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지털 키스-2화 (2/119)

# 2

2화 특종, 연예인 동영상

서울시립중앙병원 1208호 이미나의 병실 앞. 재훈과 태현, 이미나의 어머니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제 딸을 살려주셔서.”

“아휴, 아닙니다. 어머니 많이 놀라셨죠? 강 형사, 병원 측에선 뭐래?”

“우선 미나 씨 병실에 CCTV를 간호사실에서 24시간 감시하기로 했고요, 문은 안에서 열수 없도록 출입제한장치를 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안요원도 수시로 순찰을 돌 거래요.”

“그래? 안심할 수 있겠어?”

“병실에 위험 요소를 다 없앴데요. 식기류도 식사 후에 100% 수거해 간다고 하고 혹시라도 일어날 일은 최대한 막는다고 하더라고요.”

미나의 어머니가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애 옆에 제가 꼭 붙어있을게요. 엉뚱한 생각 못하게.”

재훈은 잠시 무언가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어머니, 미나 씨 좀 안정되면 수사과로 한 번 오셔야 돼요. 미나 씨 펩스에서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나올 수도 있거든요.”

“우리 애가 좀 나아지면 그때 꼭 갈게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좀 쉬세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재훈과 태현은 병원 주차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강 형사, 어디로 갈 거야?”

“미나 씨가 갔던 클럽을 가보죠. 뭔가 나올 것도 같은데.”

“뭐야? 직감이야? 거 좀, 과학적이고 세련된 방법으로 수사하는 건 불가능한 거야?”

“선배님, 굳이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저번 분기 평가에서 추리와 분석력은 선배님보다 제가 더 높았다고요.”

“이 자식아! 너 그거 다 운 빨이야, 인마!”

둘은 키득 거리고 툭툭 치면서 차에 올라탔다.

클럽 NEON DOLLS앞. 태현과 클럽으로 가던 재훈은 클럽의 ‘NEON DOLLS’라는 홀로그램 간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솜사탕 같네.’

입구에 다다르자 재훈이 스태프에게 팔에 차고 있던 형사 팔찌를 보여주며 말했다.

“사건 조사하러 왔습니다. 며칠 전에 일어난 그 사건 아시죠?”

스태프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발, 조용히 다니셔야 합니다. 형사님들 보면 손님들이 불안해하시거든요.”

그러자 태현이 스태프를 노려보며 말했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니고?”

“…”

“긴장하긴, 나도 여기 단골이야. 자주 왔는데 얼굴도 못 알아봐.”

태현은 스태프의 어깨를 툭툭 치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와! 여긴 매일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강 형사는 이런데 처음이지? 여긴 마치 에덴동산과 같아.”

“에덴동산이요?”

태현이 재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테이블 쪽으로 돌려줬다. 재훈은 깜짝 놀랐다. 테이블 쪽에는 수많은 남녀들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잘 봐, 여기서 외로운 아담과 이브들이 펩스와 디지털 키스 앱을 이용해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거야. 상대방의 마음과 신상정보를 끈적끈적한 키스에 담아 서로 주고받는 거지. 그러다가 맞으면 짠! 하고 커플이 탄생하는 거고.”

“으! 저는 왠지 싫어요.”

“그건 강 형사가 저런 짜릿한 즐거움을 몰라서 그래.”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재빠르게 재훈의 왼팔을 꺾어 등에 붙이고 제압을 했다. 순간 재훈은 목에 닿는 날카로운 금속을 느꼈다. 옆에 있던 태현은 놀라서 가슴팍에 숨긴 권총을 꺼내려했다.

“거기 형사님, 파트너 모가지가 댕강 잘리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그 손 빼세요. 조용히 소란 피우지 말고.”

재훈을 제압한 사람은 재훈의 뒤에서 귀에다 대고 말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강 형사 같은 아날로그 선비님이 이런 클럽에는 웬일이셔?”

“오민지 씨?”

“촌스럽게 본명을 누설하고 그래. 여기선 ‘핑크레드’라고 부르라고.”

“켁켁, 핑크레드 씨 잘 지냈어요?”

“뭐, 당신 덕분에 깜빵에서 회개하고 나온 뒤 지금은 심각할 정도로 착하게 살고 있지. 물론 ED[1]는 끊었고 말이야.”

『각주[1] ED: Electronic Drug. 전자 마약의 은어이다.』

태현이 말했다.

“당신, 지금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은데. 약에 취한 거 아냐?”

“내가 좀 취하긴 했지. 근데 그건 약이 아니고 이 분위기에 취한 거라고. 느껴지지 않아? 이 몽롱하고 섹시한 필링이?”

“헛소리 말고 어서 강 형사를 풀어줘!”

“당신들 뭔가 조사 중인 거 같은데, 나한테 물어봐. 내가 이 바닥에 소식통이거든. 원한다면 이 클럽 안 남자들의 빤스 속에 숨긴 것들까지 다 까발려 줄 수 있지.”

목이 졸려 계속 켁켁 거리며 재훈이 말했다.

“혹시 펩스 해킹 소문 같은 거 들은 적 없어요?”

“아~ 얼마 전에 그 사건 말이야? 그런 건 나도 이번에 처음 들어. 여자애가 몸에 돈까지 아주 탈탈 털렸다며? 참, 안됐어.”

“저기, 이 목 좀 풀어줘요.”

핑크레드는 순간 냉정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를 깜빵에서 썩게 한 걸 생각하면, 이대로 그냥 목을 확 날려버릴까?”

“이봐! 강 형사가 잘못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

핑크레드는 재훈을 태현 쪽으로 확 밀어 버렸다.

재훈이 돌아보자 핑크레드의 오른손에는 병따개가 들려 있었다.

“무슨 형사들이 칼이랑 병따개도 구분 못하실까? 강 형사는 귀여우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야.”

재훈이 목을 만지며 말했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핑크레드 씨.”

“그럼 또 만나자고. 잘 가.”

핑크레드는 돌아서서 몇 발자국 가다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태현 앞에 서서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키스를 했다. 놀란 태현이 핑크레드를 밀치며 외쳤다.

“아니, 이 여자가 미쳤나?”

“부끄러워 하기는, 잘 생긴 형사님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지금 키스로 전해 준 그 파일 속 주소로 가 봐요.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만날 테니까.”

핑크레드는 미소를 띤 채 뒷걸음질을 치며 재훈에게 말했다.

“강 형사, 다음에도 꼭 그 형사님 데리고 와야 해. 멋지게 생긴 그분 빤스 속이 궁금하거든.”

재훈은 멀어져 가는 핑크레드를 보다가 태현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도 그 디지털 키스라는 앱, 깔으셨던 거였어요?”

태현은 몹시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그게, 이게 다 수사를 위해 깔은 거라고.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 거참, 나를 알면서 그러냐!”

“여기 단골이라고도 하셨고, 혹시 선배님이 범인 아니에요?”

“뭐라고?”

둘은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옆구리를 찔러댔다. 밖으로 나온 둘은 재훈의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던 재훈이 말했다.

“어, 전기 떨어졌네. 충전소 좀 들려야겠네요.”

“야! 전기도 많이 먹는 거냐? 이 고물차는?”

재훈은 차를 몰고 충전소로 향했다. 차가 사람만큼 큰 직사각형의 막대기 앞에 서자 곧, 차 옆에서 마치 실물같이 예쁜 홀로그램 아가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오늘도 E스테이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몇% 충전하시겠습니까?”

“100%요.”

“예, 그럼 100% 충전하겠습니다. 먼저 결제를 하시고 충전부를 열어주세요.”

재훈이 카드로 결제를 하자 곧 긴 충전기가 나와 충전부에 꽂히고 충전이 시작되었다.

“고객님, 충전이 완료될 때 까지는 5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조수석에서 홀로그램 아가씨를 쳐다보던 태현이 말했다.

“이야! 아가씨 겁나 예쁘네. 가짜인 건 알지만 진짜로 사귀고 싶다.”

재훈이 놀리 듯 말했다.

“선배님도 참. 저 홀로그램 모델, 실존하는 사람일 텐데. 제 수사력 한 번 발휘해볼까요?”

“됐어! 인마. 저런 여자가 나 같이 돈 못 버는 남자를 쳐다는 보겠냐? 저런 여자는 일반 서민은 쳐다도 안 본다고. 아마, 지금쯤 강남 어딘가에서 부자 남자 친구랑 잘 놀고 있을 거다.”

“에휴, 기껏 월급이라고 받아봤자 이거 뭐, 햄스터 꼬리만큼도 안 되니.”

“그나저나 넌 이 고물차 좀 바꿔라. 요새 자동 주행 장치도 없는 차가 어디 있냐?”

“직접 운전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재미는 무슨 얼어 죽을. 그리고 이 차 원래 가솔린 차지?”

“예, 맞아요. 가솔린이었어요. 옛날에는 BK380 하면 멋진 스포츠카라고 부러워들 했는데. 6년 전에 가솔린, 디젤차 주행금지법이 시행됐을 때 레트로 카 전문점에서 전기차로 개조했어요.”

“근데 넌 왜 새 차로 안 바꾸는 거냐?”

재훈은 낯빛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차, 원래 아버지 차였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도 이렇게 앉아 있으면 시트랑 핸들에서 아버지의 체온이 느껴지고, 마치 지금도 옆에 계시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태현은 오래 묵혀 둔 속마음을 말한 재훈을 측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타고 다니는 거야? 미안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맨날 고물차라고 타박해대서.”

“아니에요, 고물은 고물인걸요.”

그때 충전소 차 옆에 기둥에서 홀로그램 광고가 흘러나왔다. 재훈과 태현은 멋 적은 듯, 그 광고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광고에서는 한 어린 여자아이가 부모님과 지내며 성장해 가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곧 아름다운 신부가 되고 부모님은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전 장면들이 스틸사진으로 정리가 되고 멋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추억들,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 이제 더 많은 소중한 기억들을 당신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꺼내보세요. 밀키웨이 SB-5.”

광고가 끝나자 태현이 말했다.

“밀키웨이 신형 나왔네. 뭐만 나왔다 하면 금세 신형이 나와.”

“선배님 펩스는 밀키웨이 SB-4죠?”

“응. 돈도 없는데 신형 나오면 자꾸 사고 싶잖아. 에이 씨! 그지 같은 월급쟁이 인생. 그나저나 배 안 고프냐?”

“예, 고프네요.”

“차도 배부르게 먹였겠다, 우리도 뭐 좀 먹으러 가자.”

“제가 죽이는데 아는데, 가시죠.”

“죽이는 데라… 어째 불안한데.”

그때 충전이 끝나고 충전기가 자동으로 분리되었다. 홀로그램 아가씨가 말했다.

“충전이 끝났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오십시오.”

차가 출발하자 태현은 그 홀로그램 아가씨를 향해 소리쳤다.

“고마워, 예쁜 아가씨 또 봐.”

그 순간 홀로그램 아가씨는 싹 하고 사라져 버렸다. 재훈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가 선배님 싫다고 아예 사라져 버리네요.”

“야! 일 끝내고 퇴근한 거야. 도망가긴 뭘 도망가!”

‘우리 할머니 순댓국’이라는 간판이 달린, 외관은 좀 허름한 음식점 안. 태현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못 미덥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맛있긴 한 거지?”

“그럼요. 여기 100년도 더 된, 4대째 하는 유명한 집이에요.”

잠시 후 순댓국이 나왔다. 태현이 한 수저를 떠서 먹자 재훈이 기대를 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어때요? 맛있죠?”

“뭐, 나쁘진 않네. 그나저나 이제 또 어디로 갈 거야?”

“앱 만든 회사부터 찾아가야죠. 그 디지털 키스요. 참, 아까 핑크레드가 줬다는 주소는 어디예요?”

“뭐, 그런 여자가 준 정보가 얼마나 영양가는 있겠어?”

“혹시 모르죠.”

그때였다.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거리며 가게 한 편의 켜져 있는 TV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뭐야? 뭐가 터진 건데? 강 형사 네가 좀 봐봐라. 나는 잘 안 보인다.”

TV에는 뉴스가 진행 중이었고 큰 글자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이돌 그룹 립 앤 걸스 리더 차민영. 괴한에게 성폭행. 해당 동영상 범인이 유포.’

그때 태현의 펩스로 전화가 왔다.

“예, 반장님. 저희도 봤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뭐라고 그러세요?”

“저 걸 그룹 사건, 우리한테 지금 넘어왔단다. 아무래도 미나 씨 사건과 같은 놈인 거 같아.”

“네?”

차민영의 집 앞. 사설 경비업체 경비원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재훈과 태현이 형사 팔찌를 보여주자 안에서 연락을 받은 소속사 이사가 나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남도명 이사입니다. 늦은 시간에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둘은 이사를 따라 차민영의 방으로 향했다. 실내에도 경비업체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남이사가 태현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같은 범인일까요?”

“일단 차민영 씨 말을 들어보고 조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 방입니다. 민영이가 많이 놀란 상태니까 주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방으로 들어서려 하는데 방안에서 기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자 차민영은 침대에 걸터앉아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차분하고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었다. 남 이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민영아, 이분들은 형사님들 이시다. 이번 사건…”

차민영이 이사의 말을 끊으며 약간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어요. 이사님은 나가 계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럼, 난 나가 있을게. 형사님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사가 나가고 차민영이 당돌한 말투로 말했다.

“이상해 보이죠? 험한 일 당했다는 애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으니까요.”

재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침착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어요.”

“TV랑 인터넷이랑 벌써 난리더군요. 아주 볼거리가 생겨 다들 신났겠죠.”

“민영 씨, 범인에 관해 몇 가지만 물어볼게요. 처음에 범인을 어떻게 만나게 된 겁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제저녁에 스케줄 끝나고 혼자 커피 마시러 갔던 카페 주차장에서 만났어요. 팬이라면서 사인을 해달라길래 사인을 해주고 어쩌다가 키스를 하게 됐는데 그 후로 기억이 없었어요. 깨 보니까 모텔이었고요. 그리고 좀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동영상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어쩌다가 키스를 하게 된 겁니까? 처음 만난 사람 아니었어요? 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그런 것까지 자세히 말해야 돼요?”

재훈과 태현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휴, 알았어요. 말씀드리죠. 그 남자가 사인을 해달라며 차에 가서 종이랑 볼펜을 꺼내오는데, 그 차가 페라리였어요. 15억이 넘는 차죠. 그래서 순간, 그 남자가 부잔 줄 알고 끌렸고 키스를 하게 됐어요.”

재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건 개인적인 일이고… 혹시 범인의 얼굴은 기억나세요?”

“키가 크고 수염을 길렀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없어요.”

“알겠습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수사과 조사반으로 한 번 나와 주세요. 펩스를 좀 조사해 봐야 하거든요.”

“알았어요. 시간 내서 갈게요.”

“놀라셨을 텐데, 그럼 안정 취하시고 쉬세요.”

민영은 머뭇거리다가 재훈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제 동영상은 보셨어요?”

“아니요.”

“곧 보시겠네요. 어떻게든 그것 좀 더 안 퍼지게 막아주세요.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봤겠지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막아보겠습니다.”

재훈과 태현은 차민영의 집에서 나와 차에 탔다.

“강 형사, 저 애는 어쩌면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이상한 게 아니라 신기해서 그래. 용감하기도 하고.”

“당당한 게 아니라 당당한 척하는 걸 거예요. 연예계에서 톱스타로 있는 아이라 못 볼 것도 많이 봤을 거고, 자연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속으로는 울고 있을 거란 얘기군.”

“그렇죠. 선배, 아까 민영 씨 방안에서 좀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뭐, 특별한 건 없던데. 왜?”

“화장대에 거울이 없고 화장품도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분명 옷장도 틀을 봐서는 전면에 거울이 있는 모델인데 비어 있었어요. 바닥엔 유리가루가 조금 떨어져 있었고요.”

“자기 모습이 보기 싫어서 다 깨 버렸다는 건가?”

“그렇죠.”

그때 재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예, 강재훈 형사입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형사님, 서울시립중앙병원에 이현중입니다.”

“아,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저기, 미나 씨가 좀 전에…”

통화를 하던 재훈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태현이 재훈의 어깨를 흔들어 보았지만 재훈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 형사!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미나 씨가… 방금 자살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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