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4화 (4/119)

# 4

4화 Money Rain

원웅의 집. 재훈과 태현은 멍하니 있었다. 태현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이걸… 임 박사님이, 이 암호를 만드셨다고요?”

“예, 이 암호 프로그램은 제가 의뢰를 받아 만든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해킹 프로그램은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제가 만든 부분은 ED처럼 상대를 환각이나 수면에 빠지게 하는 부분과, 해킹 프로그램 전체를 암호로 감싼 것뿐입니다.”

재훈이 원웅에게 물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지금 박사님은 본인의 범죄 사실을 말하고 계시는데,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형사님이라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일부러 그런 거 맞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곧 살해당할지도 모르거든요.”

재훈이 놀라며 물었다.

“살해요?”

그때, 태현이 재훈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

“강 형사! 저 사람한테 자꾸 박사라고 하지 마! 얼어 죽을, 박사는 무슨 박사. 알고 보니 완전히 범죄 도우미 구만!”

“선배님, 진정하세요.”

원웅이 말을 이어갔다.

“저는 어떠한 의뢰자와도 직접 만나지 않습니다. 그 사람과도 이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얼마 전부터 연락이 끊겼어요. 그런데 어느 날 택배가 와서 살펴봤는데 사제폭탄이었습니다. 제가 의심 많은 성격이라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원웅은 잠시 뭔가 말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을 짓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두 형사님께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요청합니다. 저를 보호해주시면 이 수사에 적극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태현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되지요. 어떻게 경찰이 범죄자를 보호합니까?”

재훈이 태현에게 말했다.

“선배님, 원웅 씨가 있어야 범인 잡는 게 좀 수월해질 거예요. 지금으로선 범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렇지만 저 사람은 범죄자잖아!”

태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말을 뱉었다.

“에이! 난 모르겠다. 반장님은 니가 설득해.”

원웅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생각하신 겁니다. 제가 꼭 도움이 될 겁니다.”

잠시 후 아침, SCCIT 본부 회의실. 최 반장과 재훈과 태현, 그리고 조 팀장과 서 순경이 서로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최 반장이 입을 열었다.

“뭐, 범인 잡는데 그만큼 도움될 사람도 없지. 증인보호 프로그램 사용하게, 뒷감당은 내가 질 테니까. 그리고 잘 들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어. 피해자는 신유 그룹의 안유미 대표.”

태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 신유 그룹이면, 그 재계 서열 2순위?”

“맞아. 그 신유 그룹의 안 대표가 피해자야. 범인은 VVIP 사교 모임에서 그린라인 인터내셔널이라는 외국계 회사 이사로 신분을 속여 안 대표에게 접근했고, 어쩌다 분위기에 휩쓸려 키스를 하게 됐는데 안 대표는 그 후 정신을 잃었다는 거야. 깨어나 보니 어느 허름한 폐가에 버려져 있었고 성폭행 흔적이 있었다더군. 그리고 범인은 만약 경찰에 신고할 경우 다시 찾아가겠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해.”

“안 대표 펩스 분석은요?”

“안 대표가 오전에 일찍 나와서 분석했는데 개인적인 돈 2800억 원 정도가 해킹으로 빠져나갔다고 해. 암튼 신유 그룹 가서 필요한 거 더 조사하고 와 봐.”

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강 형사는 날 따라오고 조 팀장과 서 순경은 임원웅 씨를 안전가옥으로 모시고 가.”

재훈과 태현은 재훈의 차를 타고 신유 그룹으로 향했다. 이동하고 있던 재훈의 차 안에서는 오래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현이 약간 껄끄러운 표정으로 재훈에게 말했다.

“야, 이 할아버지 취향의 구닥다리 음악은 뭐냐?”

“아, 이 곡이요? ‘Money Rain’이라는 곡인데 아주 옛날 미국 재즈 음악이에요.”

“Money Rain? 가사 내용이 뭔데?”

“요약하자면 가난한 남자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하늘에서 돈비가 내려 자기도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에요.”

“딱 내 노래네. 지금 내 심정이 그렇거든. 어디서 돈비가 그냥 확! 나한테만 우르르 쏟아졌으면 좋겠다 이거지. 누구는 2800억 원이 개인 돈이었다는데 말이야.”

“안 대표요? 그거 뭐 개인 돈이라지만 아마도 비자금 같은 거겠죠?”

“그렇지. 뭔가 뒤가 구린 돈이 분명해. 야, 볼륨 좀 높여봐라. 그거 참, 들을수록 땡기네.”

신유 그룹 대표실. 재훈과 태현이 들어서자 꽤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가 둘을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인성 전무입니다.”

태현도 깍듯이 인사했다.

“예,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김태현 형사, 이쪽은 강재훈 형사입니다.”

“두 분이 유능하시다는 말씀은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유능은요, 그냥 열심히 할 뿐입니다. 그나저나 대표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자택에 계십니다. 이곳에서 조사할 거 있으시면 하시고 대표님 자택으로 이동하시지요.”

“우선 대표님을 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어차피 다시 회사로 오셔야 할 테니 저희 차로 모시겠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두 분을 잘 모시라는 대표님의 지시가 있으셨습니다.”

재훈과 태현은 황 전무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검은색의 긴 리무진 차가 대기 중이었다. 일행이 다가가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뒷좌석에 탄 태현이 재훈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나 벤츠 SX1500L은 처음 타봐. 끝내준다. 강 형사는 어때?”

재훈은 약간 껄끄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 형사, 왜 그래? 똥 마려?”

“아니, 그게 아니라 운전석에 사람이 없잖아요. 전 자율주행이 싫거든요.”

“야 인마, 이게 얼마나 편한데 그래. 술 먹고 타도 되고, 졸리면 자면 되고. 얼마나 편해.”

“그래도 전 제가 직접 운전하는 게 더 편해요.”

“넌 참 불편한 걸 즐긴단 말이야. 암튼 난 새벽에 못 잔 잠이나 더 잘 테니까 도착하면 깨워.”

조수석에 탄 황 전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시는 동안 편하게 쉬세요.”

태현의 좌석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거의 침대같이 길어졌다. 태현은 편하게 누웠다. 차 내부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했다. 차가 주차장 밖으로 나가자 천장의 파노라마 글라스로부터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장은 금세 어두운 색으로 변하며 햇빛을 차단했다. 차는 빠른 속도로 운행되기 시작했고, 몸으로 느껴지는 힘은 상당히 강력했다. 코너를 돌 때는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돌아나갔다. 재훈은 비어 있는 운전석을 보며 왠지 모를 이질감에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안유미 대표의 집 앞. 황 전무를 따라 높은 담 한편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자 입구에는 경호원 둘이 서 있었다. 안쪽으로 한참을 걸어 건물로 들어서자 내부에는 딱 보기에도 비싼 미술품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5층, 안 대표의 방으로 들어서자 안 대표가 누워 있다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어서 오세요. 제가 일어나질 못해서… 이해해주세요.”

태현이 손 사레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계십시오.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어요.”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릴게요.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 드릴게요. 김 비서, 여기 다과 좀 내와.”

곧 다과와 차가 들어왔고 얘기가 계속됐다. 재훈이 물었다.

“대표님, 범인의 인상이나 특징에 대해 기억나는 거 있으십니까?”

“키가 컸어요. 180cm 후반쯤. 그리고 무척 깔끔하게 뒤로 넘긴 헤어 스타일이었고요. 말투에서도 참 전문직이다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딱히 큰 특징적인 건 없었던 거 같아요.”

“피해 입으신 돈의 전자화폐 거래 내역은 추적해보셨죠?”

“예, 추적한 계좌는 대포통장이더군요. 돈은 곧바로 또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계좌도 소멸됐어요.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추적이 불가능했어요.”

“이미 현금화시켜서 빼돌렸을 겁니다.”

옆에 있던 태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이 돈은 공식적으로 조사해도 되는 돈입니까?”

“실은 그게…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돈이에요. 그 부분은 감안해주시고 은밀히 추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범인이 경찰에 신고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 거예요.”

“현재 이곳 보안은 어떻게 돼있죠?”

옆에 있던 황 전무가 말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건물 주변은 CCTV가 다 설치되어 있고요, 자택 입구에 경호원 두 명, 내부에 경호원이 두 명, 그리고 대표님을 화장실까지 모시고 다니는 여성 경호원 한 명이 항시 대기 중입니다. 그리고 안방에는 안 대표님의 홍채인식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패닉룸[1]이 있습니다.”

『각주[1] 패닉룸: 비상사태 시 피신할 수 있는 방.』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저희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황 전무한테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편히 쉬고 계세요.”

며칠 뒤 저녁, SCCIT 본부 강력1팀. 재훈과 태현, 조 팀장, 서 순경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태현이 물었다.

“강 형사, 안 대표 쪽은 아직 아무 소식 없지?”

“예, 아직 조용하네요.”

“서 순경, 임원웅 씨는 잘 계신가?”

“예, 선배님. 근데 그분 짐이 너무 많으셔서 이사할 때 조 팀장님이랑 저랑 고생 좀 했어요.”

“그래? 나중에 내가 직접 가봐야겠구만. 그나저나 어째 범인이 조용하다. 사건도 없고.”

재훈은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태현이 말했다.

“뭐해? 뭔 생각에 그렇게 빠져있어. 또 그 직감님이 오시냐?”

“왠지 느낌이 안 좋아요.”

잠시 후, 안유미 대표의 자택. 안 대표가 잠을 자기 위해 준비하다가 여성 경호원을 향해 말했다.

“제 경호하느라 많이 피곤하죠?”

“아닙니다. 제 일인걸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힘들 텐데 이렇게 잘 지켜줘서.”

“그렇게 말씀해…”

순간 여성 경호원이 눈동자가 뒤로 돌아가면서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는 온몸을 비틀며 엄청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안 대표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밖에 누구 없어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밖에서 대기 중인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안 대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119 좀 불러 줘요!”

경호원들이 발작을 일으킨 여성 경호원을 잡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얼마 후 집 입구에 벨이 울렸다.

“119에서 왔습니다. 호흡곤란 환자가 있다고 신고하셨죠?”

경호원이 문을 열었다.

“빨리 오셨네요.”

119 대원은 씩 웃으며 경호원 둘에게 가스총을 발사했다.

쉭!

“윽!”

그렇게 그는 입구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저택의 현관으로 다가가 벨을 눌렀다. 저택 현관이 열리자마자 119 대원은 문 앞의 경호원을 향해 가스총을 발사했다.

쉬익!

“으윽!”

그리고 침실로 들어가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경호원에게도 가스총을 발사했다. 경호원들이 쓰러지자 안 대표는 두려움에 뒷걸음을 치며 119 대원을 쳐다봤다. 119 대원이 말했다.

“내가 경찰에 신고하면 다시 온다고 했을 텐데.”

안 대표는 뒷걸음을 치다가 패닉룸 쪽으로 달려갔다. 패닉룸에 다다르자 안 대표의 홍채가 기계에 인식되고 문이 열렸다. 안 대표는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문은 굳게 잠겼다. 덜덜 떨고 있던 안 대표는 밖에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다. 순간 삑 소리가 나더니 패닉룸의 문이 거짓말처럼 열렸다. 남자가 열린 문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난 너의 모든 것을 알지. 널 잡았을 때 봤거든, 너의 구석구석을 말이야. 허벅지와 귀 뒤에 있는 점, 배에 있는 수술 자국, 그리고 너의 홍채까지 말이야. 그래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었지.”

남자의 손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안구 모형이 들려 있었다. 순간 밖에서 누군가 총을 겨누며 외쳤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총을 겨누고 있는 건 재훈이었다. 그 옆에 태현도 총을 겨두고 있었다. 태현이 재훈에게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

“왜 이렇게 항상 잘 맞는 거냐? 니 직감이란 놈은.”

남자는 갑자기 안 대표를 잡아채고 칼을 꺼내 안 대표의 목에 갔다 댔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보통 경찰은 아닌 것 같군.”

재훈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인질을 놔줘! 안 그러면 쏘겠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니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남자는 칼을 재빨리 내려 안 대표의 허벅지를 한차례 푹 찌르고 다시 목에 갔다 댔다.

“악!”

안 대표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통과 공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남자는 침착하게 말했다.

“난 시늉만 하지 않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이 여자는 곧 죽는다. 어서 길을 비켜!”

재훈이 총을 겨눈 채 길을 조금 트자, 남자는 안 대표를 끌고 집안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올라가자, 재훈과 태현은 계단을 뛰어올라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남자는 한가운데로 안 대표를 끌고 갔다. 재훈이 외쳤다.

“이제 도망갈 곳은 없어! 어서 인질을 풀어줘!”

“멍청한 것들. 니들 눈엔 이 동아줄이 보이지 않겠지?”

태현이 재훈에게 말했다.

“저 새끼 미친 거 아냐? 동아줄이라니…”

그때였다. 어디선가 소리 없이 중형 드론이 남자에게 날아왔다. 남자가 말했다.

“드디어 동아줄이 내려왔군.”

남자는 드론에서 줄을 꺼내 안 대표의 목에 칼을 겨눈 채 둘의 몸을 드론에 연결했다. 곧이어 드론은 하늘로 날아갔다.

“잘 있으라고. 난 이만 갈 테니까.”

그렇게 어두운 하늘로 드론은 두 사람을 매단 채 사라져 갔다. 재훈은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분해서 소리쳤다.

“이런 제기랄!”

태현이 급하게 펩스로 관할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여기 안유미 대표 집입니다. 범인이 지금 드론을 타고 안 대표를 끌고 날아갔습니다. 경찰 드론 지원 바랍니다. 빨리요!”

재훈과 태현은 차를 타고 추적에 들어갔다. 하지만 드론은 시야에서도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다음날 아침, SCCIT 본부 강력1팀. 재훈과 태현, 조 팀장과 서 순경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태현의 펩스로 전화가 들어왔다.

“예, 김태현 형사입니다. 예! 찾았다고요?”

재훈이 물었다.

“대표님 찾았대요?”

“어, 다행히 강물에 빠져 있는 걸 인근 주민이 발견해서 병원으로 옮겼대. 지금은 안정을 취하고 계신다고 해. 일단 강 형사는 나랑 같이 병원에 가보자.”

재훈과 태현은 재훈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재훈의 차 안에서 ‘Money Rain’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갈 차례가 되자 태현이 반복 버튼을 눌렀다. 재훈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선배님, 정말 이곡만 들으시네요?”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그런지 이 노래가 계속 듣고 싶네. 우울한 내 지금 기분과도 어울리고 말이야.”

“참, 대표님 계시는 병원으로 가려면 신유 그룹을 거쳐서 가게 되죠?”

“그렇지. 이 거리로 직진하면 병원이니까 좀 있음 신유 그룹이 보이겠네.”

잠시 후, 신유 그룹 근처 사거리가 나오자 빨간불이 켜지고 재훈의 차는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했다. 재훈과 태현은 오른쪽 대각선에 있는 신유 그룹 빌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띠링띠링’

재훈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 재훈은 문자를 확인한 후 얼굴이 굳어버렸다.

“야, 강 형사! 뭐길래 그래?”

“서… 선배님, 지금 제 통장에… 누군가 1400억 원을 입금했어요.”

“뭐? 잠깐, 나도 뭐가 왔는데.”

태현은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펩스에 온 문자를 확인했다. 머릿속에 통장 내역이 나타났다. 그는 확인을 한 후 재훈을 보며 말했다.

“내… 내 통장에도 1400억 원이 입금됐어!”

둘은 그렇게 멍하니 서로를 봤고, 차 안에서는 계속 ‘Money Rai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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