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 파견 회사-199화 (199/207)

# 차장 #

콰앙!

악마들의 2차 공격. 그 파도의 선두에서 거대한 충돌이 있었다. 루디브렉. 교황의 자리에 앉아 있는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는 게 보였다. 상대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범상치 않은 기세의 악마였다.

‘루디브렉이 있는 건 행운이네.’

신관 중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그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실제로 그가 처음 악마를 떨어트렸을 땐, 피아를 가리지 않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 감당하고 있는 악마도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나 또한 악마를 손쉽게 사냥할 방법은 없었으므로, 전황에 큰 도움이 된다.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자.’

상성 상 악마와 나는 좋은 관계가 아니다. 영혼의 능력부터가 방어이다 보니, 충격을 주거나 움직임을 묶어 두는 게 한계였다.

물론 이것도 나름 효과적인 기술이긴 했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악마들과 함께 오는 키메라들의 조종사를 없애는 방식으로 말이다.

‘내려가자.’

탑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모종의 수법으로 숨어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을 게 분명한 만큼, 그들을 찾아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데드 하울!”

-크롸.

바깥에서 크기를 키울 생각으로 해골용을 불렀다. 그러나 타이밍 맞춰 나를 붙잡는 존재가 있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하연성 마법사님 되십니까?”

“···네, 맞아요. 무슨 일로?”

깔끔한 복장을 한 마룡의 시종. 그의 질문에 긍정하면서 용건을 물었다. 말이 짧은 것은 상황이 급해서였지, 별다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종은 다르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붙잡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주인님께서 반드시 찾아 데려오라고 하셨기에···.”

“주인님?”

고개를 기울이며 시종을 관찰하자, 낯이 익은 모습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오리안느의 시중을 드는 종족이다. 그녀가 나를 찾는 용건을 알 수가 없었다.

“오리안느의 시종 같은데, 왜 부르는지 들으신바 있으신가요?”

“아뇨. 하지만 마룡님들끼리 하신 말씀과 눈치를 보면 자신들의 역할을 떠맡기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시종을 바라본다. 마룡을 섬기는 존재가 그렇게 말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허투루 시종 세월을 보낸 게 아니었다.

“거절하신다면 하연성님께서 분위기를 눈치채고 다른 일을 하러 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오리안느님이 추궁하신다면 그렇게 변명해 주십시오.”

그들 또한 현 상황을 알고 있었다. 회사가 거대한 습격을 당하는 와중에 나름 강력한 인재 중 하나인 내가 마룡들의 대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다만, 일단 마룡이 주인이었기에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들끼리 거절했다고 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하면 불씨가 될 수도 있는 일. 따라서 나한테 직접 이야기한 후, 말을 맞추려 한 것이다.

물론, 내가 마룡들에게 가지 않는 건 정해진 이야기였다.

“알겠습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데드하울! 가자!”

-크롸아!

시종에게 말을 맞춰 주겠다고 약속한 채, 데드하울을 틈새 바깥으로 내보냈다. 녀석은 공중에서 크기를 키우며, 급가속으로 위치를 조정했다. 나는 지아의 허리를 안고 데드하울에 올라타곤 소리쳤다.

“아이자드!”

“어디까지 하면 될까?”

“전선에서 조금 떨어뜨려서 뿌려줘!”

“알았어!”

방금 전에는 창조체가 주를 이뤘지만, 이젠 키메라가 주 병력으로 바뀌었다. 나름 고급화를 꾀한 모습이지만, 비 생명체에서 생명체로 바뀌었다는 건 오히려 다른 수단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아이자드의 눈보라 또한 그런 종류였다. 마침 공중에 악마도 떨어졌겠다, 방해할 적도 대부분 없어졌으니, 녀석은 키메라를 정리하기 위해 전력을 펼쳤다. 범위를 조금 억제하긴 했지만, 넓은 공간이다. 부작용이 오는 일은 없었다.

“···눈? 방금까지만 해도 봄 같은 날씨였는데 이게 무슨···.”

“키메라가 있는 부분에만 떨어지는군. 정령 같은 걸 부른 모양인데···.”

“10분만 떨어져도 나쁘진 않지. 좋아! 모두 전역을 유지한다!”

아래쪽에서는 갑자기 눈이 내리는 기현상에 재빨리 적응했다. 어찌 되었든 경험 많은 부장급들이고, 숫자도 엄청 많은 게 아니라서 통제도 잘 먹히는 상황. 그들은 아이자드의 눈보라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라면 계속 뿌려도 상관없겠어.’

아이자드에게 지속적인 공격을 부탁하며, 날거나 뛰어오르는 키메라들을 처리한다. 그리고 데드하울에게 눈보라의 범위 안에서 저공 비행시켰다. 흑막들을 찾으려는 행위였다. 아이자드의 범위가 넓다 보니, 하나나 둘 정도는 있을 거라 추측한 것이다.

일단 걸쳐만 있다면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올 터.

그것을 노리고 일부터 여러 장소로 움직였다. 적이 습격하기 편하게끔 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적들은 추위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선제공격을 걸었다.

“통곡의 영혼이여! 눈앞의 적을 파괴하라!”

-까아아아아!

거대한 원념이 다가온다. 적은 회심의 공격이라 생각할 법한 기술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예측된 기술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적의 본대가 키메라인 걸 알았을 때부터 강령술사가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원념 공격은 기습 축에도 낄 수 없다.

나는 곧장 품에 넣어두었던 인형을 던지며 마법을 작성했다.

[-원혼 강탈-]

-끼야아···

“···나 3좌랑 계약했는데···.”

-저건 답이 없어 보이는데?

원념의 지배권을 상대 강령술사에서 나로 가져온다. 본디 계약한 악마의 수준 차이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사용한 촉매가 남다르다. 마법, 주술, 저주의 힘을 한 몸에 받은 인형은 거대한 원념을 단숨에 받아들일 수 있는 매개체였다.

머리가 홀랑 벗겨진 대머리 강령술사와 황망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옆에 같이 있는 3좌의 악마는 혀를 차며 거리를 벌렸다. 계약자가 죽으면 곧장 도망치겠다는 의지가 철철 넘쳐흐르는 모습이다.

“상대가 나빴네요.”

“이건 불공평해··· 30년간 쌓아온 실력이 어떻게 저런 어린놈한테··· 끄륵···.”

바닥으로 떨어진 인형이 사람 수준으로 커지며 강령술사를 찌른다. 그는 원망과 허무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기분이 꺼림칙하다. 재능을 타고 나서 다른 존재의 노력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익숙해질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살폈다. 이 부근이면 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거리였기에, 몸을 감추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기계로 만들어진 발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룡이 마법을 꿰뚫어 보니, 기계로 준비한 모양이다. 이래서는 나도 찾기 쉽지 않다. 기계를 집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충격을 주었다.

그 결과, 전기에 대한 충격으로 가림막에 스파크가 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데드하울을 타고 날아오른다. 마법 종이에 광역으로 전기를 흩뿌리는 마법을 작성했다. 강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탐색용으로 원거리에서 쏘아 퍼지게 만든 것뿐이었다.

파지지직!

얇은 스파크가 1km 범위에 튀었다. 기형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방향으로 쏘았다. 한곳에 기형적인 스파크가 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아 씨, 여기서 아이자드 좀 지켜주세요.”

“따라가면 안 되나요?”

“으음. 그럼 데드하울 혼자서 아이자드를 지켜야 하는데, 그건 좀 불안해서요. 부탁할게요.”

“알았어요. 대신 위험해 보이면 갈 거예요.”

“네. 조심할게요.”

아이자드의 광역 눈보라가 끝나지 않았기에, 데드하울은 공중에 날 필요가 있었다. 잠시 저공비행으로 고도를 낮춘 뒤 바닥으로 뛰어 내린다. 목표는 아래에서 몸을 떨기 시작하는 키메라 한 마리. 녀석의 등 위로 신의 손을 꽂으며 착지한다.

크와앙!

비명을 지르는 키메라. 놀랍게도 단번에 죽지 않은 듯하다. 가볍게 검풍을 불어 넣어 속에서 터트리며 뛰어올랐다.

캬하악!

크크크

갸그아악!

다양한 키메라들을 밟으며 나아간다. 방금 전, 날 기습한 녀석의 장소와는 다르다. 가는 길까지 꽤 많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자드의 눈보라 덕분에 비실비실한 녀석들뿐이었지만, 갈수록 쌩쌩한 녀석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적이 너무 많군요.

“그러게요. 어지간히도 겁이 많나 봐요.”

뒤는 멜드멜에게 맡긴 상태로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온다. 적들이 너무 많았다. 이쯤에서 한 수 보여주기로 하며, 내공을 한껏 불어 넣었다.

창기(槍氣). 무공 중에서 인간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한 절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설급 소재를 사용한 물건의 기(氣)에 대항할 수 있는 키메라는 없었다.

푸콰악!

길이 뚫린다. 빠르게 나아가며 데드하울의 위에서 봤던 장소를 찾아갔다. 적은 도망가고 있었다. 하지만 멀진 않았다. 창기를 본 뒤에야 내빼기 시작한 모양이다. 키메라를 탄 거라서 속도는 나보다 한 수 위지만, 이젠 가로막는 적이 없어진 터라 의미는 없었다.

[-대지의 송곳-]

이동하면서 쓴 마법 문자로 키메라를 공격한다. 위에 타고 있던 존재가 꺼꾸러지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상대방은 놀랍게도 리치. 내가 한번 맞선 적 있던 유적의 녀석보다는 약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강령술의 끝에 닿은 존재였다. 녀석은 지팡이를 흔들며 외쳤다.

-전율하는 죽음!

무수한 원념이 뻗어 나와 폭풍처럼 움직였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두려워 할만한 광역 공격.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념을 이용한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나는 품속에 인형들을 던졌다. 몰아치던 원념들은 인형들을 뚫지 못하며 물러서야 했다.

-아닛?!

여기에 영혼의 방벽을 치고 달려들었다. 리치를 상대할 때 마법보다는 무공이 더 효과가 높은 탓이다.

이젠 정말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는 창이 리치의 목을 끊어 버렸다. 떨어지는 해골을 신을 손으로 마무리 짓는다. 생명의 그릇을 부술 순 없겠지만, 녀석은 더 이상 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크와앙!

커러럭!

꿰에액!

지배체제를 잃은 키메라 일부가 날뛰었다. 그래도 공격을 위해 하나로 뭉쳤던 녀석들은 생존본능과 기이하게 뒤틀린 먹이사슬을 구현했다. 정신이 안정되지 않은 키메라는 자신의 몸과 싸우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키메라보다, 안 그런 녀석들이 더 많았다.

‘골치 아프네.’

비율로 보아, 방금 리치 같은 녀석이 일곱에서 아홉은 더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키메라를 다루고 있거나. 어찌 되었든 꽤 많은 숫자이면서, 찾아 돌아다니기엔 적었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나는 폭주하는 키메라를 피해 가면서 데드하울이 올 수 있는 곳까지 찾아갔다.

크러어···

아이자드가 눈보라를 뿌리기 시작한 지 20분가량. 키메라 중에서 동사하는 녀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악마들도 영 맥을 못 추는 모습. 전황은 또다시 비슷해진다. 나는 잠시 데드하울을 징검다리처럼 타고 이동해서 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 소환된 탑. 거기엔 신비 포식자들이 흩어져서 마법을 방식으로 괴롭힘당하는. 아니, 귀찮아하는 마룡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얼굴도 보였다.

“오리안느!”

“사라져···사라져··· ? 누구··· 연성이다아!”

“?”

“??”

귀찮아 죽을 거 같은 얼굴로 키메라들에게 연신 소멸시키는 마법을 쓰고 있던 오리안느가 구세주라도 만난 양,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덕분에 주변에 다른 마룡들도 호기심을 끌어 올린다. 물론 그래봤자 눈동자를 살짝 돌린 게 전부였지만, 관심이 쏠린 건 확실했다.

자칫 마법 쓰는 걸 그만둘 기세였으므로 서둘러 소리쳤다.

“안 바꿔줄 거예요!”

“평생을 다해서 섬기며, 뭐든 다 줄 테니 이 지옥에서 꺼내줘!”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울면서 하고 있다. 이 상황이 괴롭긴 하겠지만, 대가로 주겠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넘어가지 않으며 용건을 말했다.

“키메라 조종하는 녀석들 원흉 찾는 법 알려 줄게요!”

“오올.”

“좋은 정보.”

“해봐.”

“아니 그딴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너만 와줘! 내 일을 대신 해줘!”

오리안느는 못 써먹겠다. 나는 관심을 가진 주변 마룡들에게 말해주었다.

“약한 전기 마법을 쓰면 적들이 있는 곳에 스파크가 이상하게 튀어요! 그곳을 공격하면 키메라는 자멸할 거예요!”

현재 병력의 비율은 저급 키메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원흉을 잡는 순간, 마룡들의 일이 훨씬 편해진다는 뜻. 그것을 이해시킨 순간 기세가 달려졌다.

“어차피 도망치면 협회에 잡혀서 죽도록 부려 먹힐 뿐.”

“싸워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덜 싸우는 게 게으름의 도리.”

“간다.”

머리가 금발인 용이 전격을 뿌렸다. 약한 전류. 그러나 생명체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전기가 모든 곳으로 퍼져나갔다. 주변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시종들이 이상해 보이는 위치를 알려왔다.

“좌표 366.219. 변형 스파크 발견.”

“183.234 위치에도 있습니다.”

“273.881 에도···.”

적들의 위치가 판명된 순간, 마룡들이 온갖 힘을 쏟아부어 한곳을 처리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신비 포식자··· 빌어먹을···.”

“아아. 난 여기까진 것 같아. 점점 귀찮아지고 있어.”

“이번 생은 여기서 마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성과가 없어서 의욕들이 떨어지는 모습. 정말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다 짜내면 막아낼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 게 정말 답답하다. 결국 나는 얻어낸 좌표만 가진 채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전사들에게 외쳤다.

“원흉들의 위치를 알아냈어요! 돌파해서 처리한 인원이 필요해요!”

“오오오!?”

“엄청난 희소식이로군!”

“좋아! 그렇지 않아도 눈보라 때문에 키메라들 발도 많이 묶였겠다, 지금이면 할 수 있어!”

끝없는 싸움에 지쳐가고 있던 건 그들 역시 마찬가지. 그러던 와중에 불어 넣은 희망은 마룡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사기 진작을 일으켰다. 나는 그들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전기를 퍼트리며 알게 된 점은, 약 30개 이상의 기준점이 있다는 것.

이는 남은 적들이 리치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지만, 하나 정도는 더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따라서 타격점에는 필요 이상의 전력이 들어가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사들의 기세는 높았다. 그들은 빠르게 타격대를 만들고 바로 위치를 향해 돌파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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