져 있나 잘 봐!”
추적기 신호가 점점 가까워 오자 재훈은 창밖을 주시했다. 하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적기 신호가 근접했을 때 재훈이 외쳤다.
“멈춰요!”
태현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차에서 재훈과 태훈과 조 팀장이 내려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태현이 다급한 듯 외쳤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때 재훈의 눈에 노란 중앙선 근처에 떨어져 있는 검은색 머리핀이 보였다. 그는 바닥에서 머리핀을 집어 들며 말했다.
“선배! 찾았어요! 이 자식, 눈치채고 일부러 버렸어요!”
“젠장!”
태현이 아스팔트 바닥을 걷어찼다. 세 사람은 서서, 차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태현은 다시 차로 가서 무전을 날렸다.
“SCCIT 강력1팀에 김태현 형사입니다. 홍대 근처에 납치 사건 발생! 차량은 흰색 BMW IM5 모델로 차량 번호 650 루 1074번입니다. 근처 순찰차들과 드론은 추적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추적하겠습니다.”
재훈이 말했다.
“찾아야 돼요! 멀리 못 갔을 거예요!”
일행은 다시 태현의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차 안에 가득 맴돌고 있었다. 재훈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이건 제 탓이에요. 제가 괜히 하자고 해서…”
“야! 정신 차려! 지금 그딴 게 중요해?”
잠시 후 무전이 들어왔다.
“경찰청 중앙센터입니다. 홍대를 중심으로 순찰차량과 드론, CCTV를 가동해 찾고 있습니다. 비슷한 차량들을 추적, 분석하고 있지만 동일한 번호의 수배 차량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태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찾고 있으니 더 샅샅이 수색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 팀장이 말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건지. 서 순경 핸드폰부터 추적해보자.”
태현은 재훈을 보았다. 재훈은 떨리는 손으로 서 순경의 머리핀을 꼭 쥐고 있었다. 그때였다. 재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 이름에는 ‘서수연 순경’이라고 쓰여 있었고 영상통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선배! 서 순경이에요.”
“얼른 받아봐!”
재훈이 전화를 받자 화면에 어두운 뭔가가 비치더니 쓰러져 있는 서 순경이 보였다. 재훈은 핸드폰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서 순경! 정신 차려봐! 거기 어디야?”
영상 속의 서 순경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때 핸드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똑똑한데, 미끼도 쓸 줄 알고 말이야. 하지만 너 실수했어. 하필이면 미끼가 너무 작고 사랑스러워.”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화면에 기절한 서 순경의 얼굴이 비치고, 남자의 손이 서 순경의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 예쁜 몸을 어떻게 할지 기대 해.”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다. 재훈이 꺼진 화면을 보며 소리쳤다.
“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