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
나는 단상 위에 올라섰다. 그리 많지는 않아도, 눈빛만은 강렬한 존재들이 이쪽을 보았다. 그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이 자리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 있는 그들 한명 한명을 바라보았다. 각자 다른 크기, 종족, 특징이 돋보인다. 내가 아는 존재들도 있는가 하면, 지금 처음 본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존재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졌다.
바로 즐기는 것에 발전이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어떤 존재든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세상 어떤 이가 불행해지고 싶을까요. 다만 여건이 좋지 않아 차선책을 선택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재미를 찾아 굴하지 않은 분들이십니다.”
각각의 직업이 있다. 탐험가. 연구자. 대장장이. 마법사. 신관. 무인. 기사. 왕. 영주. 거지. 그들은 다른 이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조직이었다. 차원을 넘어 생겨난 것이니,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어느 차원에선 값싼 물건이 다른 차원에선 값비싼 물건이 되는 것처럼, 그들의 가치는 차원을 넘으며 달라졌다.
따라서 이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단 하나.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뿐이다.
“저희는 모두가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건 장(長)의 자리를 맡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다른 차원에서의 신분이나 능력은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가 모인 것은 오로지 더 즐기기 위해서이며, 가끔 찾아오는 괴로운 시간을 줄이기 위함에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계급은 없다. 그들은 각자 가진바 지식을 알려주거나 공유하면서 관계를 쌓아 올리고, 때론 빚을 진다. 어떤 이는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곳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진 나는 누군가에게 배울 일이 무척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아쉬워하진 않는다. 어차피 즐기려고 모인 조직이지 않던가. 가르치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학생들이 우수한 만큼 가르치는 것이 결코 질리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었다.
때로는 좋지 않은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은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 곳이다. 주당에게서 술을 마시는 법을 배우며 답답함을 풀고, 이야기꾼에게 즐거운 말을 들으며 웃기도 하는 장소다.
항상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대부분이 좋을 거라곤 보장할 수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 이 조직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걸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걸 즐기세요. 회사는 지식의 교류로, 협회는 충돌로 발전을 꾀했지만, 저희는 즐거움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회사와도 협회와도 다른 조직. 나는 그것을 만들어 새로운 발전을 꾀한다. 이것은 내 목표임과 동시에 즐기는 방식이 될 것이다. 세상의 규칙을 깨닫고 거의 무한한 수명을 얻게 된 내 평생의 과제가 되리라.
그러니 기쁜 마음으로 소리쳤다.
“여러분들이 언제나 즐겁질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희 ‘즐거움 협동 조합’의 발족을 선언 합니다!”
회사도, 협회도 아닌 ‘조합(組合)’. 나 혼자 즐기기보다 다른 존재들과 함께 즐기면 더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조직이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없으면 순식간에 망하는 콩가루 집단이지만, 뭐 어떠랴. 내가 사라지지 않으니 천년이고 만년이고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 참고로 마룡은 안 받는다. 게네는 그냥 한없이 늘어지고 싶을 뿐이니까. 게을러지는 법 만큼은 발전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끼리 무한히 발전시킬 테니, 굳이 이쪽에서 할 필요는 없다. 나태함에 취한 적이 있는 만큼 그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었다.
나는 단상 위에서 연회가 벌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즐거움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이런 날에 즐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모인 존재들은 각자 알아서 어울리며 즐기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 끼기 전에 나는 마지막 일을 정리한다.
스펠북을 펼쳐 마법을 발동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 위. 과거에서 온 내가 보인다. 하운드는 몽마로서의 자신의 능력과 사장에게 받은 물건으로 과거의 의식을 미래로 보낸 것이다.
본래는 볼 수 없어야 할 의식의 파편. 하지만 나는 볼 수 있다. 사장처럼 의식을 미래로 날리는 물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의식이 작은 파편이라도 한마디 정도 심어주는 건 할 수 있었다.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흔한 한마디를 의식의 파편 속에 심어 넣는다. 그 후, 나는 연회에 끼어들었다. 열심히 즐기면서 당도할 과거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